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121화 (121/312)

〈 121화 〉 황실 연회­1

* * *

"일단 청 십자가 연맹에 들어온 걸 축하해 주도록 하지."

"추천해 주시는 겁니까?"

"당연히 추천해 줘야지. 자네가 첩자일 확률도 거의 없고, 벌써부터 우리를 위해 일을 해줬으니 말이야. 이번 일을 통해 발생한 청기사단의 영향력 확장을 생각하면 자네는 정말 큰일을 한 것이니까."

"감사합니다 리트레이트님."

"청 십자가 연맹에 가입되긴 했지만 당장 다른 청 십자가 연맹원들과 만날일은 없을거야. 어제 그렇게 큰 사건이 터졌는데 근 시일내에 모였다가 혹시 들키면 빼도박도 못하고 일망타진 퇼태니, 그리고 자네는 아직 몸을 완전히 숨기고 이동할 수 조차 없지 않은가? 오늘 올 때도 경비한테 들켰고 말이야."

"저 같은 게 안 들킬 정도면 보안이 허술한 거 아니에요?"

리트레이트가 헛기침을 하고 다시 말했다.

"이번엔 내 자택으로 초대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다른 곳으로 초대했어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것 아닌가. 자네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도 따로 마련을 해줘야 하니 그만큼 모임이 늦춰질 수 밖에 없네."

"그렇군요."

"그나저나 그 정보는 어떻게 얻은 건가, 중앙파 쪽에 끈이라도 있나?"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리트레이트는 내 드립을 이해하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헬링을 말하는 것인가?"

"네."

"그녀가 너에게 정보를 흘렸나?"

"아니요. 제 독자적인 정보망으로 알아낸 정보입니다."

그 정보망의 이름은 꺼무위키죠.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영웅님인줄 알았는데 간웅이었군."

"칭찬 감사합니다."

"아마 한 달내에 모임이 있을 거야. 그 때까지 남들의 눈을 피해서 움직일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내고 새로운 정보도 좀 물어다 주게."

"알겠습니다. 리트레이트님."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따.

'앞으로 이런 데 갈 때는 미네타의 도움을 받아야 겠네.'

공간이동 마법이라도 사용해서 이동해야 할 것 같다.

아예 흔적이 안남는 건 아니지만 마나가 적은 대상이 이동하면 흔적도 굉장히 조금 남으니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최대한 몸을 숙이고 미리 저장해 놨던 마법을 이용해서 다시 기숙사 방으로 돌아왔다.

'좋아, 일단 청 십자가 연맹엔 가입했어.'

청 십자가 연맹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고 강한 연맹은 아니다.

천천히 쇠락해 가는 데다가 큰 사건도 터뜨리지 못하지만 일단 내가 겉으로 들어내는 목표와 일치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게임 끝날 때까지 배신자가 없는 연맹이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가입하면 좋은 연맹이었다.

'내가 도와주면 이번 일 처럼 큰 사건들도 일으킬 수 있겠지.'

제도의 사건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굴직굴직한 사건들은 많이 알고 있다.

'진짜 중요한 사건들은 시드에 의해서 결정이 나는 경우가 많지만 일어나는 시기는 명확하니까.'

대신 적당한 정보단체를 하나 만들긴 해야한다.

아무것도 없는 데 정보가 계속 나오면 아무래도 의심을 살 테니까.

'2학기 끝나고 섀도스탭을 데려오자.'

워낙 재능 넘치는 아이니까 그 쯤 되면 이미 정보원으로서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일은 어디를 가볼까...'

작은 세력이 살아 남기 위해선 인맥을 많이 퍼뜨려 놔야했다.

지금은 황실에 충성해요! 라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서 나와 같이 황실과 친한 사람들한테만 다가갈 수 있었지만 상대쪽에서 초대하면 언제든 갈 생각이 있었다.

거의 매일 같이 약속을 잡아서 제도를 돌아다녔다.

은퇴한 기사를 찾아가기도 하고 상단에도 들르고 심지어 용병단까지 찾아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중간고사 시즌이 찾아왔다.

이번엔 사모아 파벌과 헬링 파벌의 전쟁처럼 큰 사건이 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공동1등만 6명이 나왔다.

물론 나와 시에린도 그 중 한 명이었고.

'우리같이 작은 파벌에서 만점자가 두명이라...'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성적이 전부 계시된 바로 다음날, 제국의 1황녀의 이름으로 된 연회의 초청장이 도착했다.

'올 것이 왔구나.'

2학기에 벌어지는 이벤트 중 북부 야만족의 침입 다음으로 커다란 이벤트다.

제국의 1황녀인 레이첼라의 이름으로 열리는 이 이벤트는 이전까지 뚜렷한 명예를 쌓지 않으면 초청장도 오지 않기 때문에 참여조차 할 수 없다.

연회에 초대되는 이들은 내 나이 또래 면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지방파나 황실파의 인물들인데, 온연한 황제로 서고 싶은 1황녀가 자신의 세를 불리기 위해 수많은 역경과 방해를 뚫고 겨우 일으킨 이벤트다.

