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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59화 (159/312)

〈 159화 〉 세력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1

* * *

나름 소규모로 출발한 상단이었지만 작은 마을에서 라일라를 픽업해 오고 우리마을에서 섀도스탭을 추가로 데려오자 인원의 규모가 늘었다.

어차피 잠은 근처의 도시에서 해결하는 만큼 인원수가 많은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라이넬과 시에린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 충분히 친하지 않았으니 그만큼 어색한 공기가 우리 마을에서 물건을 팔 때 계속 느껴졌다.

"이렇게 작은 마을까지 와서 물건을 팔아주셔서 감사해요."

"아니에요. 어머니!"

상단이 우리 마을에 머무는 2시간 동안 어머니는 내 수하들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고개를 들기가 힘들었다.

애들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렇고 나를 띄워주기에 바빴거든.

대화의 절반이 나에대한 칭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떻게 고개를 들 수가 있겠어?

그나마 애들이 떠나갈 때가 되니까 물건 팔아줘서 고맙다는 말이 나온거지 방금 전까지만 나의 어디가 대단하다느니 황실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느니 어린나이에 벌써 영웅이라는 칭호를 지니고 있다느니에 대한 무호흡 딜링이 가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많이 아쉽네 반 년만에 만나는 건데 조금 더 있어도 좋으련만."

"죄송해요. 다음에 올 때는 꼭 오래 있을 게요."

"그래 아들, 몸 건강하게 잘 다니고 하는 일 잘 되길 빌게."

어머니가 나를 꼭 안아주셨다.

"나도 오빠 안을 거야!"

플린이 다가와서 내 품에 안기고 반년동안 같이 지낸 섀도스탭과도 인사를 나눈 뒤에 우리는 아이데스 마을을 나왔다.

"동선을 조금 수정해서 1주일 정도 뒤에 다시 아이데스 마을을 방문할 수도 있었는데 왜 지금 바로 나온 거야? 라일라를 영입할 땐 1주일 통째로 날려도 별말 없더니 라일라가 어머니의 사랑보다 중요한 거야?"

"모함하지마 시에린, 라일라가 살던 마을이랑 여기는 위치가 다르잖아. 라일라가 살던 마을은 동선을 꼬아서 1주일 뒤에 다시 방문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우리 마을은 그렇게 꼬았다가는 손해가 크잖니."

내가 뻔뻔하게 말하자 시에린이 입을 허 벌렸다.

"손해가 크긴 뭐가 커! 리쿠르트 변경백에 들렸다가 동선을 살짝꼬면 아이데스 마을을 지나갈 수 있는데."

"당연히 손해가 크지. 리쿠르트 변경백에 내가 안 들어가면 진짜 손해 크게 볼걸?"

"어떻게 손해를 보는데?"

"눈으로 보여줄게, 나 한명 더 가세한걸로 얼마나 달라질지 확인해 봐."

시에린과 내가 쓸 데 없는 자존심싸움을 벌이니 안나만 난처하게 변했다.

손해를 본다 어쨌다 했지만 결국 상단에 손해가 가해지는 것이니 만큼 안나의 책임으로 변질될 수도 있었으니까.

"나 없는 셈 치고 숨어있을 테니까. 한번 너희끼리 들어가봐."

"그래 한번 해보지 뭐."

리쿠르트 변경백에 거의 도착한 상황에서 짐칸에 숨어들어갔다.

아이데스 마을에서 한 번 물건을 팔고 온 만큼 자리가 부족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좁은 자리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충분히 몸을 넣을 수 있었다.

달그닥 거리는 마차가 정지한 걸 보니 리쿠르트의 검문구역에 도달한 것 같은데 변경백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쉽게 들여보내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까 확인한 바로는 우리 앞에 마차가 10개는 더 있었는데 하나당 15분은 잡아야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앞의 마차들의 검문을 기다리는 시간만 2시간이 넘는데 당연히 그만큼 물건을 팔지 못 할테니 시간 손해를 보겠지.

오랜 기다림에 지치는 건 덤이었다.

2시간 반 동안 불편한 자리에서라도 몸을 눕혀서 잠이라도 자려고 했는데 짐칸의 문이 열렸다.

벌써 검문이 여기까지 왔나 싶어서 고개를 들어 확인해 보니 시에린이 나를 보고 있었다.

"왜?"

"빨리 나와서 검문 좀 해결해봐, 시간 엄청 걸릴 것 같아."

"응? 나는 검문을 해결하는 능력은 없는데? 아무리 훈장 보유자라고 해도 변경백같은 특수한 구역에서는 제대로 힘을 못 쓴답니다."

내가 비꼬는 투로 말하는 걸 알아들은 시에린이 얼굴을 팍 찡그렸다.

