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 테러2
* * *
"당장 범인을 찾아내거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분노에 단단히 찬 황녀의 소리가 명확히 들려왔다.
'아마 자존심이 엄청 상했겠지.'
부상자가 나오지 않은 난세에서도 길길히 날 뛰었는데 지금은 자기가 개최한 연회에서 부상자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1차적인 책임은 테러를 일으킨 사람들에게 있지만 연회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은 없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으로서 확실히 잘못한게 맞으니까.
'그래도 내가 황녀님을 위해서 황실쪽 시종들만 다치게 했어.'
다른 세력의 이가 다쳤으면 정치적으로도 큰일 날뻔했는데 말이야.
아무튼 황녀는 남녀역전으로 인한 성격변화와 추가로 생긴 부상자 때문에 난세보다 더 크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이거... 오늘안엔 못 돌아가겠지?"
"돌아갈 수 있겠냐? 내가 보기엔 몇일은 발이 묶일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일단 범인을 찾아야 하니까."
"찾으면 그 때 부르면 되지 왜 시간 낭비인지..."
사람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증거물로 체택될 수 있는 정보들도 빠르게 사라져가는 중이었다.
막말로 내가 범인이가 테러의 가동장치를 몰래 버렸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이 많아서는 내가 버린 건지 알 수도 없었다.
따라서 단순히 누가 범인인지 찾기 위해서 이 많은 사람을 가만히 서 있게 내버려 두는 것은 상당히 효율이 나쁜 행위였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이득을 보려고 남기는 게 아니라 범인을 찾고 나면 잡는 과정을 줄이기 위해 우리를 남겨 놓은거야. 여기서 범인을 검거하면 현장에서 바로 검거한게 되지만 여기 모여있는 귀족들이 다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중앙파에서도 견제가 들어오면서 일처리가 엄청 늘어질 테니까. 그렇게 일이 늘어지면 진범을 찾지 못할 확률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지."
"하아... 돌겠네..."
난세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범인을 찾지 못해서 시간이 계속 끌리다가 결국 이틀 만에 사람들을 풀어주게 된다.
결국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단서는 사라졌고, 용병단 하나를 꼬리로 내밀어서 진범들은 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지.
'이번엔 다르려나?'
일단 저번과는 다르게 명확한 부상자가 생겼기 때문에 사람들을 묶어 놓을 수 있는 명분이 더 강하다.
그리고 최근 중앙파 귀족 사건으로 인해 힘이 강해진 청기사단들이 조사를 맡을 걸로 예정되어 있다.
이 두가지만으로도 최소한 누가 테러를 실행했는지는 밝힐 수 있겠지.
'진범은 찾지 못하겠지만, 누가 실행자인지를 보면 대충 감이 오겠지.'
참고로 진범이 누군지는 나도 모른다.
이쪽 이벤트는 늘 똑같은 방식으로 넘기고 누가 황실연회 테러 사건의 범인인가에 대한 정보도 달리 찾아본적이 없기에 나도 범인을 모르고 있다.
"청기사단이다!"
'이야 되게 빨리 오네 황녀님이 뿔이 단단히 나시긴했나봐?'
청기사단이 황실에 아무리 충성한다고 해도 일단 황실의 외부기관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제국의 모든 세력의 황실의 휘하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직속으로 들어와 있는 기관은 아니라는 의미다.
어떻게 보면 외부에 손을 벌리는 행위인데 청기사단을 믿는 건지 아니면 그만큼 단단히 화가난 것인지 사건이 발생하고 청기사단이 여기 까지 오는데 10분도 안걸렸다.
물론 선발대만 들어온 느낌이라서 인원이 많진 않았지만 청기사단이 조사에 착수한다는 것만해도 엄청난 파장이 있었다.
"다들 통제에 따라주십쇼!"
선발대로 온 청기사단의 인원은 단 20명이었지만 능숙한 일처리로 금방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일정 간격으로 서게했다.
큰 세력을 가진 세력가들 조차 청기사단의 손길을 피해갈수는 없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반항했다가는 바로 역적으로 몰릴 판국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황실이 약해졌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황가에 피해를 입혔으면 바로 극형이지.'
심지어 이들은 지방파 귀족들이 아닌가 적인 지방파 귀족이 있다면 그 귀족이 이를 빌미로 엄청나게 물어 뜯을 태니 청기사단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지.
"몸 수색하겠습니다."
청기사단이 사람들의 몸을 수색하고 나섰다.
지방파 귀족들에게 몸수색을 요구한다라...
'난세였으면 꿈도 못꿀일이군.'
황녀가 그만큼 화났고 당장은 힘이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청기사단의 기사들이 몸수색을 하다가 나를 보고 몸을 굳혔다.
"야, 소아!"
"부르셨습니까?"
"이분들은 네가 수색해라. 친하다며."
"아..."
"샤카 언니 오랜만."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싶더니 샤카였구나?
"몸 수색할게."
