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화 〉 아이데스 세력 완전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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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난세의 여포 다웠다.
아이작이 나보다 나이가 많긴 했지만 그 나이가 20살이 넘지 않았을 텐데 벌써 무력이 80을 너머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니...
'다행이 난세대로 흘러가네.'
경외감 보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난세 유일의 무력 100캐릭터라는 아이덴티티를 지켜주기 위해서인지 남녀역전 속에서도 그의 무력 잠재력은 100이라는 미친 수치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설마 남녀역전 패널티를 받아 성장력이 늦어진 건 아닐지 걱정을 하던 참이었다.
아무리 최종적으로 무력 100을 찍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다고 해도 지금시점에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서지 못했다면 북부의 반란 이벤트가 너무 시시해질 우려가 있었으니까.
"아이작님을 막을 집단이 없다고?"
"당연히 없지. 청기사단과 적기사단은 제도를 수호해야만 하기 때문에 아이작을 막으러 이동할 수 없다. 중앙파 귀족들의 기사단 중에선 제대로 된 명문 기사단이 없어. 아마 제도 바로 밑까지 내려오고 나서야 제압할 수 있을거야."
이 형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중앙파 세력에는 아이작님을 막을 힘이 없지만, 지방파로 눈을 돌리면 어때?"
"지방파? 그들이 아이작의 남하를 막을까? 각자 자기 세력을 키우려고 자기 지방에 박혀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이작을 막음으로서 충분한 이득이 자신들에게 주어진다면 당연히 막으려고 들겠지. 중앙파에도 머리가 없는 건 아니야. 자신들이 위험하다는 판단이 서면 아무리 사이가 나쁜 지방파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게 그들이야."
"흐음..."
라이트가 낮은 침음성을 내며 턱에 손을 가져다 댔다.
리쿠르트 세력 중 그 누구도 라이트의 고민에 같이 의견을 내주지 않았는데 이는 문관이라고는 라이트 밖에 없는 리쿠르트 세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참여한다고 쳐도 모든 지방파세력이 참여하진 않을거야. 아이작이 남하하면서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자기 세력을 키우려는 작자들이 더 많겠지."
라이트도 그런 인간들 중 하나다.
"나도 알아. 그런데 제도에서의 입지를 중요시 하는 지방파 세력 중에서 상당한 거물들이 있지 않아?"
"... 헬링 자매를 말하는 거야?"
"그녀들도 있고 다른 이들도 있지."
"확실히... 헬링 자매가 아이작의 반란을 진압하는 데 참여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안돼... 중앙파세력이 키워놓은 병력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그의 남하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
모르는 게 아니라 무조건 막힌다.
그 과정에서 프레스티아는 큰 공을 세우고 자신의 세력을 닦을 기초를 마련하지.
제도에서 돌아다니면서 불완전하게 지내온 지난 날들과는 다르게 제대로 자기 영지를 마련하고 힘을 키울 수 있게 된다.
"뭐, 어떻게 되든 형이나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잖아. 형은 여기서 조용히 힘을 기를 거고 나는 제도에 남아서 황실을 보좌할 뿐이야. 나는 아직 전쟁에 참여할 힘이 없으니까."
"아직, 이란 말이지?"
"결국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군공만한게 없으니까."
아이작 같이 미련한 인간이 아니라면 전장의 지휘관한테 뇌물 정도는 기본적으로 바칠테니, 뇌물만 잘 내고 잘 싸우기만 한다면 가장 빠르게 세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서 형한테 병장기를 달라고 하러 온거고."
"네가 그 병장기들로 나를 찌르진 않겠지?"
라이트가 장난 스럽게 물어왔다.
"당연한 말씀을."
그가 준 병장기를 처음 사용하는 전장에서 그와 나는 동맹이 될 것이다.
약속이라는 건 피로 씻어내면 금방 사그라들 뿐이었다.
그가 준 병장기들 이 두번째로 사용되는 전장에서 그와 내가 적으로 만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지.
적당히 이야기를 끝낸 뒤 라이트의 안내에 따라 움직인 뒤 병장기들을 담았다.
가죽 갑옷 상하의에 장창, 거기에 단검까지 있는 병장기 세트를 무려 천개나 담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미네타가 가져온 주머니 안에 모두 넣을 수 있었다.
"오래동안 보관할 모양이지?"
"그런 예민한 거 물어보지마."
라이트와 나 사이의 거래가 이루어 지고 있을 때 각 세력의 기사들은 서로 모여서 가벼운 대련을 진행했다.
내가 데리고 있는 기사의 수가 리쿠르트 세력의 기사의 수와 비슷했다면 조금 더 격한 대련을 진행해도 됐을 테지만 우리 세력에서 앞에 나갈만한 기사는 라이넬 단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면서 대련을 진행했다.
