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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17화 (117/312)

〈 117화 〉 준비­1

* * *

프레스티아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나 때문에 분에 받쳐서 화내고 있는 프레스티아를 상상하니 괜스래 기분이 좋아졌다.

'한동안은 프레스티아를 피해다녀야 겠네.'

괜히 만나서 여지를 주는 것 보다는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편이 프레스티아에겐 더 큰 충격이 될 테니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그렇게 실실 웃어?"

"아냐, 아무것도"

아카데미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상단으로 이동했다.

마차 하나로 시작했던 상단이 어느덧 작은 건물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인데, 사실 이 건물은 내가 지원해 준 돈으로 산 게 아니다.

'저택판매가 거의 완료 됐다고 했지?'

저택의 구매자가 미리 준 선수금으로 산 거라서 내 소유는 아니다.

"오, 신생상단치고는 시작이 좋은데? 나름 상단의 건물도 있고 마차도 두 개나 있고, 말도 빌려쓰는 게 아니라 샀나보네?"

"그런 것 같더라고."

1층짜리 건물에 다가가 가볍게 노크하니 바로 문이열렸다.

"오셨어요?"

"오냐 왔다."

건물 내부는 상당히 소박했다.

안내 데스크 처럼 보이는 게 문 근처에 있었고 조금 걸어가니 바로 문 두 개가 있었다.

"일단 응접실로 안내해 드릴게요."

에이스를 따라서 응접실로 들어가니 꽤 넓찍하고 시설이 좋은 방이 들어났다.

"응접실은 제대로 해놨네?"

"아무래도 손님들을 모시는 공간인 만큼 힘 좀 줘봤죠."

에이스가 어깨를 으쓱 했다.

"안나는 어딨어?"

"저기 숨어있어요."

에이스가 천천히 걸어서 책상쪽으로 걸어가니 책상 아래에 숨어있는 안나가 보였다.

"안나, 손님들 오셨는데 계속 숨어있을 거야?"

"아냐..."

안나가 일어나자마자 바로 에이스의 뒤에 숨었다.

나한테는 나름 말을 잘 하던데 아직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 하는 건 편하지 않은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에이스 잭스펠이라고 합니다. 다른 상단이나 도시의 계약을 맡고 있어요. 이쪽은 안나 잭스펠, 재무랑 회계, 그리고 상단의 주요 전략을 짜고 있어요."

"안녕, 나는 시에린 마디안이야. 하고 있는 역할은 안나라는 애랑 비슷하겠네. 편하게 불러도 되지?"

"네!"

라이넬과 미네타도 소개를 마친 이후 본격적으로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소에는 에이스 네가 거래를 주도 하고 안나는 숨어있는거지?"

"네, 직원들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손님이 아니잖아? 같은 사람을 섬기는 같은 세력의 사람이란 말이야. 같이 사업을 하고 있는 입장이라 에이스도 충분히 잘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네 생각을 네 입으로 말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시에린이 부드러운 말투로 안나에게 말했다.

"네에..."

안나가 조심히 일어나서 응접실에 있는 칠판 앞에 가서 섰다.

"저희가 지금 판매하는 물건들은... 대체로 값어치가 높고 크기가 작은 물건들이에요. 귀금속이나, 마석 같은 거요."

"마차가 작다 보니 한 번에 큰 수익을 내기 위해서 물건들의 가치를 압축 시켰구나?"

"네..."

"호위는 어떡하고? 비싼 물건을 옮기는 만큼 리스크가 엄청 클 텐데."

"호위는 괜찮아요... 그... 아이데스님이 아시는 용병단에서 호위를 해주시는데 아이데스님께 은혜가 있다고 엄청 싸게 해주시거든요."

시에린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도대체 우리가 모르는 일을 얼마나 벌려 놓은거야?"

"벌려 놓은 거 없거든!"

"비싼 물건 옮기는 노하우도 나름 생겼겠네?"

"그쵸? 거의 반년가까이 이일을 했으니."

시에린이 씩 웃으면서 미네타를 손끝으로 가리켰다.

"자, 오늘 고객님이시다. 난 가만히 있을 테니까, 둘이서 협상해."

"협상은 제 전문인데요?"

"그러면 같이 하던가."

미네타가 큼큼 거리며 말을 시작했다.

"꿀을 좀 팔고 싶은데..."

"꿀이요?"

두 사람의 눈이 알쏭달쏭하게 변했다가 갑자기 빛이 나듯 번쩍였다.

"미네타 하이네스님이라고 하셨죠?"

"어, 미네타 하이네스..."

"영지에서 생산된 꿀을 팔고 싶으신 건가요?"

"어, 우리 어머니가 내 몫이라고 빼 놓으시는 게 있거든, 지금까지는 달리 쓸 때가 없어서 남겨 놓고 있었는데 같은 세력의 상단에 맡기는 데 더 좋은 일 아니겠어."

"감사합니다!"

에이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혹시 제국력 1124년산 꿀도 있어요?"

"있을 걸? 내가 어머니한테 꿀을 받기 시작한 게 1120년쯤 부터니까."

에이스가 갑자기 입을 벌리더니 감격했다는 듯 입을 가렸다.

