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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08화 (108/312)

〈 108화 〉 파자마파티­3

* * *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자 마이테스가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세게 때린 거 맞긴 한데, 절대로 아이데스씨한테는 주먹 휘두르지 않아요. 피르엘은 동생이라서 때린 것뿐이니까, 너무 무서워하지마세요."

나보다 훨씬 큰 여성이 내 눈치를 보면서 쩔쩔 대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귀여웠다.

나쁘다면 나쁜 습관이지만, 진짜 귀여운걸 어떡해?

일부로 몸을 으슬으슬 떨었다.

그 동안 겁먹은 척 연기를 해야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나의 겁먹은 연기는 아주 일품이었다.

"진짜 겁먹으셨나 본데? 어떡할거야 필렌."

필리엣이 마이테스에게 놀리듯 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과격했죠."

마이테스가 고개를 90도로 숙여서 사과했다.

"풉... 푸흡"

"라이트 오빠, 지금 이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마이테스, 넌 참 장난에 잘 넘어가는 녀석이라니까."

"장난? 오빠 나한테 무슨 장난 쳤어?"

"장난은 내가 아니라 플레아가 치고 있다."

라이트가 내 어깨에 자신의 팔을 올렸다.

"얘는 그렇게 성격이 약한 애가 아니거든, 너한테 직접 맞아도 당당하게 맞설 놈인데, 눈앞에서 다른 애를 때린걸 보고 쫄리가 없잖아. 고위 흑마법사한테도 맨몸으로 덤빈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장난...이요?"

마이테스가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하고 간절히 비는 듯한 그 눈빛에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초면에 분위기좀 풀어볼려고 좀 장난을 쳐봤는데 너무 심했을 까요?"

"진짜 겁먹은신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처음 봽는 분인데 이미지 최악 찍고가는 줄알고..."

마이테스가 한심했다는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저보다 언니신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내 말에 별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의문 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 제가 드디로 플레아씨는 남자분이셨는데... 혹시 여자 분이셨나요? 확실히, 여자라고 생각하고 봐도 아리따우시긴 한데..."

"근데 목소리는 귀여운 소년 목소리신데..."

마이테스아 필리엣, 두 친구끼리 굉장히 아리까리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남자 맞아요. 근데 여성분을 누나라고 부르는 게 조금 어색해서 언니라고 부르려고요. 괜챃으시죠?"

"아, 괜찮습니다."

오해할 까봐 말하는 건데 이 세상에서 남자가 여자를 언니라고 부르는 건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엄청나게 이상한 것도 아니다.

당장 현실에서도 친한 남녀관계에서 여자쪽이 남자를 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잖아? 가끔은 여자랑 여자끼리도 형이라고 부르던데, 그런것과 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편하게 말해주세요. 다들 저보다 계급도 높으시고, 나이도 많으시잖아요."

"그러면 저는 존댓말 해도 돼죠?"

"네, 마이테스님."

"예!"

뭐가 그리 좋은걸까?

15살이면 질풍노도의 시기인데, 엄청 해맑네.

"아무리 그래도 초면에 반말을 하는 건 너무 실례..."

"나 처음 봤을 때는 반말 썼잖아!"

"바텀 너는 여자고 아이데스씨는 남자잖아!"

아, 같은 원리로 쿨리온에게는 처음부터 반말을 쓰고 나한테는 존댓말을 쓰는 건가?

"뭐, 나는 그냥 편하게 부를게?"

"네, 세일런 언니."

"나도 편하게 부른다아"

"네 히네스 언니."

마이테스와 필리엣이 우물쭈물 하고 있을 때 히네스가 대화주제를 낙아 채 버렸다.

"그런데 얘 여기에 데려와도 되는 거야아? 얘는 황실로 들어간다며어, 우리랑 반대에 있는 애인데에 설마 지금 죽여서 후환을 없애려고 데려와써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라서 데려온 거야. 그리고 이번 사교 파티에 우리가 다 모인이유는 플레아를 보기 위해서였잖아? 그래서 데려온거지, 그런 치졸한 수를 쓰려고 데려온 게 아니야."

"하기인, 애초에 은급 훈장을 받은 사람을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긴 하지이, 사실 건드리고 싶지도 않구우."

히네스가 피곤한지 식탁에 손을 대고 그위에 손을 올렸다.

저러다가 좀 내버려두면 잠들어 버리려나?

"일단, 밥 다 먹었으면 씻고 옷 갈아입고 거실에서 모일래?"

"좋아. 그렇게 하자."

"플레아는 나 따라오면 돼."

라이트를 따라서 이동하자 피르엘이 우리 옆에 쪼르르 붙었다.

"남자 셋이 같은 방 쓰는 거구나?"

"일단은 남자끼라만 같이 쓰긴 하는데 놀다가 잠들어 버리면 여자애들이랑 같이 잘 수도 있어. 불편하면 미리 말해줘, 너 잠들면 우리방으로 옮겨 줄테니까."

"다같이 잠드는 분위기면 같이 자는 게 낫지, 굳이 나 때문에 고생할 필요 없어."

저런 미녀들이랑 같이자는 건 환영이라구.

그리고 여자애들이랑 같이자는 건 별로 어색하지도 않다.

