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52화 (52/312)

〈 52화 〉 야영­1

* * *

플레아가 노래를 잘 불렀는지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플레아는 마이너한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메이저한 픽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했으니까, 인기 캐릭터 들은, 캐릭터별로 메인 ost가 하나 정도 있었지만 플레아가 노래를 하는 일은 아예 없었으니까.

'전략 게임인데 플레이 하는 캐릭터가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이상하지.'

아무튼 플레아는 노래를 존나게 잘 부르는 모양이다.

목소리 자체도 사람을 빨아드리는 힘이 있었고, 아무리 높은 고음이라도 큰 무리 없이 올릴 수 있었으며 단순히 음정 박자만 맞춰 부르는 것이 아니라 곡의 느낌을 살려 가면서 부를 수 있었다.

'개 쩌네.'

내 노래에 내가 전율이 일 정도였으니, 더 이상 노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진 않겠지.

노래를 다 마치고 마이크를 내려 놓으니 애들이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이크를 손 끝으로 톡톡 건드려 작은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게 한 뒤에야 애들이 정신을 차린듯 벌떡 일어났다.

"플레아 너 뭐야 개 쩔어!"

"와아..."

"진짜 잘 부른다..."

헛기침 몇 번을 하고 마이크를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놨다.

"이제 누가 부를 거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너 다음에 부르는 거 너무 부담 되는데, 실력 차이가 너무 나잖아."

"뭘 그런 걸 신경 쓰냐, 잘 못 불러도 상관 없잖아. 친구끼리 와서 부르는 건데."

"미네타가 부르자. 네가 부르고 싶어서 온 거잖아."

"큼큼."

많이 부르고 싶었는지, 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노래를 찾아 틀었는데, 나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였다.

"그대를 바라볼 때."

대충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의 노래인데, 이쪽 세계든 현실이든 사랑이라는 주제는 잘 먹히는 모양이다.

미네타도 노래를 꽤 잘 불렀다. 평범하게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가면 가장 잘 부르는 애 정도로는 불렀는데, 전에 불렀던 게 나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감흥이 덜했다.

미네타 다음으로 부른 건 시에린, 락이랑 비슷한 느낌의 노래를 불렀는데, 세계가 달라서 그런지 락이라고 하기엔 조금 다른 점이 있긴 했는데, 생각보다 잘 불러서 놀랐다.

라이넬은... 라이넬을 위해서라도 말을 아끼겠다.

아무튼 한참 놀면서 노래 부르다가 4시가 되고 나서야 헤어졌는데, 그동안 부른 노래가 40곡가까이 되었는데, 돈내고 불렀으면 무려 40실버, 한화로 40만원이 깨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해 졌다.

'하긴 고위 귀족이 자제가 주 사용층일테니까.'

높으신 분들한테 3시간 노래 부르고 40만원이 날아간 건 그렇게 아깝지 않겠지.

아무튼 즐겁게 놀았다.

그 동안 시험 보느라고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풀린 기분이었다.

'근데 아직도 할 일이 많네.'

학장한테 돈을 받으면 그 돈을 굴릴 준비도 해야 하고,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야영을 가야 한다.

'헤르티아한테도 슬슬 말을 걸어봐야 하는데.'

한 동안 시험공부에만 집중하느라 찾아갈 여유가 없었는데, 슬슬 영입을 위한 밑밥을 깔아놔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수마가 찾아왔고, 굳이 거부하지 않고 잠에 들었다.

***

야영, 문자 의미 그대로 밖에서 자는 거다. 캠핑이라고 말하면 조금 더 와닿게 느껴지겠지.

"플레아 아이데스."

"네!"

이른 아침, 야영을 신청한 학생들이 아카데미의 운동장에 모였다.

지도 교수 2명과 조교 역할의 3학년 3명, 1학년 신청자 20명으로 이루어졌는데, 아무리 필수도 아니고, 달리 추가 점수가 없음에도 신청자가 고작 20명 밖에 안된다는 점에서 야영이 얼마나 인기가 없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다들 전달 받았겠지만 우리가 야영할 장소는 제도의 밖에 있는 작은 산이다. 맹수나 몬스터는 없는 건 확인 됐지만, 산짐승들은 돌아다니니까, 너무 놀라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지도교수 중 한 분은 굉장히 엄근진한 인상의 기사였다.

우리 나이 또래의 애들은 나름 통제가 되긴 하지만, 언제 사고를 칠 지 모르다 보니 기사반의 교수를 보낸 모양이다.

"그러면 조별로 모여서 이동을 준비 하도록, 산의 초입까지는 마차를 타고 이동한다."

버스 한대에 45명씩 태워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현대의 버스와는 다르게 마차는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미리 정한 5개의 조로 쪼개져서 이동했다.

우연인지 누군가의 의도인지 나와 친구들은 모두 한 조에 배정됐고, 3학년 조교 한 명의 통솔을 받게 됐다.

