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멍청이 개선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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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술이 취했어도 자신이 좆됐다는 건 확실히 깨달았는지 병사들이 그대로 굳어서 멈춰버렸다.
그 반응에 사모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너희는 누구인데 내 파벌에 속한이를 건드리는 것이지?"
"저... 저희는 라이벤 자작님 소속 병사들입니다!"
"그래, 왜 너희들은 내 파벌원을 건드렸지? 아, 일단 떨어져라, 내 물건이 남의 손에 더러워 지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
병사들이 그제서야 남학생에게 떨어져서 바로 섰다.
"이유나 들어보지, 내 파벌원인 걸 몰랐다고 쳐도 아카데미의 학생을 건드는 순간 네년들의 인생이 끝난다는 걸 설마 모르고 있었나?"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만 하지 말고 이유를 말하라. 왜 내 파벌원을 건드렸지?"
"저희가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갔습니다!"
"술에 취해서 정신이 나간 놈들이 잘도 나를 보고 정신을 차렸군."
사모아가 나를 바라보다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우리가 먼저 도착했으니 경과를 묻긴 해야하는데 하필 상대가 나라서 짜증이 난걸까?
"내가 오기 전에 너희들이 이 미친년들을 막아 선 것 같은데, 너희에겐 어떤 반응을 보였지?"
"그냥 개 무시하던데요? 자기들이 제국을 구한 영웅이라나 뭐라나."
"미친년들이군."
사모아가 미간을 잡고 얼굴을 찌푸렸다.
본판이 워낙 예쁘다 보니 그 모습조차 객관적으로서는 아름다웠다.
"이자들은 내가 라이벤 자작과 말해서 알아서 처벌하도록 하지."
'끝났네.'
중앙파 중 가장 세력이 강한 사모아 공작가의 공녀의 명이다.
라이벤 자작가는 당연히 병사 5명을 버려서 자신이 살길을 만들겠지.
물론 자신의 병사 5명을 상대에게 넘기는 불명예를 당하면서 이미지 손상을 입긴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모아 공작가를 상대로 반론을 제시할 순 없잖아.
무조건 바닥에 납짝 업드려서 사모아가 시키는 대로 다 할거다.
심지어 사모아 파벌원을 건드렸기 때문에 사모아쪽에서 추가적인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라이벤 자작은 굉장히 빡쳐 할 테고 그 분노는 5명의 병사들을 향하게 되겠지.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병사들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제는 정신이 제대로 돌아온 듯 하여 더 이상 미친 소리를 지껄이지 않는 다는 거? 우리가 도망가면 얼굴은 어떻게 알거냐 어쩌냐 개지랄 했으면 라이벤 자작가 까지 큰 피해를 입었을 거다.
이미 큰피해를 입었을 것 같긴한데, 지금까지 내가 언급한 것 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다.
그 후의 일은 쉽게 진행됐다.
병사들에게 당할 뻔한 남학생은 무사히 기숙사로 이동하고 사모아가 부른 병사들이 나타나서 라이벤 자작가의 병사들을 체포해 갔다.
나름 참고인의 신분으로 사모아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병사들이 모두 사라지자 사모아와 우리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안 들어가고 뭐하나?"
"들어갈거에요."
아직 나한테는 악감정이 많나 보네, 잘못은 자기가 해 놓고서 왜 나한테 지랄인지 모르겠다니까.
처음 만났을 때 리드를 거절한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나?
'싫어할만도 한가?'
그 악연으로 시작해서 차곡차곡악연을 쌓아 올라갔으니까.
특히 프레스티아와 친해지면서 사모아가 나에게 가지는 악감정이 확하고 올랐을 거다.
사모아를 뒤로 하고 라이넬과 함께 교문을 통과했다.
"그래도 다행이네, 큰 일 없이 무사히 해결됐잖아."
"일단 다행이긴하지, 그런데 알아둬야 할게 있어. 이런 사건이 여기서만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해?"
"...아..."
많은 수의 병사들이 한 번에 제도로 들어온 상황이다.
제어가 되지 않을 것이고 제어할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청기사단 같은 곳에서 최대한단속하고 움직이긴 할테지만 우리가 봤던 상황같은 상황이 제도 전체에서 벌어질 것이고 수많은 시민들이 피해를 볼것이다.
본래 전쟁이 벌어지면 병사들에 의해 영지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많았지만 제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황제가 거주하는 곳이니까.
하지만 치안대의 병력이 약해지고 진짜 제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제어력이 약해지고 처벌 능력이 약화되면서 병사들의 군주도 병사들을 제어하지 않음으로서 제도에서 병사가 시민을 강간하는 미친 짓거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부 다 중앙파가 제국을 장악해서 벌어진 일이야..."
