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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12화 (112/312)

〈 112화 〉 개학­1

* * *

개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생각이 들어?

아마 현역 학생이라면, 아 시발 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겠지.

나도 마찬가지다.

'그 긴 방학이 끝났다는 믿겨지지가 않네.'

아무리 부정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미 개학은 코 앞까지 다가왔고 이미 기숙사에 짐까지 풀었으니까.

'다른 애들한테 연락하면 받으려나?'

오랜만에 찬 아카데미의 시계를 조작해서 애들한테 문자를 보냈다.

플레아: 다들 있냐?

시에린: 내일이 개학이라는 사실에 절망하는 중

미네타: 이하 동문.

라이넬: 방금 도착했어.

다들 비슷한 상황인가 보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정도는 만나서 이야기했으면 됐기 때문에 시계를 내려놓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완전 개판일 것 같은데.'

루나라가 프레스티아의 밑에 들어 갔다는 것이 공인이 되는 날이니만큼 사모아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옆집에서 난 불이니까 나는 한가롭게 구경만 하면 되지 뭐.'

그 외에도 할 일이 많았다.

잭스펠 남매에게는 오늘 찾아갔으니 괜찮지만, 시에린과 미네타가 초벌로 말을 걸어 놓은 인재들도 다시 확인을 해 봐야 하고, 방과 후도 다시 신청해야 하고 할게 많다.

'역시 개학은 씨발이야.'

그런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

거대한 강당에서 열린 개학식은 입학식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1,2,3학년이 모두 모여서 진행했다면 이런 생각은 안 들었을 것 같은데, 학년별로 진행하다 보니 입학식 때랑 거의 똑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랑 다르게 파벌이 완전히 정립됐지만 말이야.'

그리고 내가 들어오자마자 다들 나만 바라볼 정도로 어그로도 많이 끌었는데 오늘은 일찍 나오기도 했고, 다들 익숙해지기도 했다 보니, 그리 많은 애들이 집중하진 않았다.

"신사분, 제가 에스코트해 드릴까요?"

강당을 둘러보던 나에게 시에린이 다가와서 말했다.

"푸핫, 뭐 하는 거야? 사모아님 따라 하는 거야?"

"아니? 나는 그냥 너 에스코트해 주려고 온 건데?"

방긋웃으며 시에린의 손을 잡았다.

"그러면 에스코트 해 줘."

"알겠습니다. 신사분."

시에린을 따라가니 미네타와 라이넬이 있었다.

'내 친구들이자 수하들.'

지난 1학기 동안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완성한 가장 큰 결과물이지.

"잘 지냈냐?"

"잘 지냈지."

달리 정해져 있는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인지 강당 전체가 이런저런 말들로 떠들썩 했는데, 어느 순간 모든 목소리가 싹 멈췄다.

'사모아가 왔나 보구만?'

아니나 다를까 입구 쪽을 바라보니 사모아가 인상을 쓴 채로 들어오고 있었다.

'루나라를 뺏긴 건 한참 전의 일이지만, 그걸 공표하게 되는 날은 오늘이니, 그만큼 빡친 건가?'

그러게 간수를 잘했어야지.

정식으로 기사서약을 맺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

'이건 사모아 실착이지.'

루나라처지에서 얼마나 대우가 안 좋았으면 파벌을 버렸다는 불명예를 안고서 헬링 파벌로 이동했겠어?

"방학동안 루나라가 헬링파벌에 들어 갔다면서?"

"진짜?"

주변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루나라가 헬링 파벌에 들어간 것도 꽤 예전의 일이니 이미 알 사람들은 전부 다 알고 있는 정보인 듯했다.

이런 웅성거림은 헬링파벌이 우르르 입장할 때 더 커졌다.

"진짜 있네, 쟤는 왜 사모아 파벌을 버리고 헬링파벌로 이동한 거야?"

"사모아 파벌 안에서 왕따당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렇다고 자기 파벌을 버려?"

"그 파벌을 버리고 간게 헬링 파벌이잖아, 자기 실력도 인정 안 해주고 막대하던 사모아 파벌보다는 실력 제일 주의인 헬링파벌이 루나라 처지에선 더 매력적이게 보였나보지."

아마 사모아도 이런 수군거림들을 듣고 있겠지?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만큼 멍청한 것 없다지만, 사모아는 지금 후회하고 있을까? 아니면 감히 자기 파벌을 버리고 상대 파벌로 넘어간 루나라에게만 분노를 집중하고 있을까.

헬링파벌이 자리를 잡고 앉자 강당의 분위기가 아주 험악해졌다.

교수님들도 개학식을 위해서 기다리고 계시고, 보는 애들도 아주 많아서 망정이지 사모아 파벌과 헬링파벌만 있었다면 진작에 패싸움이 벌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사실상 두 파벌의 싸움은 헬링이 승리했다고 봐야지.'

