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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70화 (170/312)

〈 170화 〉 레베나 카르텔­3

* * *

"독대를 한 대가를 받겠다고? 내가 너랑 독대한 건 네 부하와의 정당한 내기에서 이겨서 한 거거든? 대가를 받을 거면 네 부하한테 받아야지 왜 나한테 받으려 해?"

그녀가 상당히 음산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에 화들짝 놀라서 속사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내가 알바가 아니다."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에게 다가오길래 화들짝 일어나서 구석으로 피했다.

"뭘 그리 경계하고 있나? 내가 너한테 이상한 짓이라도 할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네 얼굴 좀 보고 말하지 그래? 지금 네 얼굴 엄청 무섭거든?"

"무섭다니, 나는 무서운 사람이 아닌데 다짜고짜 무섭다고 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실례되는 행위다."

그래도 내가 무섭다고 한 걸 의식했는지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서, 뭘 받고 싶은데?"

"가벼운 일 처리 하나만 해주면 된다."

"무슨 일인데? 미리 말하지만 나는 내 몸쓰는 일은 안 할거야. 순수하게 힘을 쓰는 일이라면 몸이 워낙 약한 편이라서 효율이 아예 안 나오고 성적인 일이라면 너희가 지불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가치가 측정되어 있거든."

"머리를 쓰는 일은 어떤가?"

"들어보고 판단할게."

음산해 보이는 미소와는 별개로 나에게 시키려던 일 자체는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얼굴도 머리에 붙어있으니 충분히 머리로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뭐 이 시발아?"

"얼굴을 사용한 일을 하는 건 어떻겠나?"

어디 가게가서 얼굴마담이라도 해달라는 건가? 홍보 차원으로?

"안돼, 번거로운 건 둘째 치고서라도 나는 나름 꼬마영웅으로 불리는 인물이란 말이야. 이런 곳에서 음지의 카르텔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곤란해. 그냥 돈을 줄게. 어때?"

"스으읍, 아쉽게 됐군... 그러면 100골드만 내놓거라."

"..."

나와 그녀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뭐? 100골드?'

애초에 나한테 돈을 받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녀를 정상적인 루트로 만나려도 해도 100골드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금액이 들텐데 레나를 통해서 만났는데도 100골드를 내라고?

"아지매, 지금 그게 제대로된 금액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싫으면 네 얼굴만 잠깐 빌려주면 된다."

"... 일단 무슨 일인지 들어나 보자."

난세에서는 이런 일 전혀 없었는데... 역시 남녀역전의 여파가 크긴 한 모양이다.

"나에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다."

"그래서?"

"걔가 말을 정말 정말 안 듣는다."

당연한 일이지. 자기 언니 말을 잘 듣는 여동생이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그런데 그 년이 심각한 수준의 얼빠라서 잘생긴 남자가 하는 말은 또 잘듣는다."

"걔한테 뭘 좀 부탁해 달라고?"

"맞다. 이해가 빠르군."

이해가 빠르기는 개뿔, 이야기 흘러가는 길을 따라가면 그 쪽 밖에 나오는 게 없잖아.

"네 부하들 중에서는 잘생긴 남자가 없나보지?"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말도 안 들을 정도로 싫어하는 일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지."

"내가 가서 말하면 들을 정도의 일이야?"

레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하지 않을 일 정도는 아닌가 보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래?"

"별거 아니다. 나를 따라서 내 카르텔은 운영하는 일이지. 그년에게 카르텔을 물려줄 생각은 없지만 자기 언니가 레베나인데 방안에만 박혀서 띵가띵가 놀고 있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네가 가서 한 마디만 해 줬으면 좋겠군."

100골드가 싸게 먹히는 일 아니야?

"고작 너랑 독대 한 번 한 것 가지고는 너무 큰 일인데? 내 쪽에서 오히려 보상을 받아야 하는 일 아니야?"

"내가 근사한 식사 한끼 정도는 대접해 주지."

"미리 말하지만 나 입맛 엄청 까다롭다."

사실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고급스러워 진것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큰 차이가 없으니 그냥 까다로운 셈 치도록 하자.

"좋아. 그러면 바로 이동하지. 너도 시간이 무한한 것은 아닐테니 말이야."

"근데 내가 말하면 듣는 거 맞아?"

"빌드업을 잘 해야 겠지. 그 또한 너한테 맡기겠다."

레베나가 원래 이런 이미지가 아닌데?

되게 일 잘하고 모든 일처리를 깐깐하게 처리하는 걸로 유명한 그녀인데 이렇게 날림으로 처리한다고?

'사실 자기 여동생한테 일을 별로 시키고 싶지 않은 거 아니야?'

아니면 내 외모정도면 레베나의 여동생이라는 사람이 확실하게 넘어올거라는 자신감이 있는 건가?

