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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52화 (152/312)

〈 152화 〉 아이데스 상단­2

* * *

"왜 너희 싸우는 게 너무 웃겨서 팝콘이라고 먹고 싶어서 말한 것 뿐인데?"

장난스럽게 이야기 하니 시에린이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그래 그냥 내가 왕따당하고 있지뭐."

"왕따는 무슨 왕따야. 앞으로 같이 상행을 갈 사인데 친해져야지."

"상행을 같이 하는 이유로 친해지고자 하시는 거라면 저랑은 친해지실 필요 없어요. 아이데스님이랑 시에린님, 그리고 라이넬님은 안나랑 같이 상행을 떠나실 거잖아요."

"그렇지."

마차가 두개니 선택지가 늘어났다.

하나의 상행을 두 개의 마차로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첫번째 마차가 귀족들한테 꿀을 판매하기 위한 마차인데 반해 두번째 마차는 일반적인 물품들을 싣고 다닐건데 굳이 같은 루트로 상행을 진행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다른 상단들이 독점한 귀족들의 영지보다는 작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몸짐을 불리는 게 먼저였으니까.

그래서 두 개의 마차로 두 개의 상행을 하기로 했는데 이미 꿀의 판매가 까지 대략적으로 정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맡는 안나 대신 귀족들이랑 이야기 하면서 이것저것 뜯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에이스에게 꿀 판매를 맡기고 안나를 필두로 새로운 상행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상행이라고 해도 노하우가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지.'

꿀을 본격적으로 팔기 전에는 평범한 물건들을 팔면서 상행을 했기 때문에 아마 큰 문제없이 상행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이제 사람들과 어느 정도 대화를 할 수 있게된 안나한테 우리의 존재는 크게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상행을 도와주지 않더라도 혼자서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으니까.

'미안 안나야. 나는 네 상단이 필요하거든.'

여름 방학 때는 집안에 박혀 있었지만 겨울 방학 때는 가만히 박혀있을 생각이 없다.

여름 방학 때보다 유명세는 낮아졌지만 세력이 확립되고 황실파라는 구실도 생겼기 때문에 건드려 볼만한 인재들이 늘어났다.

내 이름값의 변화와는 별개로 겨울 방학은 전 제국에서 각종 이벤트가 터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조용한 아이데스 마을에 남아있는 것 보다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이벤트를 경험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이 높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나 혼자 돌아다니거나 친구들끼리만 제도를 돌아 다녔다가는 어머니의 반대가 극심할 게 분명했기 때문에 상단을 따라다닌다는 명목으로 어머니의 허락을 얻어냈다.

'그리고 비용도 많이 절감되고 움직이는 속도도 빠르니 굳이 상단을 이용하지 않을 필요가 없지.'

친구들 끼리 제국을 돌아다니려면 마차를 빌려타던가 아니면 걸어다디던가 해야 할텐데 전자는 추가적인 비용이 소모 되고 후자는 움직이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상단의 마차는 이동용 마차랑은 다르게 호위가 주변에 붙어있고 마법도 걸려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이동속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나같이 연약한 인간이 하루 종일 걷는 강행군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걸어다니는 것 보다는 상단의 마차를 이용하는 것이 시간을 단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아이데스 상단을 따라다니는 게 상당한 메리트가 있었다.

"진짜 아이데스님이랑 같이 상행을 다닐 수 있는 거에요?"

안나의 얼굴에 긴장과 흥분이 가득했다.

나랑 같이 다닌다는게 그렇게 좋은걸까?

대놓고 행복하다고 쓰여져 있는 얼굴이라서 장난으로라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아니, 못 갈걸?"

역시 시에린 나는 못 하는 걸 바로 해버린 다니까?

정말 태연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시에린의 말에 안나의 얼굴에 파문이 일었다.

"네? 왜요?"

"플레아 어머니가 플레아가 걱정된다고 상행따라가지 말라고 하셨거든 그래서 넌 나랑만 같이 갈 예정이야."

"말도안돼요... 장난이죠?"

안나가 시에린을 간절히 바라봤다.

"플레아, 대답해줘."

"아이데스님? 진짜 같이 못 가세요?"

"아냐, 같이 갈 거야.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따라갈테니까 싫다고 하지나 마."

"다행이다..."

안나가 바람빠진 풍선마냥 퍼진 얼굴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귀엽네.'

몸은 좀 컸어도 아직 성격은 어린 모양이다.

***

상행준비는 상당히 빠르게 끝났다.

하루만에 준비를 마치고 바로 다음날에 출발했는데 제도에서 출발할 때는 마차 안에 아무것도 싣지 않았다.

