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134화 (134/312)

〈 134화 〉 멍청이 개선식­3

* * *

제도의 혼란은 계속됐다.

개선식으로 인해 벌어진 병사들의 난동은 어느정도 진압이 되어 갔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길을 걷다 보면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내가 그 사람들의 가장 앞에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 슬슬 꼬마 영웅이라는 이름값이 낮아질 때가 됐으니까 이럴 때 잘 관리해 둬야지.'

분노한 시민들의 가장 앞에 서서 중앙파의 개혁을 요구한다.

어차피 중앙파와는 사이가 안 좋았고, 이런 일 하나하나가 모여서 내 이름값을 높이는 행위였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늘 거리로 나와서 시위에 참여했다.

친구들도 같이 참여했는데 라이넬의 경우는 진짜로 화가 단단히 나 있는 상태여서 정말 실감나게 시위를 진행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너무 큰 시위대로는 가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커다란 시위대에는 우리가 필요 없다는 걸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병사들의 눈먼 창에 제압당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아직 치안대까지 맛탱이가 가버린 상황은 아니어서 시위대가 모이면 강제로 해산 시켰거든.

'치안대 까지 깊은 분노에 공감해서 상층의 명령을 듣지 않아야 진짜 막장이지.'

아직까지는 완벽한 막장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규모 시위는 잘 벌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소규모 시위대들만 계속 나타났는데, 시민들의 시위가 아예 의미 없는 행동은 아니었다.

황실파와 지방파가 중앙파를 압학하는 용도로 시위대 이야기를 많이 꺼냈거든, 너희들의 독재에 시민들이 저렇게 화가 났다는 원론적인 명분을 얻어냈으니까.

명분 하나하나가 중요한 정치판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뒤를 받혀주고 있다는 명분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명분이었다.

"근데 진짜 이렇게 시위대에 참여해도 되는 거야? 중앙파한테 엄청 찍히는 거 아니야?"

미네타가 주변에 들리지 않게 소리를 차단시킨 후 나한테 물었다.

"찍혀도 괜찮아. 어차피 중앙파는 나를 싫어했고, 내가 실질적인 병력을 얻는 게 아니라 명예만 계속 얻는 거라서 마땅한 견제는 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중앙파 내부도 엄청 분열 되어 있어서 나를 작정하고 공격해 올 수도 없고. 지금은 중앙파같은 세력 생각하지 말고 진짜로 제국을 위해서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다녀, 절대 연기라는걸 들키면 안돼."

"알았어..."

난세였다면 중앙파의 입김을 받은 치안대의 과잉진압으로 순삭간에 사그라 들었을 시위가 점점 크기를 늘려갔다.

청기사단의 은밀한 지원도 있었고, 황녀가 심어놓은 바람잡이들에 의한 효과도 있었다.

나같이 시민들에게 나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움직이는 것도 꽤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시위는 사그라들 줄을 모르고 점점 덩치를 불려갔다.

***

"그래, 시민들의 시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거지?"

"네, 매일같이 시위의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야. 그치?"

"참모진들이 분석한 결과 지방파가 개입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건 분석 안해도 알아 임마, 평소라면 금방 사그라 들었을 개년들이 아직도 활활 타고 있는 걸 보면 어린애라도 이상한 점을 눈치채겠다."

그리 말한 여성은 씨익 하고 웃었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라 놈들이 계속 불타고 있다면 평범하지 않은 방법으로 끄면 돼. 놈들이 좋아하는 거 있잖아. 적당히 하위 파벌애들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시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뭐다하면서 법안을 내고 배상금이라고 돈 좀 뿌려주면 아마 금세 사그라 들걸? 하루이틀 하는 일 아니잖아."

시민들은 쉽게 타오르는 만큼 빠르게 꺼졌다.

"중요한건 시민년들이 아니야. 지방파 썅년들이랑 1황년이 문제지."

제국의 지도자인 황제의 첫째딸, 1황녀를 황년이라고 부르는 무례를 저질렀지만 그녀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그녀의 심복들 뿐인것도 그 이유였지만 실제로 1황녀의 앞에서 황녀를 황년이라 칭해도 황녀가 자신에게 어떤 위해도 입히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방파 년들은 적당히 돈좀 물려주면 물러 날것 같은데 1황년이 문제야. 돈이 아니라 직접적인 이권을 줘야 물러 날것 같단 말이지?"

그녀가 혀를 가볍게 찼다.

어쩔 수 없지, 줄건 줘야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으니까.

"참모장."

"네, 사모아 공작님."

"중앙파에 전달해, 시민들에게 뿌릴 배상들이랑 지방파 썅년들에게 줄 돈이 필요하다고, 적당히 1000만 골드만 걷어와."

