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 흑마법사의 습격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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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파 귀족들이 내새운 파격적인 정책에 제도를 휘감았던 혼란은 순식간에 사그라 들었다.
학생들도 다시 평화롭게 등교할 수 있게 됐고 제대로 과제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2학기의 중간고사 이후에 보는 과제다 보니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지만 열심히 풀면 못 풀건 없었다.
한시도 공부를 놓지 않는 나는 여유롭게 만점을 맞을 수 있었고 내 이름값에 가려져 있던 나의 실력이 슬슬 언급되기 시작했다.
플레아 아이데스가 사실 공부도 잘한다더라, 참모로도 크게 손색이 없다더라, 정도로.
'이제 좀 있으면 기말고사네.'
2학기가 시작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기말고사라니... 기말고사가 끝나고 성적이 제대로 마무리가 되면 종업식이다.
1학년을 끝내고 2학년으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2학년이라...'
아마 1학년 때보다 훨씬 다사다난하겠지.
할 것도 더 많아질 테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함께 방으로 돌아오니 차갑게 식어있는 내 방이 나를 맞이했다.
'벌서 쌀쌀하구만,'
여름도 다 지나기는 모양이다.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들어서 침대에 누웠다.
딱 5분만 누워있겠다고 마음 먹으며 시계로 알람을 맞추고 잠에 들었다.
흔들리는 마차안에서도 바로 잘 수 있는 내 뛰어난 잠들기 실력 덕분에 가면도 안 벗고 옷도 안 갈아 입은 불편한 상황에서도 금세 잠이 들 수 있었다.
***
"넌 쓰레기야."
요즘 잠만 자면 튀어나오는 시에린이 나를 보고 소리쳤다.
"가식스러운 위선자!"
이번엔 라이넬이 옆에서 소리쳤다.
"죽어 마땅한 쓰레기!"
미네타도 있네, 하이.
요즘 잘 때마다 친구들이 나와서 나한테 욕을 박는데 솔직히 아무렇지도 않다.
내 정신속에 있는 트라우마를자극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친구들이 나를 욕할 뿐이니까.
처음 봤을 때는 좀 당황스럽긴 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잘 분간도 안되는 상황에서 가장 친한 들이 나한테 욕을 하기 시작하니 마음도 갑갑하고 괜히 울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말야.'
얘들은 나한테 욕 안하거든?
나한테 진짜 타격을 입히려면 프레스티아를 데려오란 말이야.
내 트라우마랑은 전혀 상관 없는 악몽, 늘 비슷한 말만 반복하는 친구들. 가끔 꿈이 오래가면 나를 때리기도 하는데 꿈이라는 걸 인지하면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다.
'흑마법사의 짓이겠지?'
나한테, 혹은 내 침실에 이상한 장난질을 친 모양인데 이 정도는 악몽도 아니었다.
'문제는 흑마법사가 내 정신에 침투할 수 있다는 거 그자체지.'
흑마법사를 처리할 때 원한을 쌓으면 가끔 생기는 이벤트인데 설마 기숙사 안 까지 들어올 정도로 강한 원한을 가졌는지는 몰랐다.
'나를 엄청 저주하면서 사라지긴 했었지.'
수습 흑마법사도 무더기로 잡혔으니 나를 향한 증오심이 강하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당장은 악몽을 꾸게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겠지만, 앞으로 무슨 짓을 저질러 올지 몰라.'
난세에서 흑마법사의 습격이벤트가 발생하면 악몽으로 시작해서 흑마법사의 본체가 습격해 올 때까지 일이 심각해지는 게 보통이었다.
'난세랑은 다르게 학장이랑 조금 친해졌으니 아마 방을 바꿔달라면 금방 바꿔 주겠지만...'
그 정도로 흑마법사의 습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방을 바꾸는 정도로 포기할 년이 아니야.'
당장은 포기하고 숨을 죽이더라도 언제든지 내 앞에서 나타나서 나를 노릴 수 있는 시기를 노릴 것이다.
'그럴바에는 한 방에 잡아버리는 게 낫지.'
띠리리리리
먼 곳에서 시계의 알림 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깨 일어나니 평소랑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내 방이 보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대충 휘청거리는 척을 하며 옷을 갈아입고 책상에 앉았다.
과제와 숙제, 예습과 복습을 하면서 흑마법사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결국 본체를 잡아야 의미가 있는 건데 말이야.'
내 방 어딘가에 설치된 마법진은 시간이 지날 수록 세를 늘리다가 결국엔 흑마법사의 본체가 순간이동 할 수 있을 정도로 세력을 키울 것이다.
'아예 불완전한 순간이동만 가능할 때 습격을 하도록 유도해야 겠는데?'
마법진이 완전히 성장하지 않았을 때 순간이동을 시전하면 흑마법사가 순간이동을 하고도 몸을 추스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력이 거의 없는 인간이니 만큼 흑마법사가 조급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마법진이 성장하기 전에 나를 공격해 올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유도한다고 치고... 내가 흑마법사랑 1대1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대략 5분 정도려나?'
