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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75화 (75/312)

〈 75화 〉 방학­4

* * *

마을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기 때문에 굉장히 이른 시간에 출발했다,

현대 처럼 일교차가 심한 세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새벽에 출발하다보니 나름 쌀쌀하긴 했다.

"추우시면 담요를 꼭 덮고 계십쇼."

"고마워요 카밀레 경."

카밀레 경이 준 담요로 몸을 칭칭 덮은 채 눈을 감았다.

이새끼가 왜 자꾸 잠만 자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너희도 놀 것도 없고 즐길 것도 없는 곳에서 몇 시간씩 가만히 있을 수 수 있겠냐고,

심지어 나무로 된 창문을 꽁꽁 닫고 있었기 때문에 달리 다른 풍경을 구경할 일도 없었다.

'하루 종일 앉아만 있는 건 재미 없는데.'

그래도 다리 방법이 없었다.

마차에서 내려서 걸어다니는 건 괜히 다리만 아픈 바보짓이고 달리 다른 방법으로 갈 수도 없었고

'잠이 안 와도 억지로 자는 게 정답이겠지.'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하니 잠이 천천히 몰려왔다.

자는 동안 흐릿하게 전투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몬스터들의 비명소리도 이따금씩 들려왔다.

"으으."

시끄러운 소리가 한 번 지나간 뒤 몸을 일으켰다.

멍해진 정신을 추스르고 있으니 마차가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밀레경... 혹시 방금 몬스터들이랑 싸우셨나요?"

"네, 소규모 몬스터 무리가 나타나서 그들을 처리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이제 곳 점심을 먹을 테니, 다시 주무시지 말고 정신 차리고 계시면 좋을 듯 합니다."

억지로 눈을 떠 보려 해도 다시 스르르 눈이 감겼고 고개가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자자.'

"아아데스님! 정신 차리십쇼!"

"히익! 네. 왜 그러세요?"

화들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니 카밀레 경이 마차의 문을 열고 빵과 스프를 들고 서 계셨다.

"간단히 만든 점심 식사입니다. 입맛에 맞지 않으시겠지만 일단은 이걸로 참아주십쇼."

"입맛에 안 맞긴요. 저 빵이랑 수프 좋아해요! 근본 조합이잖아요."

카밀레 경이 가져온 빵과 수프는 고급 음식점 같이 맛있지는 않았지만 따듯하고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바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만 더 있었어도 미래의 유먕주들을 찾아가는 것도 좋았을 텐데.'

도착 예정 시간이 자정일 정도로 빡빡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중간에 시간을 빼서 다른 도시나 마을에 방문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시간은 다시 흘러서 저녁이 됐고 다시 시간이 흘러서 밤이 됐다.

저녁도 점심과 비슷하게 먹었고, 좁은 마차 안에서 덜컹 거리는 충격을 계속 받아오다보니 정신이 혼미해 지기 시작했다.

'빨리 집가고 싶어...'

"거의 다 왔습니다. 마을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깝군요."

"창문 열어도 돼요?"

"네, 거의 다 오기도 했고, 주변에 사람도 없으니 창문 여서도 됩니다.

­끼이이이익!

나무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처음 보지만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초원이 눈앞에 보였다.

나름 큼지막한 밀 밭도 보였고 졸졸졸 흐르는 작은 강도 보였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이제야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누구요?"

"아이데스님을 모시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빨리 들어가 보쇼. 촌장님이 기다리고 계시니."

아이데스 마을은 그렇게 작은 마을은 아니었다.

인구도 충분했고 이 밤에도 마을의 외곽에 사람들을 여러명 배치 할 수 있을 만큼 나름 큰 마을이었다.

"아들!"

플레아 아이데스의 어머니인 라일라 아이데스가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마차가 보이자마자 빠르게 뛰어왔다.

내 기억상으론 라일라는 익스퍼드의 경지에 오르고도 벽을 두 번이나 뛰어넘은 기사였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마차의 앞으로 도착했다.

나는 재빨리 훈장을 꺼내서 가슴팍에 달았다.

내가 제도에서야 유명인사지만 우리 마을이 워낙 제도에서 떨어져 있는데다가 작은 마을이었기에 여기까지 내 소문이 퍼지진 않았을 테니까.

'지금 서프라이즈를 하기 위해서 일부로 편지에도 안 적어놨지.'

문을 여니 나와 굉장히 닮은 인상의 여성이 서있었다.

"아들! 오랜만이야!"

어머니가 나를 꼭 안아왔다.

풍만한 몸매가 내 몸을 덮쳐 눌렀다.

"어머니! 아프거든요?"

"어머니라니... 우리 아들이 아카데미에 가더니 변해 버렸어. 흑흑."

라일라가 연기티 팍팍 나는 까짜 울음을 터뜨렸다.

'그야 어색하니까 그러지.'

플레아의 어머니긴 했지만 나와는 어떤 접점도 없었기에 마냥 어색하기만 했다.