"맞아... 황제님께서 제국을 온전히 지배하셨다면 이런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황제가 제국을 지배한다... 정확히 말하면, 단 한 사람이 제도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그가 폭군이 아니라면 이런일은 벌어질 수 없다.
병사들이 시민을, 심지어 제국에 거주하는 시민을 강간한다? 적발 즉시 엄벌에 처하고 병사들의 주인에게도 책임을 물으면 금방 끝나는 문제니까.
내버려 두면 시민들의 반발이 심해지는 문제니까 정신이 제대로 박힌 군주라면 무조건 해결하는 게 옳다.
'문제는 중앙파가 하나가 아니라는 거야.'
중앙파 귀족이라고 뭉뜽그려서 말하고 있지만 중앙파는 하나의 세력이 아니다.
중앙에 거주하면서 황제의 권력을 빨아먹는 족속들을 통칭하여 언급하는 단어인데 중앙파 내에서도 다양한 세력이 있고 자기들끼리 견제도 하고 싸우기도 하기 때문에 제도의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거다.
'내가 장담하는데 사모아 공작가가 중앙파를 완전히 먹고 있었으면 제도의 상황이 이렇게 까지 심각하진 않았을 거야.'
서로 견제하고 자기 세력을 키우는데 너무 공을 쓰다보니 제도의 내정이 완전히 박살 나버린 거지.
'이번 개선식을 통해서 제도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모두가 알게 되겠지.'
그간 곪아 있던 고름들이 겉으로 들어나기 시작하는 거다.
제도가 망한다 망한다 말만 그렇게 해왔지 진짜로 망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어? 설마 진짜 망하나? 하는 불안감을 가지게 됐으니까.
실제로 진짜 망해버리기도 하고.
라이넬과 헤어지고 방으로 돌아오니 시계에 알림이 하나 와 있었다.
[제도 치안관리를 위한 자원봉사자 모집]
내용을 확인 해 보니 가산점이 있긴 했는데 남자는 기사반만 모집한다고 해서 나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라이넬은 무조건 참여 할테고... 다른 애들도 많이 참여하겠지?'
개선식을 통해 들어온 병사들이 제도에서 깽판을 치고 다니니 치안을 관리하기 위해 아카데미의 학생을 모집한다?
이 정도로 제도는 개판이었다.
평범한 역사였다면 반란이 나도 진작에 나는게 정상이었지만 마나라는 힘이 일반 시민들이 힘을 쓰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다음날 학교로 등교하니 상당수의 학생들이 사라져 있었다.
아마 어제 발송된 문자를 보고 지원한 애들이 많은 것 같은데 라이넬이랑 시에린, 미네타는 어제 이미 지원했다고 알려줘서 오늘은 나 혼자였다.
'그래도 어느정도 가라앉긴 하겠네.'
대충 훑어보니 아카데미의 여학생들은 대부분 나간것 같은데 제국아카데미에는 귀족들이 정말많다.
자기 주인의 따님이 와서 닥치고 짜져 있으라고 하는데 거기에 반항할 수 있는 병사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오늘이 지나면 제도전체에 퍼진 불안은 어느정도 가라앉을 것 같다.
'더 심해질 수도 있긴 해.'
아카데미의 학생들이라고 깨끗한게 아니라서 자기네 병사들이랑 같이 돌아다니면서 혼란을 더 가속화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아카데미에까지 이렇게 공고가 내려왔다는 건 나름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고, 제도 전체가 나서서 막아내려고 하면 금세 괜찮아 지지 않을까 싶었다.
'불안은 사라지지만 불만은 사라지지 않지.'
어제 개선식을 통해 제도로 들어온 병사가 만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 10%만 사고를 쳤도 천 명인데 그 사람들이 과연 한두명에게만 피해를 입혔을까?
내 옆집 사람이 병사들에 의해서 상처를 입었다면 당연히 같이 분노하지 않을까?
'이 개선식은 아마 역사에 길이 남을거야.'
사상 최악의 개선식이라고 역사에 박제되겠지.
최고 전공자는 참여도 못하고 병사들로 인해서 제도는 개판이 되고, 관리나 제어도 하나도 못하고.
이 시점부터 시민들이 뭉쳐서 시위가 일어나기도 하고 각종 시민단체가 생성되기도 하며 중앙파의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지방파 세력이 조금씩 올라온다.
여기에 난세와는 다르게 황실파의 세력도 천천히 올라오는 기미가 보이니 그야말로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는 대사건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나같은 인물들에겐 기회의 장이기도 하지.'
다양한 세력이 난립하는 만큼 엄청난 혼란이 찾아오고, 그 혼란속에서 조용히 내 세력을 키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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