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53화 (53/312)

〈 53화 〉 야영­2

* * *

야영지에 도착하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차를 타고 조금 이동한 뒤 가져온 짐을 들고 산을 타고 올라갔는데, 이 망할 몸은 얼마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힘들어? 짐 들어 줄까?"

괜찮다고 하고 싶은데, 이 망할 몸뚱이는 라이넬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결국 짐을 넘겨줘 버렸다.

'확실히 더 편하긴 하네.'

이것 저것 들어있는 것이 많았던 가방이기에 나름 무게가 나가서 그런지 묵직했다.

저런 가방 두 개를 들고 수월하게 산을 타는 걸 보면, 라이넬도 미친년이 맞아.

"거의 다 도착했으니까 힘내서 올라가자!"

누가 말했지, 거의 다 도착했다는 말은 십중 팔구가 거짓이라고,

하이네스가 저렇게 말한지 10분이 지났는데도 야영지는 나오지 않았다. 하이네스의 표정이 아주 평온한 것이 잘 못 올라가고 있는 것도 아닌 듯 했다.

'시발.'

"하아... 하아... 개 힘들어..."

"내가 업어 줄까?"

"아냐, 이렇게 라도 운동 해야지."

언제까지 약골로 살 순 없으니까.

야영지로 올라가는 도중에 보이는 산의 풍경은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크고 우람한 나무가 내 곁을 지나가든, 야생동물들이 활기차게 돌아다니든 그런 것에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자, 도착했어."

"드디어..."

산 중턱부분에 거대하게 펼쳐진 평지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많이 힘들었나 보네, 그냥 업혀 오지."

"다른 애들 다 왔나? 어째 우리가 꼴등인 것 같네."

경험자인 하이네스와 시에린을 필두로 텐트를 치고 있는 게 보였다. 아니, 사실 라이넬도 텐트 치는 것 정도는 배운적이 있을 테니, 미네타만 얼 타면서 버둥버둥 거렸지.

나는 뭐 했냐고? 너무 힘들어서 바닥에 주저 앉아 숨만 쌕쌕 거리고 있었다.

"미안, 나는 아무것도 못했네,"

"아냐, 이런 건 원래 여자들이 하는 거지."

"그러면 남자는 뭘 해야 하는 데."

"음, 편하게 누워서 휴식?"

실없는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야영지 중앙에서 지도 교수가 조장들을 불러 모았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싶었는데 5분도 지나지 않아서 하이네스가 돌아왔다.

"지금 부터는 자유 시간이야, 관광지 같은 데 놀러 온 게 아니니까, 정해진 일정 없이 조별로 자유롭게 있으면 돼, 야영지를 빠져 나갈 때는 꼭 나랑 동행해야 하고, 야영지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더라도 다른 데 갈 때는 나한테 이야기 하고 움직여."

"네~"

그런데 뭘 해야하지?

아침 일찍 출발했기에 야영지에 도착한 지금도 꽤 이른 오전이었다.

아침이야 이미 먹고 출발했고, 점심을 먹기엔 너무 이르고, 그렇다고 할만한 것도 딱히 보이지 않았다.

"뭘 해야 하냐."

"뭘 하긴 그냥 한가로이 누워서 새들 지저귀는 소리나 듣고 있는 거지."

"너무 심심하지 않아?"

"한 번 가만히 누워서 새 소리 듣고 있어봐, 심심하다는 소리 안나 올걸?"

시에린이 그리 말하면서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 누웠다.

나도 옆에 누워서 주변 소리에 집중해 봤다.

확실히 조용한 상태에서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풀벌레 소리와, 새들 소리가 계속 들려와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듣고 있는 것도 한 두시간이지 야영 내내 이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의지가 사라져갔다.

"일단 내 취향은 아니다."

나와 시에린을 따라서 옆에 누운 라이넬이 일어났다.

"뭐라도 하고 싶은데, 할만한 거 있어?"

"저쪽 밑에 계곡이 있는 데 같이 놀러 갈래?"

"계곡 있어요?"

계곡이 있다는 하이네스의 말에 라이넬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가서 물고기나 잡아오자고."

"좋아요! 같이 갈 사람?"

"나는 그냥 누워있을래."

"나도 플레아랑 같이 여기 있지 뭐."

"미네타는 따라와."

나와 시에린 둘만 남아서 돗자리에 누워있으니 잠이 솔솔 밀려 오기 시작했다.

시험 기간 동안 안 잔 게 밀려 오는 걸까? 수마가 밀려 오기 시작했다.

모처럼 밖에 나왔는데 잠이나 잔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아깝긴 했지만, 너무 졸려서 수마를 거스를 의지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두 눈이 감겼다.

***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주변에서 풍겨오는 생선 굽는 냄새에 눈이 뜨였다.

허리를 들어 일어나니, 라이넬이 모닥불을 피워서 물고기를 굽고 있는 게 보였다.

"일어났어?"

"어때? 기숙사에서 자는 거랑은 확실이 느낌이 다르지?"

"확실히 다르긴 하네요. 분명 꽤 잔 것 같은데 피로가 안 풀렸어요."

