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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7화 (27/312)

〈 27화 〉 쇼핑을 하자­2

* * *

"아, 그게요..."

"옆에 있는 애들은 친구야?"

"네..."

"너, 라이넬 아니니? 스승님은 잘 지내시고?"

"네, 몸 건강히 잘 지내십니다."

카르멘 하이네스의 시선이 우릴 훑다가 나한테서 덜컥 멈춰섰다.

내 외모는 연상에게도 통하는 구나 하고 느낄 때쯤, 카르멘 하이네스의 눈이 나를 노려보듯 날카로워졌다.

그 눈빛에 육체는 저절로 겁을 먹고 움츠러 들었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 없겠지.

그래도 프레스티아 덕분에 내성이 생긴건지, 예전처럼 심하게 떨리진 않았다.

다른 애들도 나를 향한 카르멘 하이네스의 눈빛을 느꼈는지, 차가운 공기가 우리 사이를 관통했다.

"너도 우리 미네타 친구니?"

"네, 그런데요."

카르멘 하이네스가 미간을 붙잡았다.

왜지?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있나?

"미네타, 네가 친구로 받아들였다면 내가 할 말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애는 좀 아니지 않니?"

카르멘이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훑고는 미네타를 바라봤다. 잠깐 사이에 본 그녀의 눈빛엔 미약한 혐오의 감정이 어려있었다.

'아니 내가 뭐 어때서?!'

나는 그녀 앞에서 어떠한 잘못을 한 적이 없다.

그녀가 나를 싫어할 만한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내가 평민이라는 것? 확실히 마디안이나 미네타는 꽤 고급진 옷감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었고, 라이넬은 자신의 친구의 제자다.

확실히 내가 입고 있는 옷이 꽤 싸구려긴 하지만 옷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다고?

나도 모르게 찌푸려 질뻔한 표정을 간신히 간수했다. 어차피 앞으로 볼 일도 없는 사람한테 괜히 화내면서 기분이 상하고 싶진 않았다.

근데 굳이 화를 내고 싶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 플레아가 어쨌다고 그래요?!"

마디안이 크게 외치며 카르멘을 노려봤다.

카르멘이 나와 마디안을 보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남장하고 제도를 거니는 친구는, 좀 아니지 않니?"

내가 순간적으로 잘못 들었나 싶었다.

혹시 남창이라는 말을 남장으로 잘 못들은 걸까 도 생각도 해봤지만, 문맥이 맞지 않았다. 아니, 아예 맞지 않는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

"남장이요?"

"그래, 남장, 개인의 취향이야 이해해줄 수 있지만 그런 애가 우리 미네타의 친구라는 사실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플레아는 남잔데요?"

"그럴리가, 미네타는 남자랑 같이 못 있어."

드디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카르멘은 미네타의 친척인 만큼, 미네타의 남성 공포증도 알고 있었겠지, 그런 미네타가 남자사람 친구를 사귀었을리는 없을 테니 내가 여자라고 생각했던 거고.

미네타를 빤히 쳐다봤다.

여기서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은 너랑 나 밖에 없는데 너희 이모한테는 네가 직접 설명해야 하지 않겠어?

"이모, 그게요..."

미네타의 설명을 모두 들은 카르멘은, 미네타의 등을 팍팍 치며 크게 웃었다.

"다른 남자들은 가까이 다가만 와도 경기를 일으키더니, 잘 생겼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 버린거야? 역시 너도 여자였구나?"

"아악! 이모, 아파요!!"

미네타의 비명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몇 대 더 때려준 카르멘은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미안하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너를 오해했구나."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 카르멘이 허리를 숙였다.

아무리 자기 잘못이어도 귀족이 평민 상대로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아무리 조카의 친구라고 해도...

카이멘은 귀족치고는 꽤 젠틀한 사람인 모양이다.

"그렇게 까지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용서해 주겠니?"

"네, 단순히 오해에서 생긴일이니까요."

어느정도 화기애애 한 분위기가 자리 잡자, 마디안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 어디로 갈거야?"

"응? 어디로 간다니?"

라이넬에 물음에 답할 마디안의 대답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최소한의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이지만, 저년이라면 할 지도 몰라.

"미네타가 이모가 운영하는 백화점은 꺼림칙해서 못 가겠다며, 그러면 다른 데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 정도면 고의로 그러는 게 아닐까? 사실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이런 발언을 함으로서, 미네타와 카르멘의 관계를 진척시키려는 원대한 계획이 있는 거지,

마디안이 눈치라곤 1도 없는 바보라는 가정보다는 이쪽이 훨씬 현실감 있었다.

"미네타?"

"그게 아니라요..."

"야! 마디안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떡해?!"

"원래, 사람 사이의 관계는 대화를 하면서 풀어야 하는 거라고."

