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138화 (138/312)

〈 138화 〉 흑마법사의 습격­4

* * *

멱살을 잡아끄는 손길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오니 어제랑 비슷한 상태의 친구 세명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탓이야."

라이넬이 내 어깨를 밀었다.

왜자꾸 내탓 내탓 거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확실하게 밀려서 시에린쪽으로 밀려났다.

"너 때문에 우리가!"

시에린이 나를 세차게 미니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흑마법사에게 덤벼서 다들 죽고 나만 살았을 때의 이프인가?'

애들이 쓰러진 나에게 다가와서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도 느꼈던 발길질이었지만 단순히 고통만 있는 거랑 몸이 흔들리는 리얼감이 있는 고통은 차원이 달랐다.

'오늘 밤을 버틸 수 있나?'

내일 아침 되면 정신이 안전히 망가져 있는 거 아니야?

그런 걱정을 하며 몸을 웅크리고 환각들의 발길질을 견뎌 냈다.

한 시간 정도 발길질이 계속 되자 같은 방법만으로는 충분한 공포를 일으킬 수 없다고 판단한듯 라이넬이 내 머리채를 잡아끌고 침대로 향했다.

'왜 굳이 침대야?'

그리고 라이넬이 나를 침대로 던지고 내 몸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커헉! 컥!"

목에 약한 압박감이 가해지면서 숨이 턱하고 막혔다.

진짜 숨이 막히는건 아니다.

숨이 막히는 것 처럼 고통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모든 것은 흑마법사가 사용한 환각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숨을 끊어 버릴 듯 강하게 목을 압박해 오는 라이넬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라이넬의 모습을 한 환각이 내 목을 조르는 동안 시에린의 모습을 한 환각과 미네타의 모습을 한 환각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각자 말뚝 같은 걸 들고 내 몸을 내리찍으며 고통을 줬다.

"너때문이야."

그 고통은 밤새 진행됐다.

어쩔 때는 진창 맞아보기도 하고 애들끼리 역할을 바꾸기도 하고 물고문 비슷한 걸 당하기도 했다.

어느새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흑마법사 너는 말 안하냐...'

오늘 말하면 내일 흑마법사가 나올 수 있고, 오늘 말하지 않으면 하루를 더 버텨야 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 앞에서 들어낸 다는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내일 바로 불러낼 수 있다.

'제발 나와라!'

"전부 네가 자초한 일이다."

간절히 빌고 있을 때 그토록 기다려 왔던 흑마법사의 목소리가 들었다.

1학기 때 들었던 목소리와 정확히 일치하는 목소리였다.

"네가 나에게 덤비지 않았다면 너는 내 손안에서 편히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지."

아주 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근 시일 내에 내가 너를 데리러 갈터이니 그 때까지 너의 친구들에게 고통 받으면서 기다리고 있도록."

'.. 뭐? 데리러 와?'

그러니까, 나를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거지?

매력이 높으니까 이런 현상도 일어나는 모양이다.

어느덧 아침해가 떠오르자 모든 환각과 환청은 사라졌다.

'나를 죽일 생각이 없다. 라는 거지?'

여기서 웃었다간 바로 들킬 수 있기 때문에 밖으로 뛰쳐나가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조금 부족할 수도 있던 작전이 덕분에 완전해 지겠는데?'

본래 흑마법사의 습격이벤트는 플레이어가 흑마법사를 때려잡아야 하는 이벤트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게 불가능 하진 않지만, 플레이어가 죽지 않으면서도 흑마법사가 완벽하게 모습을 들어낸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해 줘야 하는 데 그 타이밍을 맞추기가 꽤 어렵다.

난세에서 플레아를 플레이 할 때는 무력을 올려서 플레이어가 때려 죽였지만, 내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는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흑마법사를 불러내길 시도할 건데 흑마법사가 언제 나올줄 알아?

10분쯤 걸릴 거라 생각해서 학장보고 12분 때에 들어오라고 했는데 흑마법사가 내가 들어가자마자 바로 나오면 바로 끔살당하는 거고, 느긋하게 시간을 끌다가 20분에 나올 예정이었다면 학장을 보고 도망가는거다.

그래도 학장정도 되는 실력자면 자신을 들키지 않고 내 방에 흑마법사가 나타나는지 안 나타나는 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라는 게 있으니 아주 확실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나를 안 죽여?'

그러면 이야기가 편했다.

흑마법사한테 죽임을 당한 뒤 에필로그를 보면 흑마법사는 아침까지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흑마력을 모으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 바로 이동하지 못하는 설정 같은데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아침까지 나랑 띵가띵가 노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거다.

그러니 새벽 4시 같은 시간에 들어오라고 하면 변수없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거고.

'학장이 자기가 들키지 않고 완벽하게 마법사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면 학장한테 맡기는 게 좋겠지만...'

