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44화 (44/312)

〈 44화 〉 꼬마 영웅­4

* * *

"플레아 아이데스."

"네!"

"그대에게 묻겠다. 그대는 왜 시민들을 구했는가?"

'갑자기 뭔 소리야?'

다른 사람들은, 이러이러한 걸 잘했다면서 나한테는 왜 갑자기 질문인데?

다른 시민들도 놀랐는지 웅성웅성 거리는 소음이 내 귀에 박혀왔다.

'아, 판 깔아 주는 거구나.'

내가 흑마법사들의 손에서 시민들을 구해냈다는 이야기 자체는 널리 퍼져 있지만 당사자의 입으로 듣는 건 또 다르니까.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흑마법사와 맞섰고, 어떤 방법으로 시민들을 구했는가.

내가 가진 영웅적인 면모를 여기에서 알리라고 이렇게 판을 깔아주는 거겠지.

'그러면 사양 안 하지.'

가볍게 기세를 풍겼다. 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 할 수 있도록, 내가 말한 문장들을 잊을 수 없도록.

"아카데미의 학생으로서 제도의 위험을 막는 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임무에 참여했습니다. 임무 중 왜 시민을 구했느냐고 물으신 다면, 그게 당연한 일이라서 했다는 말 밖에 못 하겠네요."

긴장을 많이 했고, 몸도 옅게 떨리고 있어어서문장이 정리 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 16살 짜리 남자애가 이런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전하는 모습도 이상하니까.

"왜 흑마법사의 마법에 뛰어들었지?"

"그것이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두를 지키려면 그 방법이 최선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그 상황이 닥쳐와도 저는 똑같은 행동을 할 겁니다."

이건 너무 티났나?

"제도의 사람들이 그대를 꼬마 영웅이라 부르는 것은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그대는 그 별칭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인재다. 앞으로도 제국과 시민을 위해, 영웅적인 면모를 계속 보여줬으면 좋겠군."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너무 뛰어주는 데?

만약 내가 청기사단에 들어가게 된다면, 훈장 수여식 자체가 나를 뛰어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냐는 의심을 받을 것 같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대의 희생과, 용기에 감사하며, 청십자가훈장을 그대에게 수여한다."

청기사단장이 내 왼쪽 가슴부근에 푸른 색 십자가가 새겨진 훈장을 달았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의 존경을 살 수 있으며, 대부분의 상황에서 신분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평범한 상황에선 마을, 혹은 성에 들어갈 때, 그 지역의 주인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국가에서 운영하는 많은 수의 기관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훈장이 가지는 가치는 고작 부가적인 서비스에 있지 않다.

단순히 전장에 나가서 공을 쌓아서 받은 훈장이 아니라, 사람을 구해서 훈장을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가, 미래에 나에게 엄청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청기사단장이 내 어깨를 툭툭 하고 쳤다.

"그럼, 이것으로 수여식을 마무리..."

"여기 모이신 분들께, 제가 감히 한 마디올려도 될까요?"

"허락하지."

뒤로 돌아서 우리를 둘러 싸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몸이 떨리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난세가 시작되면 수만 단위의 병력을 움직일 일도 있을 텐데, 고작 몇천 명 앞에서 떨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떨림을 꾹 눌렀다.

전력으로 기세를 방출했다.

주변에 프레스티아가 있다는 사실이 조금 걸렸다.

내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내가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장점과, 나를 경계 할 수 있다는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황이니까.

아마 프레스티아라면, 내 능력을 보고 나에 대한 영입의도를 높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래도 이런 상황을 놓칠 순 없지.'

"여러분들이 저를 꼬마 영웅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습니다."

커다란 광장이 정적에 휩싸였다.

"과분한 칭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어리고, 약하며, 무엇 하나 이루어 낸 게 없습니다. 단 한 번 잘한 것으로 영웅이라고 불리기엔, 저는 너무 모자랍니다."

적당한 겸손은 영웅의 미덕인 법.

"하지만 그렇기에, 꼬마 영웅이라는 칭호가 저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단지 내가 어려보였기에 붙은 꼬마라는 단어였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선 잘 이용할 수 있었다.

"꼬마는 성장하는 법이니까요. 언젠가는 제국을 지키는 영웅이 되어, 여러분의 기대에 따르겠습니다."

내가 말을 멈추자 광장에 고요가 찾아왔다.

'역시, 너무 급하게 말했나?'

문장을 정리할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꽤 멋진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생각 나는 대로 말한거니까.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까 뻘쭘하긴 하다. 저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나대는 아카데미학생? 자뻑 넘치는 남자?

맥이 탁 풀려서 기세를 거두어 들였다.

"와!!!!!!!!"

그와 동시에 광장 전체가 진동할 만큼 큰 함성이 터져나왔다.

내 생각보다 훨씬 커다란 반응에 눈만 깜빡이고 있을 때 쯤, 단순히 소리만 지르던 환호성이 나의 이름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플레아!! 플레아!!"

저 사람들은 진심으로 나한테 감동해서 저렇게 소리지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광장의 열기에 잠식 당한 걸까?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 이 시간이 끝나면 자신들의 진심으로 나에게 감동했다고 느낄테니까.

'이 정도면 완벽하네.'

광장이 후끈하게 달아올랐지만,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청기사단이 시민들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었으니까, 내 쪽으로 다가오려는 몇몇 시민들은 청기사에게 금방 제압 당했다.

"이상으로 훈장 수여식을 마치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뒤를 돌아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한 번 해준 뒤, 대기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일반 적인 상황이라면 나도 바로 돌아가도 됐겠지만, 지금 함부로 나갔다간 진짜 큰일이 날 분위기였으니까.

"야, 꼬맹이 너, 겁나 멋있는데?"

대기실이 있는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나와 함께 훈장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멋지긴요."

"아냐. 너 진짜 멋져."

"칭찬 감사해요."

나에게 말을 건 이는 여자 궁수였는데, 용병일을 하다가, 위험한 몬스터를 잡아 내서 훈장을 받았다고 한다.

훈장을 받을 정도로 위험한 몬스터를 잡아낼 정도면 보통 여자는 아니겠지.

"아까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누나가 용병이거든? 혹시 의뢰 맞길 일이 있거나, 힘쓰는 일이 필요하면 붉은 매 용병단을 찾아와, 애들한테 미리 말해 둘테니까."

멋쩍게 웃기만 했다.

이걸 좋다고 네! 하는 것도 이상했고, 이 정도 반응만 해도, 진짜 필요할 때는 찾아 갈거라고 생각하게 될테니까.

'그나저나 붉은 매 용병단이라...'

그렇게 자주 보는 이름은 아니었다.

일단 이 게임에서 용병단 같은 경우는 시드에 의해서 많이 결정됐으니까, 플레이 할 때마다 주로 활약하는 용병단이 달랐다.

시드는 난세의 지식으로 이득을 보는 플레이를 최대한 막기 위한 방법이었는데, 사실 시드로 결정되는 것 보다 그냥 정해져 있는 게 더 많아서 크게 의미는 없었다.

'그래도 기억해 둘까? 용병단이니 만큼 복속시키기도 편할 테니까.'

용병과 도적은 차이가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지방에서나 그런거지 제도에서 이름 걸고 활동하는 용병들은 신뢰를 목숨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귀족이라는 직접적인 위험이 그들의 곁에 있었으니까.

"그럼 누나는 바빠서 이만 가본다."

진짜로 바쁜 일이 있는지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고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나에게로 향하는 또 다른 이가 있었으니.

"아주 작정을 하고 왔나 보군?"

프레스티아가 굉장한 흥미와 약간의 인정을 담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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