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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49화 (149/312)

〈 149화 〉 마디안 남작가­3

* * *

마디안 남작가에서의 하루는 평안했다.

처음에야 시에린이랑 무거운 이야기를 했지 금방 농담 따먹기로 전환됐고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니 졸려졌는데 시에린이 바로 눈치채고 낮잠이라도 자라고 해서 푹 자고 일어났다.

"으으! 개운 하다."

아침 일찍 왔기 때문에 낮잠 한 번 때리고 일어났음에도 시간이 12시도 안됐다.

혹시나 시에린이 잠들어 있는 나를 건들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본 뒤 가면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

'다헹이 건들진 않았나 보네.'

시에린은 정신 머리 제대로 박혀 있는 애니까 아무리 맨 얼굴이어도 잠들어 있는 나를 건들거나 하진 않았을 거다.

"일어났어?"

"왜 거기서 나오냐?"

"책 좀 읽고 있었지."

당연히 거실이나 시에린의 방에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집의 중심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내 방 근처에 있는 방에서 시에린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서재야?"

"어, 서재야. 집안 사정이 안좋긴 하지만 남자가라는 이름이 폼으로 있는 건 아니거든 선조들이 남긴 책들도 있고 부모님이 학구열이 대단하신 분들이기도 해서 새로 산 책들도 많은 편이라서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있어도 그렇게 심심하진 않아. 그리고 이건 네가 잘못하고 있는거지, 참모가 한가롭게 여유시간을 보낼 정도면 시간관리를 대단히 못하고 있다는 거니까."

시에린이 아주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잖아. 재무를 맡길일도 없고 주변 영지를 살필 일도 없고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몇년만 지나면 미친듯이 바빠질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셔."

"그렇겠지? 나도 과로사라는 걸 당할 정도로 일할 수 있는 거지?"

"죽으면 안되지 우리 세력에 하나뿐인 참모님인데 벌써 죽을 생각하면 쓰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누가 죽는데? 공작 되기 전까지는 절대 안 죽을거야."

시에린이 방긋 하고 웃었다.

"그나저나 슬슬 점심시간인데 배 안고파?"

"배?"

슬쩍 배를 만져보니 딱히 배고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침일찍 일어나서 아침도 안 먹고 왔는데 점심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배가 안 고픈걸 보면 역시 잠 잘 땐 에너지 소모가 확실히 적은 모양이다.

"별로 안 고픈데?"

"아침도 제대로 안 먹었을 거 아니야. 그런데 배가 안 고파?"

"지금까지 자고 있어서 그런가? 배가 고프진 않아."

"그러면 이따가 배고파 지면 먹을까?"

"시에린 먹고 싶을 때 먹어 네가 집 주인이잖아. "

"손님 먹고 싶을 때 먹어야지. 먹고 싶으면 말해줘."

시에린이 그렇게 말하고 거실로 가서 앉았다.

"너도 이리와. 방에만 박혀 있는 것 보다는 거실에 있는 게 훨씬 따뜻할걸?"

시에린을 따라서 거실로 가보니 이불에 쌓여있는 탁자가 보였다.

'저걸 코타츠라고 부르던가?'

중세판타지 배경에 코타츠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었지만 국밥도 나오는 와중에 코타츠쯤 나오는 걸로는 크게 이상하지도 않았다.

"안으로 들어와. 손님도 온 김에 전체 난방을 돌리고 싶긴한데 마석 아까워..."

"그렇게 추운 느낌은 없던데?"

두꺼운 이불을 꼭꼭 덮고 자서 그런가 자면서 춥다는 느낌은 없었따.

"소파에 앉아있어봐라 금방 쌀쌀 해지지."

시에린에 대한 반발심리로 소파에 앉아있으니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처음 나왔을 땐 괜찮았는데 서서히 추워지는 걸 보니 주변의 온도가 아주 낮진 않아도 충분히 추울 정도로 낮은 모양이었다.

"봐봐 춥지? 그러니까 내가 들어오라고 했잖아."

"지금이라도 들어가도 되겠니?"

시에린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바로 이동해서 코타츠의 한쪽 이불을 열고 들어갔다.

이불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내 몸을 싹 덮는 온기에 내가 지금까지 왜 이런 곳을 마다하고 밖에 있었는지에 대한 후회감이 밀려왔다.

"어우 따땃하니 좋구만."

"둘만 있는데 계속 가면 쓰고 있을거야?"

"혹시 다른 사람들 있을 까봐 쓰고 있었지."

가면을 벗어서 탁자위에 내려놨다.

"부모님은 언제 퇴근하셔?"

"7시쯤이면 오실 거야. 가끔 늦게 오실때가 있긴 한데 손님이 집에 있다는 걸 아시는 데도 늦게 오시진 않으시겠지."

"오빠분은?"

"11시 퇴근, 일은 8시에 끝나는데 밤길에 남자 혼자 오면 위험하니까 직장동료분의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와."

