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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편집자의 이중생활-167화 (167/201)

167화 ― 이 정도 매출이 나와선 안 되는데?

* * *

딸칵— 드르륵— 딸칵딸칵—

내가 아침부터 BS북이 아닌 LGA컴퍼니로 출근한 이유. 그건 오늘이 바로 베타 꼬리표를 뗀 에르미스의 첫 정식 출시일이자 강추강 작가의 나 혼자만 상하차의 웹툰 런칭일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전장에 나가는 병사들처럼 우리가 결연한 표정으로 회의실에 모인 것은, 금일 00시부터 시작된 나 혼자만 상하차의 웹툰 매출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00시부터 시작되었기에 고작 9시간 정도의 매출만 나왔을 터. 하지만 그 정도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의 우리 에르미스에서 처음 출시되는 한국 웹툰! 나 혼자만 상하차가 어느 정도의 매출을 만들어내는지 지표로 판단할 수 있을 테다.

“잠시만요!”

“……예? 하실 말씀이라도?”

웹툰 정산 페이지를 향해 조심스럽게 마우스를 옮기던 단풍 삼촌이 내 외침에 움직임을 멈췄다.

“웹월드 CP 먼저 확인해 보는 게 어떨까요? 원작 매출로 일단 어느 정도 반응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서…….”

“저,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요.”

긴장감이 가득 묻어나는 나와 지연이 그리고 권미현의 말에 단풍 삼촌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나혼상 매출 때문에 긴장하신 건 알겠는데, 정신 좀 차립시다. 웹월드 CP 사이트 실시간 아니잖아요.”

“……아? 맞다. 익일이었죠.”

일반적으로 원작이 있는 소설이 웹툰화가 되었을 경우, 원작 소설의 매출 또한 수직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설 원작 유무와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웹툰이 웹월드나 테일랜드 같은 플랫폼에 런칭이 되었을 시 첫날에 풀리는 회차 수는 10화 전후.

즉, 해당 내용의 뒷부분이 궁금해 미치겠을 경우 원작인 웹소설을 찾아와 읽기에 원작의 매출 또한 덩달아 뛰는 구조다.

‘바보같이 정신을 아예 놓고 있었네.’

곧장 에르미스 웹툰 매출을 확인하는 게 두려워 원작 소설의 평소 매출보다 얼마나 더 큰 차이를 만들어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 거였다.

하지만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단풍 삼촌의 말처럼 나혼상 원작 소설이 연재되는 웹월드의 CP(Contents Provider) 사이트에선 금일 매출을 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을 잊은 것이었다.

웹월드 CP 사이트에서는 당일 매출 확인이 불가능하고 그다음 날이 되어야 전날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니까.

“후우…….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을 잠시 놨네요. 그럼 다시 매출 확인해 주시죠.”

“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포장을 까야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것 아닙니까? 예?”

“그렇죠…….”

비록 호탕한 말투를 내뱉고 있었지만, 마이크로 익스프레션으로 읽은 단풍 삼촌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무진 본부장님, 잠시만요!”

“미현 본부장님……. 이번엔 무슨 일이시죠?”

단풍 삼촌이 회의실 한쪽 벽면을 비추는 빔프로젝터와 연결된 노트북 마우스를 다시 움직이던 그때, 권미현이 다급하게 단풍 삼촌을 불러 세웠다.

“……저, 전체 매출 전에 국내 매출부터 먼저 확인하면 안 될까요? 국내 매출부터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원래의 미래와 달리 나는 나혼상의 웹툰화를 준비함과 동시에 에르미스에서 제공하는 전 국가의 언어로 동시 번역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번역이란 게 쉬운 것도 아니고 또한 비용 또한 많이 드는 일이었지만, 나혼상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보장된 작품.

비록 한국 기준으로 오늘 자정에 정식 서비스 오픈과 함께 나혼상의 웹툰 연재를 시작했지만, 이 웹툰을 보고 있을 독자들의 눈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닌 전 세계였다.

