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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41화 (141/312)

〈 141화 〉 사모아랑 친해져야 한다고요?­1

* * *

흑마법사가 습격했던 사건을 애들한테 전해주자 아주 길길이 날뛰었다.

미네타는 다음부턴 그런일 발생하면 무조건 자기를 부르라고 사납게 화를 냈고 라이넬은 앞으로 자기 나를 지키겠다면서 밤에 나랑 같이 남자기숙사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다른 남자애들한테 맞고 쫒겨났다.

여긴 남녀역전 세계다. 남자 기숙사로 들어오는 여자를 한가롭게 봐줄 만큼 평화로운 곳이 아니다.

이전 세계로 따지면 남자가 여자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하는 건데, 여기가 현대가 아니고, 내 부하라서 그냥 맞기만 하고 끝난거지 현대였으면 바로 경찰차 출발하고 SNS에서도 난리가 났을 게 분명했다.

기숙사로 들어가지 못한 라이넬은 평소에라도 나를 지킨다면서 매 쉬는 시간 때마다 우리반으로 올라왔는데 미네타랑 시에린까지 같이 우리반으로 오는 상황이 되버렸다.

시험이 한달도 안남은 상황에서 말이다.

"얘들아, 진짜 이렇게 매일 모일거야?"

"네 업보라고 생각해."

시에린이 내 옆자리에 앉아서 시험공부를 하며 말했다.

"맞아, 플레아 네가 안전하게 지냈으면 이럴일도 없었어."

"하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원래 오늘 중에 사모아를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지금까지는 나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상대적으로 능력이 딸리는 애라서 가만히 있었는데 학장의 말을 들어보니 무슨 일이라도 꾸미고 있는 모양이다.

'그것과 별개로 내가 황실파랑 친해지면서 자동적으로 중앙파랑 척을 진 만큼 사모아와의 관계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수 밖에 없지.'

사모아보고 자꾸 능력이 딸린다고 말해도 최소한의 군주적 자질은 있는 인간이다.

게다가 기반 세력도 큰 편이니까, 친해지진 못해도 나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은 줄일 필요가 있다.

'황실파 루트만 안탔어도 이런일은 없었는데...'

그냥 조용히 힘을 키우거나 프레스티아 쪽에 붙었으면 사모아는 걱정하지 않았어도 됐는데... 황실파를 고르면서 얻은 이점도 분명히 있으니까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그래서 얘네들을 어떻게 때어놓고 가냐...'

내가 사모아한테 간다고 하면 어느정도 꺼진 분노가 다시 점화되면서 절대 가지 말라고 하던가 아니면 자기들도 같이 간다고 할 것같은데...

'내가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입장인데 얘네랑 같이 갈 순 없지.'

다른 애들은 몰라도 라이넬은 심기가 상하는 게 팍팍 티가 날텐데 내가 을인 입장에서 그런 표정을 상대에게 보인다는 것 자체가 손해였따.

"얘들아.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어디가려고?"

"화장실 간다니까?"

"어디 갈거냐니까?"

'시에린... 아군일 땐 든든하지만 적일 땐 이렇게 무섭구나...'

무슨 눈치가 이렇게 빠른지 모르겠다. 나는 평소랑 다르지 않게 말한 것 같은데 그렇게 티났나?

"진짜 다른 데 갈 생각이었어? 왜 벙쪄있어."

"아..."

'찔러본거였구나, 젠장...'

"하아... 정치 관련으로 찾아갈 사람이 있어서."

"누군데?"

"사모아님."

애들의 표정이 싹 굳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 예상 반응이랑 아주 똑같잖아.

"지금 너 혼자서 사모아파벌에 가려했다고? 혹시 죽고 싶은거야?"

"걔네랑 사이 좀 풀려고 가려고 했던거야. 우리가 황실파 노선을 타면서 중앙파랑은 사이가 멀어졌잖니? 이런 와중에 사모아 파벌한테 계속 미운털 박힌 상태로 있으면 우리 진짜 큰일난다?"

"그건 알겠는데 왜 너 혼자 가려고 하냐고. 진짜 위험할 수도 있는데."

"내가 숙이고 들어가는 입장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수하를 다 대동하고 가냐."

"그러면 나라도 데려가, 다른 애들은 표정 관리 못해서 그런거잖아. 나는 표정 관리 너보다 잘할 자신 있으니까 나 데려가."

시에린의 눈이 의지로 가득차서 이글이글거리길래 차마 안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 시에린 너랑만 같이 가자."

"나는 반대, 플레아 혼자 가는게 위험해서 사람을 더 붙이는 건데, 가장 약한 시에린이 같이가봤자 의미 없잖아. 나는 표정 티나는 거 확실하니까 미네타도 데려가."

"그게 좋을 것 같네, 나랑 플레아 둘이서만 가는 건 아무래도 위험할 확률이 높으니까."

