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33화 (33/312)

〈 33화 〉 푸른 고아원­5

* * *

"기사 언니 놀아줘요!!"

"달라붙지 마 이것들아!!"

역시 내 예상은 빛나가는 법이 없다니까?

점심을 먹기 전 까지는 알게 모르게 느껴지던 위압감 때문에 아이들이 달라붙지 못했다. 덕분에 샤카는 여유롭게 검을 휘두를 수 있었지만 점심을 먹으면서 애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애들과 친밀해 지기 시작했고 결국 근엄함을 내려놓고 내가 알던 샤카의 이미지로 서서히 변해 가기 시작했다.

"야, 니네들은 이렇게 노는 게 재밌냐?"

"재밌어요!!!"

팔 다리에 애들 하나씩을 달아 놓고 놀아주고 있는게 벌써 한 시간 째인 것 같은데 지치도 않는지 멀쩡한 걸 보면 역시 기사는 기사인가 싶었다.

"야! 니들도 좀 놀아줘."

혼자서 계속 애들을 감당해야 하는 샤카와는 다르게 애들은 자신이 지쳤다 싶으면 다른 애들이랑 위치를 바꿨기 때문에 한 시간 정도로는 아이들의 체력에 전혀 손상을 내지 못했다.

"기사 언니가 재밌단 말이에요!!"

"이 꼬맹이들이..."

샤카가 분노를 참듯 한 번 읍조리고는 애들 다섯 명 정도를 한 꺼번에 들고 마구 돌았다.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이 고아원에 전체에 퍼졌다.

'힐링 되고 좋네.'

요즘 과제가 많아서 잘 쉬지도 못 한데다가, 미래 계획을 세운다고 날이 좀 서 있었는데 이렇게 애들이 노는 걸 보니 푸근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예쁜 오빠가 좋다던 여자애들은 결국 더 재밌는 샤카의 주변으로 가버렸고, 내 주변엔 얌전한 애들만 모여 있었다.

놀아 준다기 보단, 머리를 빗어준다거나, 이야기를 해주는 등 애들을 돌보는 것에 가까워서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다.

"언니 좀 쉴테니까 다른 언니들한테 놀아달라고 해."

애들을 라이넬과 헤르티아에게 맡긴 샤카가 내 근처에 앉았다.

몸은 멀쩡해도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힘들었는지 마루에 바로 드러누웠다.

지근거리에서 바라본 샤카는 역시나 미녀였다. 북부 특유의 검은 머리는 그렇다 치고 피부도 건강하게 타있는 게 남성의 무언가를 자극 하는 느낌이 있었다.

물론 몸이 병신이라서 성욕이 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멋진 누님, 을 떠올리면 딱 생각나는 이미지라고 할까? 아무튼 겁나 이뻤다.

"많이 힘드셨어요?"

"어, 존나 힘들었..."

그 상태로 굳었다.

마치 냉동실에서 일주일은 방치된 물 처럼 꽁꽁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눈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굳은 걸 보면 어지간히 당황했구나 싶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괜히 근엄하실 필요 없어요."

"하아, 알았어."

역시 정신적으로 힘들 때를 공략해야 한다니까? 아마 불침번 때 편하게 얘기하자고 했으면 거절만 수십 번을 들었겠지.

"이런 애들을 도대체 어떻게 혼자서 관리하신거지?"

"원장님이 대단하신 분이신가보죠."

참고로 원장님은 마디안과 미네타와 함께 장을 보러 가셨다.

마디안과 미네타를 보넨 이유는 간단하다 걔네가 우리들 중에 가장 돈이 많거든.

'난세'의 통계로 미루어 봤을 때 첫날에 흑마법사가 공격해 올 확률은 0.2퍼센트가 안된다. 내일만 되도 4퍼센트까지 오른다는 걸 생각하면 오늘만큼 여유로운 날은 없지.

그래서 결국 영입할 애들과의 추억도 쌓을겸, 고아원애들에게도 맛있는 것들도 먹일 겸 해서 바비큐 파티를 열기 위해 애들을 보넸다.

솔직히 마디안과 미네타가 좀 못 미더워서 라이넬도 같이 보낼까 생각했지만 그러면 고아원에 3명만 남게 되니, 청기사단의 방침과 어긋나서 결국 둘 만 보넸다. 원장님도 같이 가셨으니까 잘 사오겠지.

"기사님도 힘들다고 느끼신 걸 보면, 애들이 엄청 활기 찬 모양이에요. 불우하게 자란 애들은 철이 빨리 든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이 아이들은 행복하게 자란 것 같아요."