"그래도 우리 아들, 많이 씩씩해 졌는걸? 아카데미 가기 전엔 소심하고 눈물많은 여린 소년이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눈빛이 달라진 것 같아."

"편지로 여러 번 말했잖아요. 친구들 사귀면서 저도 많이 달라졌다고요."

"그래도 직접 보니까 체감이 확 되네. 처음 봤을 때는 다른 사람인줄 알았어. 얼굴에 가면도 쓰고 있고 그러니까."

"하하."

멋쩍게 웃으면서 가면을 벗었다.

"그러면 돌아갈... 아들? 가슴에 달고 있는 거 뭐야?"

이걸 이제 보셨구만.

"훈장이에요."

"... 훈장? 우리 아들이?"

"네."

"심지어 은색을?"

"네."

잠시 멍 하게 서있던 라일라가 나를 꽉 끌어 안았다.

'이 아줌마야! 아줌마 무력이 몇인진 알고 이러는 거야?'

강력한 압박감이 온몸을 덮쳐왔다.

"훈장을 받았으면 미리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

"서프라이즈로 놀려드리려고 했죠."

"우리 아들 진짜 자랑스럽다."

"자세한 건 집으로 가서 얘기해요. 플린은 지금 자요?"

"오빠 돌아온다고 맛있는 음식 해준다고 프라이팬 잡고 낑낑 거리고 있지."

라일라가 나를 안아들은 그 상태로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카밀레 경! 감사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아이데스님도 조심히 들어가십쇼."

나름 큰 마을에 촌장의 집이다 보니 우리 집의 크기는 꽤 컸다.

"딸! 오빠 왔다."

"벌써 왔어? 잠시만 기다려봐! 아직 다 안됐단 말이야."

어린애 특유의 앳된 음성이 부엌쪽에서 들려왔다.

'이렇게 들으니 목소리는 귀엽네.'

플레아의 하나뿐인 동생이고, 기사로서의 자질이 꽤 있는 데다가 라일라라는 뛰어난 기사의 밑에서 배울 수 있었기에 플린은 그럭저럭쓸만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었다.

동생이다 보니 영입도 쉽고 충성도를 따로 관리할 필요도 없었지만 플린에겐 다른 캐릭터 들에겐 없는 아주 커다란 단점 하나가 있었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성인이 되면 남자를 엄청 밝히고 다니지.'

한판에 한 두번 씩은 꾸준하게 나쁜 소문 이벤트가 발생한다.

난세 본판에서도 그럴진데 지금은 남녀역전까지 일어났으니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진 않겠지.

'그렇다고 소설에 나오는 망나니 급으로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건 아닌데...'

아무 생각 없이 다루기엔 까다로운 인재인 것은 맞았다.

"다 했어!"

10분 정도 지나자 플린이 파스타를 들고나왔다.

피는 못 속인다고 해야 할까? 아직 13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플린은 상당히 귀엽게 생겼다.

플레아의 미모를 두 단계쯤 너프하고 여성성을 올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굉장히 귀여웠다.

"오빠 많이 먹어!"

히히 하게 웃는 모습에 플린이 얼마나 순수한지를 잘 알 수 있었다.

'이런 애가 남자를 밝히는 변태가 된다니...'

어머니에게 플린이 엇 나가지 않게 관심을 가지고 키워달라고 부탁을 드려야 겠다.

"그러면 아들,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얘기를 좀 해주겠니? 엄마가 궁금하게 많구나."

"나도 궁금해!"

파스타 한 가닥을 입에 넣으며 말을 시작했다.

군주로서 세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밑 준비나 사모아 파벌과 헬링 파벌을 싸움 붙인 이야기는 당연히 꺼내지 않았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상태니까.'

최소한 파벌 선포한 다음에 라일라에게 말씀드리도록 하자.

이야기는 대부분 아카데미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성적에 그렇게 관심있으신 분도 아니고, 친구들을 사귀고 소심한 성격을 털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플레아를 아카데미에 보내신거라서 성적 보다는 어떤 친구들을 사귀었는지 그리고 그 친구들과 어떤일들을 했는지를 위주로 설명했다.

"우리 아들이 제도에서는 꼬마 영웅으로 불린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는 몸을 좀 사리면 안될까? 흑마법사랑 싸울 때 목숨이 위험했다면서, 아들이 대단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엄마로서 걱정도 같이 찾아오는 구나."

"그 때는 방법이 그것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고작 위험하다는 이유로 제도를 공격해 오는 악들을 피할 생각은 없어요. 혼란의 시기니까요. 악에 맞서지 않으면 제도는 영영 변하지 않을 거에요."

"아들,"

라일라가 감격에 찬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 아들 진짜 많이 컸네. 반년 전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안되겠는걸?"

"그 때도 지금이랑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엄마가 우리 아들 대단한 걸 몰라봤네. 아주 장해. 우리 아들이 내 아들이라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네."

라일라가 부드러운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도의 악에 맞서 싸운다고 했자."

"네."

"엄마도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제도에 인맥은 많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아는 친구가 몇명 있긴 하니까."

... 생각보다 너무 본격적으로 나오시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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