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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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닥— 타닥— 타다다닥—
내가 계약한 스타작가 윤선미는 자신의 배우 경력을 살려 배우 물을 여전히 연재 중이다. 전생에는 뜨지 못했던 무명 배우가, 과거로 회귀한 후 아역 배우부터 슈퍼스타로 성장한다는 본격적인 배우 성장물이지.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윤선미의 글은 소위 말하는 결사대 즉, 꾸준히 매화를 따라오는 고정 독자층이 생겨 훌륭한 연독률을 보여주고 있다.
타다다닥— 타닥— 탁탁탁—
하지만 신인 작가 치고 괄목할 만상 성적을 냈을 뿐이지, ‘히전죽’ 작가가 이혼물을 썼을 때나 나와 ‘야식의유혹’ 작가가 힐링 요리물을 썼을 때처럼 웹소설 판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신작을 아이돌물로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주인공 자체가 아이돌이 되는 작품은 나 말고도 슬슬 구상하고 있을 작가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을 거기에, 그들의 파이를 최대한 빼앗지 않는 선에서 진행해보려 한다.
타다닥— 탁— 타타타탁—
내가 기획하는 신작은 완전한 아이돌물이라기 보단 아이돌물의 탈을 쓴 직업물에 더 가깝지. 하지만 다양한 요소를 넣어 내 글을 읽는 다른 작가들이 배우물을, 가수 물을 그리고 아이돌 물을 집필할 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신작은 아무래도 코즈일보단 노원지귀로 쓰는 수밖에 없겠네. 이전 작품의 스핀오프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테니까.’
작년이었던 2015년 10월 12일에 완결했던 노원지귀의 첫작 ‘혁명적인 작가 생활’은 북에서 넘어온 김정은의 이복동생이 남한에서 혁명적인 웹소설 작가 생활을 하는 내용을 담았었다.
처음에는 빨갱이 찬양 글이 아니냐며 욕하던 독자들도 드문드문 있었지만 매 회차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자유민주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보이는 주인공의 갭차이에 독자들은 점점 빠져드는 모습을 보였었지.
타다닥— 타다다다닥— 타다닥— 탁—
그리고 지금 시놉시스를 짜고 있는 신작은 전작의 주인공이자 단풍 삼촌의 본명인 ‘리무진’을 그대로 가져와 진행하는 아이돌 PD물이다.
내가 기획한 신작의 가제는 ‘혁명적인 스타 생활.’ 그리고 주인공 리무진은 모란봉 악단의 PD였던 사람이다.
어학부터 운동, 노래, 연기, 춤까지 다재다능한 만능 엔터네이너였던 리무진은 출중한 외모까지 더해져 자신이 기획한 공연을 관람하던 김정은의 아내에게 칭찬을 받게 되는 게 바로 불행의 시작!
그걸 시발점으로 김정은의 눈밖에 난 리무진은 한국 드라마 시청이라는 빌미로 가족이 모두 몰살당했고 한국에 와서 기초수급자 생활을 하는 부분으로 서론을 시작했다.
똑똑똑—
“배달이요~.”
“기다리시라요! 날래 가겠시오!”
모란봉 악단의 단장이었던 리무진.
아니 이제 남조선에선 이무진이란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 이무진은 빌라의 얄팍한 철문 너머로 밀려드는 고소한 닭 튀긴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오마이…… 남조선에선 내 혼자만 닭 한 마리를 다 먹습네다…….’
노릇한 기름에 튀긴 닭 냄새에 삼선 쓰레빠를 질질 끌며 현관문으로 향하는 이무진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한국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몰래 시청했다는 그 죄 하나만으로 일가족이 처형되고 북조선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며 도망치던 삶이 5년이었다.
남조선에 도착한지 이제 3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맛난 음식이 보이면 북에…… 아니, 하늘에 계실 오마이 생각에 이무진의 눈가는—
쾅! 쾅!
“아저씨! 바빠요!”
“아, 미안합네다.”
고소한 튀긴 닭 냄새에 하늘에 계신 오마이 생각이 가득 떠올랐지만, 남조선 쌍간나의 거친 음성에 이무진은 다급히 상념을 지우고 삐그덕대는 현관문을 열었다.
끄이이익—
“만이천 원이요. 영수증 드려요?”
“…….”
모란봉 악단의 단장이었던 리무진.
그는 하이바를 쓰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앳된 청년의 모습을 보고 직감했다.
“아저씨, 영수증 드리냐니—”
“혁명적! 혁명적인 얼굴이구나 기래! 네 뭐 하는 아니?”
“뭐야이 씨? 어딜 만져요! 딸배 처음 봐?”
갑자기 자신의 팔을 더듬거리는 이무진의 행동에 치킨 배달을 왔던 청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 치려 했다.
하지만 이무진은 모란봉 악단의 단장 출신.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모든 걸 코칭하고 아우르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북에서 남조선까지 헤엄을 쳐서 귀화한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간나야, 네 이름이 뭐니? 노래 좋아하니?”
“씨이팔, 뭐라는 거야 조선족 새끼가! 힘 왜 이래? 팔 놔! 이거 안 놔?”
“크흐흐, 이 종간나 아새끼 보라우? 입이 험하구나야. 조선족이 아니라 나는 조선인이야. 너와 같은 남조선 사람이디.”
“으아악! 왜이래! 이거 놔……으븝? 읍읍읍!”
치킨을 배달하러 왔던 김상민이 몸부림을 쳤지만 한쪽으로는 양 손목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론 입을 막은 우악스러운 이무진의 손길을 뿌리칠 수 없었다.
질질— 끼이잌—
콰앙!
김상민은 이무진의 거친 손길에 그의 빌라 안으로 질질 끌려 들어왔다. 빌라의 문에 거친 쇳소리를 내며 닫혔고 김상민은 자신을 힘으로 굽혀 내려보는 이무진을 바라보며 덜덜 떨었다.
