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130화 (130/312)

〈 130화 〉 청십자회의­1

* * *

연회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한 소문은 단시간에 제도 전체로 퍼졌다.

테러를 벌인 일당들이 모두 중앙파인 걸로 밝혀지자 일반 시민들에게 있어서 중앙파 귀족에 대한 믿음은 한 없이 낮아졌다.

민간인을 납치하고 황녀의 연회에 테러를 저질렀다.

안 그래도 권력에 눈이 멀어서 제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다는 욕을 먹고 있던 것이 중앙파였는데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폭발해서 가끔가다 시위가 터질 정도로 그 분노가 극에 달해있었다.

'난세였다면 일반 시민들의 분노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겠지.'

왜냐면 그들은 힘이 없었으니까.

이 시민들이 진짜 힘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지금 시점부터 시민 집단이 힘을 기르긴 할 텐데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년단위의 시간이 걸릴거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민집단을 홀라당 먹어버리면 된다는 말씀.'

여기까지는 난세의 이야기고 지금은 분위기가 좀 달랐다.

청기사단이 힘을 얻었고, 황녀도 나름 강해졌다.

청기사단이야 워낙 청렴결백한 기관이라서 그럴리가 없겠지만 황녀라면 몰래 일을 벌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몰래 시민들을 선동해서 중앙파 귀족들에게 피해를 입히려고 할 지도 모르지.'

얘를 들면 불매 운동이라거나 폭동에 의한 암살 시도라거나...

이미 힘을 키운 중앙파 귀족 전체의 입장에선 큰 피해가 아니지만 중앙파에 속한 귀족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무서울 수 있을 만한 상황이다.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모든 일 중 가장 커다란 나비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무슨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비틀면 될 뿐이야.'

그러면 된 거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있기도 하고.'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배개에 편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검은색 편지지에 하얀색으로 적혀 있는 편지였는데 무슨 마법이 걸려 있는 건지 내가 편지지에 손을 대자 하얀색 글씨가 들어나는 방식이었다.

­청십자회의에 초대합니다.

정말 간단한 문장이었다.

언제 열리는지, 누가 여는 건지, 어디서 만나야 하는지도 적혀 있지 않았다.

'시간이 되면 알아서 데려가겠지.'

당장 나는 내 몸을 숨기고 움직일 방법이 없었으니까.

아마 때가 되면 청십자회의로 나를 데려다 줄 것이다.

그때는 몰랐지, 설마 바로 이동시킬 줄은...

아무리 갑작스런 초대라고 하더라도 내가 시간이 없을 때 데려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설마 바로 움직일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니 이미 기숙사가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처음 보는 사람과 익숙한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오, 순간이동 편지였어요?"

"그래, 최대한 마나 파장이 일어나지 않게 하느라 고생 좀 했다."

리트레이트가 대표로 말했다.

"청십자회의 치고는 다 모인 건 아닌 것 같네요?"

회의를 하는 데 필요한 것 같이 보이는 원탁이 있었는데 그 수에 비해서 지금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수는 상당히 적어보였다.

"다들 일이 있으니 말이야. 모든 회의를 모두가 모여서 할 수는 없어."

"저도 일이 있는데 왜 편지를 집자마자 전이됐죠?"

"평범한 아카데미 학생이 기숙사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 더 있겠나. 그날 하루의 일은 다 끝냈다는 것 아닌가?"

"과제해야 하는데요?"

"과제를 해야 하는 놈이 침대 위에 올려둔 편지를 잘도 만졌겠군."

그럴 수도 있지 왜 꼽을 주세요.

"아무튼 자네 말고는 다들 바쁜이들이니 빠르게 회의를 진행할 것이다."

"서로 도움 거의 안 준다면서요. 대체 무슨 회의를 하겠다는 건데요?"

"소개식이지."

구석에 박혀 있던 크리스틴이 말했다.

'난세에서는 오빠쪽이 청십자가연맹의 구성원이었는데 여기서는 여동생쪽이 연맹원인가 보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청기사단의 단장까지 여동생이 먹었는데 당연히 청십자가연맹원도 여동생이 뺏었겠지.

"소개식이요?"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왔으니 얼굴 정도는 봐야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우리끼리 이득을 주고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소소한 이득 정도는 줄 수 있다. 그러니 얼굴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나는 저런 놈 들어오는 거 반대인데... 남자잖아. 그리고 학생이고, 그런놈이 대체 뭘할 수 있는데?"

의자에 앉아있던 여자가 큰소리를 치며 말했다.

'누구지?'

진짜 처음 보는 캐릭터 인것 같은데.