"ㄴ... 선배라고 불러. 딱딱하게 기사님이 뭐냐."

원래의 샤카였다면 헤드록을 걸면서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을 텐데, 선배선에서 끝나다니.

하긴 이전 세계의 누나라는 단어와 오빠라는 단어가 가지는 차이를 생각해 보면 초면인 사람에게 누나라고 부르라고 단 번에 말할 수 없는 것도 이해가 됐다.

당장 나도 마음에 드는 연하의 여성한테 오빠라고 부르세요. 라고 말 할 수 없었으니까.

심지어 플레아의 외모를 현실에 가져가면 모든 연예인을 가볍게 쌈싸먹을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말하기 힘들었겠지.

'그러면 하이네스는 뭐지? 걔는 날 보자마자 자기를 누나라 그랬잖아.'

뭐긴 뭐야 미친년이지.

교양 마법을 들을 때마다 선배 말고 누나라고 부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알았어요. 샤카 선배."

선배라는 말을 딱 끊어서 얘기하니 아쉬운 듯 입을 다시는 샤카가 보였다.

'응~ 누나라고 안 해, 나한테 누나 소리 들을 수 있는 건 프레스티아 뿐이야.'

정작 프레스티아는 누나가 아니었지만, 생일까지 따져도 플레아가 절대로 누나는 아니지만, 그래도 누나라고 부르고 싶었다.

이렇게 둘만 앉아있을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 대화라도 해볼까?

불침번 시간 때 말한다 해도 길어야 하루에 2시간인데 당장 내일 흑마법사가 쳐들어오면 오늘 하루로 끝나 버리는 거니까.

"샤카 선배는 왜 청기사단에 들어가신 거에요? 샤카 선배 정도면, 원하는 사람도 많았을 테데."

"딱히 충성하고 싶은 사람을 찾지 못했거든. 제국 소속의 다른 기사단은 전부 중앙파 귀족들 때문에 거의 허수아비 신세다 보니 가장 제국에 충성하고 있는 청기사단에 들어온 거지 뭐."

청기사단에 들어온 이유는 '난세'나 여기나 똑같네.

청기사단에 소속되어 있지만 제국에게 충성을 다하지는 않는 샤카였기에 영입을 하기위한 난이도가 아주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타 기사단 소속 기사에게 영입 제안을 하는 건 크나큰 실례, 실패하면 욕을 엄청 들어 먹고 명예가 손상되지만 아무런 이득을 얻을 수 없었고 성공한다고 해도 명예가 날아가 버리는 위험한 행위였다.

그렇기에 이미 소속이 있는 기사를 손에 넣으려면 기사를 완전히 감화시켜서 그가 스스로 기사단에서 나오게 해야 한다.

특히 청기사단 같은 경우는 제국에게 충성을 바치는 이를 주군으로 모시겠다고 나가면 다들 축하해 주는 편이니, 샤카를 얻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당장은 세력이 약해도 2년만 지나면 나도 나름의 세력을 가지게 될 테니까.

지금까지 굳이 샤카를 얻기 위한 밑 작업을 치지 않은 것은 샤카가 그런 노력을 할 정도로 대단한 인재가 아니라서 그랬다.

하지만 지금의 샤카라면, 밑 작업 정도는 쳐도 괜찮지 않을까?

"충성을 바칠 사람을 찾는 다면 청기사단을 나오실 건가요?"

"그렇지 않을까?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제국에 충성을 다하고, 믿을 만한 인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청기사단을 나와서 그 사람에게 충성을 바치겠지."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

당장은 내가 이런 말을 한 이유를 눈치 채지 못하겠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세력을 키워나가면 내가 왜 이런말을 했는지 짐작이 갈테니까, 그 때가서 다시 말을 이어나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쉬셨죠? 이제 가서 애들이랑 놀아주세요."

"뭐? 왜? 난 아직 피곤하다고."

"얘들아!! 기사 언니가 너희들 놀아준데!"

나의 외침 한 번에 라이넬과 헤르티아와 놀던 애들의 눈이 샤카에게 고정 됐다.

"아냐! 언니 힘들어! 나중에 와!"

말을 잘 들으면 애들이 아니지, 샤카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에도 불구하고 애들은 빠르게 달려와서 샤카에게 안겼다.

"놀아줘요!!!"

"제발요!!"

결국 샤카는 몸 곳곳에 애들을 매단체 마당 중앙으로 가서 애들과 놀아줬다고 한다.

'좋은 엔딩이구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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