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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5화 (15/312)

〈 15화 〉 운동을 해보자­1

* * *

아카데미에 입학한지도 벌써 2주가 흘렀다.

길다면 긴 시간었지만 아카데미 생활에 충실하며 살다 보니, 꽤 빠르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인재 영입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이대로만 가면 되겠네.`

내가 잠재적으로 영입한 인재는 총 3명, 한 명은 소드익스퍼트를 목전에 두고 있는 기사반의 라이넬, 한 명은 마법에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행정반에 들어온 희대의 멍청이 미네바, 지금은 미레타와 나의 설득으로 마법반으로 전과하긴 했는 데 무슨 생각으로 행정반에 온 건지는 모르겠다. 몇 번을 물어봐도 부끄럽다면서 대답을 안 해주니….

마지막 인재는 행정반의 마디안, 누군지 기억 안 난다고? 기억 안 해도 된다. 그냥 주변에 있었고 나한테 반한 것 같아서 영입한 거니까, 중히 쓸 생각도 없지만 적당한 행정 인재 하나를 그냥 버릴 수도 없어서 같이 다니는 중이다.

왜 다 여자들이냐, 남자를 차별하는 거냐. 라고 물을 수도 있는데 이건 어쩔 수 없다. 기본적으로 내 외모가 통하는 사람들은 모두 여성들일 수 밖에 없는데다가, 아카데미의 남학생들 중 재능 있는 사람 중 대부분이 높으신 분이고, 그나마 재능이 있었던 기사반 평민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으며, 행정반의 평민들은 여귀족들에게 눌려서 이미 반쯤 소속되어있었다.

`아직 3주차니까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어.`

사모아 공녀한테 단단히 찍혔다는 걸 제외하면 지금 까지의 시작 중 가장 좋았다.

일반적으로 플레이하면 지금 시점에 라이넬 하나밖에 없는 게 정상이다.

미네바와는 접근도 못 하고 있었을 테고 얼굴로 사람을 꼬셔서 영입하는 건 게임 내에선 불가능 한 방법이니 만큼 마디안도 얻지 못 했을 테지.

사모아 파벌의 압박? 시간이 흐르다 보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이다. 애초에 사모아는 나를 경쟁자로 보고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하찮은 평민이 감히 자신에게 대들었다는 것에 빡쳐하면서 나를 괴롭히고 있는 거니까.

`그리고 슬슬 이벤트가 하나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2주쯤 남았으려나? 제도 전체에 이름을 날릴 수 있는 멋진 이벤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조용히 있어도 되겠지.

수첩에 계획을 적어 내려가던 것을 멈추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슬슬 약속시간이니까,

지금 누구를 만나러 갈지를 떠올리면 1시간씩 일찍 가서 대기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너무 눈에 띄니까.

집에서 나올 때 입었던 사복을 입고 하얀색 가면을 얼굴에 걸쳐 썼다.

이렇게 차려입어도 나를 잘 아는 사람은 금방 알아보겠지만, 일반 학생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지.

최대한 인적이 드문 길을 통해 교문까지 걸어갔다.

"후배 왔냐?"

"네, 후배 왔습니다."

교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미레타 선배, 나를 프레스티아한테 인도해줄 천사 같은 분이다.

"근데 진짜 괜찮겠어? 남자애가 따라 할 수 있는 강도가 아닐 텐데."

"괜찮아요. 너무 힘들다 싶으면 다른 분들 시다바리나 하죠."

내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프레스티아와 그녀의 수하들이 정기적으로 수련을 하는 수련장, 무려 프레스티아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것도 지근 거리에서!

상상만해도 즐거운 상황에 헤실헤실하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가면 덕분에 내 표정이 밖으로 들어날 일도 없으니 마음 편하게 웃었다.

내가 프레스티아의 수련장에 왜 가냐고?

설명하자면 대략 3일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점심시간마다 프레스티아를 감상했던 나지만, 같이 돌아다니는 친구겸, 부하들이 생긴 이후에는 함부로 프레스티아를 구경하지 못 했는데 그 때문에 체내의 프레스티아력이 급감하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교양 마법 수업시간이 진행 됐고, 미레타 선배가 프레스티아와 친하단 점을 떠올리고 나도 수련에 끼워 달라고 졸랐다.

미레타는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렇게 귀엽고 잘생긴 후배가 애처롭게 비는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오늘 아침에 나도 참여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고 이렇게 같이 가고 있는 거다.

다만, 내가 프레스티아의 파벌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면 안 되기에 이렇게 변장을 하고 미레타와 둘이서만 걸어가고 있다.

아직 프레스티아랑 어울리기엔 격이 떨어진다는 거겠지. 나도 괜한 관심은 받기 싫었기에 프레스티아의 명령대로 변장을 하고 가고 있는 거긴 했지만 마음이 살짝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이 수련하는 것 까지는 허락해 줬다는 건 그녀도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표현한 거겠지.

"도착했어."

"... 안에 아무도 없는데요?"

"결계가 있어서 그래. 안으로 들어가면 다 보일 거야."

역시 헬링가, 본가도 아니고 제도에 결계를 세워 놓다니...

미레타가 결계 안으로 들어가니 방금전까지 옆에 있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드디어 프레스티아를 볼 수 있어.`

가면을 슬쩍 벗었다.

기대와 긴장을 가득 담고 결계 안으로 들어섰다.

결계를 지나자 마자 보이는 풍경은 커다란 연무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운동을 하는 10여명의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의 명령을 듣기 위해서 데려온 듯 보이는 몇 명의 남성들, 구성원 중 한 명이 매니악한 취향이라도 있는 건지 한 명도 빠짐없이 집사복을 입고 있어서 속이 좀 울렁거렸다.

