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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49화 (49/312)

〈 49화 〉 중간고사­1

* * *

마디안에 대한 평가를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게임에서는 한 번 듣기도 힘든 성이다.

내가 중앙 쪽에선 거의 활동하지 않던 걸 감안해도 게임 플레이 전체에서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면 그렇게 대단한 가문은 아니라는 뜻이겠지.

그런데 가문이 대단하지 않을 뿐 마디안 가문에서 꽤 뛰어난 인재가 나와, 다른이의 밑에 들어갔다면?

그 세력이 내가 성장하는 지역과는 다른 지역여서 난세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름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사그라 들었다면?

말이 안되는 가정은 아니다.

'요즘 마디안이 보여주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성있지.'

어떤 과정을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디안이 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인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마디안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부끄러움 많은 소녀였다.

나를 제대로 쳐다 보지도 못했으니까.

미네타와 처음 만났을 때는 미네타가 말할 때마다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지.'

친해지면서 마디안의 본 성격이 나온 것인지, 지금의 마디안은 상당히 활기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단지 친해지면서 원래 성격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면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분명 초면이었던 샤카와 가장 먼저 친해진건 마디안이었으니까,

'그 사이에 성격적으로 성장했거나...'

처음 만났을 때의 성격이 거짓이었거나.

어찌 됐든 상관없다. 어느쪽이든 긍정적인 일이었으니까.

'능력적인 부분은 잘 알 수 없지만 일단 눈치는 빠르지.'

실질적인 능력은 1학기가 끝나고 성적이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같이 지내면서 파악한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중히 쓸만한 인재였다.

눈치가 빠르고, 생각할 줄 알며, 실행력이 빠르다.

그냥 조연일 줄 알았는데, 횡재한 느낌이네.

"봐봐 내 말 맞지? 플레아가 고개 끄덕였어."

"진짜로 파벌 세울 거야?"

"일단 자리에 앉자."

라이넬의 말을 무시한 채 자리에 앉았다.

최소한의 눈치는 있는 애니까, 내가 파벌에 대해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눈치채고 있겠지.

"그런데 선배는 어디 갔어?"

"오늘부터는 시험 공부한다고 잠시 그만 둔데,"

마디안이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았다.

"슬슬 중간고사구나."

"플레아는 공부 충분히 했어?"

"글쎄? 이전엔 꽤 열심히 했는데, 흑마법사일 때문에 근래엔 조금 소홀이 했지."

시험성적에 그렇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성적으로 얻는 이득은 정말로 사소하니까.

하지만 시험의 본질을 생각해 본다면 잘 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게 맞았다. 본래 시험은 자신의 성취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수 있는 도구였으니까.

"나왔다."

하이네스가 없어서 그런지, 교수님이 직접 이불을 들고 강의실로 안으로 들어오셨다.

"오늘 부터는 중간 시험 대비 자습이다. 그럼 열심히 하도록."

바로 이불을 깔고 드러누우시는 교수님의 모습에 나를 포함한 4명의 고개가 절래 절래 흔들어 졌다.

"마디안은 공부 다 했어?"

"당연히 다 했지, 우리집안은 예습에 철저한 집안이라서, 이 정도는 입학 전에 다 배우고 왔어,"

자신만만한데?

"그러면 내가 내는 문제들 다 맞출 수 있어?"

"물론이지."

"세이아 제국이 세이아라는 수식어를 때버린 게 언제야?"

"제국력 532년 8월 13일."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동..."

"붉은 하마 기동대. 역사 문제는 아무런 의미 없을걸? 그냥 외워 버리면 되는 거니까."

마디안의 콧대가 높아진 게 보였다.

'자신 있다 이거지?'

"그런데 1학년 때 배우는 건 대부분 암기잖아."

"그러니까, 무슨 문제를 내든 맞출 수 있다고 한거지, 네가 수학 문제를 낸다고 해도, 너랑 나랑 배운 게 같은데, 설마 못 풀겠어?"

참고로 이 세계엔 이과와 문과의 구분이없다.

공과는 따로 구분해서 배우는 곳이 따로 있지만, 수학이나 사회는 하나로 묶어서 다 배워야 한다.

2학년으로 올라가면 자신이 원하는 과목들만 골라 들을 수 있지만, 1학년 때는 공통 과목이 많다 보니, 싫어도 들어야만한다.

"네가 무슨 문제를 내든 나는 나 풀 수 있다고."

마디안의 의기양양한 표정이 짜증나서, 장난을 한 번 쳐보기로 했다.

"그러면 넓이 구하는 문제 정도는 금방 풀 수 있겠네?"

"당연하지."

종이 한 장을 뜯어서 가로선을 길쭉하게 그었다.

그리고 적당히 포물선을 그린 후 높이와 밑변의 길이를 표시하고, 가로선과 포물선이 만나는 곳의 기울기를 표시한 뒤 마디안에게 넘겨줬다.

"구해봐."

"... 이게 뭐야?"

"포물선."

"구할 수 있는 거 맞아?"