'남녀역전이 일어나면서 1황자또한 유명무실해 진 이상 1황녀가 제국의 희망이라고 볼 수 있지.'

다른 황자 황녀들도 능력이 부족하진 않지만 중앙파랑 너무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었기 떼문에 몇 안 되는 황실파의 희망이라고 볼 수 있었다.

지방파들도 중앙파와 친한 다른 황족들 보다는 상대적으로 1황녀랑 가깝게 지내려 들기도 하고.

'라이트 형은 여기서 또 만나겠네.'

그 형 정도면 황녀의 부름을 안 받을리가 없고, 황녀랑 깊은 관계를 쌓지 못하더라도, 다른 세력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보니 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대부분이 다른 세력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오지.'

황녀를 위해서 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애초에 황실파는 소수고 지방파가 다수니까.

지방파귀족들이 지들끼리 관계맺으려고 오는 거지 황녀님한테 꼬리 흔드려고 오는 게 아니다.

수많은 중앙파의 일부를 흡수해 내는 황녀의 능력 또한 대단하긴 했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제도를 먹을 수 없다.

'수행원은 대동할 수 없다.'

즉,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 모르는 사람들이 수십, 수백명이 있는 전쟁터에 나 혼자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 말을 우리끼리 모인 장소에서 했더니 애들이 다들 웃었다.

"나도 받았는데?"

미네타는 그럴 수도 있지.

벌써 5서클에 도달한 천재 마법사인데다가 하이네스가는 딱히 중앙파도 아니었으니까.

"나도 받았지롱."

라이넬...? 은 잘 모르겠다. 이전 회차랑 다르게 지금은 벌써 익스퍼드를 찍었고, 중앙파는 커녕 귀족도 아니니까 부를 만 할 것 같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나도 받았다!"

"넌 어떻게 받았냐?"

"뭐, 나 무시해? 꼬마영웅이랑 같이 흑마법사를 무찌른 공헌으로 초대됐다 이 말이야."

아, 그것 때문이구냐? 그런거면 인정할 수 있지.

"옷 새로 사러 가야 겠네."

"그렇겠지?"

"나는 그냥 청기사단 제복 입고 가려고."

"황녀님의 초대로 연회에 가는 건데 기사단 제복은 좀 아니지 않아?"

얘네가 뭘 잘 모르네.

"황녀님 초대로 가는 거니까 더더욱 청기사단 제복을 입고 가려는 거야. 청기사단은 제국에 충성하는 기관이니까, 나도 그만큼 제국에 충성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거지."

"복장도 복장인데 가면은 벗고 가야 하지 않을까? 너 설마 황녀님 앞에서도 가면 쓰고 있을 생각은 아니지?"

"가까이 오시면 그 때 벗으면 되지, 사람도 많이 올텐데 괜히 내 쌩얼을 까고 싶지는 않아."

안그래도 숫자 하나가 오르면서 이전이랑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괜히 관심을 끌고 싶진 않다.

"전 제국에서 많은 세력들이 몰려들겠지?"

"당연하지."

"명함 같은 거라도 파야 하나, 친해져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

"많긴 뭐가 많아. 황실파들이랑만 친해지면 돼. 그게 일관성있으니까."

시에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리 황실에 충성하는 척을 한다고 해도, 진짜 황실파들이랑만 친해지면 안돼. 한번 인맥 쌓아놓으면 편리한 데가 얼마나 많은데, 아예 중앙파 귀족이 아니면 사람 안 가려도 돼. 애초에 황녀님이 자신의 힘으로 삼고 싶은 사람을 불러모은 연회잖아?"

"그것도 그런데..."

빡셀 것 같아서 그렇지, 아무리 2박 3일로 치뤄지는 연회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주어진 시간은 이틀 밖에 없으니까, 아마 황실파만 찾으러 돌아다녀도 시간 다 갈거다.

'그러고 보니 프레스티아도 오려나?'

프레스티아는 일단 지방파에 속하는 인재다.

엄청난 야망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그 야망을 완전히 들어내지는 않았고, 단순히 야생마 정도로 생각하고 황녀가 길들이는 걸 시도할 수도 있다.

'어림도 없겠지만.'

근 한달간 프레스티아와 말해 본적이 없다.

초반엔 내가 프레스티아를 피해서 말할 기회가 없는 줄 알았는데 프레스티아 스스로도 나를 피하고 있었다.

가끔 마주쳤을 때 나를 바라보는 눈을 생각하면 나를 포기한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더욱 격정적이게 나를 노리는 것 처럼 느껴졌다.

'역시 프레스티아인가?'

밀당으로 마음을 좀 흔들어 보려고 했는데 괜히 의지만 살려준 꼴이 된 모양이다.

작전실패라면 작전실패였지만 오히려 좋았다.

벌써부터 나에게 휘둘려서 무너지는 프레스티아 보다는 열정적으로 나를 정복하려는 프레스티아를 내가 먼저 정복해버리는 게 더 좋았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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