라이트 휘하의 네 기사 모두 라이넬과 붙어보고 싶을 텐데 네 명모두 제대로 싸우려고 든다면 아무리 라이넬이라도 지쳐서 땅에 퍼져 버릴 테니까.
라이넬의 아무리 대단한 인재라고 해도 인간은 인간이었다.
몸을 격하게 움직인 다음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인간일뿐이었다.
챙!!!
상당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대련을 하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압권이였다.
여기사라고 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안된다.
이곳은 남녀역전 세계기 때문에 여기사라는 존재는 특유의 시니컬함과 연약한 모습이 아니라 우왁스럽고 거대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게임인 만큼 얼굴이 다들 예쁘고 몸매도 좋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덜드는 것이지 제대로 보면 체격이 상당했다.
남자같은 체격이 아니라 아마조네스식의 탄력있는 몸매를 가진 걸 그나마의 다행으로 생각하자.
만약 라이넬이 탄력있게 건강한 듯한 눈나 체격이 아니라 전생의 남성과 똑같은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좀 우욱일지도?'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그건좀...
"뛰어난 기사를 뒀어."
"라이넬이 좀 많이 뛰어나긴 하지."
세일렌과 리하트와 대련할 때는 계속 밀리던 라이넬이었지만 마이테스와 필리엣을 상대로는 수월하게 몰아쳤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라이넬 정도면 전 제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형은 벌서 익스퍼드의 경지에 오른 수하가 무려 4명이나 되잖아. 나는 그게 더 부러운데?"
"맘껏 부러워해. 우리 세력이 다른 건 몰라도 기사진은 아주 뛰어나거든. 내 직속부하들 말고도 향후 3년 정도면 익스퍼드의 경지에 오를 것 같은 이들이 3명이나 더 있어."
"나이대가 어떻게 되는데?"
"너랑 비슷할 거다."
그 삼자매를 말하는 거구나?
'잘하면 빼올 수도 있지만...'
그냥 넘기자.
라이트는 일단 동맹이기도 했고 삼자매가 각자 하나의 욕망이 지나치게 강해서 제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참고로 이는 플레이어가 라이트가 아닐때의 이야기일 뿐으로 라이트로 플레이 하면 삼자매를 정말 쉽게 컨트롤 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익스퍼드의 경지에 오르는 기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세력 전체에 있어서 아주 좋은 증조다.
지금 나이대에 익스퍼드가 됐다면 아무리 못해도 무력 70의 벽 정도는 넘는다는 의미니까.
평범하게 재능있는 기사가 30대 중반은 돼야 익스퍼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 재능이 남다르다는 의미지.
"오늘 바로 갈거냐?"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같이 점심이나 한끼하고 바로 출발할 것 같아."
"아쉽군."
"나도 아쉬워. 하지만 어떡하겠어. 한 세력의 수장으로서 가만히 멈춰 서 있을 수만은 없는데."
"다음에 만날 땐 조금 더 느긋한 상황에서 만나길 기원하지."
"그래..."
이렇게 분위기 다 잡아놓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 이동해서 상호 뻘쭘해 졌다는 건 비밀이다.
대규모 인원이다 보니 저번처럼 병사들과 같이 먹진 않고 영주성에서 먹었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어지간한 고급음식들은 다 먹어본 내가 먹을 만한 수준이라는 건 실질적으로는 상당히 맛있는 음식의 반열에 올랐다는 뜻이기도 하지.
점심을 다 먹은 뒤에는 깔끔하게 헤어졌다.
라이트와 나는 사나이간의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여자들끼리도 어깨를 툭툭 치면서 인사함으로서 이야기를 마쳤다.
"앞으로는 어디로 갈거야?"
"일단 일주일 정도에 거쳐서 남부로 이동할거에요. 주변마을에서 적당히 물건들 좀 채우고 거의 직선루트로 이동할 거에요."
"내가 딱히 신경쓸 건 없지?"
"네, 딱히 없으세요."
편하게 잘 수 있겠네.
어제 시에린과 라일라랑 함께 거의 밤을 세다시피 뜨거운 대화를 나눠서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프레스티아의 세력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우군을 만나는 건데 뭐 그리 고려할 게 많다고 하는지 진짜 정신 나갈뻔 했다.
리쿠르트 변경백을 나와서 한참을 걸어가는 동안 나는 두 눈을 꼭 붙이고 잠에 들었다.
적어도 1시간은 유지된 내 단잠을 뺏은 존재가 있었으니
히이이이잉!!!!
바로 뿔이 하나 달린 날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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