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흑마법사의 습격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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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기숙사 내부를 나 혼자 걸었다.
밤이지만 기숙사의 복도는 불이 밝혀져 있었기 때문에 전혀 무섭지 않았고 으시시한 분위기도 없었다.
내 방문앞에 도달할 때까지 나는 어떠한 공포도 느끼지 않고 도달할 수 있었다.
'친구들이 아니라 흑마법사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안 무서운데?'
친한 친구들의 모습을 한채 나를 때리는 모습이 절망적이고 무서운 거지, 흑마법사가 나타나서 공격을 해 온다고 생각하면 전혀 무섭지 않았다.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달려갔다.
실제로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지만, 무서운 척 연기는 해야 흑마법사가 나를 덮치러 올테니 바로 바닥에 머리를 박고 빌었다.
"제가 전부 잘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바닥에 머리를 박고 속사포로 빌고 있으니 내 몸에 가해지는 충격은 없었다.
덜덜 떨면서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드니 내 귀로 흑마법사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래, 충분히 반성했느냐?"
"죄송합니다. 제가 당신께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앞으로 복종할 테니, 지금 당장 저를 데려가십쇼."
"더 이상 친구들에게 고통 받고 싶지 않다는 너의 마음을 내가 모를 것 같으냐? 어디 감히 내 앞에서 머리를 쓰느냐!!"
흑마법사의 호통과 함께 내 방에 짙은 흑마력이 깔렸다.
그리고 으스스 한기운이 방안을 가득 채웠는데 춘추복을 입은 상태인데도 덜덜 떨릴정도로 냉혹한 한기였다.
"아... 아닙니다. 한 시라도 빨리 당신에게 복종하고 싶은 마음에 그리 행한 것 뿐입니다."
"나에게 잡혀 온다면 지금까지 당한 것보다 수십배는 더 힘든 일을 당하게 될터인데 그래도 괜찮겠느냐."
"당신에게 복종할 수 있으면 어찌 되었든 괜찮습니다."
조금 과할 정도로 복종을 맹세하는 감이 있긴 하지만 미친 사람의 사고 회로는 정상적인 사람이 분석할 수 없는 법이다.
흑마법사의 입장에선 내가 지난 시간동안의 고문으로 정신이 미쳐 버리고 몸 상태도 말이 아닌 상황일텐데 그냥 미쳤다고 생각하고 내 과장된 연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
아니, 오히려 확실하게 미치게 만들었다고 좋아하고 있을 거다.
"내가 곧 모습을 들어낼 것이니 방 중앙에서 업드려 있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바로 방 중앙으로 가서 업드렸다.
위이이이잉
내 바로 위쪽에서 마법진이 가동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게 환청일 가능성도 있을까?'
진짜 흑마법사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흑마법사의 환상만 들어내서 나를 겁주려는 걸 수도 있다.
아직 확실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라이트를 발동시키지는 않았다.
위이이잉
위에서 진동하던 마법진의 소리가 잠잠해 지더니 묵직한 무언가가 내 등을 밟았다.
'성격 참 나쁘네.'
사람등을 밟고 내려오다니 말이야.
흑마법사가 내 등을 계단처럼 밟고 내려왔다.
"고개를 들거라."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위를 바라보니, 한 학기 전에 만났던 흑마법사의 얼굴이 보였다.
"다.. 당신은..."
"내 얼굴이 기억나는 모양이군. 그러면 네가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지 알겠지? 저 때문에 제물수백이 풀려나고 내 제자들 마저 죽임을 당했다. 그 죄,네 몸으로 갚아야 겠다."
흑마법사가 헛소리를 하는 동안 나는 최대한 빨리 그녀의 몸을 스캔했다.
'그때랑 거의 비슷해. 체형도 거의 일치하고 환각특유의 일렁임도 전혀 없어. 어지간하면 진짜 흑마법사 인것 같지만...'
혹시 모른다. 이것조차 환각일 수도 있다.
"제... 제 몸으로 말입니까?"
"그래, 네 몸으로 말이다. 정신은 아주 깨끗한것이 쓸 것이 못되지만 네 몸 만큼은 아주 아름답지 않나. 그 아름다운 몸을 이제부터 영원히 나를 위해 사용하게 될것이다."
"제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핥아라."
흑마법사가 나에게 발을 내밀었다.
자기 딴에는 나를 복종시키고 우월감을 느끼려고 한 행위인것 같은데 오히려 좋았다.
민감한 부분인 혀로 흑마법사의 발을 느끼면 그녀가 실체인지 환상인지 구분할 수 있는 증거가 되어 줄테니까.
'혹시 냄새나 맛 까지 구현되어 있다?'
그러면 빼박 실체지.
"주인님의 맨 발을 핥고 싶습니다."
"푸흡, 내 생각보다 복종심이 높군, 나는 너를 배려해서 구두를 내밀었는데 말이야."
흑마법사가 구두를 벗고 나에게 내밀었다.