한국보다는 해외 매출이 더욱 높을 테기에 권미현도 저런 말을 하는 것일 테다. 아무래도 국가별 통합 총매출을 확인했을 때, 생각보다 매출이 낮다면 우리가 받는 정신적인 충격 또한 클 테니까.

“……어떻게 할까요, 대표님?”

“미현 본부장님 말대로 하시죠. 저도 국내 매출부터 확인하는 게 편안할 것 같네요.”

고개를 슬쩍 끄덕인 단풍 삼촌이 다시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마우스를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우, 긴장을 안 하려고 해도 안 될 수가 없네.’

나 혼자만 상하차.

이 대작 웹툰이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흥행할 작품이란 것을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회귀 전과 달리 나혼상의 웹툰 런칭일은 무려 2년이나 빨라졌고 연재 플랫폼 또한 원작이 연재 되고 있는 웹월드가 아닌 내가 만든 자체 플랫폼, 에르미스다.

물론 자신은 있었다.

비록 시기적으로도, 플랫폼의 유명세도 이전보다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원작의 윤문과 설정을 포함한 각색본과 웹툰의 그림체도 내 기억 속의 작품보다는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딸칵— 딸칵딸칵— 드르륵—

머리에 상념이 몰려드는 순간에도 단풍 삼촌의 클릭질은 거침이 없었다.

“자, 그럼 국내 매출 이제 확인합니다. 다들 준비되셨죠?”

“……네. 보여주시죠.”

“예, 그럼.”

딸칵딸칵—

마우스 클릭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마른침이 식도를 넘어간다. 로딩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순간이 시간이 멈춘 듯 길게 느껴진다.

주 7회 연재를 하는 웹소설을 기준으로 하자면 일평균 매출은 요일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웹소설과 달리 웹툰은 주 1회 연재되는 게 통상적. 즉, 일매출이 아닌 회차별 매출로 계산을 하는 게 더 정확하다.

“로딩이 기네. 금일 자정부터 현재 시간 오전 8시 52분까지 나 혼자만 상하차의 총매출은…….”

국내 웹툰의 압도적인 강자는 웹월드와 테일랜드 두 곳 그리고 그중에서도 더 높은 매출을 뽑는 곳을 잡자면 테일랜드라고 할 수 있다.

테일랜드는 토요일에 연재되는 토요 웹툰이라고 가정할 시 전날인 금요일 밤 11시에 올라온다.

‘전날 11시에서 자정까지 매출의 20~30%가 발생하지. 그리고 연재 당일인 토요일 하루 종일 발생하는 매출이 50~60% 선이고.’

그리고 일요일부터 다음 연재일까지의 매출이 나머지 10~30% 정도를 차지한다. 그렇기에 지금 확인할 나혼상의 매출이 30% 정도는 되는 부분을 차지할 테기에 밀려드는 긴장감을 떨쳐 내기는 쉽지 않았다.

“오, 나왔습니다!”

“어머.”

“세, 세상에!”

“……5,831만 원!?”

매출을 확인한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반면 본부장들은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아직 오전 9시도 안 됐는데 6천만 원에 근접했어요! 대박이에요 대표님!”

“그아하하하! 이것 보십쇼! 내가 걱정할 것 없다니까!”

“축하해요 대표님! 이 정도면 LGA컴퍼니에서 제작한 웹툰들 중에 가장 높은 매출 같아요! 불 지르는 파이어맨보다도 너 높은 수치라구요!”

“…….”

권미현과 단풍 삼촌 그리고 지연이까지 모두 활짝 핀 얼굴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내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적어. 나혼상은 이 정도 매출이 나와선 안 되는데?’

아직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6천만 원이란 매출이 나온 거였다. 하지만 내 기억 속 나혼상의 첫날 매출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었기에 결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표정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요?”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웃음을 멈춘 지연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담아 내게 물었다.

“아, 괜찮아요. 무진 본부장님. 국가별…… 아니, 나혼상 총매출도 바로 보여주시죠.”

“그으흐흐, 우리 대표님 좋아서 저러신다니까. 자! 그럼 이제 국가별 매출 말고 총매출로 보여드리죠. 어디 보자아.”

