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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51화 (51/312)

〈 51화 〉 중간고사­3

* * *

이 세계에서 상대를 부를 때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른 다는 의미는 상대를 자신의 아랫 사람으로 보거나, 친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때문에,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땐, 아주 친하지 않더라도 이름으로 부를 경우가 많으며, 남자가 여자를 부를 때는 아무리 친하더라도 상대의 허락 없이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성별간의 권력 차이에만 있는 것은 아닌데, 대부분의 남성들은 여성들과 깊이 친해지는 일이 잘 없고, 보통, 자신의 연인이나 반려자 쯤은 되어야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얘들을 이름으로 부른다고, 얘네가 내 연인급이 되는 건 아니다. 친한 친구나, 친밀한 직장동료의 경우는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왕왕있으니까.

문제는 우리끼리만 있을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도 이름을 부른다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 오해가 뭔 대수냐.'

애들한테는 나를 여자처럼 대하라고 해 놓고 나만 불편하게 성으로 부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알았어, 앞으로는 시에린, 미네타라고 제대로 부를 게."

"좋아."

시에린이 만족 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 먹었으면 슬슬 일어나자. 나 공부해야 해."

"플레아는 매일 공부공부, 공부 못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들렸어?"

"시험만 끝나면 오래 놀아 줄 테니까 그 때까지만 참아."

먹은 식기들을 치우고 반으로 이동했다.

'공부하자 공부.'

***

아카데미의 중간 고사 기간은 4일이다.

선택 과목이 많다 보니 동시에 다른 과목들을 모두 진행 할 수 없기에 벌어진 일인데, 때문에 중간에 자습이 굉장히 많다.

'1학년 들은 좀 압축 해주면 안되나?'

선택 과목이 가장 많은 것은 3학년의 행정반이다. 수십 가지가 넘는 강의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듣기 때문에, 3학년 행정반의 시험 시간표는 아주 빽빽히 채워져 있다.

'물론 자기 과목 아닐 땐 자습이지만.'

1학년 행정반이 듣는 시험을 다 합치면 이틀 정도 면 끝날 것 같은데, 3학년이랑 맞춘다고 중간에 자습을 끼워넣어서 4일로 늘려 버렸다.

'기사반 애들보단 낫나.'

라이넬한테 들어보니 기사반은 대부분 실기로 평가가 갈리는 데, 3개 밖에 안되는 시험을 , 화, 수, 목 마지막 교시에 박아 넣었다고 불평하더라.

자습시간에는 대부분 시에린과 그 친구들과 같이 공부했다.

다른 반으로 이동하는 건 엄연히 교칙 위반이었지만, 시에린과 친구들은 아주 당당하게 이동하더라.

그래서 시험은 잘 봤냐고?

내가 장담하건데, 그 누구한테 똑같은 질문을 해도 잘 봤다는 소리는 못들을 거다.

"악!! 실수 했어!! 완전 망했어."

당장 모든 과목을 통틀어 단 한 문제밖에 틀리지 않은 시에린 조차, 망했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으니까.

"너, 지금 기만하는 거지?"

"기만이라니?! 진심이거든?!"

'시에린이 원래 이렇게 공부를 잘했었나?'

1문제 정도 틀린 거면 그래도 4등은 할텐데, 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

'작은 가문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말한 적이 없던건가? 한 번도 소문이 안 났나 보네.'

당연한 소리지만, 행정반 성적은 비공개다. 성적을 벽보에 게시한다던가하는 일은 기사반이나 마법반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행정반 과는 다르게 직접적인 순위를 보고 열의를 태울 필요가 있는 애들이니까.

아무튼, 행정반의 성적은 비공개로 처리 되는 데 모든 학교에서 마찬가지로 잘 하는 애들의 성적은 공공재처럼 쓰이기 마련이다. 1등이 누구인가, 올백을 맞은 사람은 있는가. 하루만 있으면, 아니 시험이 다 끝나기도 전에 학교 전체로 쫙 퍼진다.

당장 내 성적도 모든 학생들이 다 알고 있다.

'시에린은 친구가 많지 않은 모양이니까, 충분히 퍼지지 않을만 해.'

내가 난세를 수도 없이 플레이 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한 번도 듣지 못했던건, 그녀의 소문을 퍼뜨려 줄 누군가가 없었기 때문이겠지.

그렇다고 2년 내내 그녀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됐다.

'아마 야영 때 무슨 일이 터진 모양이겠지.'

"쟤는 하나 틀린 것 가지고 왜 저런데?"

"놔둬, 우리 기만하려고 일부러 저러는 거니까."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라니까?!"

시에린이 화를 내며 햄버거 하나를 크게 베어먹었다.

'그래도 마지막날이라고 일찍 끝내주는 건 좋네.'

4교시만 끝나고 바로 하교라니, 덕분에 밖에 나와서 느긋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플레아는 잘 봤어?"

"생각 보다는 잘 봤어. 역사에서 3개 틀린 걸 빼면, 아주 만족하는 결과야."

'난세'에서 시험은 미니게임으로 대체되었는데 매일 하다보니 실력이 늘어서 항상 올백을 맞았다.

