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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36화 (136/312)

〈 136화 〉 흑마법사의 습격­2

* * *

친구들한테는 흑마법사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지금 말해봤자 어차피 마땅한 도움을 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쓸 데 없을 정도로 걱정을 많이 할 것 같았거든.

나중에 흑마법사가 잡히고 난 다음에는 애들이 왜 말 안했냐면서 길길이 날뛰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때의 책임은 내가 알아서 지면 되겠지.

애들을 속이는 건 정말 쉬웠다.

흑마법사가 내 목숨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학장이라는 안전 장치도 있었고 무엇보다 흑마법사는 내 방에만 마법진을 설치해 놓은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밖에서 습격당할 걱정은 아예 하지 않아도 됐다.

'밖에서 습격을 한다고 쳐도 대낮의 아카데미에는 나타나지 않겠지.'

교수님들도 많고 학생들 중에서도 대단한 마법사들이 많은 만큼 절대로 개방된 공간에 나타날 일은 없다.

"그래도 혼란이 많이 잦아져서 다행이야."

다같이 밥을 먹는 점심시간, 라이넬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도 전체에서 벌어졌던 시위 말하는 거지?"

"어, 그래도 중앙파 쪽에서 먼저 사과 스탠스를 취했잖아? 돈도 많이 뿌리고 새로운 정책도 많이 추진하고 있으니까 이제 괜찮아지겠지?"

"라이넬 너 진짜 순진하구나? 나중에 기사단장이 되면 옆에 머리 좋은 참모하나 붙여둬야 겠어."

"응? 갑자기 순진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라이넬이 자기는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시에린을 바라봤다.

"너 설마 중앙파 귀족들이 자기가 한 말을 그대로 지킬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안 지킬 수가 있어? 시민들이 이렇게 화났는데."

"화난 것도 잠깐이지, 어느정도 관심이 사그라 들면 정책이고 뭐고 다 내팽겨 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걸?"

"에이, 말도 안돼."

라이넬 얼굴봐라, 헤실하고 웃는 걸 보니까 시에린 말이 농담인줄 아나 보내.

"헤유... 그래, 너한테 뭘 설명하겠냐."

시에린이 접시에 있는 파스타나 다시 먹기 시작했다.

"너희는 기말고사 잘 준비하고 있어? 얼마 안남았잖아."

"벌써 기말고사 시즌인가? 시간 진짜 빠르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방학이고 방학이 끝나면 2학년이야... 우리가 2학년이라니 믿기지가 않아..."

미소녀 3인방들이서 각자 한 마디씩 말했다.

"우리는 2학년에 올라가도 계속 친구겠지?"

"당연히 친구지, 우리가 친구가 아니게 되면 플레아가 제일 큰일 날 걸? 플레아가 가지고 있는 야심을 전부 다 알고 있는 게 우리들이잖아. 당장 1황녀한테 달려가서 플레아에 대해서 불기만 해도 플레아 인생은 풍비박살 나는거야."

"나는 너희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어."

나 먹을 거 다 먹고 포크를 내려놓자 시에린이 씨익 하고 웃었다.

"과연 그럴까?"

"과연 그렇지, 너희가 날 배신 할 거면 더 좋은 순간들이 수도 없이 많았거든,"

"갑자기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 왜."

"바꿀거야?"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시에린을 바라보니 시에린이 방긋하고 미소 지었다.

"아니, 안 바꿀거야. 다른 곳으로 가봤자 내가 여기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없으니까. 우리 플레아가 제국의 황제가 되시면 우리한테는 못해도 후작, 공작직위는 주지 않겠어?"

"응? 황제라니? 그게 무슨 얘기야?"

얘네들한테는 얘기 안했었나?

"으음, 그냥 장난 친건야. 예전에 둘이 있을 때 플레아가 자기가 황제가 되고 싶다고 농담한 적이 있었거든, 그것 가지고 놀리는 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

"아하,"

다행이 미네타와 라이넬 모두 쉽게 속여 넘긴 듯 했다.

"플레아 아무리 농담이어도 황제가 된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면 안되는거야. 지나가다가 칼 맞아도 이상할 게 없어."

라이넬이 상당하 격한말을 쓰면서 나를 바라봤다.

"맞아, 아무리 꿈이 커도,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순 없어. 황제의 뒤에서 모든 걸 좌지우지 하는 실세라면 모를까 말이야."

얘네 반응보니까 내가 진지하게 황제의 자리를 노린다고 해도 안 믿을 것 같은데?

'오히려 좋은 일일 수도 있어.'

시에린이야 표정관리를 엄청 잘하는 애라서 상관없지만 라이넬과 미네타는 다른데 가서 이상한 말을 흘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오히려 내 야망같은 건 아예 모르고 있는게 차라리 낫겠지.

"그래도 플레아가 진심으로 황제의 자리를 노린다고 하면, 다들 전력을 다해서 도와줄 자신은 있잖아? 안그래?"

"당연하지. 우리가 누군데."

"조금 부담이 있긴 한데, 우리가 플레아 편을 안들어주면 누가 플레아 편을 들겠어."