실제로 시민들에게 배상할 돈과 지방파 년들에게 줄 돈은 100만 골드가 안 되겠지만, 애들 움직이는 비용도 있고 여론 조작 비용도 필요하니 이 정도는 걷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적당히 이름 있는 놈들잡아다가 시민들한테 던져줘. 걔네가 모든 일의 원흉인 것처럼 입을 맞추고 시민들을 위해 지원사업과 새로운 정책들을 진행할 예정이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그리고 그 중앙파가 가지고 있는 사업 중 일부를 황년한테 넘기면 어느정도 잠잠해 질거야."

"알겠습니다 공녀님."

"그러면 다들 꺼져. 좀 쉬고 싶다."

그녀의 수하들이 모두 밖으로 나갔다.

"후우... 후우..."

모든 수하들이 밖으로 나가자 마자 숨겨놨던 약을 꺼내 먹었다.

"하아... 하아, 몸이 아주 씹창이 났구만."

한 것도 없는 데 몸이 이렇게 비명을 지르다니.

'내가 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헸지? 3년이라고 했었나?'

맥시멈으로 잡아야 3년이고 2년이상 버티기조차 힘들다고 했다.

그런 진단을 내린 의사는 바로 죽여버렸지만 한번 내린 진단을 뒤바꿀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아직 이루지 못한 게 많은데 벌써 죽어야 한다니.'

그녀는 그것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녀가 지지하는 2황녀를 황제로 올리면 황제의 뒤에서 모든 권력을 누릴 수 있을 텐데, 그 대계가 완성되기 전에 죽어버린다는 뜻이니...

절대 죽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몸에 좋다는 약들은 다 먹고 있었지만 날이 갈 수록 약해지는 몸을 회복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자식이 한 명이라 다행인가.'

자신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딸아이였지만 나름 군주로서의 재목도 있고, 야망도 있는 아이다. 나와 내 심복들이 짜 놓은 계획대로만 일을 진행하면 2황녀를 황제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딸이 두 명이었다면 아무리 자신이 한명을 명확히 정했어도 둘이 싸울 것이 명확했다.

이런 중요한 시국에 후계 전쟁 때문에 이득을 놓친다면 무덤에서 일어나 자식들을 두들겨 패줄 자신이 있었다.

"하아... 벌써 죽어야 한다니..."

자신의 딸인 이르엘 사모아가 그녀의 대업을 대신 완료해 준다고 할지라도 그녀가 직접 대업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로 가슴이 아팠다.

***

아침부터 신문이 쏟아졌다.

아카데미 안까지 날아들 정도면 하늘에서 뿌린 것 같은 데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이렇게 까지 광고를 하는 지 궁금 하지는 않았다.

중앙파에서 꼬리자르기를 시전하고 시민들에게 배상금과 함께 시민들을 위한 정책이랍시고 말도 안되는 걸 늘어놓겠지.

'이제 시위도 끝이 나겠네.'

정말 뻔한 방법이었지만 이와 동시에 1황녀와 지방파에게도 뇌물을 줬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배후 세력들이 모두 사라진 시위대는 금세 붕괴할 것이다.

그리고 이젠 중앙파의 요원들이 반 시위 여론을 퍼뜨릴 테고.

신문을 들고 읽어 보니 역시 내가 생각한 내용이 그대로 신문에 담겨 있었다.

'시민들에게 50만 골드를 나누어 배상한다라...'

진짜 배상하는 거 맞지? 내가 보기엔 실제로는 5만 골드쯤 뿌리고 50만 골드라고 구라치는 거 같은데.

'이럴 땐 돈 좀 써라.'

중앙파 전체에서 돈을 뜯어냈을 텐데 이것밖에 못줘?

'이것만 줘도 시위는 진압된다는 계산하에 벌어진 일이겠지.'

신문을 바닥에 다시 내려놓고 반으로 향했다.

상대적으로 평민이 많은 우리 반에서 조차 중앙파에서 좋은 대안을 내놓았다는 말이 돌고 있었다.

심지어는 오늘 부터 중앙파가 달라질 거라는 말도 안되는 망상을 하는 애들 조차 있었다.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서는 중앙파애들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단 하루만에 아카데미 내의 여론은 중앙파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다른 시민들도 이거랑 비슷한 분위기려나?'

중앙파의 작전이 정말 잘 통했다.

그렇게 들끓었던 시위대가 단 순식간에 사라졌다.

"시위대, 이제는 없네."

"없을 법 하지 않아? 이제 제대로 한다고 발표 했잖아."

어제까지 시위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라이넬 조차 이런말을 할 정도니 당장의 행보가 아주 파격적이었다는 걸 부정할 순 없겠지.

'그런데 몇 개나 지키려나.'

내가 보기엔 한다고 말만 하다가 3달 쯤 뒤면 다 잊혀져서 진행이 되고 있는지 안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뭐, 이러나 저러나 개선식으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시위 사태는 막을 내리는 듯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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