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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29화 (129/312)

〈 129화 〉 테러­3

* * *

뇌가 멍해졌다.

나에게 안겨있는 황녀의 몸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세상에 나와 프레스티아만 남은 듯 주변의 다른것들은 느껴지지 않았다.

"허..."

프레스티아의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 가득 차 있는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다행인점은 화난 기색이나 실망한 기색은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나를 안은건 황녀고 황녀에게 안긴 나는 딱히 기쁜 표정을 유지한것도 아니라 벙찐 표정을 계속 보였으니까. 이 정도면 정상참작으로 넘어가 주는 거겠지.

그래도 기분이 나쁘기는 한지 미간을 살짝씩 찌푸렸다.

내가 황녀에게 안긴걸로 기분 나빠한다는 시점 부터 나에게 소유욕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니 그렇게 나쁜 신호도 아니었다.

'이렇게 까지 강한 밀당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적당히 누구랑 친하다. 정도의 소문만 퍼뜨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다른 여자에게 안기는 꼴을 보여주게 될지는 몰랐다.

"황녀전하, 보는 눈이 많습니다."

황녀의 뒤에 있던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후우, 그래 보는 눈이 많지."

황녀가 안은 팔을 풀고 일어나서는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대의 얼굴은 매력이 있다. 피로가 한 순간에 확 풀리는 군, 그러니 말인데 오늘 저녁을..."

"황녀전하."

뒤에 있던 프레스티아가 황녀의 말을 끊고 말했다.

"왜 그러나 헬링경?"

"저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었지... 하지만 그대 쪽에서 거절했지 않았는가."

"이야기를 전달하라고 보낸 부하가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저는 오늘 황녀전하와 저녁이라도 같이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특히 제국의 미래와 안정에 관한이야기를 말이죠."

호오, 연회중에 황녀가 프레스티아한테 회담을 요청했다가 까였나본데? 그리고 지금 황녀가 저녁에 나를 끌고 갈 기색이 보이니까 아예 자기랑 같이 식사를 하자고 판을 까는 거고 말이야.

'내가 황녀랑 같이 저녁을 먹는 게 그렇게 싫었어?'

프레스티아 파벌은 제국적으로 봐도 작은 파벌이 아니다.

프레스티아의 파벌안에 속해 있는 뛰어난 인재들과 헬링가문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황녀로서도 꼭 잡아야 하는 전력 중에 하나지, 그런 귀중한 전력이 먼저 저녁식사를 요청해 온 것이다. 당연히 나 같은 심심풀이 보다는 정치적으로 행동해야 옳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먼저 감정적으로 행동한건 프레스티아지.'

어제 황녀가 나를 불렀을 때만해도 크게 경각심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외모를 생각해 보면 그 외모에 빠져서 한 번 정도는 같이 저녁을 먹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황녀가 나를 안는 모습을 보는 순간 경계심이 확 들었겠지.

내버려 두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그래서 황녀랑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수인데도 나와 황녀를 떨어뜨리기 위해 기지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황녀는 어떻게 행동하려나.'

황녀는 급한 입장이다. 어떻게든 힘을 얻으려면 프레스티아랑 이야기를 해봐야 겠지.

나냐 세력이냐.

"... 플레아, 그대와의 약속을 다음으로 미뤄도 되겠는가?"

"저는 괜찮습니다."

"미안 하군."

그래, 사랑 보다는 정치적인 이점을 선택하는 게 맞지.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돌아가게."

씁쓸하게 말하는 황녀의 뒤쪽에서 내가 이겼다는 듯 웃음 짓고 있는 프레스티아가 보였다.

'프레스티아, 생각보다 낭만파였네.'

정치적 이점보다 사랑을 선택하다니 말이야...

그런 모습에 귀엽다는 감정을 느끼며 우리 세력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뭐야. 이번에도 황녀님이 부르셔서 저녁 먹기 전까지는 안 올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일찍 보내줬으니까 일찍 왔지. 미네타 소리 좀 막아줄래?"

"이미 막고 있어. 너희가 평범하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하루이틀이 아닌데 내가 설마 대비를 안해 놓고 있을 까봐?"

"역시 미네타야 눈치가 빠르다니까."

"무슨 얘기를 하려고 소리까지 막아 놓으래."

황녀에게 불려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전부 말했다.

"그러니까 황녀와 헬링이 너를 두고 싸웠는데 결국 승자는 헬링이었다는 거지?"

"그치, 나한테 점수를 더 많이 땄으니까."

"후작가한테도 밀리는 황녀라니..."