청십자가연맹이있다는 것만 들었지 구성원이 누구인지 일일이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이번에 청기사단이 크게 힘을 얻은 중앙파 귀족들의 민간인 납치 사건에 대한 정보도 이 친구가 준거야. 대체 어떤 정보통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할 일은 마친 것 아닌가. 그리고 뒷조사를 좀 해보니 중앙파 귀족과의 연계는 없어. 지방파 귀족들과는 좀 친한 것 같긴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존재를 아예 모른다네. 그러니 누군가의 첩자일 가능성도 거의 없지. 누구랑은 다르게 말이야."

"내가 첩자 같았으면 안 받았으면 되는 거지 왜 이제와서 난리야!"

"나는 자네가 첩자라고 한 적은 없네, 자네같이 멍청한 인간을 누가 첩자로 쓰겠어. 자네는 제국에 충성하는 진실한 사람일세."

"흥!"

여자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나마 안면이 있는 크리스틴의 근처로 가서 조용히 물어봤다.

"누구에요?"

"제도에 있는 한 용병단의 수장이야. 황실에서 내리는 임무들을 주로 처리하고 스스로 황실의개라고 주장하는 여자지. 성격은 거칠어도 황실에 대한 그녀의 충성 하나만큼은 믿을만 하지."

"무슨 용병단인데요?"

"한 용병단이라니까?"

용병단 이름이 한이야? 누가 이름을 그따구로 지어?

"저 여자 이름이 한 나미트거든."

"북부 출신에요?"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여자가 갑자기 일어나서 나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아니, 대놓고 북부스러운 이름이잖아요, 북부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이름을 한이라고 지어요?"

"너 지금 우리 부모님 욕하는 거냐!"

"제가 언제 부모님을 욕했어요, 북부를 욕한거지."

"그게 더 나쁜 거잖아 개새끼야!"

"진정 좀 하게. 상대는 어린애 잖나."

나를 향해 달려오던 한을 주변에 있던 덩치 큰여자가 잡아서 막았다.

"하아... 난장판이군."

"제 탓아니에요. 저 여자가 다혈질이라서 그런거지."

"저 여자? 야! 어린놈의 새끼가 누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나이많은 사람 대우 받고 싶으면 아줌마라고 불러 드릴게요. 됐죠?"

"아직 20살 밖에 안된 처녀한테 아줌마는 무슨 아줌마야!"

"와, 20살 밖에 안됐어요? 얼굴이 너무 노안이라서 30살은 되는 줄 알았어요!"

"잭시! 이거 놔! 저새끼를 잡아서 죽여버려야 겠어!"

"진정하라니까!"

리트레이트가 미간을 잡고 표정을 찡그렸다.

"다들 조용히 좀 하게 우리가 싸우려고 모인게 아니지 않은가. 아이데스, 자네 여기에 시비걸러 왔나? 한, 자네 지금 꼬마아이랑 싸우러 온 게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약이 오르고 기분이 나빠도 상대는 우리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네, 너무 화내지 말게."

"저 영감은 내 편을 들어주는 일이 없어요."

"그야 자네 용병단에 자금을 대주는 사람이 내가 아닌가."

"... 나도 알아."

한이 자리에 강하게 앉았다.

"후우... 얼굴만 보려고 불렀는데 뭐 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플레아 아이데스가 누군지는 대부분 알고 있으니까 저희가 누군지만 설명해 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 크리스틴 자네 말이 옳네, 우리 설명만하고 물러가도록 하지."

"이렇게 만났는데 진짜 얼굴만 보고 끝내요?"

"달리 할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은 남아서 이야기를 하고 가면 된다."

이렇게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힘들텐데...

'오히려 사람들을 짧게 불러들여서 시간을 맞추기 더 편하게 하는 건가?'

일을 하다가도 밤의 빈 시간정도는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저는 알고 있죠?"

"네, 청기사단장이신 셀레나 크리스틴 경이시잖아요. 소드마스터 시기도 하고요."

"아까 설명 들었지? 한 용병단에 한 나미트다. 나미트 누나라고 불러."

"네 나미트 씨!"

방긋 웃어주니 분노가 얼굴에 제대로 새겨졌다.

아니, 남을 남처럼 씨라는 단어를 붙여서 말하는 건데 왜 화내는 거야?

"나는 잭시라고 한다. 상단을 운영하고 있지."

몸의 우람함을 따지고 보면 상단주가 아니라 기사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는데 말이야...

저 사람이 마차를 끌고 다니면 도적이든 적군이든 아무도 안 덤빌 것 같은데.

그나저나 자리는 10개가 넘는데 있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 4명 밖에 없다니... 너무 초라한데?

"이렇게 4명이 끝이죠?"

"아니, 슬슬 한 명 더 올거다."

리트레이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허공이 일렁거리며 사람 한 명이 나타났다.

"하하! 이미 도착해있었단 말씀!"

허공에서 등장한 사람은 나한테는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었다.

제국 아카데미의 학장님이셨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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