"가자 얘들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우리를 향해 다가온 연두색 머리카락의 여자. 미레바 하이네스였다.

"조교로 온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표정이 밝아요?"

"흐흐, 내가 야영을 장난 아니게 좋아하거든."

원칙적으로는 1학년 밖에 못 가는 야영을 교수님들께 때를 써서 작년에도 참여했다고 하니 그녀가 야영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번엔 미네타도 같이 가니까. 당연히 표정이 밝을 수 밖에 없지."

미네바가 미네타의 어깨의 자산의 팔을 탁하고 걸쳤다.

"언니가 같이 가자고 할 때는 절대 안 간다고 발악을 하던 애가, 친구들이 같이 가자고 하니까 바로 따라오는 거 보면 좀 섭섭해."

"내가 언제 발악을 했다고 그래?! 어차피 언제 한 번은 갈 생각이었어."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그런데, 조를 선배가 짜셨어요? 어떻게 우리끼리 묶였네요."

"내가 짠 건 아니고, 4인 1조가 원칙인데, 남자가 5명이더라고, 남자애 4명을 한데 묶고 다른 한 명을 여자애들 조에 배치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내가 플레아는 친구들이랑 같은 조로 보내면 크게 반발이 없을 거라고 강하게 주장해서 이렇게 조가 만들어졌지."

그런일이 있었구만, 야영에 신청한 남자애가 한 명만 적었어도, 다른 남자애들이랑 같은 조가 됐을 거라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럼 일단 마차 타러 이동하자."

"네~"

하이네스를 따라 이동하니, 적당한 크기의 마차가 보였다.

학생들이 타는 거다보니 화려하지도 않고, 아주 무난한 마차였는데, 3명씩 앉아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미네타는 언니랑 앉자."

"아 왜?! 싫어!!"

미네타가 반한했지만, 운동따윈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살아온 미네타와 프레스티아 밑에서 매일 훈련하는 하이네스와의 완력차는 엄청나서 무력하게 옆자리에 앉혀져 버렸다.

미네타, 하이네스가 반대 쪽에 앉고 우리쪽엔 나, 시에린, 라이넬 순서로 앉았다.

"너희들 야영은 처음이야?"

"네,"

"저는 스승님 밑에서 배울 때 몇 번 해봤어요."

"그 때랑 많이 다를 걸? 기사가 배우는 야영은 이동 중에 노숙할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한 생존 기술 느낌이라면 지금 가는 야영은 거의 100퍼센트 놀러 가는 거니까."

"거의에 포함되지 않는 나머지는 뭔데요?"

"자연 구경하고, 숲의 생태도 구경하고, 뭐 그런 거지."

하이네스가 태연하게 놀러 가는 거라고 말할 정도면 아무런 위협이 없는 모양이었다.

"맹수나 몬스터가 나온 적은 없어요?"

"제도 근처의 평범한 산이야. 산은 물론 이고 주변에서도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얘기는 없었어. 괜한 걱정 하지 말고 편안하게 즐기면 돼."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야영은 정말 작은 이벤트긴 하지만, 분명 무슨 사건이 터졌고 죽는 인물도 있다는 걸,

누가 죽을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일도 없이 넘어가는 건 불가능 하겠지.

'하이네스는 아마 여기서 죽었을 지도 몰라."

어쩌면 시에린 까지 같이 죽었을 지도 모른다.

시에린 만한 인재의 이름을 아카데미 종료 시점까지 듣지 못한 것도 이상했으니까.

하이네스든 시에린이든 내가 야영에 참여 한 이상 죽을 일은 없겠지.

'물론 야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난세 짬밥이 있는 데 무슨 일이 있는지 대충 예상 가는 것들이 있었다.

주변에 없는 몬스터가 갑자기 튀어나오지도 않을 테고, 흑마법사들도 지금은 몸을 사릴 시기고, 어지간한 맹수 정도로는 시에린은 몰라도 하이네스를 위협할 수 없을 테니,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진짜 없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해왔다는 말씀.'

아무리 대비를 해왔다고 해도 위험할 확률이 0은 아닌 만큼 나는 지금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냥 하이네스랑 시에린이 야영에 가지 못하게 뜯어 말리면 둘 다 결국 내 말을 들어줄 테고, 그러면 아무런 위험 없이 둘 모두 살릴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게 없다. 아니 하나 있긴 하네, 어떻게 야영에서 사건이 터질 걸 알았냐는 의심을 얻겠지.

하지만 내가 직접 야영에 참여해서 둘을 구하는 식으로 가면 나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지 얻는 게 많다.

시에린에게 호감을 더 얻는 건 크게 의미가 없지만 하이네스는 다르다.

프레스티아의 밑에서 빼내올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순간에 협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겠지.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충분히 할만한 도박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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