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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80화 (180/312)

〈 180화 〉 프레스티아와의 하룻밤­3

* * *

자존심 싸움이었다.

사랑싸움은 원래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진다고는 하지만 아예 대놓고 네가 나를 더 좋아하지? 라고 묻는 건 또 이야기가 달랐다.

어떻게든 서로가 자신에게 더 관심이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돌려가며 말싸움을 하고 있었는 데 그 말투가 고급스러워서 그렇지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애들이 싸우는 것과 진배 없었다.

"네가 나를 보고 싶어 할까 불쌍해서 오라 한거지 내가 널 보고 싶어서 오라 한 게 아니었다."

"그러면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갈까요?"

"그래 돌아가도록."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바로 일어나서 떠나는 모션을 취했다.

집에서 잔다고 하니 극구 말렸던 프레스티아 였지만 이미 자고 간다고 한 이가 다시 떠난 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얘기가 달랐다.

이미 머리가 내가 여기서 자는 것에 맞춰져 있었으니 갑자기 간다고 하면 그만큼 뇌 정지가 올 수밖에 없겠지.

"아니다... 지금 가봤자 잘 때 없이 떠돌아 다닐 너를 생각하니 마음이 좀 걸리는 군."

내가 진짜 나갈 것 처럼 밖으로 나가자 프레스티아가 나를 막아섰다.

만약 그녀가 막지 않는다면 진짜로 밖으로 나갈 생각으로 걷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짧은 순간의 치킨게임이 벌어졌다고 해도 다름이 없는 상황이었다.

"헬링님의 호의는 잘 받겠습니다."

그녀가 졌다는 느낌이 나지 않게 배려해서 말했다.

대 놓고 놀리는 것 보다는 이렇게 배려하는 척이라도 하는것이 그녀의 자존심에 더 큰상처를 입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크윽... 그래, 내 호의지."

그녀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가 곧 고개를 흔들었다.

이젠 이 세계의 일반적인 남성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본능적 반응이 사라진 나였지만 그녀의 눈빛을 받으니 몸이 덜덜 떨렸다.

분노로 가득 차 있으면서 나를 노리는 듯한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데 그 눈빛을 마주한 것 만으로도 몸이 덜덜 떨리고 정조의 위협을 느낀 것을 보면 그녀의 눈빛엔 틀림 없이 성욕이 담겨 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 성욕을 억지로 떨쳐냈으니 오늘 당장 나를 덥칠 위험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언제 한 번은 덮쳐 올려나?'

프레스티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시기가 아주 미래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후우... 상행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제 슬슬 자러 가지 않겠느냐? 너를 위한 방을 따로 마련해 놨다."

"에스코트 해 주시겠어요?"

"신사를 에스코트 하는 것은 숙녀의 사명이지."

그녀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에 예절에 넘치게 움직여 그녀의 손을 잡고는 방으로 이동했다.

그녀가 안내한 방은 헬링 후작가의 이름에 걸맞게 아주 거대한 방이었다.

그녀가 만약 그녀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작은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면 플랜 B를 실행할 뻔했지만 다행이 그녀가 나를 이렇게 커다란 방으로 대려와 줬기 때문에 명분은 차고 넘치는 상태가 됐다.

"헬링님, 저랑 같이 자 주시겠어요?"

"... 뭐?"

프레스티아의 철옹성 같은 얼굴에 당황이라는 감정이 새록새록 일어나고 있었따.

"저 혼자 못자는 인간이거든요. 기숙사나 여관 같은 데에선 옆 방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편하게 잘 수 있는데 여긴 엄청 넓은 저택이잖아요? 헬링님도 저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잘 게 분명한데, 제가 어떻게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있겠어요."

"그리 걱정된다면 내가 옆방에서 자도록 하지."

"안돼요. 제 옆에서 자주세요."

내가 빤히 올려다 보며 이야기 하자 프레스티아가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모습이 보였다.

아까 사그라 들었던 성욕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녀의 눈에서 수많은 번민과 욕망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너무나 쉽게 보였다.

"우리 사이에 같은 침대를 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만?"

이야. 잘 참네. 역시 프레스티아야, 절재심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알았어요. 그러면 같은 침대는 아니더라도 다른 같은 방에서 주무시는 것 정도는 괜찮죠?"

그렇게 말한 뒤 바닥에 누웠다.

"무슨..."

"같은 침대에서 못 자니까 저는 바닥에서 자겠다고요. 이렇게 자면 아무런 문제 없는 거 아니에요?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거 아니잖아요."

"허.."

프레스티아가 어의 없음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봤다.

"하아... 알겠다."

그리 말하고 프레스티아가 나를 들어서 침대에 올려놨다.