아무리 귀여워도 남자는 좀...

`프레스티아는 어디 있지?`

프레스티아를 찾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이곳에서 가장 빛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가장 예뻤으니까 시선을 막 돌리다가 본능적으로 멈칫, 하는 구간에서 멈추면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눈나!! 이뻐요!`

학교에서 혼자 운동을 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복장이었다. 몸에 타이트하게 달라붙는 재질의 옷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모습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야! 신입 데려왔어. 모여봐!!"

미레타의 말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기보다 머리 하나씩은 큰 여성들이 우르르 모여들고 있으니 육체 놈이 겁먹어서 덜덜 떨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내가 이겼다.

어떻게 나를 향해 다가오는 프레스티아를 보고 떨 수가 있겠어?

`그건 그렇고 뭔가 이상한데?`

왜 여자밖에 없지? 헬링가의 가신들은 성비가 반반 정도 되지 않았나?

"오셨습니까, 플레아씨?"

심장!!! 내 심장이!!!

프레스티아가 나를 보고 웃어줬어! 물론 가신들이 주변에 있으니 본심을 숨기고 가식을 부리고 있는 거겠지만 그게 어디야. 가식인 걸 알고 봐도 예쁜 미소에 가슴에 심장이 터질 듯 두근 거렸다.

평소엔 단정하던 머리가 운동을 하면서 살짝 흐뜨러졌다. 땀 한 방울이 얼굴을 살짝 흐르는 모습이 미의 극치를 보는 듯 했다.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게 아닐까?

"ㄴ...네..."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수줍음 가득한 말 밖에 내 뱉지 못 했다.

"남성 분이 먼저 찾아와 주신 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아마 운동은 처음이신 듯 하니 제가 가르쳐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머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조건 반사도 이것보단 느리지 않을까?

아니 무조건 느려야 했다. 무릎 따위가 아프다고 발을 드는 것 보다는 프레스티아와 같이 운동할 수 있는 게 훨씬 중요했으니까.

"오올, 프레스티아, 숙년데?"

"신사분, 저년 완전 늑대니까 조심하세요."

주변에서 쫑알대는 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뻗은 손을 잡고 수련장의 구석부분으로 향했다.

하늘을 걷는 기분이었다. 제발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

"프레스티아, 오늘 남자놈이 수련에 참여한다며?"

"그래, 왜?"

"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남자를 불러들였데?"

"내가 불러들인 거 아니야. 그쪽에서 사정한 거지."

"결국 허락한 건 너잖아? 남자는 하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애가 왜 남자가 우리 구역에 발을 들이는 걸 허락했나 싶어서."

그녀의 말 대로였다. 남자란 그저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만나본 남성인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매일 맞고 괴롭힘 당하면서도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끙끙 앓던 머저리였고, 그의 피를 이은 하나 뿐인 오라비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장난감 처럼 다뤄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

다른 남성들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어머니가 `친구`랍시고 데려 온 남자들은 자신의 눈빛도 견디지 못하고 질질짰으며 남기사라고 불리는 이들조차 나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했다.

내 시선을 마주칠 수 있는 이들, 나에게 반항 할 수 있는 이들은 오롯이 여성들 밖에 없었다.

`그 놈을 제외하면 말이지.`

내 시선에 겁을 먹고 떨면서도 기쁘다는 듯 바라보던 놈, 감히 내가 눈독 들이던 인재를 가로채 간놈, 범 무서운줄 모르는 하룻 강아지.

`하지만 그렇기에 더 매력 있는 법이지.`

적어도 지금까지 만나본 남성 중엔 가장 매력이 있다고 해도 괜찮으리라.

"조용히 하고 수련이나 계속해."

잠시 뒤 결계가 가볍게 흔들렸다.

아무래도 놈이 온 모양이었다.

"야! 신입 데려왔어. 모여봐!!"

다른 이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하긴 맨날 여자들끼리만 있던 곳에 남자가 들어왔으니 신기하기도 하겠지.

`어디 애완동물을 좀 교육해 볼까?`

그를 이곳에 부른 이유기도 했다. 감히 주인에게 반항하는 애완동물의 길을 들이는 것, 한 번 제대로 밟아주고 부하들이 한 번씩 돌려주면 아무리 그라도 꺾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꺾이지 않는다면? 그 때는 그를 인정해 줄 때일지도 모르지.

수하들을 해치고 그에게 다가갔다.

숨이 멎어 버릴 것 같았다.

남자한테는 관심을 가질 일이 없을 줄 알았것만, 나도 여자인 모양이었다.

아카데미의 제복이 아니니 사복을 입고있는 그의 모습은 그야 말로 천사였다.

천하제일미라는 말이 그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오셨습니까, 플레아씨?"

"ㄴ...네..."

저번에 봤던 미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처음 봤을 때의 사랑에 빠진 눈빛, 그대로였다.

나도 모르게 아쉽다는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남성 분이 먼저 찾아와 주신 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아마 운동은 처음이신 듯 하니 제가 가르쳐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수하들에게 나눠주기엔 너무 아까운 음식이었다.

원래 맛있는 건 군주 혼자만 먹어야 하는 법.

"오올, 프레스티아, 숙년데?"

"신사분, 저년 완전 늑대니까 조심하세요."

내 눈빛을 견딜 정도의 담력, 스스로 세력을 키우고자 하는 의지, 마음 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아먕.

무의식적으로,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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