"근데 황녀님 입장에서도 나쁜 일은 아니야. 단순히 예쁘기만한 나의 호감도를 포기하는 대신에 헬링님과 저녁자리를 같이 하는 실리를 얻었잖아. 거기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 지를 떠나서 황녀님과 헬링님이 같이 저녁식사를 가졌다. 라는 정보자체가 미치는 파급력이 크니까. 겉으로는 부인해도 헬링가가 황실이랑 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

"그건 맞지, 죽은 줄 알았던 황실파가 날아오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말이야."

난세에서는 그냥 계속 죽어있는 게 황실파인데 청기사단의 비상과 각종 사건들 덕분에 조금씩 힘이 모이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중앙파를 이길 수 있을 정도는 안되겠지만.'

"하아... 범인 들 찾았으면 그냥 보내주지 왜 붙들어 놓는 건지..."

"어쩔 수 없잖아. 발포 명령을 내린 사람이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더 찾을 수 있는 정보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아무리 그래도 귀족들을 맨땅 위에서 대기 시키는 건 많이 에바 아니야? 주변에 적당한 건물이라도 구해서 건물 안에서 쉴 수 있게 해야 할거 아니야."

팔을 마구 휘두르며 화를 내는 시에린처럼 귀족들의 반감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야 범인을 찾기 위해서 남아있으라고 했다고 쳐도 범인도 다 찾았는데 우리를 이렇게 세워둘 명분이 어딨냐는 거였다.

이런 시간이 계속되면 황실 자체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황녀쪽에서는 빠르게 대안을 내놓아야 했다.

'잘 하겠지. 황녀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 능력있는 최측근들이 있으니까.'

사람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기 직전에 숙소를 예약해 둔 사람들은 숙소로 이동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여유 숙소로 이동하라는 안내가 전달됐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숙소를 예약해 둔데다가 숙소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다들 불만을 줄이고 숙소로 이동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이라도 온 것 처럼 점호를 하는게 좀 문제지만..."

게다가 숙소와 숙소 사이의 이동도 불가능했다.

"그래도 숙소 안에서 쉴 수 있는 건 좋네."

"차라리 일이 내일까지 같으면 좋겠어.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밤 12시에 이제 사건 끝났습니다. 돌아가십쇼. 하면 어떡해."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 오늘 하루는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가라고 하겠지."

미네타의 우려는 벌어지지 않았고 시에린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저녁 8시 정도에 경계태세가 풀렸고 다들 조사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라는 안내가 전달됐다.

"헬링님이랑 황녀님이랑 이야기를 끝냈겠지?"

"무슨 이야기를 했으려나."

"무슨 이야기를 했든 헬링님한테 좋지않은 이야기겠지."

기존에 프레스티아의 세력이 황녀랑 대화를 하지 않으려 했다는 건 그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괜히 나 때문에 계획에도 없던 식사자리를 가지게 되었으니 무슨 이야기를 했든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었다고 해석해도 문제가 없었다.

"헬링님 얘기는 하지 말자.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계열의 문제잖아?"

"그렇지, 에상을 할수가 없지."

"우리 얘기나 하자고. 다른 세력들이랑 계약들, 다 끝낸거 맞아?"

"어, 다 끝났어. 황녀님이 미리 말씀해 두셨는지 꿀을 원하는 사람이 되게 많더라고 그래서 벌써 3번 째 상행까지 누구한테 얼마나 팔지가 다 정해졌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좋아. 다행이네."

안팔릴 걱정은 애초에 하지 않았던 게 꿀이었지만 초반 부스팅을 빨리 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그거 외에도 얼굴 도장 찍은 세력들도 많고, 잠정 동맹을 맺은 곳도 여러곳 있어. 불가침 조약을 맺은 곳도 있고... 워낙 많은 곳이랑 대화해서 말로 전달하기는 힘드니까 여기서 빠져나가면 문서로 정리해서 한 번에 줄게."

"좋아, 그러면 그렇게 하고... 저녁이나 먹자."

숙소에 있는 재료들을 조리해서 간단한 음식을 해먹었다.

다른 귀족들은 사용인들을 데려와서 그들에게 요리를 시키겠지만 우리는 가장 대단한 귀족인 미네타 조차 개인 사용인을 데리고 다니지 않아서 우리 손으로 만들어 먹었다.

"플레아, 이번 연회, 점수를 매기자면 몇점 정도 될 것같아. 나름 이득도 많이 보고 적도 안 만들었으니까."

"8점 정도? 아주 알차게 보낸 것 같아."

추진력을 위한 무릎꿇기도 했고 황녀에게 총애를 받는 몸이 되기도 했고 프레스티아의 마음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네. 다음에 이런일이 있으면 10점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해 볼게."

다음에 이런데 올 때는 드레이크랑 티르도 챙겨와야지.

그렇게 숙소에서 마지막 밤을 보네며 연회를 마무리 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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