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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61화 (161/312)

〈 161화 〉 아이데스 세력 완전체­1

* * *

"흐허엉 너무 보고 싶었어."

반쯤 우는 표정을 하면서 나를 꽉 껴안고 있는 녹색 머리의 여성.

다름 아닌 미네타였다.

그 동안 고생을 많이 한 건지 얼굴이 상당히 홀쭉해 있었는데 젓살이 완전히 빠진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아서 오히려 좋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볼이 홀쑥한 미네타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할 건 다 하고 온거지?"

"편지로 몇번이고 말했잖아. 이제 너희랑 합류할 수 있다고... 엄마가 내 준 모든 시련을 전부 이겨냈다고..."

"그래 우리 미네타 잘했어요."

등을 몇 번 두드려 주니 미네타가 나를 꽉 껴안았다.

16살 정도면 아직 한참 성장기 였기 때문에 미네타도 반년간 많은 성장이 있었는데 특히 내 얼굴쪽에 집중적으로 닿는 부위의 성장이 아주 도드라졌다.

'푹신푹신한게 기분 좋군.'

미네타는 내 얼굴이 자신의 가슴에 박히든 말든 아무런 신경도 안 쓰고 나를 꼭 껴안고 있기만 했다.

몇번이고 말하지만 이 세계는 남녀역전 세계라서 남자의 얼굴이 자기 가슴에 닿는 것 정도는 크게 신경 안쓴다.

오히려 남자쪽에서 싫어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나는 절대 그런 케이스가 아니니까.

"미네타. 좀 너무한데? 우리는 안보고 싶었어?"

"시에린이랑 라이넬도 보고 싶었어."

미네타가 다시 엉엉 거리면서 시에린과 라이넬을 동시에 껴안았다.

미네타가 저렇게까지 사람을 그리워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아마 하이네스 백작 밑에서 엄청 구른 듯 보였다.

우리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굴렀으니까 저런 반응이 나온거겠지.

"안나도 오랜만이야."

그리고는 안나까지 꽉 껴안고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을 껴안으려다가 멈칫하고 멈춰섰다.

"어... 누구세요? 처음 보는 얼굴인데..."

"라일라라고 하옵니다. 이번에 군략가로서 플레아 아이데스님의 세력에 들어온 여자죠."

"언제 들어오셨어요?"

"4일 정도 됐을 거에요."

라일라의 단정한 모습에 미네타는 감히 팔을 뻗지 못하고 우리쪽으로 들러붙었다.

"그리고 소개 시켜 줄 사람이 한 명 더 있어."

"다른데 갔나봐? 용병들 말고는 없는 것 같은데?"

"섀도스탭."

내가 낮은 어투로 읍조리자 내 앞에서 섀도스탭이 스르르하고 몸을 들어냈다.

"암살자야?"

"암살자로 쓸 수도 있고 요원으로도 쓸 수 있지. 미네타도 5서클에 이른 강자인데 딱히 마법을 쓰기 전까지는 못알아 봤지?"

"어, 전혀 몰랐어... 탐색 마법을 쓰면 찾을 수는 있겠지만 늘 탐색 마법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네타의 놀란 표정을 보니 섀도스탭을 영입한 가치가 톡톡히 느껴졌다.

이런 귀중한 인재를 별 노력없이 얻을 수 있는 걸 생각하면 난세의 밸런스도 상당히 엉망이란 말이지.

섀도스탭보다 구하기 어려운데 능력은 섀도스탭 발끝에도 못 따라 오는 애들이 많다.

물론 섀도스탭과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런 인재라도 써야 겠지만 나한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지.

"훌쩍..."

애가 지난 시간 동안 감수성만 커진걸까? 또 뭐가 자극됐는지는 몰라도 울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또 왜 그래?"

"플레아 세력이 진짜 많이 커졌구나 싶어서 그렇지..."

"많이 크긴 했어. 처음엔 플레아랑 나, 너, 라이넬 이렇게 4명이서 시작한 세력인데 벌써 제대로된 상단도 있고 군략가도 있고 심지어 정보 요원도 있잖아? 여기엔 없지만 마법사도 한 명 더 있고 기사겸 훈련대장도 있고 말이야."

"아직 갈 길이 멀었어. 우리 목표는 제국을 먹는 거니까."

주변의 사람들이 들을 걱정은하지 않아도 됐다.

미네타가 몸에 깊숙히 베여 있는 습관으로 주변에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게 차단을 시켜놨으니까.

"제국을 먹는다니, 참 포부도 크셔요."

그렇게 말하는 라일라의 입에는 미소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동안 라일라와의 관계에도 상당한 개선이 있었는데 내가 가진 야망과 포부를 밝혀주니 거의 넘어온 것과 다름 없는 모션을 취해주고 있다.

아마 내가 라일라한테 정식적으로 밑으로 들어오라고 하면 바로 넘어올 것 같긴 한데 최종적으로 내가 주도권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라일라가 먼저 들여보네주세요 하고 빌기 전에는 정식으로 우리 세력에 받을 생각은 없다.