마력도구에 반응해 소리가 나는 마법도구로 내 몸을 훑었다. 시계에서도 소리가 났고 가방에서도 소리가 났고 주머니에서도 소리가 났지만 샤카가 직접물건을 열어보고 안전하다는 사인을 내려줬다.
"갑자기 이게 무슨일인지 모르겠다."
"정신없지?"
"갑자기 불려왔거든, 방금 순찰 마치고 쉬고 있었는데..."
샤카가 친구들의 몸 수색까지 마치고 나를 바라봤다.
"황녀님한테 초대 받을 정도라니, 생각보다 더 크게 성장했는데?"
"고아원에서 흑마법사 잡을 때부터 이미 황녀님께 초대 받을 가치는 있었어."
"하긴, 그 때 퍼뜨린 이름값이 워낙 대단했으니까."
샤카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면 나는 이만 가볼게."
"그래, 나중에 다시 보자."
샤카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줬다.
"저 언니도 영입하면 참 좋을 텐데."
"어쩔 수 없잖아? 지금은 청기사단 소속인걸."
"미네타, 다른 곳 소속이라고 못 빼올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한 망상이야."
시에린이 씩 하고 웃었다.
"몸수색도 마쳤겠다. 누가 범인인지 구경이나 할까?"
미네타가 가리킨 곳에는 필사적으로 몸수색을 거부하는 한 남작이 있었다.
"저는 아닙니다. 그러니 몸수색은..."
"몸수색을 하시면 아닌 게 더 확실하게 증명되실 수 있습니다."
청기사들의 손길에 결국 남작의 주머니에서 원거리에서 다른 마법도구를 발동시키는 일종의 리모콘 역할을 하는도구가 튀어나왔다.
"이건 뭐죠?"
"... 집에 있는 에어콘 리모콘을 잘 못 들고 나왔습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이야, 이걸 현행범으로 잡네.'
역시 기사단은 기사단이야. 난세에서는 이렇게 금방 끝나는 걸 몸 수색은 커녕 수많은 세력들의 항의로 이틀만에 풀어줬는데...
'일단 실행자는 잡혔고... 본체까지 처벌할 수 있을까?'
처벌이 가능하고 그것이 충분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 황실이 조금 기를 펼텐데 말이야.
'아무래도 힘들겠지.'
그래도 실행자들을 처리한데에 의의를 두자. 난세에서는 손톱만 잘랐지만 지금은 손가락 정도는 잘랐으니까.
실행범은 잡혔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풀려나진 못했다. 테러가 벌어진 만큼 누군가가 폭탄을 설치했을텐데 그걸 한 사람이 다 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으니까.
다행이도 놈들이 사용한 폭탄은 설치할 때 별개의 장비가 필요한 종류의 폭탄이었고 그 장비를 들고 있던 사람들을 찾아내면서 일이 점점 마무리 되는 듯 보였다.
'도대체 황실을 얼마나 무시한거야?'
다른 세력들이 몸수색을 결사 반대할 거라고 생각해서 괜히 증거가 남는 폭탄을 사용한 것 같은데...
'난세에선 성공했겠지만 여기서는 아니란다.'
범인들이 잡혀가고 오늘 밤은 어디서 자녜 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 쯤, 황녀의 경호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뭐야, 왜 오는데? 설마 지금 이시점에서 나를 부른다고?'
부를 이유가 없는데?
'설마 내가 일부러 부상자를 만든 걸 들켰나?'
그럴리가 없다. 내가 사람을 어디에 묶어둔 것도 아니고 소리가 들려도 내려오지 말라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그냥 3층 뒤쪽에 있는 공간에 벌레가 나온것 같다고 한 것 뿐이었거든. 거기서 벌레가 나오는 것도 진실이었고 황실의 사용인 입장에서 벌레를 내버려 둘 수 없음으로 벌레나 잡고 있었을 텐데 하필 거기가 되게 구석진 곳이어서 외부소리가 잘 안들린다.
공포탄으로 터뜨린 폭탄소리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진짜 연회장에 불이 났을 땐 눈치채고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됐을 텐데 아마 빨리 나오려다가 위에서 떨어진 판자 조금 맞은 게 전부일거다.
'실제로도 부상자들이 그렇게 증언을 했고 말이지...'
증언속에 내가 벌레가 나타났다고 신고해서 그런건가?
갑작스런 변수에 당황했지만 경호원을 따라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황녀의 명이니까.
"저는 왜 부르셨는지..."
"오, 그대 왔는가... 내가 너무 화가나서, 이 화를 식히기 위해 그대를 불렀다. 확실히 그대의 얼굴을 보니 화가 많이 풀리는 군."
다행이 내 걱정처럼 나를 의심하고 부른 것은 아닌 듯 했다.
황녀가 살짝 떨면서 다가오더니 바닥에 무릎을 댄체 나를 껴안았다.
그녀와 나 사이의 체격차이가 있기에 그렇게 안아도 내 머리가 겨우 그녀의 어깨 위로 넘어왔다.
그런 내 시야로 보이는 '시바 저게 뭐지?' 라고 말하는 듯한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프레스티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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