미리 준비해 둔 큐브를 모두 사용하고, 별의별 지랄발광을 떨면 5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5분 동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좋은 사람이 있지.'
미리 말해두지 않으면 내가 습격당한 걸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음날 내가 등교하지 않아야 의심을 하게 되고 내 방 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내가 흑마법사의 손에 죽었다는 걸 깨닫게 될태니까.
흑마법사도 멍청한게 아니라서 이동할 때 다른 곳에 티가 안나게 하려고 엄청 노력한다.
아마 아카데미에 있는 그 누구도 내가 흑마법사에게 공격받은 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다른 누군가한테 내가 흑마법사에게 노려 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과제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대략 3일 째 반복되는 악몽을 가볍게 무시한 뒤 편안하게 일어나서 아카데미로 향했다.
"네가 왠 일이니? 나한테 먼저 찾아오고 말이야."
아카데미에 가자마자 한 일은 학장실로 찾아가는 일이었다.
어제 미리 약속을 잡아 놨으니 전혀 실례되는 행동이 아니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청십자가연맹에 관려된 거야?"
"아뇨. 제 안전에 관련 된거에요."
학장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네 안전을 내가 왜 보장해 줘야 하지?"
"그야 기숙사에 있는데 위협을 당하니까요. 아카데미의 학장으로서, 기숙사 보안에 대해서 책임지실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요?""
"기숙사? 위협? 너 혹시 왕따 당하니?"
"아뇨."
누가 나를 왕따 시켜, 애초에 친한 애들이 많이 없는데.
"흑마법사가 저를 노리는 거 같아요."
그 말을 끝으로 학장의 얼굴이 싹 굳었다.
"어디서?"
"제 기숙사에서요. 잠 자면 늘 똑같은 악몽을 꿔요. 제 정신에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무조건 흑마법사짓일게 분명해요."
"잠시만 기다려 봐라."
학장이 어딘가에서 푸르른 구슬을 꺼내 들더니 그 구슬 위에 손을 올렸다.
"흐읍."
잠시 눈을 감은 학장이 눈을 다시 떴을 땐 학장의 얼굴에 강한 노기가 서려 있었다.
"허, 감히 우리 기숙사안에 침툴해? 이 잡년을 그냥!"
"진정 좀 하세요."
나 먹으라고 따라줬던 녹차를 내밀었다.
"후우... 금방 조치해 줄게. 마법진을 없애면 너를 노리는 흑마법사의 시선도 잠잠해 질거야."
"그걸로는 안되겠는데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나면 결국 다시 저를 노릴 거 아니에요. 그런 일시적인 방법이 아니라 근본을 뿌리 뽑고 싶어요."
"... 내가 그걸 왜 도와줘야 하지?"
"아카데미에서 가라고 했던 흑마법사들 흔적조사 임무에서 원한을 산 거니까요. 학장님이시니까 책임 져 주셔야죠."
"참나..."
학장이 미간을 잡고 얼굴을 찌푸렸다.
"후우, 그래, 너는 청십자가 연맹원이기도 하니까 연맹원 보너스로 잡아줄게."
"최대한 약한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나게 유도할 거에요. 그 때 나타나셔서 흑마법사를 처리하시면 돼요."
"본체 그대로 나타나도 내가 이겨."
"학장님이 나타나기 전에 제가 끔살당하겠죠."
"보호 마법이라도 걸어줄까?"
"흑마법사 보고 눈치채라고요?"
방안은 이미 흑마법사의 영역일텐데 학장의 보호마법을 걸치고 들어가는 순간 흑마법사도 무언갈 잘못 됐다는 걸 눈치 챌거다. 그리고 만반의 준비를 다해서 오겠지.
"언제 흑마법사를 불러 드릴건데?"
"적당한 때가 되면 제가 알아서 말씀 드릴게요."
"나랑 시간 미리 맞춰야 되는 거 알지? 흑마법사가 나타났을 때 내가 바쁜 상태면, 넌 그대로 죽는 거야."
"알겠어요."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겠지?
학장으로서의 책임감에 모든 걸 맡겼다가 배신당하면 낭패다.
"흑마법사를 무찌르시면 제가 선물하나 드릴게요."
"무슨 선물?"
"저번에 학장님이 주신 거 기억하죠? 똑같은 방식으로 제가 얼마나 큰 것까지 드릴 수 있을지 알아서 판단해서 알아서 요청하세요. 제가 정한 선 안에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지급해 드릴거고 그렇지 않다면 물건너 가는거에요."
"얘가 못된것만 배워가지고."
학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감사하다는 손 편지 하나로 충분해. 학장으로서 아카데미의 학생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학장이 내 머리카락을 톡톡 건드렸다.
"그러면 가라. 악몽때문에 잠도 잘 못잤을 텐데 쉬는 시간에라도 잠 채워."
그렇게 학장실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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