하이네스는 신선한 공기를 맡으면서 잠들었을 때의 선 기능을 말해주길 바란 것 같지만, 몸만 결리고 딱히 장점은 안 느껴졌다.

"많이 자다보면 익숙해 질 거야."

"근데 왠 물고기에요. 설마 진짜로 잡아 온 거에요?"

미리 준비해둔 나무 꼬치에 물고기를 꽨 채 굽고 있는 데, 내 팔뚝 만한 물고기가 열 마리 가까이 보였다.

"라이넬이 사냥실력이 장난 아니더라고, 나무 하나 분질러서 창을 만들 더니, 한 번 찍을 때마다 물고기가 한 마리씩 딸려 오더라니까?"

여자 셋이서 가서 잡아 온 것이니 만큼 어느 정도의 과장은 필연적인 것이겠지만 그런 걸 감안하고 서라도, 대단하다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어떻게 잡았든 물고기를 결국 열 마리나 잡아왔다는 거니까.

"라이넬 대단한데?"

"어렸을 때 자주 잡아 먹어 봤거든."

완전히 일어나서 물고기가 익혀지고 있는 모닥불로 향하니 노릇노릇 하게 구워지고 있는 물고기들이 보였다.

"잡자 마자 바로 구운 거야?"

"당연히 기본적인 손질은 했지."

침 고이네,

비쥬얼이 장난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꼬치를 들고 한입 크게 배어 물고 싶었다.

목 넘어로 침이 꼴깍 하고 넘어갔다.

"거의 다 익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응."

불멍이라고 하던가? 물고기가 노릇하게 익혀지는 불을 보고 멍을 때리고 있으니, 왜 불멍이라는 말이 그렇게 유명해졌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이제 슬슬 먹어도 될 거야."

라이넬이 꼬치를 빼내서 나에게 건네줬다.

다른 애들도 하나 씩 쥐어 들고 크게 한입 배어 물었다.

'다들 먹는 법을 아는 구만.'

나도 물고기의 배 부분을 크게 물어서 잡아 뜯었다.

'맛있네.'

감동할 만할 정도로 맛있던 건 아니지만, 야영장의 느낌과 꼬치에 꽂혀진 물고기라는 점이 합쳐져서 평소에 먹는 물고기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이 있었다.

실질적인 맛은 급식소에서 먹는 게 더 맛있겠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 나와서 물고기를 뜯고 있으니, 기분적으로는 훨씬 더 맛있었다.

'가끔은 이렇게 나와서 노는 것도 좋네.'

천천히 물고기를 뜯다 보니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 물고기가 내 생각보다 너무 컸다는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줄어 들지가 않았다.

다른 애들은 어느새 하나를 다 먹고 두 번째 물고기를 먹고 있는 데 나만 반 도 못 먹고 속도만 느려지고 있었다.

"배불러?"

시에린이 장난 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배부르면 남겨도 돼, 남은 건 우리가 먹으면 되니까."

"이미 입 댄 건데 어떻게 그러냐."

"입댄 부분만 떼어내고 먹으면 되지."

그래도 하나는 다 먹겠다는 일념하에 물고기를 계속 먹어봤지만,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양에 질려서, 결국 여자애들한테 넘겨줬다.

'배부르다.'

배 부르니까 또 졸리네.

'그런데 하이네스는 왜 아까부터 저렇게 심각한 표정이지?'

물고기를 뜯으면서도 진지한 표정을 유지 하고 있는 게 벌써부터 조짐이 보이는 건가 싶었다.

물고기를 다 먹고 정리 할 때쯤 지도 교수가 다시 조장들을 불러모았다.

아까보다 훨씬 진지한 표정으로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걸로 보아 평범한 상황은 아닌 듯 싶었다.

"무슨 일 생겼나?"

"마나의 기류가 심상치 않아."

라이넬의 의문을 미네타가 대답해 주었다.

"마나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니? 마나가 심상치 않으면 그냥 그런거지,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거야?"

"너희 자연 마법이라는 말 들어봤어?"

"들어 봤지, 자연의 마나가 특정한 흐름을 가지면 일어나는 현상이라면서."

미네타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자연 마법의 특성상, 마나가 고밀도로 뭉쳐있는 공간에서 일어날 확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가거든?왜 인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이 산의 마나 밀도가 상당히 높아져 있고, 마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언제 자연 마법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상태야."

"... 큰 일 난 거 아니야?"

"아주 큰 일은 아니야. 자연 마법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제대로 생성되기 전에 사라져 버리는 게 보통이고, 제대로 발현 된다고 해도 큰 피해를 입히는 마법은 잘 발생하지 않아, 하지만 우리는 아카데미에서 온 거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산 밑으로 잠시 피신을 가던가, 아니면 아카데미로 돌아가던가, 해야겠지."

10분 정도 지난 후 하이네스가 돌아왔는데, 짐들만 챙기고 오늘 저녁 까지 산 밑쪽에서 대기하다가, 마나가 정상화 되지 않으면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걸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이상하네, 이렇게 흘러가면 그냥 잘 해결 한거 아닌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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