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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57화 (57/312)

〈 57화 〉 돈을 벌어보자­2

* * *

일주일이 흐른 후 다시 한 번 시장으로 이동했다.

전에 왔을 때는 남매를 찾느라 시간을 소모했지만 이미 위치를 알고 있는 만큼 다시 찾아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셨군요."

다시 만난 남매의 모습은 꽤 달라져 있었다.

일단 운영하고 있던 노점을 모두 정리 했고, 오빠 보다는 여동생 쪽이 앞으로 나와있었다.

협상은 오빠가 하고 대전략은 여동생이 짜는 둘의 일처리 방식을 생각해보면 투자자에게 사업설명을 하는 것과 다름 없는 지금은 여동생이 앞에 있는 것이 옳긴 했지만 낯을 꽤 가리는 아이가 이렇게 빨리 나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하긴 남녀역전 세계니까.'

조금 더 의젓한 것도 이상하지 않지.

"일단 저희 집으로 안내해도 될까요? 이렇게 개방된 곳에서 얘기 할만한 사안은 아니어서요."

여동생쪽이 말할 줄 알았는데 뒤에 있던 남자애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뭐야, 이럴 거면 왜 앞에 나와있었어?'

삐걱 거리면서 나를 안내하는 여자애를 보니 일단 나서긴 나서야 할 것 같아서 앞에 섰는데 결국 부끄러워서 말을 못 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꽤 귀여웠다.

몰락귀족도 귀족인지 두 남매를 따라 도착한 집은 상당히 고풍스러운 외관을 하고 있었다.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제도인데 마당도 꽤 넓었고 저택 내부도 최소 100평은 될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팔아버리고 싶겠지만 그럴 순 없겠지.'

두 남매가 더 커서 어느 정도 머리가 자란 후라면 모를까 지금 저택을 팔려 하면 못된 어른들한테 손해만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조금의 돈도 소모하고 싶지 않은 귀족의 계략에 휘말려서 목숨까지 위험 받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두 남매도 저택을 처리하지 않고 남겨두고 있는 걸테지.

저택 안은 관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입구부터 먼지가 쌓인 게 보였고 구석에는 거미줄 까지 쳐져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물건이 오래 사용하지 않은 듯 낡아있었고 조명이 하나도 밝혀 지지 않아 을씨년쓰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 상황에서 남매가 나를 안내한 곳은 작은 강의실 처럼 생긴 방이었다.

도대체 가정집에 이런 게 왜 필요한가 싶었지만 방의 한 면에 칠판이 박혀 있었기에 누가 봐도 강의실로 밖에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이... 일단 저희 소개를 하겠습니다!"

여자애가 칠판의 앞에 서서 말했다.

남자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걸 보아하니 이렇게 나서는 건 처음 인 것 같은데 그래도 기대가 됐다.

"이미 알고 찾아오신 건지도 모르지만 저희는 잭스펠이라는 몰락 귀족의 단 둘만 남은 핏줄입니다."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데 그게 오히려 귀여움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었기에 듣기에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오빠의 이름은 에이스 잭스펠이고 제 이름은 안나 잭스펠입니다. 편하게 불러 주셔도 상관없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지금 부터 사업 계획을 설명하겠습니다."

'오, 본격적인데?'

한 번에 큰 돈을 지원한다고 해서 그럴까? 난세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이 흘러갔다.

­딱딱딱딱

안나가 칠판에 글씨를 쓰는 소리가 크게 퍼져나갔다.

문장을 적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적는 것이라서 그런지 그녀가 뒤돌아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곧 그녀가 쓴 글씨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데스 상단]

'대단한 걸 쓰는 줄 알았는데 진짜 별거 안 써놨네.'

"왜 아이데스 상단이야? 잭스펠 상단이어도 되잖아."

"투자자가 아이데스 님이시니까요."

안나의 떨리는 눈빛 속에서 확고한 신념을 볼 수 있었다.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목소리의 떨림도 천천히 줄어들었다.

"어떻게 활동할 예정이냐면..."

칠판을 한 가득 채울 정도로 필기 하며 나에게 어필하는 그녀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어차피 그녀의 능력과 충성은 이미 증명이 되어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나중에 그녀가 성장하면 배신을 염두에 두어야 할 수도 있었지만 설마 벌써부터 장난질을 쳐 놓진 않았을 거다.

"이상입니다!"

말을 모두 끝마친 안나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안 만져 봐서 모르긴 한데 손을 만지면 땀으로 축축하지 않을까.

"좋네 괜찮은 거 같아."

"그리고 이건 자금 사용 계획서입니다."

얘네들 왜 이렇게 본격적이야. 이렇게 까지 하는 건 바라지 않았는데?

에이스가 건내 준 노트를 들춰보니 금화 사용 예정처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상단을 운영하기 위한 인력 고용에 필요한 비용, 상단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마차 대여 비용 등등 상당히 많은 수의 종류로 적혀 있었는데 회계공부를 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봤다.

