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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71화 (171/312)

〈 171화 〉 너! 내 적이 되어라!­1

* * *

레베나의 여동생에게 일에 대한 강한 동기를 전달 해준 뒤 상단으로 돌아왔다. 내가 레베나 파벌에 갔다가 돌아왔음에도 시간은 그렇게 많이 흘러있지 않았다.

이는 레나를 이용해서 시간을 빠르게 단축시킨 덕분인데 나름 큰 계약 하나를 따내고 왔는데도 시간은 2시간이 채 지나있지 않았으니 역시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가 있는 장소에 들어가는 첫번 째 관문조차도 미리 알고 있는 정보로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했으니 더더욱 정보의 가치가 강조되는 순간이었다.

"어디갔다 왔어?"

"그냥 적당히 둘러보다 왔..."

애들을 바라보다가 한 명이 없는 걸 보고 멈칫했다.

"왜 그래?"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런 생각 없이 있었는데 섀도스탭은 나랑 레베나가 했던 이야기를 전부 듣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내가 그녀를 눈치채지 못했다고 해서 레베나도 그녀를 눈치채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아마 그녀도 굳이 주변을 탐색하지 않았다면 못 알아차렸을 확률이 높다.

즉 섀도스탭은 내가 레베나와 했던 이야기를 전부 듣고 있었다.

'워낙 존재감이 없다 보니 이런 실수를 다하네...'

섀도스탭이 다른 애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섀도스탭은 암살자이기도 하며 정보요원이기도 한데 그런 그녀가 입이 가벼웠다면 애초에 뛰어난 인재로 여겨지지도 않았겠지.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앞으로는 어디갈 때 때어두고 가야하나...'

물론 그게 가능할리가 없다.

라이넬을 데려가라는 애들의 의견을 섀도스탭도 같이 간다는 논지로 무마했는데 섀도 스탭까지 안 데리고 다녔다간 호위 없이 어딜 싸돌아 다니냐고 큰 화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네.'

결국 섀도 스탭은 내가 몰래 한 일까지 전부 알게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 그런 애도 하나는 있어야지.'

수하들에게 정보를 완전히 차단하려고 하면 괜히 부작용만 발생하는 수가 있다.

당장 레베나에게 찾아갔을 때 그녀가 나를 해하려 했다면 섀도스탭이 나를 막아줬겠지.

애초에 섀도스탭에게 내 활동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섀도스텝에게 굳이 언질을 주지 않아도 다른 수하들에게 말할 애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따가 한 번 말해두긴 해야겠다.

혹시 모르는 일이 있는 법이니까.

"너희는 뭐하고 있었어?"

"휴식이라고 해서 완전히 쉬고 있었지, 우리가 지금 여행 온거라면 휴식이라고 이곳저곳 돌아다녔겠지만 우리는 놀러 온 게 아니라 일하러 온 거잖아? 몸도 피곤하고 정신도 좀 나른 해서 그냥 푹 쉬었어.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로 그냥 멍 때리고 앉아있었고. 다같이 아무말 안하고 누워 있는 거 보니까 완전 좀비들이 따로 없었다니까?"

그녀의 말대로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 일까? 시에린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좀 더 활기차고 밝아보였다.

"쉬었다고 하기에는 몇명이 안 보이는 데 어디 간거야?"

안나와 라일라 그리고 용병 몇명이 보이지 않았다.

다같이 이동한 것인지 각자 개인의 일처리를 하러 간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저녁에 회식한다고 했었잖아. 회식할 때 먹을 고기 사러 갔어."

"자리는 구해놨고?"

고기집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고기를 사러 간다는 건 우리끼리 알아서 구워먹는다는 의미인데 한 두명도 아니고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 같이 고기를 구워먹으려면 그만큼 넓은 장소가 필요하고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장비도 아주 넉넉하게 필요했다.

"어, 구해놨어. 주변 여관의 뒷공간을 빌렸어. 이전에 건물을 지으려고 부지를 넓혔는데 공사비가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그만뒀다고 하더라고 우리한테는 잘 된 일이지. 마땅한 공간 찾는게 애매했던 상황이니까 말이야."

나 없이도 잘하네.

왠지 우리 어머니가 애들 키워놔서 편하다고 하신 말씀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얘들이 내가 키운 애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밑에 있는 애들이고 내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한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 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고기는 얼마나 사온데? 건장한 여성들이 20명 가까이 있는데 어지간한 양으로는 택도 없을 거 아니야."

여성도 그냥 여성들이 아니다.

용병으로 단련된 위장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다.

어딘가의 씨름부 처럼 많이 먹지는 못하더라도 일반적인 여성들 보다는 훨씬 많이 먹을 것이 분명했다.

"그것까진 못들었지만 안나가 알아서 사오겠지. 물건 사는 건 걔 담당이지 제 담당이 아니에요."

