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준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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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들었어? 야만족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군대를 파견한다고 하던데?"
"들었지, 그런데 북부에서 알아서 잘 처리 중이라는 데 꼭 군대를 보내야 하나?"
"사실상 숟가락 얹기지 자기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공만 잔뜩 올릴게 뻔하잖아."
얘들아 그런 이야기를 할 거면 좀 조용히 하렴, 아무리 우리반이 평민들이 많아도 지나가다가 높으신 분들이 들으시면 크게 노하실 수도 있단다.
'사모아라던가, 사모아라던가, 사모아라던가.'
내가 파벌을 만들었다는 떡밥은 1주정도 불타다가 사라졌다.
파벌을 만들기만 했지 달리 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나 막 영입했다가는 파벌이 파국으로 향할 확률이 높았고, 지금 인원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굳이 영입도 안했다.
다른 파벌들과 파벌 싸움? 누가 우리한테 싸움을 걸 건데, 우리는 방금 막 만들어진 신생 파벌이라서 우리를 쳐봤자 아무런 이권도 얻을 수 없는데, 수장으로 꼬마영웅인 내가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섣불리 공격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아이데스님!"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리길래 뒤돌아 봤더니 누가봐도 나 기사반이요, 하는 티를 팍팍내는 여자애가 내 뒤에 서 있었다.
"네? 왜 부르시죠?"
"아이데스 파벌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파벌에 들어오고 싶다고 했던 사람들은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이 내 얼굴 보고 들어오려는 여자들 밖에 없어서, 상대의 실력과 비전을 확인해 보는 질문을 통해서 적당히 거절했기에 지금까지 우리 파벌에 새로 가입한 사람은 없었다.
'얘는 좀 이야기가 다르긴 해.'
레밀레 드레이크, 천년 전 쯤엔 위대한 기사가문이었다는 것 같은데 몇 백년간 소드마스터도 배출하지 못한 쇠락한 가문이기도 했다.
몰락 귀족이 되기 직전의 단계에 있다고나 할까? 레밀레가 소드마스터를 찍으면 가문 전체가 반등할 것이고, 그렇지 못 하면 더 쇠락하겠지.
난세에서 레밀레 드레이크의 무력 잠재력은 75, 남녀역전 보너스를 받으면 아슬아슬하게 소드마스터를 찍을 수 있다.
'그만큼 느리다는 게 문제지.'
하지만 괜찮다. 레밀레 드레이크는 원래 강함을 보고 영입하는 기사가 아니다.
이런 조연의 이름을 내가 외우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병사 육성 효율이 기가 막히단 말이지.'
신병들을 쓸만하게 만드는 속도도 빠르고 정예병 육성에도 효율이 좋다.
기사보다는 군단장에 더 알맞은 인재라고 할까?
플레아 스타트 한정으로 적당히 유명세를 펼치면 먼저 찾아오는 인재이기도 했기에 영입난이도도 낮은 편이었다.
10판쯤 하면 5판 정도는 영입하는 인재라고나 할까? 제대로 된 세력을 유지하려면 병사를 육성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일단 찾아오면 망설임 없이 영입하는 편이었따.
'그래도 얘만 특별취급하면 안 되잖아?'
어차피 눈빛을 보니까 내가 묻는 질문에 대한 소문을 이미 들었고, 적당한 대답을 준비해 온 모양이니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대해도 되겠지.
"저희 파벌에 들어오고 싶으시다고요?"
"네, 꼭 들어오고 싶습니다."
"왜 들어오고 싶으시죠?"
대부분의 애들은 여기서 말문이 막혔다.
진짜 당당하게 잘생긴 플레아님과 같은 파벌에 있고 싶어서요! 라고 말한 애들이 있기는 한데 당연히 탈락시켰따.
"꼬마영웅이라 볼리는 아이데스님의 행보가 너무 멋졌습니다. 저도 아이데스님의 옆에서 아카데미 생활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친구야, 준비가 조금 부족하다?'
다음 질문엔 잘 대답할 수 있지?
"장래희망이 어떻게 돼요?"
"기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주군을 모시고 전장을 휩쓰는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 주군이 아이데스님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 그녀의 마음을 매료시킨 군주가 더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지금부터 파벌에 넣고 작업치다 보면 금방 영입이 끝날 것 같았다.
"저는 군주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프레스티아에게는 힘을 기르고 싶다고 말했지만 다른 애들에게 까지 내 속마음을 밝힐 필요는 없었다.
아직은 황실에 들어가고자 하는 어린 영웅정도의 평가면 족하다.
"엄... 그러면 못들어갑니까?"
