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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13화 (113/312)

〈 113화 〉 개학­2

* * *

"네, 죄송스럽게도 제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하시더군요."

"온 제국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나마흐님이 플레아님을 제자로 삼으려고 하셨다면서요?"

"헬링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근골이 약해서 말이에요. 나마흐님이 저를 기다리신 게 헛발질이 되어 버렸죠."

조용히 이야기 해서 다른 이들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을 테지만, 헬링파벌에 속해 있는 애들의 귀에는 우리의 대화가 아주 잘 들릴 것이다. 저기 가든봐, 귀 쫑긋 세우고 있잖아.

헬링 파벌의 참모입장으로서 이 얘기를 전부 들어놔야 겠지.

"그래도 위대한 기사이신 나마흐님이 플레아씨를 찾아가시다니, 플레아씨의 능력이 증명 된 것 같아서 제가 다 기쁘네요."

"과찬이십니다."

"그 뛰어난 능력을 저를 위해 써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노빠꾸인데?'

난 분명이 거절의 의사를 표한걸로 기억하는 데 말이지, 내 의사 따위와는 상관 없이 나를 자기 손 안에 넣겠다는 의지인가?

"저는 그렇게 뛰어난 인재가 아닙니다."

"겸손이 지나치시군요."

"아직 헬링님의 밑으로 들어가기엔 제가 너무 부족하군요."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뭐지? 얘가 프레스티아가 맞나?'

왜 이렇게 구질구질 해? 힘으로라도 나를 손에 넣겠다는 의지였으면 지금쯤 기세로 나를 압박하고도 남았을 텐데?

"헬링님이 저를 원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플레아씨의 재능을 높이 샀다고요."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원래 프레스티아가 이런 인간이 아닌데...

'조금 떠 볼까?'

"혹시 제 외모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

예상 못 했던 질문인지 잠깐의 정적이 찾아왔다.

그 동안 주변을 쓱 훑으니 벨리아가 초조해 하는 게 보였다.

"아닙니다. 저는 플레아씨의 능력을 고평가 하고 있는 거지 외모에는 크게 관심 없습니다."

왠지 말투가 조금 초조해 진 것 같다.

"진짜요?"

가면을 살짝 벗고 프레스티아를 올려다 보니 프레스티아가 내 시선을 피했다.

"저 좀 보세요."

프레스티아의 시선을 따라 얼굴을 들이미니 프레스티아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동요가 나타났다.

"하, 어이가 없군. 이제 내가 만만해 보이나?"

"그럴리가요. 어떻게 제가 헬링님을 만만하게 보겠어요."

그녀의 기세담은 눈빛에도 내가 담담히 버텨내며 놀리듯 말을 걸자, 이번엔 그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왜 저를 그렇게 가지고 싶으시냐니까요?"

"하, 됐다 이제 방학식 끝났다."

개학식인데요?

"그러면 나중에 다시 뵙도록 하죠."

헬링 파벌 전체가 우르르 일어나서 움직였다.

홀로 덩그러니 남은 나에게로 내 친구들이 다가왔다.

"대체 뭔 일이 있던거야?"

"아니 별 일 없었어."

'이제 짝사랑이 아닌가 본데?'

이제 밀당이라는 걸 시도해볼 시기가 온 모양이다.

***

괜히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놈의 심장은 왜 이렇게 빨리 뛰는 지 쿵쿵 거리는 소리 때문에 머리까지 지끈 거릴 지경이었다.

"주군! 거의 다 왔는데 왜 그러십니까!"

"일단 조용히 해라 벨리아, 머리가 좀 아프니."

가만히 걷다 보니 그의 얼굴이 자꾸 아른 거렸다.

그 동안 가면에 쌓여서 보이지 않던 얼굴을 오래만에 다시 보니 충격이 상당했다.

'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어.'

생전 그런 남자는 처음 만나봤다.

남자라는 존재는 내 눈빛을 버틸 수 조차 없는 떨거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내 기세를 버티고 오히려 장난까지 걸어왔다.

'어떻게 그런게 가능하지?'

처음 만날 때만해도 눈빛 하나 이겨내지 못하고 울던 녀석인데...

'손해만 봤군...'

내 밑으로 들어온 다는 스탠스만 취하던 녀석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제어하기 위해서 마련한 자리인데 처음 부터 꼬였다.

적당히 구슬리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들어올 줄 알았던 녀석이 계속 내 말을 피해갔다.

그 때문에 괜히 구질구질 하게 말을 끌지 않았는가.

'왜지? 그는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나?'

나는 아직 플레아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누가 봐도 사랑에 빠져있는 눈빛을, 그 눈빛은 나를 만날 때 마다 항상 가지고 있었다.