"늦게 오시네."

"그치?"

마디안이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게 탁자를 통해서 나한테 느껴졌다.

"저번엔 고마웠어. 연회에서 우리 오빠를 구해줬잖아."

"내가 구해줬냐. 아이작님이 구해주셨지."

"너도 우리 오빡 구해주려고 갔었잖아. 그것만으로도 나는 고마운 걸."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었어. 너희 오빠라서 구한것도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도 분명히 있었는걸."

시에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그런 상황에서 황실의 직원을 구하면 나름 미담도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끌 수 있으니까. 그래서 엄청 고민했어. 너한테 정치적으로라도 우리오빠를 구해달라고 말할까? 하고 말이야. 분명 그게 맞는 판단이었는데 괴롭힘 당하는 대상이 우리 오빠라서 내가 잘 못 판단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계속 들어서 입을 열지 못했어."

"네가 생각하는 건 나한테 전부 말해도 돼."

고개를 들어서 시에린의 눈을 정확히 바라보니 시에린이 얼굴을 살짝 붉히면 서 내 얼굴을 피했다.

"판단은 내가 해, 결정도 내가 내리고, 너는 내 참모로서 네 생각을 나한테 말해주면 되는거야. 특히 저번처럼 급박한 사태가 펼쳐지면 아닌 것 같더라도 나에게 말해보는 게 중요해, 빠른 판단이 필요했던 상황이니까."

"으응, 알았어."

다시 고개를 틀어서 시에린을 제대로 발아보지 않으니 그제서야 시에린의 얼굴에 새겨졌던 홍조가 가라앉았다.

"... 점심 만들어 줄까?"

'배 안 고프다니까.'

아무래도 우리 시에린은 내 민낯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가면같은 보호기 없이 그냥 뽐내 놓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외모라는 건 나도 인정하는 데 저렇게 까지 부끄러워 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 만들어줘. 맛있게 해줄 수 있지?"

"누가 놀러왔는데 당연히 맛있게 해줘야지."

시에린이 빠르게 일어나다가 괜히 발에 걸려서 휘청거렸다.

"괜찮아?"

"응,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렇게 말하고는 도망치듯 주방으로 뛰쳐 갔다.

'내가 한 귀여움 하긴 하지.'

나 같은 초절정 미소년이랑 함께 있다보니 부끄러움을 참기 힘든 모양이었다.

아주 자뻑스러운 말이었지만 나는 매력 98이라는 아주 객관적으로 잘생긴 수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절대로 자뻑이 아니다.

공인 받은 미소년이란 말이야.

시에린이 무슨 요리를 하는 건지는 몰라도 꽤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판타지고 중세시대라고 해도 가정식을 만드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리가 없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 보면 뭔가 제대로된 요리를 하는 모양이다.

'시에린이 혼자 밥을 먹어본적이 없을 것 같지도 않고.'

가족들이 전부 출근하는데 주말 점심 정도는 혼자서 해 먹었겠지.

그 정도 내공이 있으면 요리를 못해서 늦어진다는 가정도 배제할 수 있었다.

"미안, 너무 오래 걸렸지."

"아냐, 별로 안 기다렸...어."

대답을 하다가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시에린이 가져온건 상당히 커 보이는 닭이 굉장히 먹음직 스럽게 조리된 요리였으니까.

"이게 뭐야?"

"닭이지."

"아니 닭인건 알겠는데..."

딱봐도 집에서 할 만한 요리는 아니잖아. 고위 귀족이 사용인들을 시켜서 만들거나 고급 음식점을 가야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김새인데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실력발휘 좀 해봤지!"

시에린이 어깨를 넓히고 허리를 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걸 초치는 것도 미안해서 일단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시에린의 정성이 단단히 들어가 있는 요리였으니까.

"어떻게 먹으면 되는 거야?"

"기다려봐 내가 잘라 줄게."

시에린이 내가 보는 앞에서 커다란 칼로 닭을 썰었다.

기름이 좔좔흐르는 닭이 가볍게 잘려져서 바닥에 깔려 있는 야채들 위에 올라갔다.

"한 번 먹어봐."

"응..."

나에게 주어진 포크를 뻗어서 잘려진 살 하나는 집어서 먹었다.

­아삭

껍질의 식감이 상당히 오묘했다.

저당히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있는 껍질이었는 데 그 중독성이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껍질에 발라져 있는 꿀 때문에 단맛이 은은하게 퍼져서 고급스러운 향이 확 살아났다.

"어때?"

"맛있는데?"

제대로 된 식당에 가서 먹는 거랑 비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맛있었다.

최근엔 누구한테 불려가서 좋은 음식을 먹은 적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맛있게 느껴진 느낌도 있었다.

"다행이다."

"너도 먹어."

"그렇게 말 안해도 먹을 거야."

시에린이 제대로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정말 평화로운 날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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