"너무너무 큰 목표지... 하지만 일단 목표는 크게 잡은 게 좋은 거잖아? 크게 목표를 세우면 달성하지 못해도 중간을 갈거 아니야. 난 플레아가 꼭 황제가 되지 않더라도 제국의 중추적인 역할 정도만 되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아."

시에린 쟤는 포부가 없어. 여자로 태어났으면 꿈을 크게 가져야지.

"일단 성으로 들어가자 언제까지 성문을 막고 있을 수는 없잖아."

병사들이 우리를 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욕을 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를 바라보는 눈초리에는 상당한 불편함이 깃들어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서 있다가는 그들의 시선에 몸에 구멍이 뚫릴 걱정을 해야 할 듯 했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여서 성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가져오라고 한건 가져왔어?"

"어 가져왔어. 그런데 이건 왜 가져오라고 한거야? 완전 반쪽짜리 아티팩트인데."

미네타가 들고온 건 마법주머니였다.

특수한 공간마법을 사용해서 내부의 공간을 넓힌 마법 주머니는 겉으로 보이는 것 보다 월등히 많은 양의 물건을 담을 수 있었는데 게임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100l정도 되는 부피의 물건을 넣을 수 있는 마법 주머니 조차 엄청나게 비싼 값에 거래됐다.

하지만 미네타가 들고온 마법주머니는 무려 1만 리터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물건을 보관할 수 있었다.

100리터가 비싼 값에 팔릴 정도인데 1만 리터는 얼마나 더 비싼 가격에 팔릴지 가늠이 안 될 수도 있었지만 굳이 가늠할 필요가 없었다.

미네타가 말했든 이 마법주머니는 반쪽짜리 아티팩트였으니까.

딱 한번만 물건을 넣을 수 있고 딱 한번만 물건을 뺄 수 있다.

한번 넣고 뺀 마법주머니는 바로 파괴되어 사라진다.

아무리 저장용량이 커도 단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면 그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법이었다.

물론 한 번 밖에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운반할 수 있는 양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가치가 상승하긴 했지만 그래봤자 대 용량 마차 몇개에 뒤지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다 쓸데가 있어서 가져오라고 했지."

라이트한테 받기로 한 병장기들을 이 마법 주머니 안에 보관할 것이다.

당장 팔아야 하는 물건들을 담기에는 정말 효율성이 나쁜 물건이었지만 어차피 딱 한 번만 보관하고 이후부터는 병사들한테 입힐 병장기들을 보관하는 데에는 이만한 아티팩트가 없었다.

"그래 플레아가 쓸데가 있다고 하면 다 쓸모가 있는 거겠지."

미네타가 굉장히 순순히 내 말을 받아들였다.

"근데 나 배고파... 벌써 밤이 다 되가는 데 저녁도 못먹고 걸어왔단 말이야."

"너희 집 재력이면 마차를 타고 와도 되고 텔레포트도 탈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걸어와서 사서 고생을 하냐?"

"너희도 힘들게 걸어왔잖아. 나는 괜히 늦게 오면서 편하게 왔네 뭐네 소리 듣기 싫어서 나도 걸어온 거지."

"으이구 저 답답이."

시에린이 자기 가슴을 치며 화냈다.

화 낼만하지 내가 봐도 미네타는 상상히 답답한 인간이었으니까.

"미안하다! 됐냐!"

"됐다!"

둘의 커다란 호통을 듣고 지금까지 우리가 찾아왔던 맛집을 향해 걸어갔다.

밤에도 장사를 할지 모르겠는데 만약 하지 않는다면 다른 곳을 찾아가 봐야지.

"지금 어디 가는거야?"

"배 고프다면서? 밥먹으러 가는 거지."

밥 얘기를 하니 미네타의 표정이 확하고 밝아졌다.

얘는 도대체 방학동안 무슨 짓을 했길래 성격이 이렇게 뒤죽박죽이 된걸까?

너무 애 같잖아.

다행스럽게도 식당은 밤에도 문을 열었고 빈자리를 구해서 다같이 앉을 수 있었다.

"물건들은 다 팔았어?"

"다 팔았어. 다 팔고 너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거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나한테 다른 곳으로 간다고 편지하면 되지 왜 나를 기다렸어?"

"정확히 말하면 너를 기다린 게 아니라 네가 가지고 올 아티팩트를 기다리고 있던 것 뿐이야. 그 아티팩트가 필요 없었으면 네 말대로 너한테 편지 한통 남기고 바로 다른 곳으로 갔을걸? 그 아티팩트한테 고마워 하도록 해."

미네타가 볼을 슬 부풀리며 잘 익은 코치 하나를 집어먹었다.

"그래서 그 아티팩트는 어디에 쓰는 건데?"

"내일이 되면 알 수 있을거야."

내일이면 리쿠르트 세력쪽 사람들도 다 모인다고 했으니까.

그 때 이야기 하면서 물건도 받아오면 되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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