"내가 미안해 네 능력 무시해서 미안하니까 그만 나와 나 말고 다른 용병들도 다 고생이야. 너는 상단의 주인이잖아? 사용인들 고생을 줄여줄 의무가 있다고."

시에린이 용병들을 걸고 넘어지니 가만히 누워있을 수 많은 없었다.

가볍게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니 아까와 같은 검열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어봐."

저벅저벅 걸어서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니 경계하면서 나를 막아왔다.

"정지하십쇼. 더 이상 다가오면 안전을 보장해 드릴 수 없습니다."

더 다가오면 찌른다는 협박과 비슷한 말에 가만히 멈춰서서 병사들을 바라봤다.

"라이트 형한테 전해주시겠어요? 플레아 아이데스가 왔다고요."

내 이름정도는 들어봤는지 병사들이 몇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한 명의 병사가 성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 대기해 주십시오."

"일행이랑 같이 대기하고 있어도 돼죠?"

"물론입니다."

내가 진짜 라이트의 손님이라면 귀하게 모셔야 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병사의 대우가 상당히 깎듯해졌다.

마차로 가서 일행들을 데리고 오니 성문쪽에서 익숙한 얼굴이 튀어나왔다.

"리하트 누나 오랜만이야."

오른손을 슬 흔들어서 인사를 하니 리하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아 아이데스 맞다. 오라버니의 손님분이시니 귀하게 모시도록."

"상단하나 데려왔는데 검문을 좀 먼저 받을 수 있을까?"

리하트가 고민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됐다. 검문없이 그냥 들어와. 설마 네가 우리 도시에 해가 되는 물건을 가지고 오진 않았겠지."

이 누님 왜 이렇게 경계심이 없어?

지금이야 든든한 우군으로 있지만 언제 적으로 변할 지 모르는 게 난세인데 말이야.

'하긴 아직 본격적으로 난세가 찾아온 게 아니니 마냥 의심하기도 어렵겠지.'

리하트를 통해 검문 없이 성문을 넘어오자 안나가 동경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역시 아이데스님은 대단 하세요."

그 눈빛이 너무 빛나서 나도 모르게 부담을 가질 정도였다.

"용병들이랑... 네 수하들이야?"

"친구들이자 수하들이지. 라이트 형이랑 그 파벌이랑 비슷한 관계라고 생각하면 편해."

그쪽도 우리 못지 않게 친한 관계를 유지 중이니까.

"대충 무슨 느낌인지는 알 것 같아."

리하트가 우리를 쓱 훑었다.

"상단을 이끌고 온 걸 보니 우리 도시에서 무언갈 팔기위해 왔나보지?"

"본 목적은 라이트형을 만나러 온 거지만 어차피 상단을 데려왔으니 겸사겸사 온 거지 살 물건들도 조금 있고."

"우리 도시의 특산품이라고 해봤자 무기 정도밖에 없다만?"

"맞아. 그거 사러왔어."

리하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기사들 장비라도 맞춰주고 싶은가봐? 갑옷은 이미 충분히 좋은 것 같으니 아마 검을 사려고 온거겠지?"

"그런거 아니야. 병사들이 쓸 병장기를 사러왔어."

리하트의 얼굴이 빳빳하게 굳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라이트형이랑 할 거니까 빨리 형한테 안내해줘."

"... 알았다. 너 하나만 데려가면 되나?"

"어, 일단은 나 하나만 데리고 가면 돼."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리하트를 따라갔다.

뒤를 슬 돌아보니 애들끼리 알아서 장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서로 안부 정도는 물을만 했는 데 아무런 대화없이 걸었다.

라이트의 집무실에 도착할 때 까지 우리는 단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똑똑

"오라버니 플레아를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와."

집무실로 들어가니 라이트가 손님석 쪽에서 차를 타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플레아 그동안 잘지냈어?"

라이트가 일어나서 나에게 가벼운 포옹을했다.

이런 문화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전생에도 지구 어딘가의 나라는 반가울 때 이렇게 인사를 했을 테니 굳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나도 형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잘 지냈지."

"황실연회에서 만나고 처음 만나는 거지? 연회가 너무 급작스럽게 끝나서 헤어질 때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 데 이렇게 만나니까 좋다야."

"나도 오랜만에 만나서 좋아."

포옹을 풀고 손님석에 앉으니 라이트 형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상단이랑 같이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우리 영지민이랑 병사들한테 다른 지역 특산품이라도 팔러 온거야?"

"팔 것도 있고 살 것도 있지."

"살거? 기사들 무기라도 마련해 주려고?"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동생이랑 똑같은 소리를 하네.

"아니, 병사들 쓰는 무기들을 구매하려고."

역시 남매는 남매야 아까 리하트가 굳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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