일단 루나라라는 고급 인력이 넘어간 영향도 컸고, 다른 학생들이 보기에도 루나라를 빼앗긴 사모아 파벌이 진 것처럼 비춰질 테니까.

방학 전에야 두 파벌간의 싸움에 치열하게 관심을 가졌지 지금 시점에서는 이미 예전 이야기라서 다들 관심이 없다.

아마 지금 순간을 기점으로 사모아 파벌이 졌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될 거다.

'헬링파벌이 머리를 잘 써.'

사모아 파벌이 멍청한 편인걸 감안 해도 이번 파벌 전쟁은 헬링 파벌의 위에서 놀아났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프레스티아를 아주 좋아하는 거지.'

최종 보스의 위엄에 아주 딱 맞는 여자 아니겠어?

"야, 플레아, 긴장하고 있어."

"응?"

시에린의 말에 고개를 드니, 헬링 파벌에서 한 여자가 우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보고 다가오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 여자는 우리를 아주 또렷하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플레아님, 제 주군이 당신과 동석하기를 원하십니다."

'개학식 부터 머리 써야 해?'

벨리아의 말은 아주 또렷해서 강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죄송하지만 친구들이 있어서요."

"친구분들도 같이 오시랍니다."

강당의 모든 관심이 우리 쪽으로 집중됐다.

'쯧, 더 이상 풀어 줄 수는 없다는 건가?'

이제 머리 숙이고 자기 파벌 밑에 들어오라는 의미다.

내가 지금 일어나서 프레스티아의 옆에 앉으면 오랜 만에 프레스티아의 아름다운 용모를 볼 수 있게 되겠지만 나와 내 친구들이 헬링 파벌에 들어 갔다는 소문이 아마 아카데미에 쫙 퍼지겠지.

'알아서 들어간 다는 기약 없는 말로는 부족했나.'

아무래도 프레스티아는 나를 자기 손아귀에 완전히 쥐고 싶은 모양이다.

'가야 될까? 말아야 할까?'

예전에 한 번 상정해 둔 상황이었지만 그때 미리 결정을 내려 놓진 않았다.

때가 다가오면 주변 상황을 보고 결단을 내리려고 했으니까.

'프레스티아에게 갔을 때의 이득은 아주 명확해.'

우리는 헬링 파벌의 휘하에 들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서 아카데미 활동을 할 때 알게 모르게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프레스티아를 매일 같이 볼 수 있다는 것도 크고.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우리는 헬링 파벌 밑에서 통제될 것이고, 더 이상 우리만의 세력을 키우기가 힘들어진다.

'게다가 지금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아.'

나중에 결정을 번복하더라도 지금은 거절하자. 지금 헬링파벌로 들어가는 건 리스크가 너무...

'아, 그러면 되는 구나?'

프레스티아와 너무 거리를 벌리지 않으면서도 우리 파벌이 헬링 파벌의 밑에 복속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다.

"저 혼자 갈게요."

"네?"

"친구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서요."

벨리아가 제대로 대꾸하기 전에 일어나서 헬링 파벌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둘이서 친하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헬링님이 먼저같이 앉기를 권유할 정도로 친했었나?"

"둘 다 선남선녀잖아. 아마 우리도 모르는 곳에서 뭔가의 썸씽이 있었겠지."

"부럽다..."

일반 학생들이 생각하기엔 거기까지가 한계겠지만, 아마 파벌에 들어가 있는 학생들은, 굳이 나 혼자 헬링파벌로 들어간 것에 대한 의미를 찾아낼 것이다.

헬링이 우리 파벌 전체를 집어삼키려 했지만 내가 그를 완곡히 거부했다는 걸 아마 쉽게 알게 되겠지.

'내가 생각해도 너무 뻔한 행동이니까.'

베리아가 뒤에서 친구들보고 따라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라이넬이 친근한 말투로 안간다고 계속 잡아때고 있었다.

"안 가실 건가요?"

내가 뒤돌아보며 벨리아에게 말하자, 결국 벨리아도 나를 따라서 헬링파벌쪽으로 이동했다.

헬링파벌의 자리에는 프레스티아의 옆자리가 부자연스럽게 비워져 있었다.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네."

프레스티아의 옆자리에 앉았다는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두근 떨렸다.

"혼자 오셨군요."

프레스티아가 작은 목소리로 물어 왔다.

굳이 해석하자면, 너희 파벌을 아직 나에게 넘길 생각이 없나보군? 정도 되겠다.

"네, 아직 친구들까지 데려오기엔 저희가 그렇게 친한 것 같지 않아서요."

"저는 충분히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프레스티아와 나 사이의 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확실히 내 육체가 나한테 적응되긴 했나 봐.'

지금 내 주변엔 프레스티아의 수하들밖에 없다.

이전의 내 육체라면 멋대로 울진 않아도 잔뜩 쫄아서 덜덜 떨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아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방학때 나마흐님이 찾아가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일단 파벌에 대한 건 젖혀두고, 근황 토그부터 하자는 건가?

나야 꿀리는 거 없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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