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사모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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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의 아카데미에서 파벌 싸움이 일어나는 일은 보기 힘들다.
이미 말했 듯 사모아 파벌과 헬링 파벌은 아카데미가 끝날 때까지 싸우는 일이 없었고 그 둘을 제외한 다른 파벌들의 싸움은 보통 소규모의 투닥거림 정도로 끝났기 때문에 구경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대단하지 못했다.
"야! 복도 에서 싸움 났데!"
여자애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나도 보고 싶어!'
마음만 같아서는 나도 복도로 이동해서 시원한 싸움을 보고 싶었지만 현재 내 위치 상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일단 사모아에게 겁박 당한 피해자다.
내가 사모아에게 협박을 당했고 기존에도 험악했던 두 파벌의 싸움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되었다는 건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들이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괜히 싸움 구경 하러 갔다가 피해자라는 놈이 즐겁게 싸움구경이나 하고있더라, 하는 소문이 퍼지면 내가 일부러 사모아 파벌과 헬링 파벌을 싸움 붙였다는 헛소문이 퍼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일은 시에린한테 맡겨야지.'
두 파벌이 제대로 붙자 시에린이 정말 바빠졌다.
미네타를 대동한 체 지금까지 헬링파벌과 사모아 파벌에 붙어있던 애들한테 밑 작업 치러 갔는데 아카데미가 끝날 때까지 3명 정도만 더 영입할 수 있어도 두 파벌을 싸움 붙인 가치가 충분했다.
헬링 파벌과 사모아 파벌이 싸우는 게 다른 사람을 영입하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기존에 헬링파벌과 사모아 파벌에 애매하게 친했던 사람들이 있다.
충성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들어갈까 말까 간보는 사람들이라고 할까? 특히 헬링 파벌은 가입하는 데 조건이 굉장히 높아서 그냥 주변에만 있던 학생들도 많다.
그 사람들에서 생각해보면, 다른 파벌간의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파벌과 자신간의 거리감이 생길 수 밖에 없지.
그 틈을 공략하는 거다.
'그렇다고 성공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겠지만.'
다른 파벌에서도 작업을 칠거고, 우리 세력이 겁나게 약한 걸 생각하면 3~4 명 정도만 영입해도 잘 했다고 볼 수 있겠지.
어느덧 싸움이 끝났는지 밖으로 구경 나갔던 여자애들이 돌아왔다.
"와, 벨리아 존나 세네?"
"그러게 루미에가 상대가 안됐어."
"당연하지 벨리아 걔는 기사반이니까, 어떻게 행정반 애가 이기겠냐? 사모아파벌에서도 기사반이 나와야 어느 정도 싸움이 성립 되겠지."
"근데 벨리아는 왜 기사반인데 여기있냐?"
"매 쉬는 시간마다 헬링님 보러 올라 오잖아. 몰랐어?"
얘기를 들어보니 벨리아와 사모아 파벌의 여자애가 싸운 모양인데 당연하게도 벨리아가 승리한 모양이었다.
보지 못한 싸움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있을 때 우리 반 여자애들이 들어올 때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 온 여자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누구세요?"
누구인지 한 번에 떠올리기 힘들었다.
주머니 괴물에 나오는 전기쥐를 떠올리게 하는 노란 머리카락은 엄청난 특징이었지만 그렇다고 유명한 사람이 있냐고 말하면 그리 많지 않았다.
'끽해야 전격법사 정도?'
스스로를 전기의 신이라고 주장하는 중2병 정도를 제외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없었다.
"내 오랜 친우의 소개로 너에게 찾아왔노라."
아, 그 중2병이 맞구나?
그런데 오랜 친우? 설마 시에린이랑 친하다는 소리는 아닐테고 아마 미네타랑 친구라는 소리겠지? 그런데 둘이 친구였나?
난세에선 미네타가 미레바의 자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미네타에 대해선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래도 전격 법사 정도면 충분한 인재지.'
미네타나 라이넬 같이 1티어급 인재는 아니지만 바로 아랫급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인재였다.
특히 마법사는 많으면 많을 수록 무조건 좋은 인재였기 때문에 누가 오든 영입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쓸 데가 없어도 마법 병단에 넣어 버리면 되니까.'
"다른 곳으로 가서 이야기 할까요?"
"그래, 천기를 누설 할 수는 없으니 말이지."
저런 부끄러운 말을 어떻게 멀쩡하게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우리 교실을 빠져 나와 사람이 없는 강의실을 찾아 들어갔다.
"미네타랑 친하세요?"
전격법사가 살짝 움찔 했다.
내가 미네타를 이름으로 부르는 걸 보고 놀랐나 본데, 어차피 제대로 우리 세력에 들어오면 금방 풀릴 오해니까 굳이 설명해 줄 필요 없겠지?
