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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65화 (165/312)

〈 165화 〉 유니콘은 존재해!­2

* * *

우리의 유니콘 양반은 달이 서쪽으로 넘어가고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고 나서도 한참 이따가 일어났다.

이게 얼마나 늦은 시간이냐면, 상단이 아침도 다 먹고 이동준비까지 마친 채 유니콘이 깨어나는 것만 기다릴 정도로 늦은 시간이었다.

내가 상단주였으니 망정이지 만약 용병의 입장으로 이곳에 있던 거라면 나를 버리고 가도 상관 없을 만큼 늦은 시간이라는 이야기 였다.

­이히히힝

개운한 듯 머리를 터는 유니콘의 모습이 상당히 약이 올랐다.

"야 유니콘."

­이힝?

"내 무릎을 빌렸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하지 않겠니?"

­이히히히히힝

유니콘의 말 소리(진짜 말소리다)에서 나중에 내가 한 번 도와주기로 약속했잖아 라는 어투가 들리는 듯 했다.

바디 랭귀지도 아니고 말의 어투만으로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신기했지만 이는 유니콘이 환수라서 그런거겠지.

"생각보다 자는 시간이 길어졌으니 그만한 보수를 받아야 겠어."

­히이잉

"뭘 원하냐고? 글쎄... 뿔?"

장난스럽게 물어보니 유니콘이 눈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장난이야 장난! 아무리 나라도 이 정도 무릎배게를 해준 것 정도로 네 뿔을 달라고 하지 않아."

유니콘이 다시 온순해졌다.

단 1초라도 변명하는 시간이 늦어졌더라면 아마 유니콘이 한바탕 난리를 부렸을 거다.

'위험하고 절대 줄리도 없지만 일단 뿔을 달라고 한 이유가 있지.'

"뿔이 안되면 갈기를 조금 잘라가는 건 어때? 어차피 금방 자라는 거잖아.

­히히힝.

유니콘이 고민하듯 고개를 숙였다.

유니콘의 목뒤쪽에는 풍성한 하얀색 갈기가 자라나 있었는데 유니콘의 갈기 또한 뿔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비싼 값에 거래되는 마법물품 중에 하나 였다.

아무리 재생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멋들어지고 풍성스러운 갈기가 사라지는 건 싫었는지 상당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마저도 내가 처음에 뿔이라는 과한 걸 요구한 다음 갈기라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걸 요구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 처음 부터 갈기를 요구했다면 고개를 확 돌리고 절대 안준다는 태도를 고수했을 확률이 높았다.

"환수라는 놈이 째째하게... 너는 자존심도 없냐? 자기 무릎을 빌려준 동정한테 그 정도도 못해줘?"

­히히힝!!!

내가 놈의 자존심을 건드리자 다시 눈을 벌겋게 빛내며 앞다리와 뒷다리를 마구 움직였다.

"이런 놀림 당하는 게 싫으면 제대로된 보상을 주면 될 거 아니야."

­히히히힝!!

유니콘이 크게 소리쳤다.

"갈기 주겠다고? 알았어."

내가 이렇게 빠르게 반응할지는 몰랐는지 상당히 벙찐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미 늦었단다 유니콘아. 낙장불입이라는 말 들어봤니?

"얘들아 유니콘 갈기 자를 준비해라."

알아서 척척 진행되어가는 상황에 유니콘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녀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자기가 한 말이 있어서 반항도 하지 못한 유니콘은 결국 그 풍성한 갈기를 전부 잘리고 말았다.

푸른색의 갈기를 잘 모아서 담은 후 유니콘에게 손을 흔들어 줬다.

"그러면 다음에 보자 유니콘아."

­푸르르르륵

아무말 없이 떠났던 저번과는 달리 이번엔 자기가 잃은 게 있어서 그런지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하늘로 날아갔다.

"... 갔냐?"

"간 것 같은데."

"크으 개이득 봤고요."

유니콘 한테 뭐 하나 뜯을 생각이긴 했는데 갈기를 이렇게 많이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엘릭서의 재료중 하나로도 쓰인다는 유니콘의 뿔 만큼은 아니지만 유니콘의 갈기 정도도 충분히 마나전도율이 높고 뛰어난 재료였는데 그런 갈기를 원형상태 그대로 전부 뜯어낼 수 있었다.

"다 팔면 못해도 100골드는 나올 것 같은데요? 중간에 잘 조정하면 최대 300골드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안하지만 이건 비매품이란다 안나야."

우리 세력에 누구보다 이 갈기를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한테 주는 게 맞지.

"미네타."

"응? 왜 불러?"

"이거 가져."

미네타의 눈이 똥그랗게 커졌다.

누군가한테 강제로 뜯긴게 아니라 저항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번에 쓱 밀어버린 유니콘의 갈기는 하이네스 백작가라도 쉬이 구할 수 없는 물건임은 분명했다.

방금전까지 100골드에서 300골드 정도의 값어치가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기 때문에 갈기의 가치가 더 크게 와닿기도 했을 테고 말이다.

