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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50화 (150/312)

〈 150화 〉 마디안 남작가­4

* * *

마디안가에서의 시간은 나름 빨리 흘러갔다.

시에린은 나와 말이 아주 잘 통하는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단순히 이야기만 나누고 있어도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고 작정하고 놀기 시작하자 오후가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겨울이 다가왔다 보니 낮까지 짧았기 때문에 더 짧게 느껴졌다.

"그러면 슬슬 저녁을 만들어 볼까?"

"벌써 만드는 거야? 아직 너희 부모님도 안 오셨잖아."

"지금 만들기 시작하면 다 만들 때 쯤에 도착하시니까 걱정하지마, 내가 저녁 한 두 번 차리는 줄 알아?"

시에린이 어깨를 피고 말했다.

"알았어, 걱정 안 할 테니까 할 일이나 하셔."

"오케이."

시에린은 주방으로 갔고 나는 거실에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이런 와중에 시에린의 부모님이 들어오시면 너무나도 뻘쭘할 것 같아서 시에린이 있는 주방으로 이동했다.

"도와주려고 왔어."

"도와줄거 없어. 아무리 친구여도 우리집에 놀러 온 손님인데 내가 일을 시키겠어?"

"네 말대로 우린 친구잖아?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소문 못 들어 봤어?"

"백지장 같이 들다가 찢어지는 수가 있어 친구야. 나는 나 익숙한 대로 돌아다니는데 네가 중간에 끼어들면 괜히 부딪히거나 비켜가느라고 동선 손해 볼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 그냥 가만히 앉아계셔."

"알았어."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부엌에 있는 식탁에 앉았다.

'좋아 완벽해.'

이로서 시에린의 부모님이 들어오셔도 시에린이 먼저 대응할테니 내가 뻘쭘해 질일은 없어.

성격이 찐따같다고 놀려도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처음 시에린과 만났을 때도 자기소개 하나 먼저하지 못한 찐따였으니까.

'아예 적이라고 생각하면 편한데 시에린네 부모님은 적이 아니잖아.'

친구의 부모님이시기도 하고 황실을 지지한다고 하시기도 하니 절대로 적이 될 수는 없는 대상이겠지.

식탁에 앉아서 시에린을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맛있는 냄새가 솔솔 몰려오기 시작했다.

"뭐 만드는 거야?"

"스프랑 고기 반찬들,"

"오오,"

"우리가 아무리 세가 약해도 귀족이거든? 고기 반찬 먹는 정도로 감탄하지 말아줄래?"

"네가 그런 음식을 만드는 게 놀라서 한 말인데?"

"아, 미안 착각했다."

"아냐."

시에린은 아무래도 자기 집안이 가난한 것에 대해서 트라우마 비슷한 게 있는 모양이다.

아주 심하지는 않지만 그 당찬 시엘니 조차 가끔 움찔하게 만들 정도의 정신적인 상처가 있는 건 명확해 보였다.

'이런 병을 해결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지.'

돈을 많이 벌어다 주면 되지 뭐가 문제야.

"슬슬 부모님 오실거야."

­덜컥

시에린이 말을 끝내자 마자 현관에서 문 소리가 들렸다.

"내 말 맞지?"

"정확하네."

"우리 부모님들이 시간개념에 철저하신 분들이거든, 늘 같은 시간표대로 살지 않으시면 참으실 수가 없나봐."

거실로 향하는 시에린을 따라서 천천히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이데스 군이라고 했었죠?"

시에린의 어머니가 굉장히 푸근한 미소를 짓고 나를 내려다 보셨다.

슬쩍 시에린의 어머니의 뒤쪽을 바라보니 시에린의 아버지가 가방 하나를 들고 서 계셨다.

"네 플레아 아이데스입니다. 잠잘 곳을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아니에요. 딸아이 친구분이자 주군인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죠."

나한테 충성을 바쳤다는 건 말한 모양인데?

'그러면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지.'

단순히 시에린의 친구의 입장으로 이곳에 온 거라면 다른 남자들처럼 약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다.

나에 대한 설명도 시에린한테 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그냥 나한테 오는 질문들만 대답하면서 무난하게 시간을 넘겨도 된다.

하지만 상대가 시에린이 나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철저하게 군주답게 행동해야 한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야 자기 딸을 나한테 믿고 맡기지 않겠어?

"밥부터 먹어요. 음식 식겠어요."

"그래 시에린, 늘 저녁 해줘서 고맙다."

"아침은 어머니랑 아버지가 해주시잖아요."

시에린이 이쁜 미소로 방긋 하고 웃었다.

시에린의 어머니가 상석에 앉고 그 오른쪽에 시에린 그 옆에 내가 앉았다.

시에린의 아버지는 반대쪽에 앉으셨고.

"시에린한테 이야기도 많이 듣고 소문도 많이 들었어요. 꼬마영웅님이라고 하셨죠?"

"과분한 호칭일 뿐이에요."

곰곰히 생각해 보면 누가 나를 꼬마영웅이라고 부를 때마다 늘 과분한 호칭이라고 맞 받아친 것 같다.