이렇게 보니까 진짜 막장인 세계구나. 아무리 적이어도 아카데미 내에서 움직이는 건데 안전을 걱정해야 할 정도니...

"그러면 바로 가자."

"그래, 가자..."

자리에서 일어나니 시에린과 미네타가 따라붙었다.

'든든하긴 하네.'

내가 말문이 막힐땐 시에린이 도와주고 상대가 무력행사를 가해오면 미네타가 막아줄거라고 생각하니 이만큼 든든할 수가 없었다.

사모아가 있는 반으로 이동하니, 정말 당연하게도 사모아의 근처에는 사모아 파벌 애들이 별로 없었다.

사모아 파벌의 모든 애들이 쉬는시간마다 사모아에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아주 당연한사실을 잊고 있던 우리는 그대로 벙쪄 버렸다.

그 와중에 사모아는 우리가 온걸 포착했는지 표정을 찡그렸다.

'최대한 스마일.'

나는 여기 을의 입장으로 온거다.

최대한 공손한 자세로 조심스럽게 사모아에게 다가가니 사모아가 표정을 확 구겼다.

당장 욕이 박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상대가 나고 주변에 사람도 있다보니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존댓말을 사용했다.

"플레아님, 아니십니까. 여기까지는 무슨일이신지..."

그녀의 말 뒤쪽에는 수하까지 이렇게 대동하고... 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듯 했다.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둘이서라면, 플레아님의 친구분도 없이 말입니까?"

"네."

내가 당당하게 말하니 미네타가 당황한게 여실이 느껴졌다. 시에린은 당황한 티 하나도 안내고 멀쩡히 있었는데 어차피 미네타때문에 내 독단이라는 걸 들켜버렸다.

"둘이서라면... 좋습니다. 점심시간에 강당 앞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을 테니 플레아님도 혼자 오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차분하게 한 번 웃어 주고 뒤로 돌아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사모아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지자, 시에린의 불같은 호통이 떨어졌다.

"플레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혼자간다니?"

"강당 앞이면 멀리서도 혼자인지 아닌지 확인이 되잖아?슬쩍 보고 사모아 파벌들이 몰려 있는 것 같으면 안가면 되지."

"사모아 쟤도 위험한 년이란 말이야! 남자인 네 입장에선 사모아 파벌이든 사모아 개인이든 제대로 박살내려고 하면 아작나는 데 어떡해!"

학생들 사이에서 사모아를 년이라고 지칭한 시에린이었지만 진작에 미네타가 방음마법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다.

"위험하면 나도 큐브 쓰면 되니까 너무 걱정 하지마."

"사모아 쟤도 무력장난 아니야. 큐브같은 걸로 처리 못해..."

"누가 큐브로 사모아를 쓰러뜨린대? 라이트랑 소음 마법으로 주변에 신호나 주려는 거지. 그리고 이미 약속을 했는데 안 갈수도 없잖아?"

내가 가불기를 꺼내 들자 시에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신 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 아무리 사모아여도 너에게 다짜고짜 폭력을 행하거나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면 바로 마법쓰고 튀어."

"알았어, 내가 잘할게."

한숨을 푹푹 내쉬는 시에린을 뒤로 한 채 반으로 들어왔다. 마침 강의가 시작할 타이밍이 됐었기 때문에 애들의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었다.

'별 일 없겠지?'

사모아도 제 정신 박힌 사람인데 주먹부터 날리고 보진 않을거다.

***

'먼저 와 있네...'

밥도 안먹고 바로 달려왔는데 사모아는 이미 강당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 특유의 분위기 탓에 주변에는 그 어떤 사람도 서 있지 않았다.

시험이 한달안으로 다가온 만큼 바빠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사람이 더 없었다.

"오셨습니까?"

'둘 밖에 없어도 존댓말 써 주는 구나...'

저번에는 반말했던 것 같은대.

'확실히 파벌 싸움에서 진 다음에는 성향이 좀 변했어.'

조금 덜 거칠고, 침착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파벌은 약해졌지만 그녀 개인은 성장한 듯 보였다.

어차피 그녀가 졸업하면 그녀의 어머니한테서 기존 세력을 물러 받을 태니, 이번에 패배한 경험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왔습니다."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볼까?'

빙빙 돌려서 말해봤자 역효과만 날 확률이 높으니까.

"저희, 이제 좀 친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첫 단추를 잘못 꽨 걸로 너무 오랫동안 사이가 나빠져 있는 것 같아서요."

"어차피 서로 파벌도 다른데 다시 친해질 필요 있습니까?"

사모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저는 당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정치라는 게 어떻게 마음에 드는 사람이랑만 하겠어요. 마음에 안 들어도 서로의 이득을 위해선 손을 잡을 필요가 있을 수도 있죠."

사모아가 씩 웃었다.

"일단 나한테 몸 한 번 대주면 생각 좀 해보지."

... 뭐래 시발년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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