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아이데스 세력 완전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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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자마자 성으로 향했다.
어제 밤에 섀도 스탭을 통해 라이트의 수하 또한 모두 모인 것을 확인했다.
'세력대 세력으로 만나는 건 처음인가?'
아주 처음은 아니지, 저번에 황실연회에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때는 저쪽에서 없던 사람이 둘이나 있었던 데다가 제대로 된 독대가 아니었으니까.
'일단 오늘이 지나면 나랑 라이트가 친하다는 사실 정도는 제국 전체에 알려지겠네.'
눈치 빠른 작자들은 진작에 알고 있을 정보였다.
조금만 조사해도 내가 여름방학 시기에 리쿠르트 백작령에서 시간을 꽤 썼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으며 동부의 세력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같이 자고 나오기 까지 했으니 어느 정도 정보력이 있는 집단이라면 나와 라이트가 사상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세력대 세력으로 만나는 것과는 이야기가 다르지.'
오늘이 지나면 아이데스 세력과 리쿠르트 변경백 세력이 만났다는 이야기가 카더라 통신을 통해서 알음알음 전달될 것이다.
황녀가 나를 총애함과 더불어서 내가 워낙 제국을 위해 살겠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녔기 때문에 두 세력간의 동맹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겠지만 서로 몰래 편의를 봐주는 정도는 충분히 행할 수 있으리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게 되겠지.
"왔어?"
"그럼 왔지."
성으로 들어가니 입구에서 리하트가 우리를 맡아줬다.
얼굴에 긴장감이 살짝 감도는 걸 보아하니 그녀도 지금 자리의 중요성 정도는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뒤쪽 사람들이 네 부하들이야?"
"어, 내 듬직한 부하들이지."
하나같이 S급 인재들인데 어떻게 안 듬직하겠어.
참고로 섀도스탭은 숙소에 두고왔다.
섀도스탭이 아무리 재능이 넘치는 애라고 하지만 아직은 어린데다가 은신술을 배운지도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영주성 정도의 보안을 지닌 곳에 들어왔다가는 바로 들켜버릴 것이 분명했고 온화했던 라이트와 나 사이의 관계는 금방이라도 얼어버릴 듯 싸늘하게 변해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당당하게 데려갈 수도 없었다.
섀도스탭은 정보요원겸 암살자였다.
극비리에 다뤄져야 하는 존재라는 말이다.
그런 존재를 아직은 아군이지만 언제 적이 될지 모르는 존재 앞에 데려간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
"듬직해 보이긴 하네."
리하트의 시선이 라이넬에서 멈춰섰다.
둘다 기사인 만큼 서로에게 이끌리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었는데 짧은 순간의 시선교환은 라이넬이 먼저 시선을 피하면서 끝났다.
어느새 무력 60을 넘긴 리하트 앞에서 무력 50을 겨우 넘긴 라이넬은 아직 초보 기사에 불과했으니까.
"따라와 애들이 기다리고 있어."
리하트를 따라서 걷자 평소에 만나던 방이 아닌 다른 방에 도착했다.
끼이익
기름칠이 잘 되지 않은 듯 거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고 곧 라이트를 포함한 그의 세력이 모습을 들어냈다.
"왔어?"
라이트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겼다.
"어, 왔어."
서로를 마주 보듯 배치된 의자들 중에서 당연하게 라이트의 앞에 앉았다.
내 바로 옆에는 시에린이 앉았고 그 옆에는 미네타, 라이넬, 안나, 라일라 순으로 앉았다.
라이트쪽 세력은 라이트, 리하트, 세일렌, 히네스, 마이테스, 필리엣 순으로 앉아있었는 데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이테스와 필리엣이 내 쪽을 향해서 가볍게 손을 흔들길래 나도 따라서 흔들어줬다.
'역시 성장이 빨라.'
저번에 만났을 때는 분명 라이넬보다 한참은 뒤져 있었는데 지금은 둘 다 무력 50을 넘겨서 소드 익스퍼드의 경지에 올라와 있었다.
먼저 익스퍼드의 경지에 오른 라이넬보다는 살짝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둘 다 대단한 재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역시 리쿠르트 세력은 검사가 강세인가.'
당장 우리 눈 앞에 앉아있는 이 중 4명이 검에 대단한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리쿠르트 세력은 자체적인 기사단도 있는 만큼 전장에서 만나면 큰 위험이 되겠지.
