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65화 (65/312)

〈 65화 〉 사모아­7

* * *

"네가 플레아지?"

"네, 제가 플레아인데요?"

"말 안 해도 알아, 아카데미에 가면 쓰고 다니는 거 너 밖에 없으니까."

지가 먼저 물어 놓고는...

'선배인가?'

한두 살 차이를 분위기만 보고 알아차릴 수 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학교라는 곳에선 그게 구분이 간다.

학년에서 오는 분위기 차이도 있고, 성장기다 보니 키 차이도 꽤 나니까.

"그런데 누구세요?"

"너 나 몰라?"

여자가 나를 빤히 내려다 봤다.

얼굴에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나름 유명한 사람인 것 같은데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이름을 들어야 알지 얼굴만 보고 알겄나.'

그래도 대략적인 유추는 가능했다.

일단 제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맨살이 들어 난 부분의 몸이 장난 아닌 걸 봐서는 기사반이 분명했다.

'3학년 1짱 정도 되려나?'

기사반의 3학년이면 강한 세력 밑에 들어가기 위해서 수련하고 시험보기 바쁜 와중에 왜 나한테 찾아온 거지?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인가? 아니면 기사가문?'

졸업하고 나서 들어갈 확실한 세력이 있다면 굳이 나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뺄수도 있겠지.

"선배! 먼저 가시면 어떡해요!"

"네가 먼저 나섰으면 됐잖아. 너는 여자가 뭐 그리 소심하냐? 일행이 있든 없든 그냥 돌진하면 되지 뭘 눈치를 봐."

뒷문으로 등장한 사람은 내가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이에요 헤르티아 선배."

"어, 오랜만이다. 훈장 수여식 이후에 처음이지?"

"여긴 무슨 일이에요?"

"이것들이 선배를 앞에 두고 네들끼리 떠드냐?"

여자가 나와 헤르티아의 머리에 꿀밤을 날렸다.

힘조절을 했는지 엄청 아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머리가 띵 해질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러는 대 선배님은 왜 저를 보러 오신거에요?"

"누가 들으면 내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알겠다? 나도 누구 부탁받고 온 거거든?"

여자가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누구 부탁인데요?"

"소아 선배님. 어떻게 안 건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사모아한테 위협당한다는 소문을 들으시고 나보고 좀 지켜 달라 하시더라. 얘는 덤이고."

선배가 헤르티아의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샤카가 시켰다고?'

하긴, 평범한 플레이와는 다르게 이미 눈도장을 찍어뒀고 남녀역전세계이기도 한만큼 걱정이 돼서 친한 후배한테 부탁할 만도 하지.

"샤카 언니랑 친해요?"

선배의 머리에 물음표가 뛰워졌다.

"야, 헤르티아."

"네, 선배님."

"얘 남자라고 하지 않았냐?"

"남자 맞습니다."

"그런데 왜 소아 선배한테 언니라고 그래?"

누나라는 표현은 쓰기 싫으니까 그러지.

"누나보다는 언니가 더 편해서요."

"그래?"

선배가 별 놈을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봤다.

"소아 선배랑 그렇게 친하진 않아. 예전에 3학년 중 차강이라는 말만 듣고 몇 번 덤볐다가 와장창 깨져 버려서 어느 정도 친분이 있을 뿐이지."

"그런 것 치고는 저를 도와주러 오셨네요."

"청기사단의 견습 기사로 들어갈 예정이거든, 들어가면 선배가 직속상관이 될텐데 함부로 거절할 수 있겠냐?"

역시 권력이 최고군.

'3학년 중에서 청기사단에 입단 하는 여성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에 없는 걸 보니 난세에서는 신체능력이 모자라서 떨어진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기억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혹시, 성함이 포에나 듀플이신가요?"

"이제야 기억해 내다니, 너 머리 나쁘구나?"

포에나 듀플, 지금시점에선 아무 임팩트 없는 여자였다.

남녀역전 세상에서야 청기사단에 들어간 모양이었지만 난세에서는 변변치 않은 기사단에 들어가 중앙파 귀족들의 밑에서 사다바리를 하며 힘을 모으다가 제도가 전복 된 후에야 어느 정도 이름을 날리는 데, 이는 그녀가 황실 복권 단체였던 금빛 독수리에 가입해서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인물 중 하나로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강력하지도 않고 유명하지도 않아서 열 번 플레이 하면 한 번 등장할까 말까긴 한데내가 워낙 많이 플레이했기 때문에 기억을 뒤져보자 이름을 꺼낼 수 있었다.

'지금은 청기사단의 견습 기사로 들어간 걸 보면 금빛 독수리의 일원으로서 내 앞에 나타날일은 없겠네.'

청기사단의 미래는 산산히 찢겨서 모든 개인이 철처한 감시 속에서 살아가게 되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밑에 들어가거나, 단 둘 뿐이니까.

'어지간하면 내가 먹고 싶긴 한데...'

아직까직은 각이 잘 안나왔다.

"듀플선배의 미래를 위해 저를 찾아와 주신 건 감사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사모아님이 저를 공격하실 일도 없고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면 되니까요."