"핥아라."
혀를 살짝 뻗어서 그녀의 발 끝에 혀를 살짝 댔다.
애초에 구두 위에 핥게 하려 했는지 발은 거의 관리가 안된 상태였다. 탐 특유의 짠 맛도 났고 냄새도 살짝 났다.
'실체네.'
환각으로 가장 구현하기 어려운게 맛이다.
흑마법사가 환각으로 나를 속이기 위해서 굳이 내 미각까지 속인다?
'그렇게 까지 하면 내가 인정해 줄게.'
까짓거 한 번 실패하고 평생 시달리다가 네 본거지 찾아서 죽여버려 줄게.
'아니면 미네타 같은 고위 마법사를 계속 내 주변에 대기 시키는 방법있고.'
주머니에 있던 큐브 하나를 들어서 발동시켰다.
학장이 만들어준 큐브는 내가 따로 좌표 계산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창문쪽에 강한을 쏴댔다.
"... 무슨 짓을 한거지?"
이 흑마법사 년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도 모르고 표정만 굳힌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좆되는 짓."
스르르륵
미세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지더니 누군가가 내 뒷목을 잡아서 되로 던졌다.
"넌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학장? 네가 왜 여길... 분명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정밀하게 마법을 써놨는데..."
"흑마력은 빠져나가지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빠져나갔잖아? 흑마법으로 추정되는 마법에 괴로워 한다고 나한테 간청을 하는 데 당연히 도와줘야지."
"거짓말 하지마! 네년이 고작 그런 이유로 학생들을 도와줄리가 없잖아!"
"일반 학생이면 그렇겠지만 얘는 나랑 상당히 연관이 많은 학생이거든, 일종의 사업 파트너의 성격도 있으니까 당연히 도와줘야지."
학장이 오른손에 마나를 모았다.
"플레아 보니까 눈이 홰까닥 돌기라도 했나봐? 아니면 플레아가 만만해 보였나? 그럴 법도 해, 플레아가 상대면 그렇게 불완전하게 순간이동을 해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상대가 나네?"
"화이팅 학장님!"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려 소리치니 흑마법사의 표정이 점점 더 썩어 들어갔다.
"혹시라도 도망갈 생각하지 마. 다시 돌아갈 만큼 여유가 있는지도 의문인데 어차피 네 실력을 100%발휘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내 견제를 이겨내고 도망칠 순 없을 테니까."
흑마법사가 이를 까득하고 갈며 나를 노려보자. 내 주변에 파란색의 방벽이 생겼다.
"어딜 우리 제자를 노리려고 해? 그냥 얌전히 잡히지?"
"닥쳐라!"
흑마법사가 오른손에 마나를 모아서 흑마법을 발현했지만 학장의 마법에 너무나 간단히 막히고 말았다.
"얌전히 잡혀서 우리의 정보통이 되면 되는 거야. 괜히 나대지 말라고."
'어지간하면 죽여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흑마법사한테 습격당했다는 소문이 돌면 나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일단 황녀가 나를 과보호 하려고 들것이고 어느정도 잠잠해진 흑마법사에 대한 견제의 의견이 강해질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세가 약해지면 안돼.'
흑마법사도 흑마법사대로 난세를 일으키는 역할이 있으니까.
'알아서 자살하겠지.'
흑마법사가 아무리 개인적인 집단이지만 지금처럼 빼도 박도 못하게 죽을 상황이 되면 다른 흑마법사들에 대한 정보를 내뱉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살을 택할 게 분명했다.
실제로 저 흑마법사의 제자들도 자살했었고.
"!@%!%"
흑마법사가 알 수 없는 발음으로 이루어진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딱봐도 위험해 보이는 주문이었기 때문에 학장이 빠르게 마법을 시전했는데 그 이전에 흑마법사의 마법이 내 몸에 직격했다.
보호막이 내 앞을 가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하아....하아..."
흑마법사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나를 바라봤다.
흑마법사의 몸이 산산히 쪼개지는 모습이 꽤나 그로테스크 했다.
"내 목숨을 희생해 나약함의 저주를 걸었다... 하아... 하아... 넌 앞으로 평생 나약하게 살게 될 것이다..."
그러더니 몸이 점점 가루가 되어 휘날리기 시작했다.
방안을 가득 채웠던 흑마나도 차근차근 사라져갔고 한기도 거의 사라졌다.
"나는 죽지만 너는 나로 인해 영원히 고통 받을 것이다."
그말을 마지막으로 흑마법사는 사라져 버렸다.
자기 몸을 희생해서 건 저주라...
"플레아! 너 괜찮아!"
학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나에게 걸어왔지만 나는 차분하게 내 상태창을 열었다.
플레아 아이데스
나이: 16
무력: 12/16(3216)
통솔: 18/24
마력: 17/43
지력: 68/93
매력: 98/102
정치: 63/97
어차피 쓰지도 않는 무력 잠재력이 반토막 났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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