아직 아무런 정보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를 따라 뒷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왔다.

레베나 카르텔의 수장이라는 그녀의 위치상 밖으로 나올 때는 나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정체를 숨겨야 했는데 둘이서 로브를 푹 눌러쓰고 움직이고 있으니 그 모습이 상당히 기괴했다.

"네 여동생이라는 애는 성격이 어때?"

"성격 말인가... 병신 같다."

이 이후로 무슨 말을 더 할 줄 알았는데 그냥 끝나버렸다.

아무리 자매 사이라고 해도 사람 성격을 설명하는 데 병신같다. 네 글자로 끝내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더 물어본다고 해서 자세히 말해 줄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에 일단 직접 만나서 판단하기로 마음먹었다.

20분 쯤 걸었을까?

그녀의 이름에 걸맞는 거대한 저택에 도착했다.

사용인들이 그녀를 확인하고 커다란 대문을 열었는데 정원도 관리가 잘 되어 있고 건물들도 노후화 되지 않고 아주 깔끔한 좋은 집이었다.

"따라오거라."

다른 곳에 갈필요 없이 바로 그녀의 여동생이 있는 방으로 직행했다.

­똑똑

"누구야?"

안에서 상당히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내 시간을 방해 받는 것에 민감한 사춘기스러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나다."

"언니가 지금시간에 여긴 왜 왔어?"

"일단 나와봐라."

"싫어. 언니가 들어오던가 해."

반항기 가득 넘치는 목소리에 레베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았다. 들어가지."

레베나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녀와 닮은, 그리고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침대위에 엎어져서 과자를 먹으며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언니가 왔으면 한 번이라도 보는 게 어떻겠니?"

"으으... 귀찮은데..."

레베나의 동생이 고개를 들어서 레베나를 바라봤고 그와 동시에 나도 바라봤다.

아직은 로브와 가면으로 얼굴을 단단히 가리고 있어서인지 딱히 대단한 반응이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네 언니 친구란다."

레베나가 먼저 설명하기 전에 내가 선빵을 쳤다.

"친구? 우리 언니는 친구 같은 거 안 키우는데?"

"친구라는 말이 꼭 개인적인 사이간의 친구만을 일컷는 말은 아니잖니. 나랑 네 누나는 세력적인 측면에서의 친구야."

"흐음..."

레베나의 동생이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시선을 만화책으로 내리 눌렀다.

"네 언니한테 듣기로는 네가 언니랑 일하기 싫다고 했었는데 맞아?"

"네, 저는 그냥 평생 놀고 싶을 뿐이라고요. 일은 언니가 하면 되는 건데 왜 저한테 일하라고 하는 지 모르겠다니까요?"

"네가 일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줄까?"

로브랑 가면을 벗고 레베나의 동생을 바라봤다.

아직 만화책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는 나를 보지 못했는지 아주 평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로브와 가면을 벗은 것 정도는 인기척으로 바로 알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고해서 굳이 고개를 들어 내 모습을 확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고개 좀 들어볼래?"

"아.. 진짜 짜증나게 왜그... 헉!!"

그녀가 나를 바라보려 고개를 드는 상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나 정도로 잘생긴 사람은 그녀 입장에서도 처음 봤는지 입을 벌린채 볼만 붉히고 있을 뿐이었다.

"오오오오오오 오빠... 지지지진짜 잘생기셨네요."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중에서도 잘생겼다는 칭찬을 박는 걸 보면 그녀가 어지간히 얼빠인게 아니구나 싶었다.

볼도 잔뜩 붉힌채로 말도 못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어떻게 상대의 성격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와중에 얼굴만 보고 저런 표정을 지을수 있는 건지 걱정이 되는 지경에 다다를 정도였다.

'그래도 일은 제대로 해야지.'

"왜 네가 언니처럼 일해야 하는 지 알려준다고 했었지?"

무릎을 살짝 꿇어서 엎드려 있는 그녀 근처로 다가갔다.

"언니처럼 일해야 오빠 같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거란다. 원래 잘생긴 남자들은 능력있는 여자한테 끌리는 법이거든, 남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렴, 자기 언니의 후광에 기대서 일도 안하고 사는 여자를 좋아해 줄 남자가 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어."

"맞아요..."

그녀는 더 이상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는 것처럼 멍한 표정으로 내 말에 답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언니 따라서 열심히 일할거지?"

"네... 열심히 일할게요!"

마치 세뇌라도 당한 듯 한 그녀의 모습에 방긋 한 번 웃어주니 코에서 코피를 흘리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변태같아서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내가 시선을 피한 곳에서는 레베나가 흐르는 코피를 닦으며 따봉을 취하고 있었다.

역시 자매는 자매구나 싶어서 나도 같이 따봉을 날려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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