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 전설이 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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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상하차’는 한국 웹소설 계의 전설.
한동안 레이드물만 난무하던 뜨뜨미적지근한 웹소설계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다.
총 270화로 완결이 났던 이 글은 판타지 소설치고 그리 장편으로 연재된 소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 혼자만 상하차가 웹소설 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건 기존 웹소설의 인기 요인을 극상의 맛으로 끌어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직 실감하지 못할 거야 나혼상이 얼마나 큰 인기를 끌지를. 지금은 단순히 기존 웹소설에 변주를 준 작품 정도로만 생각하겠지.’
바로 지난 달이었던 2015년까지만 해도 소설피아, 테일랜드, 웹월드 등. 심지어 조만간 나락행 급행열차를 타게 될 더노벨에서 까지도 판타지 장르에서 가장 인기 있고 국밥처럼 팔리는 소재를 뽑자면 단연코 ‘레이드물’이었다.
하지만 나 혼자만 상하차가 등장하면서 레이드물의 시대가 지고 본격적인 ‘헌터물’의 시대가 도래했을 정도로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작품! 다시 생각해도 나혼상의 소재는 딱히 새로울 게 하나 없는 소재들이었다.
하지만 나혼상의 작가인 ‘강추강’은 일일 퀘스트, 상태창, 레벨업, 헌터, 어머니 병원비와 막대한 빚 등 이전에도 어디서나 널려 있던 소재들을 장인의 손맛으로 버무렸기 때문에 대박이 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다른 웹소설들과 차별성을, 그것도 더 매력적인 차별성을 뒀다는 것도 크게 한몫했고.’
지난 2014년 그리고 2015년 만해도 레벨업이라는 소재는 흔했다. 하지만 소설피아, 테일랜드, 웹월드 그 어느 플랫폼을 뒤져보더라도 모두가 레벨업을 하고 기껏해야 주인공의 능력적인 면에 약간 차별화가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나혼상의 경우엔 ‘레벨업’이라는 그 평범한 요소가 적용되는 게 오직 주인공뿐이었다는 게 독자들에게는 낯설면서도 입맛이 다셔지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나혼상은 주인공이 홀로 점점 강해지는 먼치킨물! 기존에 먼치킨 물을 좋아하던 독자들의 경우 홀로 레벨업을 하면서 무쌍을 찍는 주인공을 보며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처음엔 주인공 혼자만 강해지던 솔플 위주에서 신기루 군단이라는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고 함께 성장하는 동료들의 이야기와 네크로맨서 요소를 차용한 부분, 거기다 맛깔나는 대사까지!
나혼상을 읽는 독자들은 한 화 또 한 화 성장해가는 주인공과 신기루 군단을 보면서 뽕이 가득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믿기지가 않네. 나혼상이 지금 연재를 시작하다니…….’
내가 회귀하기 전까지도 일반인들 사이에선 ‘웹소설’이라는 것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나 혼자만 상하차를 모르지 않았다. 바로 나혼상 원작을 바탕으로 한 웹툰이 한국의 웹툰 독자들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전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으면서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웹툰으로 자리매김했으니까.
그런 이유로 웹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독자들 사이에선 나 혼자만 상하차를 두고 웹툰이 잘되어서 잘된 케이스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나혼상이 웹월드에 정식 런칭하고 난 후로는 초반부터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완결 전까지는 거의 계속 웹월드 랭킹 1위 자리를 고수했으니까.
‘심지어 1위를 몇 번 빼앗긴 것도 당시 경쟁작들이 연참빨로 승부를 봐서 겨우 이길 수 있었던 거였지.’
당시 나혼상과 경쟁을 하던 작품들 중에선 하루에 2화를 연재하는 연참 혹은 3편을 올리는 3연참도 아니고 5연참을 해서야 겨우 나혼상을 랭킹에서 잠시 이기는 수준이었다.
즉, 나혼상은 웹툰이 잘 되어서 소설의 인기가 많아진 게 아니라 소설 자체가 런칭 되자마자 어마어마한 역대급 인기를 누린 작품이었다는 뜻.
다만 지금 내가 놀라고 있는 건 나혼상의 원래 연재일이 회귀 전과 아예 달라졌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소설피아에서 2월 15일에 연재되어야 했는데…… 1달이나 더 빨리 연재를 시작했다고?’
많은 독자들은 나 혼자만 상하차의 연재가 웹월드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생각할 테다. 하지만 사실 나혼상은 소설피아에서 연재를 하다가 글을 내리고 웹월드로 넘어가게 된 케이스였다.
이런 작가들의 행동을 일명 ‘반응 연재’라고 하는데, 소설피아는 이 시점을 기점으로 점점 반응 연재만 하고 타 플랫폼으로 넘어간다는 뜻의 ‘타플런’을 점점 심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타플런은 결국 소설피아의 수익이 빠져나가는 꼴이었으니까.
물론 강추강 작가와 나혼상에게는 웹월드로 넘어간 게 신의 한 수이긴 했을 테다. 이제 막 2016년이 된 지금까지만 해도 중년층 이상의 독자가 대거 포진해 있는 소설피아와 달리, 웹월드는 10~20대 독자들이 가득한 플랫폼이었으니까.
‘내가 회귀하고 새로운 작품들을 써 나가면서 원래의 흐름이 달라진 건가? 이전엔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나 혼자만 상하차는 OSMU로서 어마어마한 발전 가치를 지닌 작품이었기에 나는 강추강 작가가 나 혼자만 상하차를 연재하기를 늘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로서가 아닌 편집자로서 그의 작품을 꼭 내 품에 가져오고 싶었으니까.
