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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23화 (123/312)

〈 123화 〉 황실 연회­3

* * *

연회가 시작된 직후에는 전혀 바쁘지 않았다.

우리보다 더 큰 세력도 많이 있었고 일단 황녀님께 다들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한 이후엔 황녀한테 눈도장을 찍고 싶은 세력들이 황녀쪽으로 많이 몰려갔기에 우리 근처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아무리 이빨이 빠졌어도 황녀는 황녀니까 말이야.'

아무리 중앙파의 세력이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도 나름 1황녀라는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녀의 밑으로 들어가서 충성을 맹세할 일은 없다고 해도 좋게 보여놔서 나쁠 건 없지.

"우리는 황녀님 안 찾아 가?"

"우리보다 더 잘난 사람들이 한 트럭인데 우리가 어떻게 끼어드냐, 미네타를 앞 세우면 가까이 갈 수는 있을 텐데 황녀님은 우리 그렇게 신경 안 쓸걸?"

"그럼 일단 황실파 사람들이랑 이야기 좀 나눠볼까?"

"연회는 막 시작했으니까 좀 느긋하게 해도 돼, 진짜 세력이 강한 황실파들은 지금 황녀님 근처에 다 모여있을테니까."

우리끼리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뒤쪽에 다른 세력이 존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를 또렷히 노려보면서 다가오는 걸 보니 우리쪽으로 오는 게 틀림이 없었다.

"아는 사람이야?"

"아는 사람이지. 너희도 아마 알텐데? 지금 나마흐님이 한군데 정착하고 있다고 하셨잖아. 그 분 제자야."

"아직 제자는 아닙니다."

백발의 여자가 우리 앞에 섰다. 상당히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여자였지만 성욕같은 건 전혀 들지 않았는데 키가 내 머리 보다 3개 가까이 더 컸기 때문이다.

"페니아 프로트라인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플레아 아이데스입니다."

의자에서 일어나 마주 바라보니 그녀와 나의 키차이가 더 명확했다.

"스승님께 말씀 많이 듣고 소문으로도 자주 들었습니다. 제국에 충성하시는 꼬마영웅님이시라고요."

그녀는 나에게 굉장히 호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아마 나마흐의 입에서 내가 자신을 추천해 줬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들었을 테고 나와는 다르게 진심으로 제국에 충성하는 만큼 같이 제국에 충성하는 인물에게 호감을 가지지 않을 순 없었을 테니까.

"과분한 호칭일 뿐입니다."

"옆에 계신 분들은 친구 분들인가요?"

"네, 저랑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입니다. 늘 고마운 친구들이죠."

페니아 프로트라인은 지금 시점에선 세력이 정말 약하다. 남부의 자작정도에 불과한 그녀의 영지엔 특산물도 없고 영지가 험한 편이어서 상당히 넓은 땅을 가지고서도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었으니까.

'친해지기 적기라는 뜻이지.'

원래 동맹은 상대방의 저점에서 맺어야 하는 법이다.

지금이야 약한 세력이지만 나마흐의 공식적인 제자가 된 이후에는 그 충성심을 인정받아 황녀가 엄청나게 푸쉬 해준다.

그녀 스스로 뛰어난 기사겸 군주가 되면서 병력을 모아 1황녀의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반 제국 세력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난세에서 무력이 98이었으니까, 아마 그랜드 소드마스터 까지 가겠지.'

그만큼 대단한 인재이니 미리 친해질 필요가 있다.

이미 나한테 큰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서 오셨습니까?"

"네, 혼자 왔습니다. 주변에선 제 뜻에 공감하는 사람이 없어서 말입니다."

"아쉽게 됐네요."

"조금 뜬금 없는 이야기인데 혹시 스승님께 남부로 가라는 조언을 해주신 이유가 혹시 저를 염두에 두고 하실 말씀이셨습니까?"

"네, 프로트라인님을 생각하고 한 말입니다."

"저를 어떻게 알고 계셨는지..."

"예전에 소문을 들었습니다. 남부에 대단한 유망주가 한명이 있는데 그녀가 제국에 깊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던 소문을 말이에요."

"5년도 더 된 소문인데, 그걸 기억하신 겁니까?"

"제가 이쪽 소문엔 관심이 많아서요. 다 기억해 뒀죠."

프로트라인이 갑자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이데스님 덕분에 제가 스승님께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게됐습니다."

아까는 아직 스승 아니라면서?

'거의 막바진가 보네.'

"아닙니다. 나마흐님의 제자로 프로트 라인님만큼 적합한 사람이 없으니 결국 운명의 이끌림에 의해 나마흐님이 프로트라인님을 찾아서 제자로 들이셨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스승님과 저를 이어주신 분 아니십니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마우시면, 저희끼리 맹약 하나 맺죠?"

나름 감동적인 분위기에 시에린을 뿌렸다.

"맹약이요?"