한국인의 정서인 겸손이 내 정신에 단단히 배어 있는 걸까?

"과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흑마법사들을 처음 무찔렀을 때만해도 조금 긴가민가한 별칭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또 색다르더군요. 황실에 충성하시는 분 아니십니까. 백성들을 위하고 제국을 위하는 그 자세만으로도 영웅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죠."

이 아줌마 눈이 완전 초롱초롱 하신데?

"과찬이십니다. 저는 아직 일개 아카데미생 뿐인걸요."

"일개 아카데미생이라고 폄하당할 만한 분은 아니십니다."

시에린의 어머니가 시에린을 슬 쳐다봤다.

"그렇게 날카롭고 오만한던 시에린을 제어하셨으니까요. 부하를 다루는 능력만큼은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겠군요."

"그건 제가 중2병 걸려서 그런거라니까요!"

이 세계에 중2는 없지만 중2병이라는 말은 있다.

게임이 원작인 세계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입학하기 전이면 나이가 딱 15살이니까... 걸릴만 하네.

"15살이라서 더 심하긴 했지만 네 본성이 크게 다르진 않아. 아마 아이데스씨가 없었으면 너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을거야."

"... 인정해요."

시에린이 날카롭고 오만했다고?

'우리 첫만남이 어땟더라?'

부끄러워서 내 눈도 못 마주 쳤던 것 같은데.

'일단 외모로 먹고 들어간 게 컸나.'

시에린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유는 내 얼굴 때문이 아니라 야망과 능력 때문이라도 그 쪽 까지 갈 수 있는 길을 뚫어준 건 당시 97이었던 매력 수치 덕분이었다.

내가 잘 생기지 않았으면 시에린이 나에게 다가오지도 않았을 테고 시에린이 얼마나 대단한 인재인지 몰랐을 나는 시에린을 영입하려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

"이렇게 보면 운명이라는 게 있나 싶기도 해요."

시에린의 어머니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시에린의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저는 절대적으로 황실에 충성하지만 우리 딸은 그런 저에게 반감이 많았거든요. 왜 다 무너져가는 황가를 따라야 하냐 그러니까 우리 가문이 무너져 가는 거다."

"엄마! 그런 말을 왜 친구앞에서 해?"

"그런 네가 지금은 결국 황실을 따르는 사람 밑에 들어갔잖니?"

시에린의 어머니의 미소가 굉장히 푸근하게 지어졌다.

"엄마..."

오늘 오전 까지만 해도 황제가 되겠니 공작이 되겠니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황실 얘기가 나오니 인지 부조화가 왔다.

아마 시에린의 머리에도 '엄마, 그거 아니에요'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정말 기쁘다."

"네..."

"잎으로 아이데스님 말 잘 따르고, 제국에 힘이 되는 사람이 되렴."

"알았어요."

시에린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 분위기 좀 풀어요. 엄마때문에 얘기 밥도 못고 있잖아요."

"아,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나이가 드니 괜히 주책이군요."

그러더니 다시 식사를 재개했다.

"맛있게 드시고 푹 쉬다가 가십쇼."

"감사합니다."

내 몫으로 주어진 양을 전부 다 먹으니 시에린이 접시를 걷어갔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할테니까 넌 그냥 앉아 있어."

"편히 계셔도 됩니다. 시에린이 알아서 할 거에요."

같이 일하는 게 더 편할 것 같은데요?

시에린의 어머니는 뭐가 그렇게 좋으신지 나를 보면서 계속 푸근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자기 딸이 나름 이름 있는 사람의 밑으로 들어간 게 그렇게 좋은가?'

나 정도면 아주 유력한 세력가는 아니더라도 나름 이름 있고 겉으로 보기에는 시에린의 어머니와 뜻을 같이 하는 황실파이기도 하니까.

기쁠 것 같기는 한에 얼굴에 저렇게 계속 웃음을 띄우고 있을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 맞다. 시에린."

"왜요."

시에린이 설거지를 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너희 오빠 오늘 안 들어온다고 한다."

"네? 왜요?"

"낸들 알겠니 그냥 안 온다는 말만 하고 바쁘다는 말만하고 가버렸어.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닐지 걱정이 되는데, 아들 인생은 아들에게 맡겨야 하는 거겠지."

"그렇겠지?"

굉장히 일상적인 가정 이야기에 어디론가 들어가서 숨고 싶어졌다.

"시에린, 이따가 좀 씻고 싶은데 어디서 씻으면 돼?"

"손님방에 작게 욕실 있어. 거기서 씻으면 돼. 바로 씻게?"

"너희 부모님만 괜찮으시다면 말야."

그리 말하고 시에린의 어머니를 바라보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익숙하지 않은 집에 오셔서 고생하셨을 텐데 가서 씻고 푹 쉬시죠."

"감사합니다."

눈읏음을 지으며 가면을 챙겨서 방으로 돌아와서 씻고 누웠다.

'낯선 천장이네.'

자기 전에 이런 대사를 쳐보는 건 처음 인것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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