“으브읍!? 읍읍으브응읍!”
“이야이~ 이거? 아주 핵이 터지는 얼굴이다야? 간나야? 왜 그러니? 기절한 거니?”
그릴즈를 연상케하는 이무진의 금니 가득한 미소와 함께 쏟아진 말에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타다다닥— 타닥— 탁—
배운 재주가 엔터 쪽에만 치중되어있던 리무진은 한국에 와서 우연히 만난 치킨 배달부 김상민을 시작으로 그와 같이 막노동 일꾼, 중국집 배달부, 택배 배송 기사, 쓰리잡 뛰는 대리운전 기사 등.
원하지 않는데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사는 청년들을 모아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골조다.
타다닥— 타닥— 타다다닥—
“끄으으…… 초안은 이 정도로 마무리 할까?”
현재 연재 중인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지만 아무래도 작가들에게 가장 재미있고 신나는 순간을 꼽으라면 신작을 준비하는 단계일 지도 모른다.
모란봉악단 PD 출신인 이무진이 모은 아이돌 멤버들이 CF촬영, 솔로 엘범, 드라마 및 영화 촬영 그리고 팬사인회 등 권 별로 들어가야 할 굵직굵직한 요소들을 추가하자 어느새 시간이 한참 흐른 모양이다.
교정을 보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배설하듯 에르미스 워드에 써갈긴 초안을 저장하고 기지개를 켰다.
오늘은 아직 토요일.
설 연휴가 끝나려면 아직 나흘이나 더 남았다.
첫날부터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느긋하게 신작 구상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핸드폰을 집어 들다 나는 핸드폰 잠금 화면에 떠오른 시간을 보니 놀라 눈이 번쩍 뜨였다.
“헐…… 시간이 벌써 4시 반이야? 어쩐지 배가 고프더라니.”
신작을 집필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시간이 이렇게 흐른 줄 몰랐다.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배달 앱을 킬려고 핸드폰 잠금을 풀었는데 카톡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어느새 수북하게 싸여 있다.
“아이구, 우리 작가님들.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으셨나?”
작년 말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 생기면서 ‘천명’ 작가와 ‘사랑과평화’ 작가방은 전보다 더욱 활성화가 됐다.
그리고 작가방 활성의 여파인지 노원지귀 작가 및 업무용 폰으로 사용하는 폰의 ‘999+’라는 알람이 뜬 카톡 알림 대부분은 대부분 작가방에서 온 알림이 대부분인 걸 직감하게 했다.
톡—
카톡 버튼을 누르자 빨간 색의 알림 창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엄지로 슥슥 화면을 내리며 보니 역시나 카톡 메시지의 9할 지분은 작가방에서 나온 내용들이다.
“글물주 작가님은 오늘 글이 잘 안 써지고, 천명 작가님은 사모님 마중 가셨고, 사평 작가님은 간만에 현장 나가셨구나?”
본업이 건설업 종사자인 사랑과평화 작가를 LGA컴퍼니로 데려오면서 나는 그에게 선인세를 두둑하게 줬었다. 사랑과평화 작가가 온전히 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지만 작가들마다 글럼프를 극복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어느 작가는 진탕 술을 마시기도 하고 누구는 산책을 하기도 한다. 어느 작가는 목욕을 하거나 드라이브를 하면서 머리를 정리한다고도 하고.
반면 사랑과평화 작가는 간혹 글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면 현장에 나가 막노동을 하시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이었다.
안전모를 쓴 채로 빙긋 웃는 셀카를 보낸 사랑과평화 작가님의 모습을 보니 어느정도 스트레스 해소가 되신 모양이다.
“참나, 진짜 아저씨긴 아저씨란 말이야? 이런 이상한 사진도 보내시고.”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인해 익명성이 보장된 후로 점점 얼굴을 한 번 뵙지 못한 작가님들이 작가방에 많이 투입됐다.
하지만 회사에 출근을 한 뒤 직장 동료들에게 안부를 건네며 하루를 시작하듯이 글을 집필할 때면 매일 작가방의 작가님들께 인사를 나누는 상황이 길게 지속되자 어느덧 이들이 친한 친구 혹은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 어……? 이건 무슨 일이지?”
작가방 작가님들의 귀여운 대화를 보며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이제 다른 카톡을 살피는 와중 다른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다른 카톡들이 눈에 띤다.
—권미현 출판본부장: 대표님, 오늘 저녁에 뭐 하세요? 술 한잔 적실래요? 괜찮은 이자카야 알아뒀는데.
—오진아 대표: 정우 씨, 설 연휴에 어디 안 간다고 했죠? 아직 집이세요? 저녁 안 드셨으면 식사 같이 하실래요?
—이지연 디자인본부장: 정우 대표님, 가족분들은 다들 여행 간다고 하셨죠? 아, 혹시 아직 집필 중이세요? 오늘 집필은 언제 끝나실 것 같으세요? 혹시 저녁때 시간 괜찮으신지 궁금해서 연락드렸어요.
권미현 본부장과 오진아 대표 그리고 이지연 본부장까지. 셋이 모두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되는지 묻는다.
“……다들 무슨 일이지?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이들 모두 갑작스럽게 연락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기에 셋 다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고민과 함께 밀려온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하필이면 다들 오늘 저녁에 보자고 하네?”
마음 같아선 셋 모두를 같이 만나고 싶지만, 어떤 중요한 이야기가 나올지는 알 수 없기에 모두와 함께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설령 권미현 본부장과 이지연 본부장은 같이 본다고 해도 오진아 대표와는 아직 다들 서먹서먹한 관계이기도 하고.
“그러면…… 누구부터 봐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