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개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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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이후의 시간은 상당히 빠르게 흘러갔다.
헬링 파벌과 사모아 파벌의 전쟁은 헬링파벌이 승리한 것으로 결론이 났고 새로운 과목들도 선택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도 슬슬 파벌을 선포해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면 이미 늦었지"
2학기가 되면서 교양 마법 방과후가 끝나고 이제 달리 모일 강의실이 없어졌던 우리였지만, 시에린이 새 동아리를 만들자고 제안해서 동아리를 만들었고, 다행이 부실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무슨 동아리냐고?
'이름하여 디저트 동아리! 방과후에 한가롭게 떠들면서 디저트나 먹는 동아리지.'
이런 말도 안되는 동아리가 허가될 줄은 몰랐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시에린도 진짜 미친년이야.'
"지금까지는 헬링때문에 파벌 선포를 안한거지?"
"어, 언제 그녀 밑으로 들어갈 지 몰랐던 상황이었으니까."
근데 이제부터 밀당하기로 했잖아? 일단 내 세력을 만든다고 공고를 내려서 가볍게 밀어보는 거지.
"그러면 티르도 데려올까?"
"티르? 전기의 신 말하는 거야?"
"자기 이름이 티르라고 주장하는 친구가 한 명있거든,"
아, 저번에 우리 세력에 노바꾸로 들어 온다고 했던 그 전격법사를 말하는 건가?
"응, 데려와."
마법사 인재는 언제나 환영이다.
"라이넬, 네 친구 중에선 데려올만한 사람 없어?"
"없어, 다들 우리 파티가 흑마법사를 막은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정작 파벌에 들어오라니까 아무도 들어온다고 안 하더라."
"파벌의 주인이 나여서 그렇지 뭐, 아마 미네타였으면 엄청 모였을걸?"
하이네스가의 차녀가 만든 파벌이 될테니까.
"그럼 일단 우리 넷이랑 티르씨, 이렇게 5명인가?"
"진짜 소규모 파벌이네."
"하지만 알짜베기 파벌이지."
미네타야 말할 것도 없고, 라이넬도 이른 나이에 익스퍼드의 경지에 올라선 뛰어난 기사다. 시에린도 처음에야 못 알아봤지만 지략이 상당히 뛰어난 인재고 티르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2티어급 인재는 무난하게 된다.
나는 어떻냐고?
최근에 1이 오른 매력 98의 군주다.
나름 머리도 굴릴 줄 알아서 성적은 높지, 그리고 인지도도 대단한 편이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아카데미 내의 영입 활동은 여기서 끝내도 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그러면 내일 파벌 선포식을 진행하는 걸로 할게."
"알았어."
아카데미엔 파벌 선포식이라는 문화가 있다.
파벌의 구성원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에 모여서 우리는 같은 파벌이고 아카데미에 다니는 동안은 서로 배신하지 않음을 약속하는 문화인데, 헬링이랑 사모아 같이 원래 부터 파벌째로 입학한 고위 귀족들은 잘 안하고, 약한 귀족들이나 하는 문화다.
'우리는 약소 세력인데다가 후발 주자니까, 무조건 파벌 선포식을 해야지.'
안하면 파벌 취급도 안 해준다.
"플레아, 너 상단 운영한다고 했지."
"어, 벌써 수익률이 3배야!"
"얼마 투자했는데?"
"80골드 정도?"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뭐? 몇 골드?"
"80골드."
"네가 돈이... 너 설마 학장한테 받은 돈 전부 꼴아박았냐?"
"응!"
내가 당당하게 말하자 시에린이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아이고 이놈아! 분산 투자를 해야지 한군데에 다 박아버리는 게 어딨어!"
"그래도 성공했잖아."
"하아... 아무튼, 그 상단에서 네가 가지는 지분율이 얼마나돼."
"100%."
시에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네 돈 100%로 시작했니?"
"응!"
"자꾸 당당해지지마!"
다시 한 번 짤짤이를 당했다.
"그렇게 위험한 짓을 왜 한 거야?"
"내가 인재를 알아보는 눈은 기똥차거든, 성공할 줄 알고 투자한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하아... 나중에 우리 파벌이랑 그쪽 상단이랑 만남약속 좀 잡아줘. 같은 주군 밑에 있는 데 서로 얼굴도 모를 순 없으니까."
"다음 상행에서 돌아올 때 약속을 잡을 게."
"그래 그쪽은 그렇게 처리하면 되고..."
시에린이 한숨을 푹 쉬었다.
"문제는 역시 헬링파벌이란 말이지. 아슬아슬한 선에서 계속 줄타기를 하면서 이득을 땡겨야 하는데... 그건 너한테 맡겨도 되는 거지?"
"어, 내가 알아서 할게."
나와 시에린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미네타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왜 그래 미네타?"
"플레아 너 상단을 운영한다고 했었지?"
"어, 그런데 왜?"
"규모가 어느 정도 돼?"
"작은 마차 두 개정도?"
미네타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 도시에서 생산되는 꿀 중에서 엄마가 내 몫이라고 꾸준히 저장해 놓던 것들이 있거든? 그걸 가져다가 팔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시에린의 눈이 잠깐 달러 문양이 됐던 것 같은데....