딸칵— 딸칵—
그렇기에 원래 연재 일정보다 한 달이나 더 앞서 연재 시작일이 빨라진 나 혼자만 상하차의 연재에 놀랄 새도 없이 바로 강추강 작가에게 장문의 쪽지를 보냈다. 아직 1화만 올라온 오늘, 그가 내 쪽지를 가장 먼저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타다닥— 타다다닥— 타다다다닥—
내 간절한 마음이 손가락에 투영되듯 강추강 작가에게 컨택 쪽지를 보내는 내 손가락은 북을 두드리는 드러머처럼 맹렬하게 키보드를 찍어 눌렀다.
늘 조용하게 업무에 임하던 평소와 달리 불꽃 같은 장문의 타이핑이 계속되자 조팟놈 그리고 황건일 매니저의 시선이 나를 향해 쏠리는 게 느껴졌다.
타다다다다다닥— 타닥— 타다다다닥—
하지만 나는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한 글자 또 한 글자가 찍어져 가는 모니터 화면 속에만 집중할 뿐이다. 다른 매니저가, 다른 출판사가 그를 눈독 들이기 전에 내가 데려갈 생각이니까.
드르륵— 드륵— 드르륵—
“후우우…….”
딸칵— 딸칵—
컨택 쪽지를 작성하는 단 몇 분의 시간이 영겁의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고 마지막으로 내용 검토 후 쪽지를 보내니 어느새 땀방울이 관자놀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어…… 팀장님, 시말서 다 작성했습니다.”
강추강 작가에게 보낼 컨택 쪽지를 작성하는 동안 나를 힐끔거리던 조팟놈도 무언갈 열심히 적더니만, 조팟놈이 다급히 출력한 시말서를 내게 건넸다.
거칠게 흔들리는 조팟놈의 동공을 보니 내 맹렬한 키보드 타자음을 보고 내가 분노한 거로 착각이라도 한 모양이다.
“조팟님 시말서에…… 하아, 됐습니다. 제가 말했던 것들 앞으로 주의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첫 문장부터 띄어쓰기와 오탈자가 보이는 조팟놈의 시말서를 보니 인상이 와락 구겨진다. 하지만 오늘은 더 혼낼 기력도 없고 고작 조팟놈 따위에게 신경도 쓰고 싶지 않다.
‘이 새끼는 편집자라는 새끼가 무슨 시말서에도 맞춤법을 틀려? 다음에 날을 잡아서 따로 교육을…… 어?!’
조만간 조팟놈을 위해 친히 날을 한번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가득 하는 그때, 소설피아의 쪽지함에 붉은색 알림이 떴다.
딸칵— 딸칵딸칵딸칵—
연재 첫날, 그것도 1화를 올리고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낸 쪽지였기에 쪽지함에 뜬 알림 표시는 강추강 작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온 쪽지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쪽지함을 향해 마우스 클릭을 연타할 수밖에 없었다.
‘에이씨! 무슨 로딩 시간이 이렇게 길어?!’
2016년 1월 월인 현재까지도 소설피아의 서버는 상당히 불안정했다. 온갖 해킹 등으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부터 지금처럼 로딩 시간이 늘어지는 일이 허다했고.
그렇기에 독자들 그리고 대부분의 편집자들은 욕을 하면서도 그러려니 하는 마음가짐으로 서버가 정상 작동을 하기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딸칵딸칵— 딸칵딸칵딸칵— 딸칵딸칵—
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그 누구보다 조급한 상태.
나는 평소의 부동심을 잃고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티켓팅하는 사람처럼 미친 듯이 마우스를 딸칵거렸다.
“어, 됐다…… 어, 어어?!”
“티, 팀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광란의 클릭 후 드디어 쪽지함이 있는 페이지로 화면이 넘어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뱉은 옅은 탄성에 좌불안석이던 조팟놈이 마른침을 삼키며 내게 물었다.
타다다닥— 타다닥— 타다다다다닫닥—
하지만 나는 조팟놈의 답에 대답하지 않고 내가 받은 답변에 빠르게 재답변을 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전 작가 미팅 있으니까 지금 바로 나가봅니다. 조팟님 저 없다고 일 대충 하지 마시고, 건일 매니저님이랑 두 분 내일 뵙겠습니다.”
“어, 넵! 들어가세요 팀장님!”
“개새끼.”
빠르게 짐을 챙기고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가는 그때 조팟놈의 저열한 읊조림이 스치듯 귓가에 들렸다. 하지만 나는 놈을 나무라지 않았다.
새로운 곳에 여행을 떠날 때나 사람을 조질 때나 늘 아쉬운 부분이 있어야 다음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법.
그렇기에 나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세우고 조팟놈을 향해 웃음기 가득한 미소로 덕담만 건넸다.
“조팟님, 똑똑히 잘 들었습니다, 하하. 내일 얘기 합시다.”
“예? 티, 팀장님. 그게 아니라…… 잠시만요, 팀장니임!”
조팟놈은 내일이 오기 전까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테다. 절규에 가까운 조팟놈의 말을 뒤로한 채 나는 쏜살같이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가 내 차가 주차된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뛰쳐나갔다.
‘대박이야! 강추강 작가가 바로 답변을 주다니!’
조팟놈에게 뜬금없는 욕설을 들었음에도 내 입가에 웃음이 잔뜩 걸린 이유는 오직 하나! 다름 강추강 작가가 내 쪽지에 바로 답변을 보내줬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의 연락처와 주소를 공개하며 지금 바로 만날 수 있냐는 연락과 함께. 지금 난 전설이 될 작가를 만나러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