그 때에 비해선 뒤떨어지는 결과지만,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 이 정도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본거겠지.

'프레스티아는 아마 다 맞았겠지?'

"라이넬이랑 미네타는 잘 봤어?"

"나는 시험 성적은 별로 안 중요해, 너무 낮으면 문제가 되긴 하는데, 아무리 높아도 큰 의미는 없어."

하긴, 아직 1학년이니까, 전략 전술을 제대로 배울 시기는 아니긴 하지.

"우리는 전부 서술형이라서, 결과 나오기 전까지는 확신을 못해."

"전부? 모든 과목이 전부 서술형이야?"

"응."

개 빡세겠네.

"밥 먹고 어디 놀러 갈까? 모처럼 시험 끝났는데 이렇게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것도 아쉽잖아."

"좋아,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노래방 가고 싶어!!"

그 조용하던 미네타가 저렇게 소리치다니 어지간히 가보고 싶었네.

판타지 세상에 무슨 노래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판타지 세상이란 건 마법의 힘 앞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기도 했다.

'한 곡 부르는데 1실버 씩 나간다는 게 문제지만.'

현실의 코인 노래방은 천원에 4곡씩 부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창렬도 이런 창렬이 없지.

"노래방... 은 좀 비싸지 않아?"

"괜찮아 내가 아는 곳이 있거든."

역시 하이네스인가, 별의 별 인맥이 다 있네.

"아무리 네가 아는 곳이라고 해도, 계속 부르다 보면 눈치 보이지 않을까?"

"괜찮아 괜찮아."

미네타가 저렇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다니... 어지간히 친한 사이인 모양인데?

"네가 그렇게 까지 말 한다면 뭐..."

"좋아! 가자."

활기찬 미네타라니, 이건 귀하군.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

"응, 언니랑 가끔 갔는데, 요즘엔 잘 못 갔거든."

먹은 음식들을 치우고 미네타를 따라서 이동했다.

우리가 밥을 먹은 음식점도 나름 제도의 중심 부근에 있어서 인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어서옵... 미네타 아가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카운터에는 꽤 껄렁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입고 있는 반팔 밖으로 문신들이 보였고, 심지어 눈 바로 옆에도 문신이 박혀 있었다.

"하하, 네 오랜만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엄청 사나울 것 같이 생겼는데, 미네타 한테 쩔쩔 메는 걸 보아하니, 그렇게 성격이 나쁜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옆에 계신 분들은 친구분들 이신가요?"

"네, 제 친구들이에요."

여자의 눈이 우리를 쭉 훑다가 나한테 덜컥 하고 멈춰섰다.

이제는 익숙한 일이라 별 감흥도 안 들었다.

"이분은 왜 가면을..."

"얼굴에 상처가 있어서요."

"아, 그렇군요."

하관정도밖에 보이지 않을 텐데도 그렇게 눈길을 사로 잡았던 것일까? 여자는 내 얼굴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방 하나 잡아서 불러도 되죠?"

"넵! 편하게 부르십쇼 아가씨!"

노래방이라고 해서 현실에 존재하는 좁은 코인 노래방을 생각하면 곤란했다.

한 곡 부르는데 무려 1실버나 받아 먹는 엄청난 가성비의 장소였기에, 내부는 상당히 고급스럽게 세팅 되어 있었다.

소파도 크게 두개나 있었고, 가운데 탁자에는 가벼운 간식거리들도 있었다.

"카운터 보는 사람이랑은 무슨 관계야?"

"우리 언니가 이 건물 주인이야."

"아,"

아직 18살밖에 안됐는데 건물주라니... 부럽다!!

"건물 계약할 때 우리 자매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계약을 해서, 돈 걱정 할 건 없어."

"오오, 대단한데?"

"아무튼 노래 부르자 노래!!! 누가 먼저 부를래?"

애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향했다.

"플레아가 대빵이니까 먼저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

"맞아."

"나 아는 노래 별로 없는데..."

난세는 좋은 브금은 많았지만 ost가 많은 게임은 아니었다.

당장 기억나는 노래라곤 메인 ost를 포함해서 3곡밖에 없으니까.

'심지어 메인 ost는 지금 시점에 나오지도 않을 테고.'

플레이어의 위업을 찬양하는 노래인데 엔딩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노래다 보니, 지금 시점에 존재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부를 줄 아는 노래가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적당한 노래를 하나 찾아서 틀었다.

"너 이거 부를 수 있어?"

당연히 못 부르지.

내가 고른 곡의 이름은 푸른 늑대의 울음, 옛날에 북부의 어떤 귀족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부른 노래라고 하던데, 음유시인이 가창력이 뛰어났는지 너무 노래가 높아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근데 뭐, 친구끼리 와서 부르는 거니까, 삑사리 잔뜩 내도 괜찮겠지.

"그대여,"

내 목에서 새어나온 목소리는 평소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다른 사람으로 느껴질 정도로 변했다는 건 아니고, 평소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힘이 있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초반음도 꽤 높은 편이었는데, 더 높여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아니 시밤 이게 왜 되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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