적진을 침략하는 프로게이머처럼 단풍 삼촌이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였다.

“음, 이게 국가별 총매출을 한 눈에 보여주는 거여서 로딩 시간이 좀 길긴 합니다. 참고로 해외 결제는 환율에 맞춰서 US달러로 환산되는거라 정확한 금액은 아닌 점 다들 참고해 주시…… 어어?!”

“엄마야!”

“일, 십, 백…….”

“저게 뭔…….”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길었던 로딩 시간이 끝나고 뜬 화면. 그리고 눈을 의심케 하는 숫자들에 이번엔 나까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국, 일본, 프랑스.

그리고 기타 국가명 옆에 적힌 수없이 많은 동그라미들. 그리고 그 모든 게 합산된 숫자는 7,107,129 USD라고 적혀 있었으니까.

“사, 삼촌. 저게 얼마야? 원화로 얼마냐고?”

큰돈에 눈이 돌아간 것처럼 나는 회사인 것을 망각하고 단풍 삼촌을 반말로 부르며 계산을 재촉했다. 평정심을 유지하기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큰 금액이었으니까.

“기, 기다려 봐라. 오늘 환율 달러당 1,183원으로 계산하면…….”

“얼만데?!”

버럭 외치는 말에 단풍 삼촌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암산을 하던 것을 멈추고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목울대가 넘실거릴 정도로 마른침을 삼키면서.

“팔십…… 팔십사억 원.”

“헉!”

“와!”

“헐?”

경악할 만한 액수에 우리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은 사이, 잠시 숨을 고른 단풍 삼촌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정확히 따지자면 8,407,733,607 원이다. 수수료 제하고 차 떼고 포 떼면 많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일단 오전 9시까지의 매출만 두고 봤을 땐…….”

“대박 났네.”

“그래, 에르미스 제대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디. 참고로 저 매출은 국내 매출은 포함 안 한 매출이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그아하하! 대박 났다! 이건 아직 오전 9시까지 매출이라고!”

테일랜드와 웹월드 그리고 소설피아.

웹소설 계 삼대장이라 불리는 플랫폼들과 각축전을 벌이기 위한 창. 그리고 그들이 작가들의 고혈을 빼먹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방패였다.

다만 우리가 아무리 고심을 하고 수많은 시간, 인력, 자본을 투자했다고 한들, 독자들에게 외면을 받는다면 에르미스의 가치는 0에 수렴했을 터였다.

“대표니임, 정말 축하드려요.”

“대표님, 본부장님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짐승 같은 포효를 내뱉는 우릴 향해 지연이와 권미현은 감정이 복받치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눈가를 훔쳤다.

“지연 본부장님, 미현 본부장님 그리고 무진 본부장님. 여러분이 없었으면 해낼 수 없었던 일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내 글이 성공했을 때와 달리 처음 느껴보는 희열에 도취 됐다. 하지만 아직 이제 시작일 뿐, 본격적인 싸움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왜 다들 해외 해외 하는지 알겠네요. 국내와는 아예 차원이 다른 매출을 보여주니까요.”

앞으로 있을 플랫폼들 그리고 타 출판사들과의 혈투를 벌일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지금은 그에 관해 말할 때가 아니다.

그동안 몸과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을 방증하듯 다크 서클이 눈 아래로 짙게 흘러내린 우리 임직원들에게 해 줄 말은 따로 있으니까.

“자, 그럼 일단 오늘은 다들 푹 좀 쉬고 성과급 얘기부터 하고 회의 마무리 할까요? 이번 보너스는 인턴까지 다 지급됩니다.”

“그으흐흐, 좋습니다.”

“그 전에, 우선 가장 고생한 본부장님들부터 돈쭐 내드리고요.”

“그아하하, 더 좋습니다!”

“꺅, 좋아요!”

“감사해요, 대표님!”

나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것.

버는 만큼 나누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삶이다.

그리고 직원들을 위한 최고의 보답은 언제나 돈이 첫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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