"엄청 도움 되지! 아마 엄청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걸?"
미네타가 내 눈치를 슬쩍 봤다.
"판매대금을 다 주겠다는 건 아니고, 어차피 팔아치워야 할 물건들인데 이왕이면 같은 세력의 상단에 맡기는 게 좋잖아? 다른 상단이랑 거래할 때처럼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
저번에 선물 준다는 걸 한사코 거절했더니 트라우마가 생겼나 보네.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수하들의 돈을 빼앗는 군주는 0점 짜리 군주라고 생각한다.
수하는 군주에게 충성을 바치고 군주가 그 대가로 상을 내려야지 수하가 군주에게 충성도 바치고 돈도 바치는 관계는 너무 수하에게 힘이 몰리게 되니까.
'그래도 이런 제안은 진짜 고맙지.'
"다음에 같이 만날 때 이야기 해 보자. 당장 팔아야 하는 급한 물건은 아니지?"
"어, 꿀은 보관기간이 길고, 당장 돈 쓸 때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고맙다 미네타."
"고맙긴 뭘,"
미네타가 배시시 웃었다.
"나만 하는 게 없는 느낌이네."
"너는 아무것도 안 하고 수련만 해도 돼, 열심히 수련 해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만 올라주면 돼."
"그게 더 힘든 거 아니야?"
라이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니, 넌 할 수 있어. 그리고 해야만 하고."
"소드 마스터가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소드 마스터가 뉘집 개이름은 아니지만, 역사상 가장 많은 소드마스터가 등장하는 시기가 찾아 올거야. 나는 라이넬 정도면 충분히 소드 마스터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아... 그래 맘대로 생각해라, 소드 마스터는 원래 하늘이 점지해줘야만 가능한 거라는 사실만 알아줘."
너는 이미 하늘의 점지를 받았는데 뭘.
"소드마스터 라이넬이라... 진짜 안 어울리는 이름인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라이넬이 소드마스터에 도달한다고 쳐도, 제대로 사용하려면 기사단이 있어야 할텐데 말이야. 그러면 기사단장 라이넬이 되려나? 그렇게 생각하니 더 안어울리는데?"
"당연히 기사단 마련해 줘야지."
시에린은 내가 제국 재패를 목표로 하는 걸 알았기에 큰 반응이 없었지만 라이넬은 화들짝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뭐? 기사단? 내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기사단장이 된다고?"
"소드마스터가 기사단에 들어가는 거 봤냐? 무조건 단장이지."
"내가 소드마스터가 될 거란 보장이 없다니까?"
"된다니까 그러네!"
라이넬이 미간을 부여잡았다.
"내가 성장이 빠른 건 맞는데, 지금 익스퍼드에 올랐다고 전부 소드마스터에 도달하는 건 아니거든? 내가 언제 소드마스터에 도달 할 줄 알고 기사단을 마련해..."
"5년 정도 뒤에? 더 빠를 수도 있고."
라이넬이 말문이 막힌 듯 나를 바라봤다.
"하아... 그래, 기사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애랑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
"너를 믿고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우리 아카데미에서 벨리아랑 루나라 다음가는 기사잖아."
"네 말대로라면, 벨리아랑 루나라도 소드마스터에 다다른 다는 거네?"
"내가 말했잖아. 역대급으로 소드마스터가 많이 나오는 시기가 올 거라고."
라이넬이 한숨을 푹 쉬었다.
"나랑 벨리아, 루나라, 심지어 헬링까지 합치면 소드마스터가 4명이라고? 한 세대에서 그렇게 소드마스터가 많이 나올 순 없어!"
"헤유, 그래 말을 말자. 근데 주군의 말인데 그렇게 격하게 반대를 해야겠니? 분명 방학식 전 만해도 나에게 충성을 바친다면서 공손하게 맹세했던 것 같은데."
"충성 맹세를 지금 텐션으로 하는 기사가 어딨냐..."
그것도 맞는 말이긴해.
"이 얘기는 그만하자.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누구 말이 맞는 지 알게 될 거 아니야."
"그래."
라이넬이 케이크 하나를 포크로 잘라서 먹었다.
***
아침 일찍 부터 운동장 중앙에 모였다.
나름 유명한 우리들이 운동장 중앙에 모여 서 있으니 등교하던 애들도 한 번씩 우리를 훑어보면서 지나갔다.
'적당히 구경꾼도 모였으니 이제 시작하면 되겠네.'
"우리는 플레아 아이데스의 이름 아래에 파벌을 맺겠습니다."
""""우리는 플레아 아이데스의 이름아래에 파벌을 맺겠습니다.""""
내가 선창하자 다른 애들이 따라했다.
"우리는 아카데미에 졸업하기 전까지 서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파벌을 나가는 이에게 더 나은 미래가 오기를 축복할 것입니다.""""
""""우리는 아카데미에 졸업하기 전까지 서로 배신하지 않을 걳이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파벌을 나가는 이에게 더 나은 미래가 오기를 축복할 것입니다.""""
'겁나 오글 거리네.'
그런데 어쩌겠어. 아카데미 문화인데.
"지금 이곳에서 아이데스 파벌의 탄생을 선포합니다."
""""지금 이곳에서 아이데스 파벌의 탄생을 선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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