"아니요, 들어오셔도 됩니다. 아카데미의 파벌과 아카데미 졸업 이후의 근무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까요. 저희 파벌은 세력보다는 각자의 꿈을 응원해 주고 지지하기 위해서 있는 파벌입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시고, 다른 파벌원들과 이야기를 해 본 뒤, 나중에 다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데스 파벌 첫 면접합격자의 등장에 반이 금세 시끌시끌 해졌다.
'좋아, 군단장으로 쓸법한 인재도 구했어.'
당장 사람을 모아서 병사를 육성할 건 아니었지만, 주요인재들을 미리 영입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때가 왔을 때 돈을 풀어서 사람을 모으고, 바로 전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으니까.
그런의미에서는 준비가 정말 잘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기사단장으로 삼을 소드 마스터도 있고, 군단장으로 삼을 놈도 있고, 마법병단장을 맡을 마법천재도 있고 내정과 모략을 전담할 인재도 있으니까. 심지어 정보원도 육성하고 있고 수학자도 잠정 영입을 완료한 상황이지.
제대로 세력을 키우려면 이 정도론 어림도 없지만, 작은 영지에서 시작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합이다.
'이제 뭘 더 해야 하지?'
당장 아카데미를 덮쳐오는 커다란 이벤트는 없다. 아예 없는 건 아닌데 기사반에 한정되거나, 마법반에 한정되는 등, 내가 할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이벤트가 한 달 뒤에야 있으니까...'
결국 할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나.
'그래 중간고사도 이벤트지.'
드럽게 재미없다는 게 문제일 뿐.
그렇게 공책이나 피고 공부나 다시 하려고 할 때 다시 누군가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누구... 아 카이넨님?"
"네, 오랜만에 봽는 군요."
저번에 노빠꾸로 파벌에 들어오라고 말했다가 나한테 까인 애 아냐. 이렇게 보니까 좀 무섭긴 하네, 자기 파벌 안들어오고 내 파벌 만들었다고 악감정 가지는 건 아니겠지?
"시간 되시나요?"
"네, 시간 됩니다."
"옥상에서 이야기 하죠. 단 둘이서만 이야기 하고 싶은데."
이게 그 유명한 옥상으로 따라와 인가?
맞는 건 아니겠지?
카이넨을 따라서 옥상으로 올라오자마자 그녀가 나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제 파벌에 들어오면 제가 견제 당하고 피해당하는 게 싫으시다는 이유로 제 파벌에 들어오시지 않으셨는데, 본인 파벌은 잘만 만드셨더군요."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나한테 화가 난 것 같진 않았다.
'정보 캐러 온건가?'
아무리 신생파벌이라고 해도 자기 파벌에서 사람을 빼갈 수도 있고 미리 눈독 들여놨던 인재를 빼갈 수도 있으니까.
아이데스 파벌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 내 파벌을 어떻게 대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찾아온거라고 생각해야지.
'할게 있었네.'
내가 내 영지를 얻었을 때, 유력 가문들과의 관계도 세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필요했다.
지금부터라도 다른 유력 세력을 찾아가면서 미리 기름칠을 해 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피해당하는 건 상관 없으니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플레아씨는 아이데스 파벌을 어떻게 운영하실 생각이십니까?"
저번에도 그러더니 완전 노빠꾸네. 조금 돌려서 말할 법도 한데 늘 직구를 꽃아 버린 다니까.
"비전이 있고, 뜻이 있는 학생이 먼저 우리 파벌에 가입을 신청한다면 받을 예정이지만 저희가 먼저 영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방학 전부터 작업을 쳐놓은 학생들이 많던데요?"
엄청 티나게 움직였으니, 카이넨 파벌도 충분히 눈치 챈 모양이다.
"그때는 파벌을 세울 지 몰랐죠."
내가 씩 웃으며 말하자 카이넨도 따라서 웃었다.
"플레아씨,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음흉하신 분이셨군요."
"음흉하다뇨, 그런말씀은 신사한테 상당히 실례가 되는 말이랍니다."
"아무튼 앞으로는 다른 학생들을 건들지 않을 거라는 말, 믿어도 되겠습니까?"
"네, 믿어도 좋습니다."
거짓말인게 뻔히 보이는 말이었다.
카이넨도 멍청하게 내 말을 믿지 않을 것이고, 나도 카이넨이 속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형식적인 거짓말을 했을 뿐이었다.
"아이데스 파벌앞에 꽃길만 있기를 빌겠습니다."
"카이넨 파벌도 마찬가지로불꽃길을 걷기를 빌게요."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안 빌어도 어차피 저 파벌은 불꽃길을 걷는다. 제대로된 영지하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면서 식갤질이나 하는 세력이거든, 사실상 용병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지.
보통의 경우에는 프레스티아가 세력을 통째로 받아들이면서 정착하는 걸로 끝난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덕분에 생겨난 일이 많으니 감사 인사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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