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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10화 (110/312)

〈 110화 〉 파자마파티­5

* * *

각자 자리를 잡은 뒤, 라이트의 신호에 맞춰 게임이 시작됐다.

일단 뭉쳐 다니는 게 좋다는 리하트의 말에 따라서 둘을 따라 졸졸졸 움직이니 다른 세력이 우리를 슬슬 피해 다녔다.

"처음부터 너무 빡세게 하지 마!"

"맞아아 우리는 최약체라구우."

15살 짜리 어린애 두 명, 그리고 마법사 한 명, 확실히 최약체네.

세 명이서 붙어서 우리를 경계하는 피르엘 쪽 세력과는 다르게 라이트 쪽 세력은 서로 간에도 거리를 살짝 유지하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탐색전이 의미가 있어요?"

"섣불리 움직이다가 운빨로 한 명 잡히고 시작하면 너무 불리해 지거든."

"그래요?"

천천히 걸어서 세 세력의 중앙으로 걸어 갔다.

"지금 잡으시면 져드립니다."

상큼하게 웃으며 말하니, 뒤에서는 경악성이 들려왔고, 라이트 쪽에서는 마이테스와 필리엣이 침을 꼴깍 삼키는 모습이 보였다.

"잠.."

그렇게 넓지 않은 곳에서 마주쳐서 그런지, 라이트가 말릴 세도 없이 마이테스가 내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아 왔다.

"바보야! 사기 치는 게 뻔하잖아!"

"어? 잠깐만..."

"아니예요. 진짜 져드릴게요. 뭘 가지고 계세요?"

마이테스가 잠깐 고민한 뒤에야 대답했다.

"가위요."

마이테스의 뒤쪽을 훑어 보니, 라이트 형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구라라는 뜻이지?'

"가위 바위 보!"

마이테스가 낸 것은 보, 내가 낸 것은 가위였다.

내가 이겼기 때문에 마이테스는 10초간 멈췄어야 했고, 그 순간 세일런이 빠르게 다가와서 마이테스를 잡았다.

"아!"

세일런은 가위고 마이테스는 보다, 당연히 승부는 정해졌지, 세일런의 승리로 마이테스가 우리의 포로가 됐다.

"좋은 전략이었다 꼬맹아."

"어... 어떻게 아셨어요? 플레아씨가 진짜로 져 주실 줄 알고 진실을 말한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거치고는 라이트 형 얼굴이 너무 평온해 보였거든요."

자기 팀원이 트롤링을 하는데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팀장이 어딨어?

"그리고 설마 진실이셨어도 비기는 거였거든요? 3초 정도면 잡고도 남는 시간이죠."

"그런 거였군요."

마이테스를 바라보지 않는 상태에서 설명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상당히 평온했다.

"이봐아 라이트으."

"왜 히네스?"

"우리끼리 손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아?"

"그래야 할 것 같은데?"

라이트와 히네스가 천천히 붙어 올 때 피르엘이 라이트를 확! 하고 잡았다.

"뭐야 배신이야?"

"배신은 무슨 속은 놈이 멍청한 거지!"

"내가 이기면 피르엘은 바로 포로가 되는 거야."

긴장감 넘치는 상황 속에서 피르엘과 라이트의 가위바위보가 펼쳤졌다.

결과는 피르엘 주멱, 라이트 가위로 피르엘의 승리.

라이트는 피르엘의 포로가 되었다.

"어? 나... 혼자네..."

쿨리온이 필리엣에게 우물쭈물 거리며 다가갔다.

"잘 있어! 이따가 구하러 올게!"

그대로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는데 아무도 따라가지 않았다.

"이제야 힘의 균형이 좀 맞는다아."

"맞는 거 맞아? 너희는 피르엘만 두 개를 낼 수 있지만 우리는 나랑 꼬맹이 두 명이 두 개씩 낼 수 있다고."

"근데 세일런 언니는 뭐 낼 수 있는 지 알잖아아."

히네스가 세일런 쪽으로 빠르게 뛰어들었지만 세일런은 정말 능숙하게 피해 냈다.

그리고 다시 세일런을 노리려 하는 히네스의 등을 내가 잡았다.

"잡혔어어."

길게 끌 것 없이 바로 가위바위보를 진행했다.

"가위 바위보!"

결과는 나 주먹, 히네스 주먹, 비긴 상황이었다.

히네스가 뭘 냈는지 확인하자마자 리하트가 덤벼들었지만, 히네스는 마법이라도 쓴 듯 빠르게 가속해서 멀찍히 떨어졌다.

"내 정보 하나를 소모해셔 너희의 모든 구성을 알아냈어어. 이 정도면 아주 이득인 거얼."

"글쎄 히네스, 너만 노리면 된다는 생각은 못해봤어? 리하트 한테 주먹을 붙여 주겠다면, 아주 고마워."

"그게 될까아."

히네스가 쿨리온의 뒤쪽에 숨었다.

'사기일까? 아니면 간을 보는 걸까?'

하고 고민 하던 와중에 누군가가 내 등을 잡아 왔다.

"뭐야, 너 어디 있다가 나왔어?"

"몰래 움직이는 건 특기란 말이지."

"너 설마 천장에 매달려서 왔냐?"

"빙고!"

역시 장래의 소드 마스터라는 건가?

괴물이 따로 없군.

"나 구해준다면셔!"

"넌 이따가 구해 줄게!"