시에린이 흐물흐물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슬슬 제대로 대답하는 것도 귀찮은 모양이다.

"그래, 괜한 거 물어서 미안하다."

애들이 고기를 사올 때 까지 불판 피는 거나 도와주려고 했는 데 용병들이 남자는 이런거 할 필요 없다고 극구 말려서 결국 가만히 누워있는 신세가 되버렸다.

내 옆에는 미네타와 시에린도 누워 있었는데 부하들이 일할 때 편히 쉬고 있는 걸 보면 아주 팔짜좋은 인간들이었다.

가만히 누워서 기다리다 보니 고기를 사러 나간 애들이 돌아왔고 다 같이 불판에 고기를 올려서 구워 먹었다.

간부는 간부대로 용병은 용병대로 철저하게 분리해서 먹기 시작했지만 먹으면서 이리저리 융화되더니 결국 막 섞여서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끔은 이런것도 좋네.'

부하들이랑 맘 편히 먹고 노는거.

나중에 전쟁이 자주 벌어지면 아마 승자의 권리를 독식할 때 자주 벌어지는 상황이겠지.

지금 내가 드는 잔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잔이지만 그 때 드는 잔은 승리를 축하하는 잔이겠지.

손에 들린 탄산음료를 꿀걱마셨다.

중세시대에 탄산음료가 있다는 건 얼핏 말이 되지 않았지만 노래방도 있는 마당에 탄산음료가 있는 게 대수랴. 노래방 기기가 필요한 노래방 보다는 음료수가 있는 편이 오히려 훨씬 설명이 잘 되기도 했다.

그렇게 실컷 먹고 마신 뒤 아침 일찍 짐을 싣어서 출발했다.

남부가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하긴 했지만 우리의 최종목적지는 이곳이 아니었으니까.

특별히 만나야 할 사람이 라이트 밖에 없던 서부와는 다르게 남부에는 만날 사람이 아주 많다.

대부분은 미리 얼굴 도장이나 한 번 찍기 위해서 찾아가는 것이지만 몇몇 인원들은 동맹을 위한 초석을 닦기 위해서 찾아가는 것이고 극히 일부의 사람은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찾아가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친한 게 무조건 좋은 거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이가 나쁜 것이 사이가 좋은 것 보다 좋게 작용할 때가 있는 법이다.

"안나야, 다음 행성지는 어디냐?"

"일단 해안쪽으로 쭉 이동할거에요. 해안을 따라서 남부를 쭉 돈 다음에 다시 제도로 돌아가는 게 이번 상행의 마무리랍니다. 근데 매번 아는 걸 질문하시는 것도 지치지 않으세요?"

"이래야 마음이 좀 안정 된단 말이지."

상행 루트는 안나와 내가 함께 짰다.

이번 상행에서 필수적으로 들려야할 곳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어도 해안을 따라 이동한다는 큰 흐름은 바뀔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내가 안나에게 행선지를 물은 이유는 그곳에서 만날 인물을 상기하며 긴장감을 심어 놓기 위함이었다.

'그래도 가장 어려운 적을 먼저 만나서 다행이네.'

내가 아까 적이 될 필요가 있는 인물이 있다고 했지?

지금 만나러 가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제이어 제독.

난세의 사람들이 말하기를 위대한 제독.

플레이어들이 말하기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제이어 제독을 잡지 않으면 무조건 적으로 만나거나 껄끄러운 동료로 만나게 되는, 개발자가 사람 빡치라고 만들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캐릭터.

적으로 삼으면 차라리 나을 때가 많다.

남부, 그것도 극 남부에서 세력을 키우는 게 아닌 이상 제이어 제독과 마주칠 일 자체가 많지 않으며 공식 석상에서 서로 욕 한 번 주고 받는 정도로 끝나니까.

'오히려 같은 편이 되면 문제지.'

동맹군의 함선을 약탈하거나. 지원요청을 무시하는 건 일쑤며 자신의 지원요청을 무시하면 대대적으로 비난을 하고 나서는 양반이기 때문에 동맹으로 들여도 없느니만 못한다.

이는 수학적으로 증명이 된 사항인데 능력자들이 통계 프로그램으로 돌려본 결과 그와의 동맹이 전반적인 세력의 하랑을 불러일으켰다는 통계를 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제이어 제독과의 만남과 그와 친밀도를 올리는 걸 극도로 피했으며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는 세력을 제이어 제독에게 보내서 상대의 세력을 갉아먹는데 사용했다.

'그렇다고 프레스티아같이 대단한 군주를 붙여놓으면 큰일 나지...'

제이어 제독이 프레티아의 함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등장하는 수가 있다.

나도 매력하나는 높은 군주긴 하지만 내 세력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그와는 철저하게 적으로서 지낼 예정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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