'리액션은 아주 혜자인데?'

"1124년산 꿀이 그렇게 중요한 거야?"

"플레아너... 문찐이구나?"

"뭐?"

"아니다. 생각해 보니까 평민은 잘 모를 수도 있지, 애초에 하이네스가의 꿀의 일반적인 시세도 잘 모르니까."

그래 나 문찐이다 개 같은 년아.

"하이네스 백작가에서 1124년에 만들어진 꿀은 다른 년도에 비해 당도가 엄청 높고 맛이 훨씬 더 고급지다고 해요. 그 맛이 워낙 일품이라, 최상의 꿀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산다는 사람은 많은데 다시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계속 공급이 줄어들고 있죠."

"문제는 그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 당장 팔아 치우는 게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거에요."

와인도 아니고 꿀을 그렇게 많이 찾는다고?

'하긴 진짜 맛있긴 했어.'

저번에 놀러갔을 때 먹었던 꿀은 진짜 맛있었다.

당도도 높고 맛도 깔끔하고... 하이네스 백작가 근처에서만 자라는 꽃들과 마법적인 가공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꿀이다 보니 다른데서는 절대 따라할 수 없다지?

"그러면 일단 내버려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꿀이 썪는 것도 아니니 가치가 내려갈 일은 없잖아?"

"혹시 모르는 일이긴 하죠. 1124년산 보다 더 뛰어난 꿀이 나오면 내려갈 수도 있죠."

에이스가 냉소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안 어울린다야.'

"그러면 일단 다른 시기에 생산된 꿀을 파는 쪽으로 갈게요. 혹시 꿀이 어느정도 있나요?"

"리터로 따지면 500리터 정도? 어머니가 매년 500ml 짜리 병 100개를 나한테 주시는 데 그게 10년 쯤 됐거든, 갯수로 따지면 딱 천 개쯤 되겠네."

그 이후부터는 전문적인 지식이 마구 오가서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상태만 계속 유지했다.

"나는 뭔 얘기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어."

잘은 모르겠는데 수수료로 10%를 받는 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안나랑 에이스 모두 너무 높은 거 아니냐고 계속 말했지만 미네타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나를 지원하고 싶은 건가?'

내가 직접적으로 돈을 받는 걸 싫어하는 만큼 이렇게라도 돈을 주고 싶은 거겠지.

결국 수수료는 10%를 받고 첫번째 거래만 미네타가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얼마 이상으로 팔아야 하네, 혹시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네 하는 이야기들이 오가긴 했지만, 잭스펠 애들한테 넘겨버리고 난 편히 쉬었다.

저런 거 하라고 사람뽑는거지 이런 이야기에 일일이 귀를 귀울일 거였으면 사람 뽑지도 않았다.

"얼추이야기가 끝난 건가?"

"네, 여기 사인하시면 돼요."

에이스가 수기로 작성한 계약서를 내밀고 미네타가 그 위에 사인했다.

"제가 하이네스가의 꿀을 파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어떻게 팔거야?"

"일단 방문 판매로 가야죠. 1124년산 만큼은 아니지만... 하이네스가의 꿀은 유명도에 비해서 공급이 상당히 적거든요. 제도쪽에는 많이 유통이 되는 편인데 다른 곳으로는 거의 유통이 안돼요."

"우리 어머니가 일단 제도로 가져가면 제값은 받는 다며 다 제도로 보내버리시거든..."

"제대로 된 판매 전략을 가지면 더 큰 수익을 벌 수 있겠지만... 하이네스 가문은 꿀이 주 종목이 아니니까요."

"그치, 취미느낌이긴 해. 어머니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원래는 백작가 사람들이랑만 나눠먹으려고 시작했는데, 워낙 맛이 좋아서 차근차근 사업을 키워나가다 보니 지금 상황이라더라."

역시 하이네스가 라고 할까? 뒷배가 든든하니 뭘하든 되는 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저택도 다 팔지 않았어?"

"네, 거의 다 끝났어요. 아마 이번주 중에 판매금이 들어올거에요."

에이스가 신난 투로 말했다.

"돈 들어오면 뭐할거야? 집부터 살거야?"

"마차부터 늘리고 꾸며야죠. 방문 판매를 하려면 일단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깔고 들어갈 필요가 있으니까요."

"너희 개인 돈인데 내 사업을 위해 써도 되는 거야?"

안나가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저희 개인 돈이 어딨어요. 저희는 아이데스님에게 소속된 존재들이에요. 사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다달았으면 모를 까 벌써부터 저희 개인 돈을 가지는 건 말도 안돼요."

"너희 저택을 팔아서 번 돈이잖아. 당연히 너희 돈이지."

"저택을 팔 수 있던것도 결국 다 아이데스님 덕분이잖아요. 아이데스님이 없었으면 평생 처분도 못하고 들고 있었을 텐데 그걸 저희 재산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는 것 같아요."

서로에게 재산을 더 주기 위해서 싸우는 꼴이라니...

"그래, 너희 알아서 해라, 전문가들이 그렇다는 데 비 전문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겠니. 이야기 다 끝났으면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지.

여기는 한국이 아니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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