"서로가 제국을 위해 움직이는 한, 서로 동맹처럼 행동하는 걸로요. 정식적으로 계약서를 쓰진 않아도 위험할때 서로 도와주겠다는 구두 약속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죠."

"좋아요, 그러면 약속 하신거에요?"

"약속을 안했어도 원래 부터 도와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다행이고요. 다 같이 건배라도 한 번 할래요?"

시에린이 아까 받아놓은 와인을 잔에 따르며 말했다.

"저야 상관 없습니다."

그렇게 5개의 잔에 와인을 따른 뒤 중앙에서 부딪혔다.

"제국을 위하여!"

"위하여!"

와인을 마시는 척 하면서 몰래 챙겨뒀던 병에 전부 버렸다.

무력이 낮은 만큼 쉽게 취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오늘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데 벌서 취할 순 없다.

마나로 취기를 가실 수 없는 시에린도 나처럼 몰래 와인을 버렸다.

"맛이 좋군요."

"플레아님은 제국에 충성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황실에 충성하시는 겁니까?"

"제국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황실이 살아야죠. 지금은 황실의 권력이 너무 약하니, 황실에 충성하는 것이 곳 제국에 충성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군요. 저도 제국을 위해선 1황녀님이 황권을 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가 프로트라인이 다른 황실파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고 떠났다.

"우리도 슬슬 움직여 볼까? 위쪽의 이야기들도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으니까 말이야. 제대로 된 황실파는 그 수가 많지 않지만, 패션 황실파들이랑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지."

"그래,"

발을 때고 움직이려 할 때 2층계단쪽에서 소란이 있었다.

왜 소란이 벌어지나 하고 봤더니 3층에서 황녀가 내려오고 있었다.

'개회 직후에 올라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영업하려는 건가? 생각보다 더 적극적인데?'

가만히 앉아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만 상대할 줄 알았는데 직접 몸을 움직일 만큼 중요한 초대손님이 있던 모양이었다.

"근데 황녀님... 이쪽으로 오시는 거 같은데?"

"에이, 설마 다른 쪽으로 가시는 거겠지."

아까 말했지? 우리 뒤쪽에 다른 세력 아무도 없다고.

황녀가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게 명확해지자 재빨리 한쪽 무릎을 굴고 앉았다.

"되었다 아까 인사하지 않았는가 편하게 일어서도록."

왜 우리지? 아무리 우리가 인기가 많고 정치적인 용도로 쓸만한 대가 많다곤 하지만 황녀가 첫번째로 다가올 만큼 이름 있는 세력은 아니었다.

무릎을 피고 일어서자 황녀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대의 미모가 아주 대단하다고 소문이 났던데, 내 연회에서도 그 미모를 숨기려 드는 것이냐?"

'아, 이것 때문이구나?'

아무래도 황녀는 우리를 영입하러 온게 아니라 내 얼굴을 보고 싶어서 온 모양인가보다. 개인적인 궁금증을 먼저 해결한 후에 다른 세력들에게 찾아가려고 했겠지.

"죄송합니다. 황녀님."

빠르게 가면을 벗어서 내려놨다.

화장을 한 건 아니지만, 굳이 얼굴에 선을 긋지 않아도 부각되는 아름다움이 황녀의 눈에 비쳤다.

"허업!"

황녀가 숨을 들이 삼켰다.

나를 보자마자 얼굴이 붉어지고 침을 꼴깍 삼켰다.

이제는 익숙해진 반응이라서 신기하지도 않았다.

"내 생각보다 그대의 미모가 대단하구나, 다른 이에게 함부로 내놓지 않는 이유를 알았으니 다시 가면을 쓰는 걸 허락하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황녀님."

다시 가면을 쓰자 볼을 붉히고 다른 곳을 바라보던 황녀가 다시 나를 마주 볼 수 있었다.

'이제 봤으니까 다른 데 좀 가주실래요? 저희도 찾아갈 사람 많거든요?'

그런데 이 황녀님은 다른 데 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꼬마영웅이라 불리는 걸 많이 들었다, 올해 16살이 되었다는 데 벌써 부터 영웅이라고 불리는 걸 보니 자네의 앞날이 아주 기대되는 군."

"감사합니다."

"평민이라고 들었는데, 따로 섬기는 이는 없나?"

"저는 언제나 제국을 섬기고 있습니다."

황녀가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는 황녀긴 했지만 나름 제국의 최상층에 위치한 여자라 그런지 미소가 아주 예뻤다.

그 뒤로 제국에 대한 아무런 의미없는 얘기를 무려 5분이나 반복했다.

"황녀님..."

그녀의 최측근으로 보이는 남자가 황녀를 바라보며 눈치를 줬다. 그녀도 나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쓴 걸 알았는지 입맛을 다셨다.

"혹시 끝나고 시간 있는가? 괜찮으면 이따가 다시 만나는 건 어떤가?"

황녀한테 작업도 걸려보고... 내 외모가 대단하긴하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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