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 너! 내 적이 되어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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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의 뜻밖의 재능 발현 덕분에 제아에게 제이어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남겨줄 수 있다
플레이어가 가장 적합한 선택지를 골라도 저런 얼굴은 안나오는데 도대체 무슨 방법을 썼길래 제아가 저런 표정을 짓게 됐냐고 물어도 라일라는 호호 웃으면서 내 대답을 회피할 뿐이었다.
"나는 군략가인데 모략까지 하다니 말이야. 이런 건 원래 시에린 네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군사를 다루는 쪽은 전담하는 인재지만 너는 세력의 전반적인 외교나 전략을 다루는 자리에 있잖니? 심지어 나는 정식 수하도 아닌데 말이야."
라일라가 호호 웃으면서 시에린의 신경을 긁었다.
얼핏보면 싸우는 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진짜로 싸우는 게 맞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름 죽이 잘 맞았던 두 사람은 상행중에 급속도로 친해져 어느새 서스럼 없이 싸울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진 상태였다.
시에린도 분명히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찐따였던 걸로 기억하는 데 진짜 마음이 잘 맞는 이가 있으면 성격이 좀 소심해도 잘 친해질 수 있는 듯 보였다.
"그래? 나는 너 처럼 혀가 날카롭지 못해서 말이야, 남 상처 입히는 건 네 전문이잖아?"
"그래 내가 잘하는 것 중 하나지. 하지만 혀가 날카롭다고 해서 언제나 상대를 상처 입히는 건 아니야. 검사가 검을 다루는 것 처럼 혀에는 다양한 무기를 숨겨둘 수 있고 날카로운 혀도 내 무기중에 하나일 뿐이지."
둘은 티격태격하고 싸우지 않았다.
서로 빙빙 돌려가면서 서로를 디스하는 방식으로 싸웠는데 만약 그들이 현대에 태어났다면 디스랩 좀 하는 래퍼로 이름 좀 날렸을 것이다.
둘이서 싸우는 게 하루이틀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다들 무시하고 짐이나 쌓다.
이 도시의 주인인 제이어 자작에게 찍힌 이상 이곳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됐고 더 남아있어봐야 손해만 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애초에 여기서 장사할 생각이 없었기에 들어놓은 것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정리하는 데도 큰 노고가 들지 않았다.
"하아... 지금 나가면 잘 곳이 애매한데..."
안나가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 말이라면 모든 군말 없이 들어줬던 안나도 상행을 거치면서 나랑 친해지면서 성격이 좀 달라졌다.
이렇게 은근히 나를 깔 때도 있었고 다른애들이 나를 놀릴 때 합류해서 같이 놀리기도 했다.
수직적인 군신관계는 그리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변화라고 생각했다.
"미안해, 나 때문에..."
"아니에요. 괜찮아요. 주변에 마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물론 그곳에 도착하면 시간이 너무 늦어서 장사를 못할 테고 결국 오늘 하루 종일 물건 하나 못 팔아 먹어서 수익이 줄어들겠지만 제 상단도 아니고 아이데스님의 상단이니까요. 그러니까 아무런 문제 없어요."
시에린이랑 라일라한테 과외라도 받나? 돌려까는 실력이 상당히 올라갔다.
"안나, 너무 궁시렁대지마 플레아도 다 생각이 있어서 한 거잖아. 수하로서 플레아의 의견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그렇게 까내리면 안돼지."
"네에."
라이넬의 말에 안나가 길게 대답하면서 하던일을 마무리했다.
마차를 끌고 제이어 성을 나올 때 쯤 이미 해는 저물고 있었고 옆 마을에 도착해서 여관을 잡고 짐을 풀 때 쯔음에는 이미 해가 져서 밤이 된 상태였다.
나 때문에 늦게까지 고생한 애들한테 미안한 감정을 가지며 방안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는 데 갑자기 내 바로 옆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서늘한 감각에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뭐... 뭐야!"
내 옆에는 작은 인영이 서 있었다.
달빛이 그리 강한 건 아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고 인영정도만 겨우 보인은 정도였는데 키는 상당히 작았으며 아직 소녀인 듯한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접니다."
"아... 섀도 스탭이었어."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그제서야 한심을 할 수 있었다.
그녀인걸 알고 보니 확실히 그녀가 맞았다.
키도 똑같았고 눈이 어둠에 익숙해 지면서 보인 얼굴도 섀도스탭과 정확히 일치했다.
"여긴 왜 왔어? 잠이 안와?"
내가 애 다루듯 물어보자 섀도스탭이 표정을 찡그렸다.
"그래서 온 것이 아닙니다. 이 여관에 침입자가 있습니다."
"침입자?"
여관에 침입자가 왔다니 그토록 어울리지 않는 문장 구성이 어디에 있을까.
여관에 묶는 모든이들은 여관에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즉 모두가 침입자라 말해도크게 상관이 없는 이들이었다.
"네, 침입자가 있습니다."
