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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24화 (124/312)

〈 124화 〉 황실 연회­4

* * *

황녀는 떠났지만 그 파장은 적지 않았다.

일단 연회장 전체에 있는 사람들이 한 번씩 내 얼굴을 확인했기에 가면을 다시 쓴 지금도 내 얼굴에 뜨거운 시선이 꽃혔으며 황녀가 아무리 작게 말했어도 주변인물들은 그 소리를 전부 들었기 때문에 황녀가 나에게 에프터를 요구했다는 사실은 순식간에 연회장 전체로 퍼졌다.

"오올, 황녀의 남자."

"황녀의 남자는 무슨..."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황녀의 제안을 승락했다.

황녀가 연 연회에서 황녀의 말을 거절할 배짱도 없었거니와 황녀와의 만남이 나에게 충분히 이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금까지 퍼진 소문들 때문에 중앙파 놈들이랑 친해지는 건 불가능 해. 사모아한테도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황이니 만큼 어차피 황녀랑 친해지는 데 리스크는 없어.;

하지만 리턴은 많다.

단순히 황녀랑 친하다는 것 만으로 이득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황녀한테 뭔가를 뜯어낼 수도 있으니까.

'황녀가 나를 하나의 세력으로 보고 부른 건 아니지만,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해야지.'

내 얼굴을 보고 넋을 놓은 것도 그렇고 애초에 나한테 다가온 이유가 내 외모에 관심이 있어이니 만큼 세력적인 지원은 받지 못하겠지만 금전적인 지원정도는 나하는 것에 따라서 얼마든지 뜯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정하고 뜯어내면 엄청 뜯어낼 순 있겠지만, 황녀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많이 달라지겠지.'

돈만있으면 굴복시킬 수 있는 남자 정도로 여길지도 모른다.

적당히 간 보면서 적정한 수준에서 수금을 땡기도록하자.

"우리는 다른 세력들한테 갔다온다."

"나는 여기 두고 갈 것 처럼 말하네?"

"당연히 여기 두고 가야지, 황녀님이 너한테 눈도장을 찍어놨는데 이 넓은 연회장을 마구 돌아다녀서 되겠니? 괜히 안 좋은 소문 퍼질 게 뻔하니까 그냥 가만히 앉아있어."

진짜 그렇게 말하고 미네타만 챙겨서 떠나 버렸다.

"그래도 너라도 있어줘서 고맙다..."

"난, 네 기사니까, 쟤네들 따라간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말이야."

연회 중엔 꽤 바쁠 줄 알았는데 황녀의 변덕 때문에 아무대도 못 가고 디저트나 먹고 있게 생겼다.

'신세 한탄해서 뭐하냐, 이따가 황녀랑 만날 걸 대비해서 작전이나 짜놓자...'

작전이라기 보다는 뭘 뜯어낼지를 고민하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연회가 진행되는 5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가오지도 않았으며 시에린과 미네타도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우리쪽으론 오지도 않았다.

결국 연회가 끝나고 나서야 친구들과 재회할 수 있었다.

시에린은 꽤 멀쩡해 보였는데 미네타는 정신이 쏙 빠진듯 이리저리 비틀 거렸다.

"드디어 1일차가 끝났네."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왔어?"

"대충? 눈도장들은 다 찍고 다녔어, 진지한 이야기는 내일해야지."

"어? 오늘만 돌면 되는 거 아니었어?"

"뭐라는 거야 미네타 내일부터가 더 빡세다고, 특히 내일은 아침부터 돌아다녀야하니까 준비 단단히 해."

미네타가 울상이 된 얼굴로 시에린을 바라봤다.

"그냥 시에린 혼자 다니면 안돼?"

"당연히 안되지, 이름값도 없고 가문도 약한 내가 혼자 다니면 누가 얘기를 들어줄 것 같아? 위대한 마법의 명가인 하이네스가문의 차녀님이 내 옆에 붙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야."

"나는 마법사지 얼굴마담이 아니야..."

"진짜 얼굴마담님은 못 움직이는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어. 내일이랑 모래 까지 고생 좀 해줘."

"히잉..."

내일이라...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면 되도록 오전 중에 해, 느낌이 좋지 않거든."

"오전? 왜? 이런건 원래 시간 끌면서 서로 눈치보다가 해야하는 건데... 알았어. 되도록 일찍 끝내 볼게, 그리고 저기 봐, 황녀님 보좌관이 너 찾는다."

시에린이 가르킨 뒤쪽을 돌아보니 아까 황녀의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가요?"

"네, 황녀님이 바로 찾으십니다."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나는 간다."

본래 지방에서 올라온 손님들을 위해 있는 숙소였지만 같은 숙소에 머무르면서 벌어지는 정보전과 신경전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도 숙소를 신청했다.

"황녀님이 아이데스님을 정말 마음에 드셔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과분하기 그지 없는 관심입니다."