그런 물건을 자기한테 주겠다는 데 놀라지 않을 만한 사람은 없겠지.

"나 가지라니... 이건 네거잖아."

"맞아. 내거야. 그러니까 너한테 그냥 줄 수도있지."

유니콘의 갈기는 상단에서 힘을 합쳐서 얻은 게 아니다. 내가 밤새 유니콘에게 무릎을 기대게 해준 덕분에 얻을 수 있는 물건이며 매력 95가 넘는 수치에 동정이라는 능력으로 얻은 재료다.

그 누구도 유니콘의갈기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우리 애들이 이런 상황에서 자기 소유권을 주장할 애들도 아니고.'

시에린 정도면 한 가닥 정도는 자기 지분이 있다고 장난을 칠것도 같았는데 가만히 있는 걸 보니 그런 장난을 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우리 세력의 유일한 마법사잖아? 이거가져가서 지팡이 만드는 데라도 써."

모르긴 몰라도 유니콘의 갈기 정도면 초고급 지팡이를 만드는 데 충분한 재료가 될것이 분명했다.

"고마워... 잘 쓸게."

미네타가 울먹이면서 갈기가 담긴 통을 받았다.

'이로서 시에린 빼고는 선물의 균형이 얼추 맞았네.'

안나나 라일라는 아직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름도 잘 기억안나는 훈련소장이랑 전기의 신 씨는 아직 주요 수하로 인정받기 전이니 시에린에게만 제대로 된 선물을 챙겨주면 기본적인 충성도 작은 끝난다고 볼 수 있다.

라이넬에게는 갑옷을 선물로 줬고 미네타에게는 갈기를 선물로 줬으니까.

"시에린한테 줄 선물은 나중에 꼭 마련해 줄게."

"안 줘도 돼. 나한테는 너라는 군주 자체가 선물이나 다름 없는 걸."

난세를 진행할 때 플레이어의 선물을 절대 안 받는다고 하는 수하들이 있다.

그런 수하들은진심으로 충심이 뛰어나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긴 해서 선물을 안 챙겨 줘도 배신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주기로 계속 선물을 챙겨줄 필요가 있었다.

겉과 속 모두 괜찮다고 받아들여도 다른 수하들은 계속 선물을 받는 데 자기만 못 받으면 기력도 떨어지고 자기도 모르게 섭섭함을 느끼게 되거든.

"거절은 받지 않아. 무조건 줄거야."

"큼큼... 저희 선물은 없나요?"

"라일라씨는 아직 임시 수하잖아요? 임시 수하한테 줄 선물은 없어요."

"저는요?"

"안나 건 언젠가 반드시 챙겨 줄게."

안나의 오빠인 에이스 것도 한번에 구해다 주면 되겠지.

안나만 잘 잡고 있으면 에이스가 배신할 걱정은 안해도 되긴 하겠지만 동생한테만 계속 선물을 주면 자기는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일을 안하겠다고 선언해 버릴 지도 몰랐다.

"고마워요!"

라일라가 축 쳐져서 시에린 쪽에 붙었다.

"라일라씨도 정식으로 제 수하가 되시면 그 때 선물을 챙겨드릴게요."

"알았어요..."

아무래도 금세 기력이 회복될 것 같진 않아서 일단 상단을 출발시키기로 했다.

"안나, 오늘 일정이 어떻게 돼?"

"일단 주변 마을 들러서 물건을 좀 챙길거에요. 다행이도 이 근처에 특산품이 명확한 곳이 있어서 거기서 물건을 채우고 이동하면 될 것 같아요."

"중간에 나 밥먹을만한 장소가 있을까?"

"아... 아이데스님 아침 안 드셨죠?"

안나의 목소리에 상단 전체가 멈춰섰다.

"지금이라도 먹고 가요!"

"아냐 됐어. 이미 시간이 충분히 많이 지체됐는데 나 때문에 더 시간을 쓸 수는 없지. 나는 괜찮으니까. 그냥 가자."

어제 저녁은 유니콘이 잠든지 얼마 안돼서 안깨어날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맘편히 먹을 수 있었지만 아침엔 유니콘이 깨어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밥을 먹지 못했다.

그 탓에 안나가 당장이라도 멈춰서 밥을 먹고가자고 보채고 있었지만 밥 한 끼 정도 굶는 건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어차피 다이어트 해야해서 많이 못먹어."

당연한 말이지만 새 빨간 거짓말이다.

내 몸에는 매력보정이 아주 단단하게 적용되어 있어서 살이 금방 찌는 체질도 아닐 뿐더러 다이어트라는 걸 생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겠어. 수하들 걱정 덜어주려면 이런 핑계라도 대면서 변명해야지.

"어차피 이따가 점심 먹을 거잖아. 그 때 많이 먹으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안나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니 금세 편안한 표정이 됐다.

"그러면 이제 가자. 언제까지 서 있을 순 없잖아."

"네! 다들 이동합시다!"

안나의 외침과 함께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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