"도둑이라도 든거야?"
네 물음에 섀도스탭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여관을 노리고 찾아온 이가 아닙니다. 명백히 저희, 정확히는 주군을 노리고 찾아온 인물입니다."
그녀의 말에 내 표정이 싸악 하고 굳었다.
'십새끼가?'
지금 나를 공격할 인물이라고 해봤자 단 한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제이어 자작이 사람을 보내서 나를 공격한 것이다.
'은급 훈장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제이어에게 반감을 사기 시작하는 시기는 지금보다 살짝 나중의 일이었다.
그 때쯤 되면 나름 플레이어의 세력이 있기 때문에 사이가 나쁘다는 이유로 공격해 오지는 않는데 나는 그 역할을 훈장이 충분히 대신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훈장의 힘이 부족하다면 황녀의 총애라는 보이지 않는 버프가 나를 위험에서 막아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훈장은 제이어의 공격을 막아주지 못했다.
'아예 대대적인 공격이 아니라서 다행인가?'
암살자 같은 경우는 훈장이 아니더라도 섀도스탭이 충분히 막아 줄 수 있을 테니까.
'판단미스네.'
물론 내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위기는 아니었다.
제이어 자작도 생각이 있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나를 죽이는 악수는 두지않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진짜 황녀한테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으니까.
아마 내 신체의 일부분에 작은 상처를 남기거나 일주일 정도 가는 멍 정도를 보이지 않는 곳에 남겨서 개인적인 감정을 푸는 정도로 끝내려 했겠지.
하지만 나의 판단 미스로 나에게 위기가 찾아왔다는 건 명확했다.
지금은 단순히 내 몸이 조금 다치고 마는 정도라지만 나중에 더 큰 실수를 저지른다면?
내 판단미스로 군대가 날아가거나 소중한 수하를 잃는다면?'
갑작스럽게 치솟아 오른 불안감에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주군?"
"아... 미안... 침입자라는 놈, 나를 공격해 올 것 같아?"
"제가 옆에 있는 동안은 그 누구도 주군을 공격하지 못할 것입니다."
섀도스탭의 확신이 담긴 말에 조금 편해졌다.
'그래, 내 실수를 커버하라고 고용한 애들이 내 수하들이니까.'
군주는 모든 걸 혼자서 하는 자리가 아니야.
"그러면 편하게 자도 될까?"
섀도 스탭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내 자리를 섀도스탭에게 양보해야겠다.
오늘 밤에 자지 못한 만큼 내일 졸릴 테니까.
새도스탭에게 뒤 일을 맡기고 편하게 잠에 들었다.
섀도스탭이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섀도스탭의 예상이 빛나갔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에서 자고 있는 라이넬이나 미네타가 지원해 주러 올 때 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더욱 맘편히 잘 수 있었다.
그렇게 편하게 누워있다보니 편하게 잠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잠이 들고 1시간 정도 지난 뒤에 내 볼에 촉촉한 감촉이 느껴졌다.
꿈을 꾸는 거겠거니 하고 몸을 뒤척였는 데 무언가가 화들짝 하고 떨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꿈 한 번 리얼하구나 하는 심정으로 제대로 잠을 청했다.
***
"스으읍... 섀도스탭? 있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섀도스탭부터 불러봤다.
"네... 네! 있습니다!"
늘 침착한 섀도스탭 답지 않게 상당히 당황한 어투였는데 아무리 섀도스탭이라고 해도 사람이 갑자기 일어나는 것 까지 알아차릴 수는 없던 모양이다.
"나 때문에 네가 고생이 많다!"
기지개를 쭉 펴고 일어나며 섀도스탭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그녀의 볼이 화악하고 붉어졌다.
"응? 왜 그래? 어디 아파? 역시 밤새 버티고 있으라는 건 너무했나?"
"아닙니다! 저는 일주일 정도는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도록 훈련 받았습니다!"
그녀를 훈련시킨 사람이 우리 어머니라는 걸 생각하면 뭔가 기묘한 생각이 들긴 했다.
'어머니, 대체 애한테 뭘 시키신 거에요.'
요원이라고 해도 아직 어린애고 배운 기간도 짧은데...
"오늘은 가면서 내 자리에서 자."
"괜찮아요! 그냥 마차 위에서 자면 됩니다. 그곳이 제 자리인걸요."
"사양하지 말고 그냥 내 자리에서 자라니까?"
그녀는 절대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내 자리에 자신이 앉아있으면 다른 세력에게 자신의 존재가 노출될 위험도 있고 그렇다고 은신한 채로 앉아있으면 빈 자리가 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극구 사양했다.
'그렇다면 나도 다 방법이있지.'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섀도스탭을 데려다가 꽉 안아서 내 무릎에 앉혔다.
"이렇게 가면 은신해도 상관없지?"
"주... 주구우운."
섀도스탭의 얼굴이 새 빨게 진것을 보니 역시 밤샘은 그녀라도 많이 힘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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