"응, 친하고 말고. 무려 3개월이나 같은 수업을 들었으니."
고작 3개월 가지고 오랜 친우?
전격 법사, 잘 몰랐었는데 친구 없는 찐따였군.
"왜 저를 찾아오신 거에요?"
"오늘 아침에 미네타가 나에게 말하더군, 혹시 자신과 같은 길을 갈 생각이 있냐고, 오랜 친우의 이야기니 고민 없이 승락했지."
'글쎄? 과연 그럴까?'
나는 미네타와 시에린에게 분명히 말했다.
일단 헬링 파벌과 사모아 파벌에 기웃거리던 애들에게만 작업을 치라고, 어차피 중립을 유지하고 있던 애들이라면 나중에 작업을 걸어도 문제가 없으니까.
'지금 찾아왔다는 건 헬링파벌이나 사모아 파벌에 관심이 있는 년이었다는 건데.'
아무리 아침에 말했다고 하더라도 고민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모아 파벌에 관심이 있었다면 내 밑으로 들어오는 순간 사모아 파벌과의 관계는 끝장 난 것과 다름이 없어 보였기에 아무래도 헬링 파벌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바로 찾아올줄은 몰랐는데.'
당분간은 밑 작업만 쳐놓을려고 했다.
본격젹인 영입은 내가 파벌을 만든 이후에 하려고 했는데, 이 여자는 미네타와 친분이 있다 보니 노빠꾸로 온 모양이었다.
"미네타가 걸어가는 길이 무슨 길인데요?"
"너희 파벌에 들어가 달라는 것이겠지."
"안타깝지만 저희는 아직 파벌이 없어요. 지금은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셔요."
전격법사의 눈이 똥그랗게 떠졌다.
자기딴에는 관심있던 파벌도 버리고 바로 찾아온 것일 텐데 들어가지도 못하고 쫒겨나니 어이가 없던 거겠지.
"나중에 파벌을 만들면 가장 먼저 알려 드릴 테니까 그 때 들어와 주세요."
"어, 알았다."
반응이 상당히 떨떠름 하다. 하긴 친구 부탁으로 찾아왔는데 나중에 다시 찾아와 달라는 소리를 들으면 나라도 기분이 멍해질 테니.
'아마 헬링 파벌에 관심이 있던 모양이지?'
헬링 파벌과 같이 싸울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니까 일단 내 밑으로 와서 헬링 파벌과 친해지려는 속셈인 듯 싶었다.
순수하게 내 밑으로 오고 싶어서 나에게 다가온 이는 아니었지만 프레스티아로 가는 길에 낼름 잡아채 버리면 되니 아무런 상관없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안했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내가 이름을 묻자 떨떠름 한 표정은 벗어던지고 의기양양한 표정이 됐다.
"내 이름은 티르다!"
참고로 티르는 이 세계에서 번개의 신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한국식으로 말해보면 이름이 뭐냐고 물었는데 단군이 나오는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겠지.
"진짜로 이름이 티르세요?"
"그럼! 당연하지!"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사람은 상당한 중2병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티르라고 굳게 믿게 있을 것이 분명하고 아무리 진짜 이름을 알려달라고 해도 대답해 주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아마 거짓말 탐지기 돌려도 진짜라고 나올걸?'
마음 같아서는 어엌 어떻게 사람이 티르, 한 번 날려 주고 싶지만 아직 내 사람이 아니니 참았다가 나중에 시전하도록 하자.
"제 이름은 플레아 아이데스에요."
"알아, 엄청 유명하잖아. 흑마법사를 무찌르고 훈장도 받았고, 유니콘이 반할 정도의 미남이기도 하고, 이번에 헬링 파벌이랑 사모아 파벌이 싸우는 이유도 너 때문이라면서? 프레스티아 헬링이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티르가 덜컥 하고 굳었다.
"큼큼, 그대가 유명한 건 이미 알고 있다. 사악한 악의 무리를 걷어내고 국가의 인정을 받았으며 외뿔마가 그대의 외모에 정신을 못 차렸다는 소문도 들었다. 또한 아카데미의 가장 큰 두 세력이 그대하나때문에 싸우고 있으니 내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할리가 없지."
저기요. 말이 무슨 음식도 아니고 3초안에 주워서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마음 같아서는 실컷 놀려주고 싶지만, 바들바들 떨리는 동공이 너무 안쓰러워서 그냥 넘어가 주기로했다.
'파벌만 만들어봐, 오늘있던 일을 두고두고 놀려줄테다.'
"아무튼 나는 가보겠다! 잘 있거라!"
도망치듯 빠르게 강의실을 나갔다.
나도 다음 수업을 위해 강의실을 빠져나가려던 찰나 누군가가 강의실로 들어왔다.
'수업 없을 텐데?'
강의실로 들어온 여자는 나한테 볼일이 있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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