'든든한 우군이 될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는 미래가 되어 봐야 알겠지.
"그 사이에 수하들이 늘었네? 저번에 대려온 사람들이 전부가 아니었나봐?"
"한 명은 그 때 할 일이 있어서 못 갔고 다른 한 명은 새로 영입한 인재야."
"말은 제대로 해주세요. 아직 임시 인재랍니다."
라일라의 새침한 말에 라이트가 슬 웃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사시랑 나의 완전한 수하라는 것 정도는 눈치챘기 때문이겠지.
초면인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일단 각자 자기소개 부터 했다.
우리 세력의 유일한 기사인 라이넬이 자신을 소개할 때 반응이 가장 뜨거웠는데 상대쪽 기사 4명이 라이넬을 따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거든.
'라이넬이 대단한 인재긴 하지.'
제국 전체 범위에서도 동년배 중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오른 인재다.
세일렌과 리하트에 비해서는 성취가 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이는 단순히 그녀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지 만약 라이넬이 리하트와 나이가 같았다면 확실하게 그녀의 성취를 뛰어 넘었을 것이 분명했다.
라이넬 덕분에 기사 전력이 밀리는 우리로서도 나름 기세를 세울 수 있었다.
"문관이 많네."
"나는 형처럼 든든한 지지기반이 있는 게 아니니까."
황녀는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없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나약한 인간인데다가 언제 나를 배신할지 모른다.
하지만 라이트는 자신의 것이 될 영지를 가지고 있었고 남한테 뺏길지언정 배신하고 떠나가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라이트는 상대적으로 문관 보다는 무관을 늘릴 수 있었고 나는 무관보다는 문관 위주로 편성할 수 밖에 없었다.
제도라는 치열한 공간에서 살아남으려면 힘의 싸움 보다는 머리의 싸움을 펼쳐야 했으니까.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어. 하나 같이 대단한 인재들이야. 플레아네가 다스리는 수하들이 아니었다면 뒤에서 영입해 보려고 수를 쓰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내 수하들이 대단하긴 하지."
난세의 지식을 가지고 이루어낸 드림팀이다.
솔직히 말해서 라이넬이 조금 딸리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케어할 수 있는 수준이니 문제 없었다.
대화는 아주 평온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서로 적대적인 사이가 아니니 만큼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위험한 이야기 하나 안하고 평화롭게 대화가 흘러가는 것이 참으로 편안했다.
"맞다. 플레아. 북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 들었어?"
"북부가?"
북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 그런 거 들어본 적 없다.
하지만 알고는 있었다. 슬슬 아이작이 반란을 일으킬 만한 시기라는 것 정도는 난세를 수천시간 플레이한 나로서는 모를 수가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래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대처했다.
제도에서 작은 세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내가 북부에서 반란이 일어날 거라는 고급 정보를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당연히 모르는 게 정상이었고 아는 척 해서도 안됐다.
"왜? 또 야만족들이 난리를 피우기라도 했데?"
"아니 이번엔 아이작이 난리를 피운데."
"아이작? 그 사람이 왜?"
"너도 기억하겠지만 아이작 그 인간, 북부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우고도 제대로 대접도 못받고 아무런 실리도 못챙겼잖아. 기억하지?"
"당연히 기억하지."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 개선식에도 들어오지 못하다니 그만큼 멍청한 개선식은 앞으로도 없을 거다.
"그것 때문에 빡 돌았는지 병사를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계속 들려오고 있어 중앙 쪽에서 제제하려고 해도 워낙 먼데다가 춥고 헙난한 곳이 북부 아니겠냐. 제대로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서 원래도 가장 지방 세력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었는 데 지금같은 상황에서 재대로 일 처리가 되겠어?"
"당연히 안되겠지?"
"그래서 지금 황실을 비롯해서 중앙파쪽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 현재 중앙파의 전력으로는 북부에서 내려올 아이작의 세력을 막아설 힘이 없으니까."
"아무리 상대가 아이작이라고 해도 그렇지 쉽게 막아설 수 있지 않을까?"
순진한 척 물었다.
"아이작, 벌써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데. 그가 자신의 기사단과 함께 남하하면 당장 그를 막을 수 있는 집단은 존재하지 않아."
라이트가 아주 단언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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