"웃기고 있네, 지금도 친구 없이 우리랑 있잖아. 사모아 그년이 아무리 남들 눈치를 봐도 한번 눈 돌면 너 같이 연약한 남자아이는 훅 가는 수가 있어. 선배들이 지켜준다고 할 때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들여."

나는 예의상 한 번 거절했다?

솔직히 선배들이 도와주고 말고는 큰 의미가 없었다.

만분의 일도 채 되지 않을 작을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어디를 가도 선배들이 따라온다면 오히려 불편해지면서 방해가 되겠지.

'하지만 듀플과의 친분에 집중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

잘나가는 선배님 처럼 보이니까 후배들을 많이 아시지 않겠어? 2학년은 가뜩이나 큰 파벌도 없으니 작업을 칠 법한 기사반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이득이지.'

"알았어요. 고맙습니다."

고개를 꾸벅 하고 숙였다.

"그러면 지금부터 쉬는 시간에 움직일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30초 안에 올테니까 기다리는 시간 아깝다고 괜히 먼저 움직이려고 하지 말고, 하교할 때도 나를 불러,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완벽하게 안전해야 내가 소아 선배한테 욕을 안 얻어 먹어."

"알았어요 듀플 선배."

"그러면 여기서 부터 너희 반까지 지켜 줄게. 앞장 서."

다음 교시가 시작되기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복도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 중 가장 눈에 뛰는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언제든 자기 파벌의 주인에게 말을 전달하기 위해 서있던 각 파벌의 학생들이었지만, 그들 조차 듀플이 지나가니 굳어서 머리를 꾸벅 숙였다.

'이렇게 유명한 선배였어?'

아카데미 진행하면서 듀플이라는 이름은 많이 못 들어 봤는데,

아무래도 남녀역전이 일어나면서 원래 셰이어 아칼론이 차지했어야 할 자리를 듀플이 대체한 모양이다.

"혹시 셰이어 아칼론이라고 아세요?"

"알지, 우리 기사반에 몇 없는 남자애니까. 다른 남자애들은 다 여자애들한테 밀려서 나가거나 사실상 기사를 거의 포기했는데, 걔는 중위권 여자애들이랑 싸워도 그렇게 안 밀리더라. 남자애들 사이에선 인기가 많다고 들었는데, 나는 몰라도 걔는 알 정도로 유명 인사였어?"

"네, 대충 그래요."

언제나 3학년 1등이었던 셰이어가 지금은 평균 정도라니, 남녀역전이 확실히 파급력이 대단한 모드기는 했다.

"걔도 진짜 대단한 놈이지. 아마 여자로 태어났으면 나랑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을 거야."

아닐걸? 무조건 튜플 네가 밀린다.

'그나저나, 무서운 선배를 백으로 둔게 이런 느낌인가.'

지나가든 모든 곳이 조용해 졌다.

사모아 파벌의 애들은 가끔 나를 사납게 노려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뒤에 듀플이 있으니 눈도 못 마주치고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작은 권력을 느끼면서 반에 도착하자 반 애들의 시선 또한 우리쪽으로 몰렸다.

"그럼 이 선배는 이만 가본다. 어디 이동할 일 있으면 불러라. 그렇다고 너무 자주 부르진 말고."

듀플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아이데스! 너 듀플 선배랑 친했어?"

"듀플 선배는 3학년 중에서 최강 아니야?"

"대박."

듀플이 떠나가자마자 어느 정도 친해진 남자애들이 나에게 달라 붙어와서 물었다.

이미지 관리는 필수적인 것이기에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듀플 선배랑은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야."

"그러면 왜 여기까지 오신 거야? 설마 한 눈에 반하셨다던가?"

남자애들 특유의 꺄르르 거리는 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흑마법사 때문에 임무에 나갔을 대, 소아 샤카 선배랑 안면을 텄는데, 아마 샤카 선배님이 듀플 선배님한테 말씀해 주셨나봐."

"샤카 선배?"

애들의 눈이 똥그래졌다.

우리가 입학하기 전에 졸업한 선배다 보니, 남자애들은 잘 모르겠다는 듯 물음표만 뛰우고 있었지만 여자애들, 특히 행정반이지만 어느정도 몸을 가꾸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애들쪽에서 반응이 튀어나왔다.

"그 말 진짜야? 샤카 선배랑 친하다고?"

"샤카 선배가 누군데? 3학년에 그런 선배도 있었어?"

"3학년 선배가 아니라 작년에 졸업한 선배야. 졸업 한참전에 익스퍼드에 도달했고 청기사단에 견습 과정 없이 한번에 입단했데, 기사반애들 사이에서는 전설급 선배라고 하던데?"

'설명충 땡큐.'

애들, 특히 남자애들의 눈이 몽롱해졌다.

"그러면 플레아는 그렇게 대단한 선배랑 친분이 있는거야? 부럽다."

"아니지! 플레아가 대단해서 그런 친분이 있는 거잖아. 부러워 할게 아니라 대단한거지!"

역시 남자애들이랑 대화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니까.

타이밍 맞게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한참을 서있을 뻔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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