하이네스 영지에 들려서 꿀만 챙긴 채 상행을 진행하는 에이스 쪽과는 다르게 안나가 전담하는 상행은 제국의 여러 지역을 돌면서 각종 지역의 특산물을 구매하고 옆 동네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굳이 제도에서 부터 물건을 가득 챙기고 갈 필요는 없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호위는 붉은 매 용병단의 용병들에게 맡겼다.

단장과 친한 사이기도 했고 나름 은혜와 자비를 배풀어 주기도 했기 때문에 호위 비용을 굉장히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돈이 아예 안 들어 가는 건 아니지.'

관례적으로 먹을 것 정도는 제공해 줘야 했으니까.

우리가 돈을 적게 준다고 용병들이 싫어하거나 우리의 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용병단 차원에서 돈을 지급해 줬기 때문에 용병들도 크게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그러면 출발하겠습니다!"

마차의 대부분은 짐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마부가 앉을 공간과 보조석 몇개가 따로 있었다.

원래 보조석은 상단주인 안나의 자리였지만 몸이 약한 내가 안나의 자리를 뺏어서 탑승했다.

그렇다고 안나가 걸어간 건 아니고 좀 불편한 자리에 앉았을 뿐이다.

내가 불편한 자리에 앉겠다고 해도 아이데스님은 무조건 좋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편한 자리에 앉아서 가게 됐다.

"편하냐?"

"어, 편하다."

상단의 마차는 속도를 빠르게 내지 않는다.

지금이야 물건이 하나도 없지만 물건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땐 그 무게때문에 속도를 냈다가는 마차가 망가질 위험이 있기도 했고 상단의 물건들을 보호하기 위한 호위들은 마차에 타지 못하고 걸어가야 했기 때문에 속도를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시에린이 느긋하게 걸으면서 나에게 편하게 말을 걸 수 있던 거기도 했고.

"시에린 너 설마 이 정도 걷고 힘들어 하는 건 아니겠지?"

"걱정마셔. 내가 아무리 행정반이여도 이 정도 걸은 걸로 지쳐서 쓰러질 정도는 아니야. 하루 종일 걸을 수 있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는데 몇 시간 정도는 충분히 걸을 수 있어."

"저랑 교대하면서 걸어요."

"고맙다. 안나야 언니는 기쁘다."

시에린이 따흑흑 거리면서 눈을 팔로 비볐다.

"호위가 많은 편은 아닌데 평소에도 이 정도 인원으로 다니는 거야?"

라이넬이 안나쪽으로 걸어가서 물었다.

"아뇨 평소에는 이것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다녀요. 아무리 아이데스님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도 정신줄 나간 도적이나 이지가 없는 몬스터들은 덤벼들거든요. 하지만 이번 상행에는 라이넬님이랑 아이데스님이 있으시잖아요. 몬스터야 라이넬님이 손쉽게 무찔러 주실 거고 도적들은 아이데스님이 막아 주실테니 적은 호위로도 문제 없어요. 이번에 고용한 용병들을 호위보다는 운반이나 잡일을 위해서 데려온 느낌이 더 강해요."

"라이넬이야 벌써 익스퍼드에 다다른 기사라서 도움이 된다고 쳐도 내가 도적들을 막아준다는 게 무슨 뜻이야? 나 마법도 잘 못쓰는데?"

"아이데스님은 훈장이 있으시잖아요? 정신줄이 완전히 나간 도적들이 아닌 이상 훈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공격하진 않아요. 그리고 통행세도 안내고 지나갈 수 있죠."

나 생각보다 쓸모 있는 놈일지도?

훈장의 부가효과들을 생각 못했네.

"그러면 시에린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어?"

"행정쪽일을 도와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 재고 관리나 자금 관리 정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능력 없는 인간은 잡일이나 하라는 거구나?"

"그런거 아니에요..."

안나가 비맞은 생쥐처럼 벌벌 떨면서 시에린을 바라봤다.

시에린은 그런 안나를 무시했고 중간에 끼어서 구경하기엔 아주 재밌는 장면을 계속 즐기면서 이동하니 제도의 성문에 다다랐다.

우리외에도 상행을 떠나는 마차들이 몇개 보이긴 했지만 훈장효과로 프리패스하고 우리가 가장 먼저 나갔다.

'오랜만에 훈장 효과톡톡히 보내.'

지금까지 훈장은 길가다가 납치 당하지 않는 보호막 겸 사모아의 공격을 막아주는 정도로만 사용했는데 제국에 공훈을 세운 사람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톡톡히 보니 은색 청십자가 훈장이 가진 또다른 가치를 다시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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