"당연하지 나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걸?"

적분을 배워 봤다면 금세 풀 수 있는 문제다.

문제는 이 세계엔 아직 적분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거?

적분을 쓰지 않아도 넓이 정도는 구할 수 있을 법했지만, 과연 마디안이 그 방법을 알고 있을까?

과거 사람들이 현대인 보다 멍청하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지식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면 과거인 들이 현대인 보다 못한 게 맞았다.

현대에서 적분 정도는 고등학생만 되도 다 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교수들은 돼야 방법을 알테니까.

'어쩌면 교수들도 못할 지도 모르지.'

종이 한 장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마디안을 내버려 두고, 나는 복습이나 계속했다.

꽤 오랜 시간 수업에서 빠져서, 직접 문제를 풀어보지 않으면, 머릿속으로 잘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방과 후가 끝날 때까지 계속 공부를 하다가 무심코 옆을 바라보니, 종이가 온갖 선들로 가득 차이었다.

'집중하고 있나 보네.'

교수님과 마디안의 친구들을 깨운 뒤 마디안을 다시 쳐다 봤을 때도 마디안은 종이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모습은 상당히 의외인데?'

진지한 모습의 마디안이라, 나쁘지 않아.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마디안의 의지를 시험한 꼴이 되었네.'

몇 시간 동안이나 풀리지 않은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마디안의 의지를 알아 볼 수 있는 나름의 지표가 아닐까?

"야, 수업 끝났어. 정신차려."

"아, 응."

"정답은 알아냈어?"

"3인 것 같긴 한데, 어림짐작이라서 확신은 없어."

그래도 정답은 맞췄네, 어떻게 풀었나 보니까, 포물선 아래에 수많은 사각형을 그려 놓고 하나하나 넓이를 구한 모양이다.

"정답! 그래도 잘 풀었네."

"잘 풀긴 뭘 잘 풀어, 정확한 값이 아니라 어림 짐작한 것 뿐인데..."

"방향성은 맞으니까."

가방을 들어 교재들을 집어넣었다.

"그러면 내일 보자."

"어떻게 푸는 건지는 알려주고 가!!"

마디안의 말을 가뿐하게 무시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어둑해진 밖을 바라보며 기숙사로 걸어갔다.

방과 후를 듣는 학생은 많지만 강의마다 끝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인지 아카데미를 걷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저녁 뭐 먹지.'

점심이야 학교 급식실에서 해결하지만 저녁은 안 먹는 경우가 꽤 많았다. 다만 오늘은 점심을 거르고 공부를 한 만큼 배가 많이 고파서 기숙사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하려고,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먹을지 상당히 고민이 됐다.

'그래 돈도 들어왔는데 비싼걸로 먹자.'

다른 메뉴보다 무려 20쿠퍼나 더 비싼 정식을 시킨 후 앉아서 기다리기 위해 자리를 몰색했다.

시험기간이 다가와서인지 아니면 원래 사람이 없어서인지, 빈 자리는 많았다.

"저, 플레아 아이데스씨죠?"

"네,"

"혹시 일행이 없다면 저희랑 같이 드실래요?"

건물 기둥 근처에 있는 작은 일인용 테이블로 움직이려고 할 때쯤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왔다.

당연한 소리지만 남자 기숙사 1층에 있는 만큼 다가온 사람은 남자였다.

'드디어 나도 남자사람 친구가 생기는 건가?'

게임을 하거나, 소설을 볼 때에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좋았지만, 현실에서 살 때까지 여자사람이랑만 친해질 순 없는 법이다.

가능하고 불가능하고를 떠나서, 동성 친구는 막 동성 친구 나름의 장점이 있는 법이다.

'아무 생각 없이 욕을 박아도 맘 상하지 않고 마음도 더 잘 통하는 법이지.'

내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이곳은 남녀역전 세계였다는 것이다.

비단 신체 능력만 역전 된 것이 아니라, 성격 까지 반대로 뒤바뀌어 버린,

처음에는 괜찮았다.

나를 동경 어린 눈빛으로 쳐다 보는 걸 제외하면 달리 어색한 점을 느끼지 못 했으니까.

하지만 대화를 진행해 갈 수록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별 것도 아닌것에 꺄르륵 웃는 그들의 모습은 굉장히 어색했다.

그들은 나를 동급생 보다는 멋진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듯 했다. 동성끼리 인데도 불과하고 꼬박꼬박 풀네임에 님까지 붙여가면서 불렀으니까.

이럴 때 친해지려면 내가 먼저 다가가야 했는데 공감대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래, 괜히 동성친구 사귀어서 뭐하냐, 역시 여자가 최고지.'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인 만큼, 아마 여성적인 성격을 가진 남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과 만나면 꽤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럴 이유가 없다.

어차피 나랑 공감대가 맞는 여성들이 넘쳐나고 하나같이 이뻤으니까.

"저는 다 먹어서, 이만 들어가 볼게요."

빨리 이곳을 탈출해야겠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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