이따가 구해 줘? 필리엣은 주먹을 가지고 있는 건가?

세일런과의 승부에서 이길려면 일단 주먹이 있어야 하니까.

'근데 나 보자기 없는데?'

일단 비기고 시작할까?

"가위 바위 보!"

내 주먹을 상대로 필리엣이 낸 것은 보자기였다.

"나이스! 승리!"

이 년이 심리전을 걸어?

'라이트 형 표정이라도 훔쳐 보는 건데...'

필리엣은 그 상태로 내 손목을 잡고 바로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바로 뒤따라 오려는 세일런을 히네스가 막아섰다.

바로 리하트의 견제가 시작됐지만 그 리하트를 쿨리온을 방패 삼아 철저히 막았기 때문에 우리팀은 나를 구하러 올 수 없었다.

2층의 작은 방까지 피신간 필리엣은 이제야 안심됐다는 듯 꽉 잡고 있던 내 손목을 놨다.

"죄송해요, 많이 아프셨죠? 괜히 흥분해서 손에 힘이 들어가서는..."

"괜찮아요.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우리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초면에 너무 부담스러운 모습을 보여서..."

"저는 괜찮아요."

필리엣은 생각보다 굉장히 멀쩡했다.

긴장한 듯 목소리가 떨리긴 했지만, 갑자기 급발진 할 것 같지도 않았고 굉장히 차분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아까 라이트 형이랑 같이 있을 때 무슨 소리라도 들었나?'

생각보다 훨씬 더 정상적으로 보여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뭐뭐 낼 수 있으세요? 피르엘이랑 할 때는 플레아씨가 낼 수 있는 것도 낼 수 있어서, 알아 둬야 해요."

"주먹이랑 가위 낼 수 있어요."

"저는 보자기니까, 다 낼 수 있네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필리엣은 점점 차분해져 갔다.

나도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걸까?

아니면 평범하게 다가가야 더 친해질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달은 걸까?

"그러면 슬슬 이동해요. 라이트 오빠를 구해야 하거든요. 피르엘을 잡고 라이트 오빠를 구출하면, 어느 정도 승기가 잡힐 거예요."

"저는 상대팀 포로인데, 그렇게 말해봤자, 공감 안 되거든요? 저도 승부욕 있다고요. 절대로 쉽게 지지 않을 테니까 각오하세요!"

내 말에 필리엣이 귀엽다는 듯 웃었다.

"플레아씨가 힘 내시려면 결국 누가 절 잡아야 하는데 말이예요. 제가 보자기니까 가위인 세일런 언니가 잡히면 끝이겠죠?"

"피르엘 쪽 사람이 필리엣씨를 잡아도 해방 되잖아요."

"누가 잡는 데요? 피르엘이? 아니면 쿨리온 씨가?"

제길... 피지컬로 찍어 누르네.

"헛된 꿈은 이만 집어넣으시고 밑으로 내려가요."

우리가 밑으로 내려가자 보인 것은

"예! 우리의 승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라이트 형이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히네스가 세일런을 잡고, 마이테스가 풀려났어. 대기시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마이테스가 히네스를 잡고 세일런이 풀려났는데, 마이테스가 세일런에게 잡히기 전에 빠르게 피르엘에게 다가와서 승리했어. 마이테스는 주먹 보였는데 주먹 가위였거든. 이걸 운빨로 이겨서 내가 풀려 났고, 내가 쿨리온이랑 리하트를 잡고 세일런까지 잡아내면서 게임이 끝났지."

그러니까, 포로가 탈출해서 원래 있던 애들 다 포로로 만들고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거지?

"끝났으면 말해 주지 그랬어."

"서프라이즈."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라이트와는 다르게 마이테스는 굉장히 부럽다는 눈빛으로 필리엣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필리엣이 내 손목을 놓자 그제야 눈빛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이번엔 되게 역동적이었네, 플레아의 합류 덕에 초반부도 많이 달랐고, 이런 대 역전극도 일어나고 말이야."

"재미없어어. 너희가 이겼으니까 너희가 음료수 가져와아."

"하하, 그래 일단 음료수 마시면서 좀 쉬자."

라이트와 한 살 누나들이 음료수를 가져와서 모두에게 나눠졌다.

거실에 모여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세일런과 리하트, 라이트가 방금 한 술래잡기를 복기하는 걸 보니, 저 사람이 이 게임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알게 됐다.

"재밌으셨어요?"

"네, 재밌었어요. 마무리가 좀 허무하긴 했지만요."

"저희야 허무했지만 라이트 오빠랑 마이테스 처지에선 엄청 짜릿했을 걸요? 대 역전극을 이뤄낸 거니까요."

필리엣이 긴장이 완전히 풀린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마이테스는 아직도 내 눈치만 보고 말을 못 걸고 있는데 말이지.

"마이테스, 너도 같이 와서 이야기 좀 해."

"어?"

히네스랑 15살 짜리 애들 두 명은 자기들 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에 마이테스가 합류할 곳이 이곳밖에 없었다.

마이테스가 굉장히 굳은 표정으로 우리 근처로 와서 앉았다.

"마이테스 부럽다. 대 역전극의 주인공이 된 거 아니야. 그런 판 한번 하면 엄청 짜릿한데."

마이테스가 나는 네가 더 부럽거든! 하는 표정으로 필리엣을 바라보더니 얼마 안 있어 화장실을 간다고 필리엣을 끌고 갔다.

"이따봐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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