'어라? 얘 왜 떠냐?'

내가 노트를 세세하게 살필지는 예상을 못한 건지 안나가 안절부절 못하는 게 보였다.

설마 벌서 회계 가지고 장난질 치는 거 아니지?

그렇다고 하기엔 내가 아는 가격보다 싼 가격들은 보여도 비싸게 적혀 있는 것들은 없었다.

"저택을 팔 생각이구나?"

노트의 상당히 위쪽에 청소부 고용이 적혀있었다.

"네, 지금까지는 손해 볼까봐 못 팔고 있었지만 아이데스님에 소속되어 있는 지금은 어지간하면 손해 볼일이 없겠죠. 저희 오빠는 유능하신 분이시니까요."

"너희 지분을 좀 늘려야 겠는데?"

"아니에요. 아이데스님이 없었다면 처분하지도 못할 재산이었습니다. 저희는 지분이 필요없습니다. 그냥 아이데스님의 밑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시는 것만으로도 과분해요."

안나가 보여주는 과한 충성에 기분이 좋아줬다. 얘가 사회생활 할 줄 아네.

이때까지 나는 안나가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일꾼 고용 측면에선 일단 정규직을 뽑을 생각이 없는 거지?"

"네, 일단 용병을 고용해서 몇 번 상행을 진행해봐서 경험을 쌓은 후에 직원을 고용해서 실력을 키우는 식으로 갈 것같아요."

"내가 아는 용병단이 있으니까 나중에 같이 가보자."

"네."

노트를 계속 훑었다. 상행을 나갈 때 필요한 생필품비가 상당히 낮게 적혀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서 칠판에 적혀있는 생필품 거래. 를 보니 이해가 됐다. 제도에서 사는 것 보다 더 싸게 살 수있으니 이렇게 적혀 있는 거겠지.

"괜찮은 것 같네."

노트를 접고 에이스에게 건내주려 할 때 안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 뱉는 것이 포착됐다.

'못 본 게 있나 본데?'

노트를 받으려는 에이스의 손을 무시하고 다시 노트를 펼쳤다.

최하단을 자세히 살펴보니 조금 흐릿한 글씨로 옷:20실버라고 적혀 있는 것이 보였다.

"얘는 왜 글씨가 흐릿해?"

"그... 그게요."

안나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아무래도 상행을 가는 거다 보니 상단주 대리인 저희의 복장이 나름 중요해서... 예산을 그렇게 잡아 놨어요."

내 눈치를 슬슬 보고 있는 안나가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줬다.

"이런걸로 눈치 안 봐도 돼. 너희가 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정한 예산이잖아? 내 돈이라고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그냥 마음대로 굴려도 상관없어."

"아이데스님..."

울먹거리는 듯한 안나의 목소리가 꽤 귀여웠다.

'나도 이런 여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플레아도 여동생이 하나 있긴했다. 성격이 좀 안 좋아서 문제지.

"그러면 당장 전달사항은 이게 끝이야?"

"네 추후에 말씀 드릴게 있으면 아카데미로 연락드릴게요."

"좋아, 그러면 옷 사러 가자."

"네? 지금 당장이요?"

당황하는 안나와 에이스를 데리고 옷 집으로 이동했다.

안나와 에이스가 원하는 복장이 있을 테니 옷 고르는 건 전적으로 둘한테 맡겼다.

미리 생각한 옷이 있던건지 내 눈치를 본 건지 꽤 빠른 속도로 옷을 골라 샀다.

"둘 다 잘 어울리는데?"

아무래도 어린애 둘이 운영하는 상단이니 만큼 꿀려서 는 안된다고 생각한 걸까?안나는 귀여움과 예쁨보다는 조금 센 분위기의 옷을 샀다.

그리고 에이스는...

'누님들한테 인기 많을 것 같은 느낌이네.'

여동생보다 오빠가 더 귀여움을 강조하는 옷을 입은 걸 보고 근래에는 느낀 적 없던 문화충격이 다시끔 찾아왔다.

"그러면 같이 밥 먹으러 갈까? 내가 사줄게."

애들이 거부의사를 표현하기도 전에 몸을 움직여서 국밥집으로 향했다.

가성비를 따져서 국밥집에 온 건 아니고 이런 사업 관계에선 왠지 이런데와서 밥을 한 번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 이동했는데 두 남매 모두 복스럽게 먹는 걸 보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그렇게 배고팠어?"

"네! 지난 한 달 정도는 제대로 뭘 먹은 적이 없거든요."

오빠가 쓸데 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한 걸까? 안나가 에이스를 살짝 째려보더니 에이스의 옆구리를 가볍게 쳤다.

­퍽!

"꾸엑!"

남매 사이의 가벼운 장난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큰 소리에 깜짝 놀랐다. 에이스가 맞은 부위를 부여잡고 덜덜 떨고 있는 걸 보면 진짜로 아파보였다.

'그래, 저게 일반적인 남매긴 하지.'

안나가 왠지 조금 무서워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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