남자를 따라 걸어가니 건장한 여성 경호원 두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부터는 눈을 가리고 가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되도록이면 얼굴 전체를 가려주세요."

가면을 벗자 침음성이 들려왔다.

맨 얼굴을 보여줄 때마다 이런 반응이라니... 이 정도면 무기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네요."

붕대 같은 걸로 입과 코를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렸다.

일단 내 방향감각을 잃게 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다가 투명화 마법이라도 건 듯 마나의 파장이 들어났다가 곧 사라졌다.

'텔레포트인가?'

텔레포트 치고는 마나가 너무 적게 들었는데...

그 뒤로도 5분 가량 더 걸었다.

"아이데스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들라하라."

내 얼굴을 가린 붕대는 그녀의 앞에 선 다음에야 풀 수 있었다.

"붕대를 풀거라, 내 그대의 얼굴을 보고 싶구나."

붕대를 스르르 푸니 편한 옷을 입고 있는 황녀의 얼굴이 코앞에 보였다.

'놀라줘야 겠지?'

자연스럽게 한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황녀님..."

"이렇게 보니 정말 아름답군."

황녀의 손이 내 볼을 자연스럽게 쓸었다.

생각보다 더 적극적인 손길에 진짜로 당황스러워서 한발자국 더 뒷걸음질 쳤다.

"왜, 도망가는가, 그대는 내가 싫은가?"

"어찌 황녀님을 싫어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당혹스러워서 그랬습니다."

"당혹스럽다라, 그래, 그대의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군, 오늘 처음 만난 여인이 자신에게 푹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일테니 말이야."

프레스티아가 했다면 비꼬는 것 처럼 들릴 대사였지만 황녀가 말하니 진심처럼 느껴졌따.

"미안하군, 그대의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나 혼자서 흥분해 버렸어."

"괜찮습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지."

황녀가 소파의 상석에 앉고 내가 옆쪽에 앉았다.

"차라도 좀 내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황녀가 차심부름을 시키고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차가 나왔다.

'미리 준비해 놓기라도 한건가? 왜 이렇게 빨리 나와?"

"내가 왜 그대를 홀로 불렀는지 궁금한가?"

"황녀님이 뜻이 있으셔서 부르시지 않았겠습니까."

설마 얼굴만 보고 반해서 부른 건 아니시죠? 라는 티를 팍팍 내며 말했다.

"뜻이라... 그래, 뜻이 있긴 하군. 플레아 아이데스, 황실에 대한 그대의 충성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다."

"실질적으로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인간입니다. 입으로만 황실에 대한 충성을 올리고 다니지요."

"여하튼 황실을 위해 일할 마음이 가득한 인재 아닌가."

"제 몸이 다하는 날까지 황실을 위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황녀가 흡족하게 웃었다.

"그래, 제국엔 그대같은 인재가 필요해, 황실에 충성하고 능력 있는 인재가 말이야."

능력 있긴 무슨, 아직 세력도 없는데...

내가가진 명성은 무형적인 이득이 있을 뿐이지 직접적으로 이득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의미로 제안을 하나 하지, 내 밑으로 들어오거라."

뚜렷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황녀의 눈에는 음욕이 담겨 있었다.

'일하라고 부르는 거 맞아?'

"죄송합니다."

"... 뭐?"

설마 내가 거절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지 화도 내지 않고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아카데미에서 더 공부한 이후에 황녀님께 합류하고 싶습니다."

"당장은 좀 모자라도 괜찮다. 일하면서 배우면 되는 것 아니냐."

"실력은 일하면서 올릴 수 있지만 아직 저의 적성을 찾지 못해서 말입니다. 제가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허어..."

황녀가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마 애가 탈거다, 외모만 보고 뽑는 인재인데 갑자기 적성이 어떻고 능력이 어떻고를 말하고 있으니까.

"그래, 아카데미 졸업후에 들어오겠단 말이지... 아카데미, 꼭 졸업하고 싶나?"

"네, 꼭 졸업하고 싶습니다."

주눅들지 않고 황녀의 눈을 바라보고 말하자 황녀가 급하게 시선을 피했다.

"크흠, 알았다. 그러면 일단 아카데미는 졸업하도록, 그 이후에 내가 따로 불러서 황실에 자리를 하나 내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낙하산이라면 낙하산이지만 바닥에 폭발물이 깔려 있는 와중에 스카이 다이빙을 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에 제도를 떠날 테니까.

'황녀가 방해해도 상관없어.'

중앙파 귀족들이 일단 나를 멀리 떨어뜨리고 지방으로 내려 보낼게 분명하니까.

황녀가 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어색한 흐름이 우리를 감싸다가 황녀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면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지, 자네 혹시 좋아하는 취미가 있나?"

이제 본격적으로 찝쩍거리실 모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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