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36화 (36/312)

〈 36화 〉 푸른 고아원­8

* * *

샤카한테 오빠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샤카가 오빠의 존재를 언급하자 마자 기억났다고 해야 할까? 아예 처음 듣는 소리는 아니었다.

'어떡하지?'

샤카의 오빠가 당했다는 '나쁜 일'은 내가 아는 샤카와 이 세계의 샤카가 차이가 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지도 몰랐다.

그 얘기에 대해 더 듣게 된다면, 그녀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그녀를 내 밑 아래로 들일 때 좋은 단서가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민감한 얘기니까, 조금 더 친해진 이후에 듣도록 하자.

"괜찮아. 사람이 안 좋은 기억이 나면 화를 좀 낼 수도 있는 거지."

"너는 괜찮아? 귀족한테 납치 당했다며?"

"좋게 해결됐어. 집까지 끌려가기 전에 구출됐거든,"

"다행이네."

아주 잠깐의 정적이 찾아왔다. 애들도 텐트를 다 친 것인지,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고 조용했다.

"언니는 얼마나 강해?"

"소드 익스퍼드 만큼 강하겠지."

소아 샤카

나이:19

무력:59/84

통솔:41/62

마력:55/79

지력:37/64

매력:56/65

정치:32/48

'확실히 쓸만해.'

최종적인 잠재력으로 따지만 라이넬에게 밀리지만 그렇다고 약한 건 또 아니다.

무력 잠재력이 80이 넘으니 소드 마스터 정도는 찍을 수 있을 것이고, 다른 능력치도 훌륭했다.

통솔과 지력이 60대 라는 건, 지휘를 맡겼을 때 좋은 성과까지 기대할 순 없지만 1인분 정도는 해낼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적어도 내 또래에선 열 손가락에 들 정도로 강할걸?"

자랑기가 가득 담겨있는 어투였다. 하긴 아직 19인데 벌써 소드익스퍼드로서 첫 번째 벽을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면 그렇게 자만해도 되지.

"언니가 생각하기에 언니 또래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구야?"

"일단 제도에선 프리스티스 헬링이 제일 강하겠지."

누구 언니인데, 당연하지, 이곳이 남녀역전 세계라는 걸 감안하면, 누구 하나가 제국을 재통일 할 때까지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제도에선, 이라는 단어를 붙였다는 건, 제국 전체로 보면 다르다는 거야?"

"당연하지, 북부에 진짜 괴물이 하나 있거든, 내 고향지역이라서 띄워주는 게 아니라, 아마 그 사람이 내 또래에선 가장 강할 거야."

짐작 가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누군데 그래?"

"이름은 몰라, 통성명을 할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거든,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고 있는 정보는 그가 남자라는 것 하나뿐이야."

형은 너프 안 먹었구나!

'난세' 본판의 유일한 무력 100, 혼자서 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 제작사가 여포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라고 밝힌 남자.

다행히 그의 무력은 남녀역전 세계라고 칼질 당하지 않은 모양이다.

'당연히 약해지면 안 되지, 아이작이 너프 먹으면 근본이 무너지는 건데.'

"짐작 가는 사람이라도 있어?"

"아니야. 그냥 남자가 그렇게 강하다고 하니까 놀라서."

그의 무력이 멀쩡하다면 '난세'에서 썼던 전략의 상당수를 유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니는 헬링님이랑 붙어본 적 있어?"

"많지. 같은 학년이기도 했고, 3학년 때도 익스퍼드의 경지에 오른 애들은 10명이 안 됐는데 프리스티스 그년은 워낙 싸움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붙었어. 나한테도 좋은 자극이 돼서 굳이 싸움을 거절하지 않았거든."

"어떤 사람이야?"

"대단한 년이야. 엄청나게, 겉으로 보이는 성격은 호탕하고 멋진데 속 마음을 까보면 뱀이나 다름 없어. 대련을 하면서도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몇 번을 읍조리던지..."

"왜 안 들어갔어? 딱히 충성하고 싶은 사람을 찾지도 못 했다며?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 할 정도면 그냥 들어가도 상관 없지 않아?"

"누나 말을 뭘로 들은 거야? 내가 말했잖아. 뱀이나 다름없다고."

샤카의 눈이 좁혀졌다.