100% 확실한게 아니라면 4시에 들어오라고 해야지.

들뜬 마음으로 걸어가려고 했을 때 의식이 흐려졌다.

***

"으윽..."

뭐지? 분명 나는 기숙사실 앞에 있었는데...

"일어났어?"

굉장히 엄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어제 그렇게 애들은 나 때릴일 없다고 암시를 했는데 그렇게 당했으니 나도 모르게 공포가 몸에 밴듯 하다.

"어젯밤에 뭔짓을 한 거야? 기숙사실 앞에서 쓰러져 있었다는대."

"... 여기는 어디야?"

"양호실, 미네타랑 라이넬이랑 나랑 번갈아가면서 지키고 있었어."

"지금 몇시인데?"

"2시."

시에린이 진짜로 화난 듯 계속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공부 때문에 안자는 거 아니지?"

"...아냐, 공부 때문에 안자는 거 맞아."

"거짓말, 내가 아는 플레아는, 고작 과제랑 시험때문에 밤을 샐 애도 아니고, 진짜 샜다고 쳐도 우리의 걱정을 무시할 애가 아니거든?"

시에린이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우리한테는 말할 수 없는일이야?"

말할 수 없는 일인가?

'말할 수 없는 일이지.'

지금 시점에서 말하면 시에린은 아마 엄청 걱정할거다.

오늘 밤에 실행할 작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지금까지 플레아가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 하는 걱정이 가득하겠지.

'차라리 내일 말하면 덜 걱정할 거야.'

"내일이면 말해 줄 수 있어."

"오늘 무슨 일이 있나보구나?"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위험한 일은 아니지?"

"위험한 거 아니야."

이미 계획은 다 세워뒀으니까.

전혀 위험하지 않아.

"내일이 되면 무슨 일인지 말해 줄거지?"

"어, 내일 말해줄게."

"내가 화낼일이야?"

"엄청 화낼 것 같은데, 너도 납득할거야."

"... 하아... 벌써 걱정되는데."

시에린이 미간을 찌푸리고 나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걱정이 가득담겨있는 걸 느끼니 전혀 무섭지 않았다.

"알았어, 더 이상 간섭하지 않을게, 오늘 뭘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실패하지 마라, 알겠지?"

"실패할 일 없어. 말했잖아. 위험하지 않다고."

흑마법사가 나를 굳이 속이기 위해 나를 데려간다고 한 게 아니면 아주 안전하지.

'근데 진짜 죽이려 들면 어떡하지?'

만약을 위해서 학장한테 흑마법사가 나타난게 확실시 되면 그냥 들어오라고 해야겠다.

'아니면 라이트로 바깥에 신호라도 줄까?'

그래, 이 편이 낫겠네.

"그래, 오늘은 널 믿을 테니까 내일 혼날 준비나 하고 있어."

"오늘 하는 일 보다 너한테 혼나는 게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됐고, 푹 쉬기나 하셔, 괜찮은 것 같으니까 나는 이만 가볼게."

"그래, 잘 가라."

침대에 누우니 시에린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푹 쉬어라."

"그래."

시에린이 양호실의 문을 여는 것 까지 확인하고 고개까지 완전히 침대에 파 묻었다.

"어머, 프레스티아 헬링님 아니세요? 여긴 왠일이세요? 어디 다치신곳이라도 있으신가요?"

시에린이 나 들으라는 듯 크게 말했다.

"아니, 그것이..."

프레스티아의 당황한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혹시 플레아 병문안 오셨나요? 안타깝게도 플레아는 지금 자고 있어서 말이죠."

"그런거 아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마주쳤을 뿐이다."

아카데미 건물 구석에 있는게 양호실인데 어떻게 지나가다가 마주쳐?

프레스티아가 나를 보러 왔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진짜 들어왔을일은 없겠지.'

시에린이 없었더라도 창밖에서 내 모습만 확인하고 갔을 확률이 높다.

우리는 지금 쌍방 밀당중이니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잠에 들었다.

밤새 견디려면 지금 자둬야 했으니까.

***

"그래서 라이트를 키면 들어오라고?"

"네, 혹시 빛이 보이지 않으면 그냥 4시에 들어오시면 돼요."

"그나저나 흑마법사가 너를 데려간다고 했단 말이지? 원한이 있는 흑마법사는 대부분 상대를 바로 죽여버리는 데 너는 죽이지 않는다니... 네 미모에 반했나 보구나."

"제가 생각해도 대단한 얼굴이기는 하니까요."

매력 98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수치냐?

"계속 대기 하고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창문을 향해 라이트를 쏴, 가벼운 흑마법이나 커튼에 막힌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으니까."

"알았어요."

낮에 계속 자기만 해서 멀쩡해진 상태로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