내가 그를 협박할 때도, 그와 같이 훈장을 받았을 때도, 우연을 가장하여 하이네스가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늘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애정을 숨길 필요도 없다는 듯 명확하게 애정을 담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나에게 다가오는 그의 눈에는 설렘이 담겨있었으며, 내 옆에 앉은 그의 심장이 쿵쿵 거리는 걸 나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대체 왜 내 밑으로 들어오지 않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와, 그놈 진짜 미친 놈인 것 같아요. 어떻게 프레스티아님의 기세를 버티지? 제가 보기에 그 놈 남자 아니에요. 신체만 남자지 여자의 정신을 가진 게 분명하다니까요?"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그가 왜 내 제안을 거절했는지에 대한 분석이나 하도록."

평소와는 다르게 강한 억양의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화가 나면 말이 강해지는 것은 내 수하들도 모두 알았기에 충분히 이해해 주겠지만, 그깟 남자 하나 때문에 화가 났다는 사실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안 그래도 조금 조사를 해봤는데 말이에요. 플레아 그놈, 아무래도 제국에 대한 대단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뭐?"

'확실히 나에게 제국에 대한 충성을 이야기 할 때, 가장 진지한 눈빛을 하긴 했지.'

"사적으로 프레스티아님은 좋아한다고 해도, 그것과 자신의 비전은 별개잖아요? 프레스티아님이 꼬신다고 넘어올만한 분도 아니시고요. 제가 보기엔 프레스티아님에 대한 사랑은 그냥 짝사랑만 남겨두고 진로는 황실쪽으로 정할 것 같은데요?"

"뭐?"

플레아 그놈이 나를 포기한다고?

나에 대한 그 놈의 사랑은 아주 짙고 무겁다.

내가 그 놈에게 했던 짓을 생각하면 누구라도 정을 붙일 수 없을 게 분명했는데, 그는 늘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뭐? 나를 포기해?

"아마 저희 파벌에 들어온다고 말했었던 것도 아카데미 다닐 때만 같은 파벌로 있다가 졸업했을 때 떨어지려는 속셈일 확률이 높아요."

이에서 까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프레스티아님, 왜 화내시는 거에요? 플레아가 은급 훈장도 받고, 뛰어난 인재도 많은 대단한 놈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프레스티아님이 반드시 영입해야만 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놈도 아니에요. 오히려 위험한 놈에 가깝죠. 나마흐님의 만남 이후로 섣불리 건드리기엔 너무 커다란 놈이 되버렸으니까요."

가든이 '플레아를 좋아하셔서 그러시죠?' 라고 말하는 듯 했다.

"뭘 물어. 주군이 좋아하던 사람이 자기를 버리고 딴 데 들어간다고 하니까 화나서 그렇지."

"누가 누굴 좋아한다는 거야!"

나는 플레아를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 흥미가 가는 남자는 맞았다.

나와 눈도 못 마주치는 다른 남자과는 다르게 이제는 내 앞에서 여유롭게 웃으며 장난까지 쳐대는 모습을 보여주며, 꼬마영웅이라 불릴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대다가 얼굴까지 최상급으로 잘생긴 미소년이긴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프레스티아 헬링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나는 군주다.

절대 누군가에게 애정을 나눠주지 않는다.

수하들과 우정을 나누고 전우들과 전율을 공유할 뿐 애정이라는 단어는 내 인생에 끼어들어서도 안 되고 끼어들게 할 생각도 없는 단어에 불과했다.

"지금이라도 플레아씨께 속마음을 말씀하시는 게 어떠신지..."

"무슨 속마음? 네가 내 밑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대단히 빡쳤다는 속마음?"

"주군은 자기 마음에 더 솔직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 내 속마음에 솔직해 지라 이거지?"

그래 그놈을 보면 성욕이 들끓기는 한다.

남자라면 학을 때는 성격을 가지 나지만 그래도 여자는 여자인지 잘생긴 남자를 보면 나도 모르게 성욕이 일기도 해. 근데 그게 왜?

이 말을 곧이 곧대로 전하니 벨리아가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게 주군의 진짜 진심이십니까?"

"물론이지."

내 수하들이 일제히 한숨을 내쉰 것 같은 건 기분탓일까?

"제 주군이 연애 고자일줄은 몰랐습니다... 하긴, 어릴 때부터 남자는 사람취급도 안하셨던 분이니 이런 감정엔 익숙하지 못하시겠죠."

"그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너희도 각자의 반에 돌아가야 하니 이만 해산하겠다."

수하들을 내버려 두고 내 반으로 이동했다.

"왜 따라오지?"

"주군의 곁을 지키는 것이 제 의무 아니었습니까?"

"오늘은 필요없다. 얌전히 기사반으로 가서 훈련이나 하도록."

"오늘은 방학식인데 훈련을 왜합니까? 아직 시간표도 안 짰는데..."

"방학식이라니? 오늘은 개학식이다만?"

"아까 주군이 플레아씨에게 방학식이라고 하셨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당황했었던 거지?

"방학식이든 개학식이든, 너희 반으로 가라. 나는 혼자 있고 싶으니."

"주군, 사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있는 법입니다. 아직은 괜찮을 수도 있지만 플레아씨가 언제 주군을 포기하실지 모릅니다. 받기만 하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는 생각은 접어 두십쇼."

'...씨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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