"야망이 넘치는 년이야, 아마 자신의 세력을 키울 수 있다면 제국 따위 어떻게 되든 신경도 쓰지 않을 년이지, 매일 제국에 충성한다. 황실에 충성한다 말해도 나는 그년을 믿을 수 없어."

"좋은 신념이네, 나라면 그냥 헬링님 밑으로 들어갔을 것 같은데."

"너 같이 연약한 애를 프리스티스가 받아줄리가 없잖아."

그것도 그래, 프레스티아와 프리스티스는 자매이고 서로 닮은 부분이 많다. 프레스티아가 자신의 최측근들은 행정과라고 해도 최소한의 무력을 가지게 하기 위해 매일 같이 수련하는 것 처럼, 프리스티스 역시 자신의 측근에게 최소한의 무력을 요구한다.

아무리 노력해 봤자 무력 30을 겨우 넘는 내가 프리스티스의 측근으로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지.

"만약, 언니가 인정할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제국에 충성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밑으로 들어갈거야?"

"글쎄? 일단 그 사람이 청기사단 이상의 대우를 해 줄 수 있어야지. 단순히 신념과 능력만 보고 들어가기엔, 누나는 너무 속물이 되어버렸거든."

월급만 12골드를 받는다고 했나? 빡 세네.

"넌 아카데미에서 졸업하면 어디로 갈 거야?"

"제도의 행정관으로 들어가야지."

당연한 소리지만 거짓말이다.

아카데미에서 졸업하기 전까지 내 명의로 된 영지를 얻는 것이 목표니까.

"언니도 알다시피 지금 제도 상태가 엉망이잖아? 나 하나가 힘을 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해결하고 싶어."

"여기 우리 둘 밖에 없다. 돌리지 말고 직설적으로 말해도 돼."

"제국을 좀 먹고 있는 중앙파 귀족 새끼들 다 끌어내리고 제도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물론 거짓말이다.

애초에 제도를 원 상태로 돌려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많은 사람이 '난세'라는 게임에서 난세가 찾아오지 않게 안간힘을 써봤지만 그 누구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

중앙 세력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인 사모아 공작가로 시작해 잘 못 된 것들을 바로 잡으려 해도, 흑마법사부터 시작되는 운명의 흐름이 이 세계를 난세로 이끄니까.

중앙파 귀족을 다 끌어내린다고 해도 그 이후에 찾아오는 것은 지방파 귀족들에 의한 제국의 분열이지, 평화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런 말을 내 뱉을 순 없잖아? 나는 제국에 충성하고 누구보다 제국을 아끼는 인재가 돼야 한다고.

"남자애가 포부가 크네. 나중에 아카데미 졸업하면 청기사단에 한 번 들러, 연고 없이 시작하는 것 보단, 청기사단의 행정반에서 1년 정도 일을 한 후에 제도로 들어가는 게 나을 테니까."

내 말이 마음에 들었나본데, 이렇게 당당한 낙하산 제의라니, 플레아에게 빙의한 내가 아니라, 원래의 플레아였다면 당장 무릎 꿇고 고맙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좋은 제의였다.

플레아 아이데스는 군주로서의 재능이 차고 넘치는 인물이지만 평민 출신에 야망이 없는 인간이었으니까.

이런 제안이라면 좋다고 받아들였겠지.

실제로 다른 캐릭터로 플레이 하면 플레아 아이데스는 군주는 커녕 제대로 등장도 못하는 캐릭터였다.

아카데미 시절엔 아카데미 최고의 미남! 이라는 느낌으로 한 두 번씩 등장하지만 본격적으로 난세가 시작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지인들한테 물어보니까 대부분 제국 행정관의 말단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더라.

'하지만 나는 다르지.'

이런 좋은 재능을 고작 제도를 위해서 쓸 순 없잖아?

그래도 일단 고맙단 말은 해두자. 샤카는 미래를 모르니까.

"좋아. 절대 내가 아카데미 졸업하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가기 없기다. 언니 말 믿고 청기사단에 찾아 갔는데 정작 언니가 없으면 낭패잖아."

"확답 못 해주지. 세상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건데, 대신 청기사단을 나가게 되면 그 때 따로 연락해줄게."

언제 나가게 될까? 아마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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