미네타네 놀러갔을 때 점점 늦게까지 놀다가 다 같이 잔게 하루 이틀이 아니거든.

처음 같이 잤을 땐 기겁을 하던 애들이, 나는 너희를 믿는 다고 하니까 온순해 지더라.

'이쪽 여자들은 못 믿지만, 라이트는 믿을 수 있지.'

알아서 잘 제어하겠지.

가볍게 씻은 뒤 동물 잠옷을 입고 거울을 바라보니 내가봐도 미친듯이 귀여웠다.

남자인 내눈에도 이렇게 보이는데 여자들이 보면 얼마나 환장할까? 이 상태에서 애교한 번 부려주면 진짜 심쿵사 시켜서 살해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인데.

"이 옷, 가져가도 돼?"

"당연하지. 애초에 네 사이즈로 산건데 내가 가지고 있어서 뭐하라고."

라이트 형이 자기 옷(이 형도 동물 잠옷이다) 을 입고 나를 보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와, 너 엄청 귀엽구나."

"내가 한 미모 하지."

"무조건 가면 쓰고 들어가라. 애들 심장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다른 데선 절대로 그 차림에 가면 벗고 다니지 마, 우리 애들은 그래도 심성이 착하고 내가 제어할 수 있어서 괜찮은데 다른 곳에서 그러고 있으면 너 무조건 덥쳐진다."

"알았어, 혼자 있을 때만입을 게."

"겉옷같은 거 챙겨놓고, 다른 사람이 부르면 그거 덧 입고 나가."

이렇게 까지 충고를 할 정도로 심한가?

내 눈에도 귀여운걸 보면 엄청나게 귀여운게 맞긴 한데 말이지.

가면을 쓰고 피르엘이 다 씻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다같이 거실로 나왔다.

"아, 이제 나왔냐?"

거실에는 히네스와 세일런, 리하트가 각자의 잠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수수하고 무난한 차림인 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잠옷자체가 편한 옷이다보니 나름의 귀여움이 충분하게 존재했다.

"마이테스랑 필리엣은?"

"말도마라, 피부관리 한다고 스킨 바르고, 평소에는 그냥 내팽겨 두던 머리말리고 나온다고 아주 난리를 피우고 계신다."

"푸하하하, 걔네들이 플레아를 엄청 의식하나본데?"

"그냥 의식하는 수준이 아니던데? 누가 보면 평생의 우상을 만나본 줄 알겠어. 둘 다 표정이... 어후, 말을 말자."

세일런은 우상이라는 표현으로 넘어갔지만 나는 더 적절한 표현을 알고 있었다.

'아이돌을 만난 여고생의 표정이지.'

나름 사랑에 빠지긴 빠졌는데 요게 완전한 사랑은 아니고 엄청난 동경과 잘생김에 반해 버린거지.

여기서 내 멋진 모습을 조금만 보여주면 진짜 사랑에 빠진다.

현실에서 아이돌과 평범한 여고생들의 거리는 매우 멀지만, 나와 마이테스, 필리엣은 바로 앞에 있을 정도로 가까웠으니까.

매력 97이라는 숫자는 그런 의미를 가지는 수치다.

아마 내가 작정하고 꼬시려 들면 라이트 형네 파벌을 박살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안돼. 미안하기도 하고, 군주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행동이기도 해.'

최대한 털털하게 행동해서 쟤네들의 환상을 깨부수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하자.

"아, 그러고 보니 쿨리온은 어딨어요?"

"저어기."

세일런의 시선을 따라 몸을 돌리니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어... 아이스크림 드실분?"

그렇게 모두가 손을 들었고 쿨리온은 다른 사람들의 아이스크림 또한 가져와야만 했다.

다들 아이스크림 하나씩 손에 들고 쪽쪽 빨아 먹을 때쯤, 마이테스와 필리엣이 나타났다.

"늦어서 죄송..."

"너 왜그래?"

마이테스가 내쪽을 보더니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런 마이테스를 톡톡 건드리던 필리엣도 나를 보고 굳어버렸다.

"왜그래요? 제 귀여움에 반했어요?"

아무리 내가 잘생겼어도 이렇게 당당하게 자뻑을 하면 조금깨겠지?

"그...그게요."

내 예상과는 다르게 마이테스가 볼을 붉히면서 안절부절 못했다.

'어? 이게 아닌데?'

"이거나 받아먹어라."

라이트형이 기습적으로 아이스크림을 던지니 어색한 분위기가 금방 풀렸다.

그리고 바로 구석으로 끌려가서 설교를 들었다.

"야, 너 같은 애가 쟤네한테 괜히 잘해주면 착각한다니까? 우리 애들이 괜한 착각을 할 애들은 아닌데 괜히 기대를 해버릴 수 있다고."

제가 뭘했는데요? 방금 제가한 자뻑이, 이세계에선 잘해 준 것 취급인가요?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형이 분위기를 좀 만들어줘. 여자대남자보다는 친구대 친구 사이로 갈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내가 잘 해볼게."

"너는 지금 쟤네 상태를 보면 그게 가능할 것 같냐."

슬쩍 마이테스와 필레엣쪽을 바라보니 눈이 마주쳤고, 저쪽에서 후다닥 얼굴을 돌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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