마디안이 하이네스들에겐 들리지 않도록 소근소근 말했다.

아니, 네 말이 맞긴 한데, 그런 방식으로 강제를 대화시키다간 네 이미지가 박살이 나지 않을까?

"봐봐,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잖아."

하이네스들 쪽을 바라보니, 카르멘이 후회감에 찬 얼굴로 미네타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미안하다, 괜히 언니와 나의 갈등 때문에 너한테까지 걱정을 끼친 것 같구나..."

"아니에요..."

"내 말 맞지? 여기서 쐐기를... 으으읍!!!"

하이네스들에게 다가가려는 마디안을 라이넬이 제압했다.

잘 했다는 의미로 엄지 한 번 들어줬다.

"마디안, 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너무 빠꾸가 없는 애인 것 같아."

"으으읍!!"

그렇게 끄덕거리지 마, 진짜 미친년같으니까.

"그래서, 우리 학생들은 무슨 물건을 사러 왔니?"

"흑마법사들의 흔적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게 됐는데 그 때 필요한 도구들을 사러 왔어요."

"잘 찾아왔네, 아줌마 가게엔 없는 게 없거든."

"거짓말..."

"우리 조카 뭐라고 했니?"

그래, 저렇게 친근한 모습을 보니 훨씬 낫네.

카르멘의 안내에 따라 잡화점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넓게 만들어진 건물이라 그런지 물건의 종류가 굉장히 많았다.

"일단, 잡다한 물건은 내가 다 가져올게, 물론, 계산은 n등분해서 하는 거다."

"당연하지, 팀을 위한 장비일 거 아니야."

"그러면, 각자 필요한 물건을 사다가, 여기서 다시 모이자."

라이넬~ 기사반이라서 배운 거 있다고, 지휘하는 거야? 멋진데?

"나는 플레아 옆에서 붙어 다닐래! 나는 플레아처럼 서클도 없는 그냥 평범한 행정반 학생이거든! 무기고 뭐고 들어봤자 아무런 의미 없겠지."

"그래, 같이 붙어 다니자."

안 그래도 할 말이 많았는데 잘 됐지.

미네타도 카르멘과 할 말이 많아 보이니 이렇게 찢어지면 되겠지.

3층의 마법물품 상점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큰 잡화점이라 그런지 이곳 저곳에 직원들이 많이 보였다.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조금 둘러볼게요."

직원에게 한 마디만 한 뒤, 구석진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런 구석에서 찾을 만한 게 있어?"

"아까 완전히 확신에 가득 차서 행동하더라? 네가 아무리 빠꾸가 없는 애라곤 하지만, 잘 못하면 큰 실례가 될 수 있는 발언을, 너무 당당하게 말했어."

"그야, 확신이 있었으니까 그렇지, 그 둘은 아마 진지하게 대화할 수 시간만 주어지면 충분히 다시 친해질 수 있었을걸? 나는 좀 과격한 방법을 사용했을 뿐이고."

그렇게 말하는 마디안의 눈빛은 똘망똘망했다. 미약한 현기마저 보인다고나 할까? 평소의 마디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어떻게 확신을 갖게 된건데?"

"유명한 이야기 잖아? 하이네스가의 가주의 동생은 옛날에 가주의 자식들을 엄청 좋아했다고, 가주와 사이가 틀어져서 어색해 졌을 뿐, 아마 어릴 적 추억은 그대로 있겠지."

"흐음?"

계속 해봐.

"둘 사이의 관계가 적인 것도 아니고, 그냥 좀 말 걸기 불편한 정도일 뿐이야. 그리고, 카르멘 아줌마는 최근 들어서는 정신을 차렸다는 평가가 많으니까, 미네타가 자기 가게에 들어오기 불편하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한테 화내지 않고 자기를 자책할 거라고 생각했어."

"겉 똑똑이네, 그렇게 치밀하게 계산하고 한 거 아니잖아?"

"푸하! 우리 플레아 눈치가 빠른데?"

마디안이 진열대 하나에 등을 기댔다.

"맞아, 그냥 본능적으로 될 것 같더라고, 그래서 질렀지, 그리고 성공했고, 어때 이 누나가 좀 달리 보여?"

"그래, 좀 달라보이네."

이 정도면, 그래도 중히 쓸 수는 있겠어.

"하하! 그래 나 대단... 우악!!"

­와르르르르!!

와, 나 뭐 쓰러질 때 와르르르 소리는 나는 거 처음 봐, 작은 직윤면체 같은 게 한 번에 쓰러지면 저런 소리가 나는 구나?

"하하... 이게 왜 넘어지지?"

마지막에 넘어지지만 않았어도 꽤 멋졌을 텐데...

화들짝 놀라서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직원들을 보고 미간을 짚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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