나름 잘 먹고 다녀서 무게감이 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프레스티아는 내가 마치 깃털이라도 되는 것 마냥 가볍게 들어서 침대위에 올려놌을 뿐이었다.

나를 침대의 구석에 내려놓은 프레스티아는 반대쪽 침대의 구석에가서 등을 굽혀 잠을 자기 시작했다.

'난세에서도 저런 성격이었지?'

겉으로는 엄청난 악당영애인데다가 학살도 자주 자행하는 위압감 있는 악당이었지만 연애사나 성적인 이야기만 나오면 완전히 쑥맥이 되어서 어버버했었지.

그 성격이 남녀역전 된 지금 세계에는 저렇게 구현이 된 모양이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잘자라."

그렇게 서로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고 잤다.

손만 잡고 잔 것도 아니고, 아예 몸도 맞닿지 않은 채 하룻밤을 보낸 것이다.

***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어제 플레아와 함께 침소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하니 그녀의 수하인 벨리아가 잔뜩 흥분한 상태로 그녀에게 물었다.

벨리아의 반응이 절대 이상하지 않은 것이 그녀의 이야기 흐름에 따르면 그 다음은 당연히 남녀간의 합일이 일어나야 옳았고 남녀간의 합일은 그 어떤 여자도 마다하지 않는 이야기기 때문에 아무리 진중한 벨리아라 해도 결코 참을 수 없던 것이다.

"서로 침대의 끝에 누워서 잤다."

"... 주군?"

"왜 그러나?"

벨리아가 마치 야동을 보다가 갑자기 가족이 남입해서 노트북을 끄고 멀쩡한 척을 한 뒤 현타가 온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게 끝입니까? 진짜로 둘이서 잠만 잤다고요?"

"그렇다."

벨리아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분명상대는 자신의 주군이었지만 아무리 주군 버프를 받았어도 침소까지 자신을 유혹한 남자에게 손 한 번 못 뻗고 얌전히 자고 돌아왔다는 주군의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주군... 혹시 성 기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신지..."

"그런 일 없다!!"

벨리아가 쳐 놓은 소리 차단 아티팩트가 아슬아슬 할 정도로 커다란 소리로 말했다.

지구로 따지면자기 주군보고 고자가 아니냐는 말을 한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었지만 자기 주군이 진짜로 성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 아니라 그녀가 너무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보냈기 때문에 한 말이었기 때문에 헬링도 크게 화가 나진 않았다

"주군... 아이데스님도 용기를 내서 주군께 다가오신 걸텐데 그걸 그냥 넘겨 버리시면 어떡합니까?"

"네가 그놈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놈은 절대로 나에게 몸을 넘길 만한 놈이 아니다. 분명히 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단 말이다!"

그녀의 말은 반만 맞았다.

"주군... 성격이 많이 물러지셨군요. 주군의 성격이라면 감히 자신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면서 역으로 그를 잡아서 환란의 밤을 보냈을 텐데... 아이데스님이 주군이 덮치지 않을 걸 알고 주군을 도발했다면 오히려 그 도발에 응해서 천국을 보여주셨어야 함이 당연히 옳은 것 아닙니까."

"아직... 아직 그를 지배할 때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성적인 면에서 쑥맥인 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사상적으로도 아직 플레아를 덮칠때는 오지 않았다.

일단 플레아의 정신을 완전히 굴복시킨 뒤 자신에게 봉사하는 플레아를 실컷 괴롭혀 주는 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플레아의 모든 기반을 하나하나 날려버릴 필요가 있었고 그러기 위해선 일단 자신의 세력이 플레아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오를 필요도 있었다.

"주군... 참 미련하십니다. 그러다가 누가 아이데스님을 뺏어가시면 어떡하시려고 그러십니까."

"그럴 일 없다."

자신을 향한 플레아의 사랑이 다른 사람한테 이동할 일은 죽어도 없었다.

이는 아주 확실한 이야기였다.

"아이데스님이 주군을 배신할 일은 없겠지만 만약 아이데스님이 다른 여성에게 덮쳐지면 어떡하시려고 그러십니까. 그러면 주군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른 여성에게 아이데스님의 동정을 뺏기게 되는 거 아니십니까."

벨리아의 꾸준한 설득을 듣다 보니 그녀의 마음이 천천히 다른 곳을 향해 기울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결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이데스 정도 되는 이가 몸을 허락하려면 황녀나 사모아 정도는 와야 하는데 사모아랑 플레아의 사이를 생각해보면 절대로 그런일이 없을 것 같고 황녀도 이미 한 번 도전했다가 실패한 듯 보였으니까.

플레아를 완전히 꺾은 후 몸을 지배한다.

이런 그녀의 신념이 바뀐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있던 일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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