'오, 얘네들 의리봐라.'

하긴 이 정도의 지를 보여줘야 나중에도 제대로된 역할을 해줄 수 있겠지.

다 같이 밥을 먹고 각자의 반으로 돌아가 수업을 들었다.

흑마법사한테 목숨을 위협당하고 있는 나름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평소와 다를 거 없이 행동했다.

흑마법사의 습격은 나한테 어떤 피해도 입힐 수 없고 오히려 나에대한 소문을 한 번 더 퍼뜨려줄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

'흑마법사 년이 나를 제대로 공격하려면 전생의 나를 건드렸어야지.'

이 세계에서 쌓은 기억 중에서 나에게 트라우마가 될 만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

친구들이 나를 욕해?

내가 황제가 된다고 해도 같이 가준다는 애들이 나를 욕할리가 있나.

프레스티아가 나를 혐오해?

진작에 각오했던 일이다. 지금이야 프레스티아또한 나를 좋아하기에 사용할 생각이 없지만, 언젠가 한번 프레스티아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짓을 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니까.

친구랑 프레스티아를 제외하면 내 정신에 피해를 입힐 순 없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은 당장 그 4명뿐이니까.

실제로는 하나도 겁먹지 않았어도 나름 겁먹은 척을 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아카데미에 남아서 공부했다.

슬슬 여름이 끝나가서 해가 짧아졌기 때문에 아카데미는 순식간에 어두워졌는데 어두운 아카데미는 나름 무서웠다.

반에 혼자 앉아있을 때는 불을 켜놔서 괜찮지만 복도로 가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둠 속이라서 더 무섭달까?

'악몽보다 이 광경이 더 무서울 것 같은데?'

불을 밝히기 위해 라이트 마법을 사용한 내 앞에서 갑작스러운 인형이 들어났다.

"왁!!"

"... 여기서 뭐하세요?"

"너 놀리려고 준비 중이었지."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학장이었다.

왜 아직도 퇴근하지 않고 남아있는지도 의문이었고 나 하나 놀린다고 어둠속에 숨어있는 학장을 생각하니 그거도한 의문스러운 모습이었다.

"강한 척 하더니만 너도 악몽이 많이 무서웠나봐? 밤 늦게까지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는 걸 보면 말이야."

"알아서 생각하세요."

작은 불빛 하나를 옆에 띄워두고 걷는 내 옆으로 학장이 슥 붙어왔다.

"무서우면 오늘은 다른 기숙사실에서 자는 것도 방법이야."

"됐어요. 피해만 다녔다가는 그년을 잡지 못해요."

"처음 봤을 때 부터 느꼈는데 너는 정말 강한 아이구나?"

"약한 것 보단 강한게 낫잖아요? 괜히 무서워서 덜덜 떤다고 해결되지는 않으니까 공포고 뭐고 잊고 있는거죠."

사실 하나도 무섭지 않아서 그런거지만, 그냥 무서운 걸 참는 셈 치자 학장한테 굳이 내 악몽의 내용을 말할 필요도 없고.

"아직 어린데 대단하네."

학장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오늘 아직 머리 못 감았는데 기름기 같은게 손에 묻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근데 언제까지 따라오실 거에요?"

"기숙사 앞까지? 흑마법사가 공격해 올일은 어지간하면 없겠지만 괴한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아카데미 보안이 그렇게 약해요? 괴한이 아카데미 안으로 몰래 들어와서 기숙사로 향하는 남자애를 공격할 수 있을 정도면 이미 아카데미는 망한 거 아니에요?"

"그 괴한이 아카데미의 학생일수도 있잖니. 나는 그런애가 절대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너를 노리는 학생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이 말은 충고일까? 아니면 그냥 나랑 같이가기 위해 급조해낸 말에 불과할까?

"무슨 의미에요?"

"적을 만드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해주는거지. 특히 대화로 풄 수 있는 상황이면 말로 푸는 게 좋지 않겠어? 너도 이제 제도에서 나름 이름 날리는 사람이잖니, 상대쪽에서 마냥 업신 여기지는 못할거야."

'사모아를 얘기하는 거구나?'

요즘들어서 특히 더 사이가 안 좋아지긴했지.

지나가다가 그 쪽 파벌애들 만나면 사납게 노려보기도 했으니까.

'프레스티아와의 파벌전쟁에서 완전히 져버린 다음에 더 심각해지긴했지.'

그 쪽이랑도 화해를 하긴 해야 겠다.

사모아 공녀는 그렇게 대단한 여자가 아니지만 그녀의 어머니인 사모아 공작은 정말 엄청난 사람이니까.

애가 홰까닥 돌아벌이면 자기 어머니한테 내 처리를 부탁할 지도 모르니 늦어도 기말고사가 진행되기 전에 이야기를 한 번 나눌 필요가 있어보였다.

"잘 들어가라."

"학장님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학장은 기숙사의 입구까지 나를 데려다 주고 나서야 사라졌다.

아직 저녁도 못먹었지만 바로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가자 시에린으로 보이는 여자가 목을 메고 죽어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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