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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편집자의 이중생활-120화 (120/201)

120화 - NFT? 그건 무슨 뜻입니까?

* * *

투자를 받는다는 강경진의 말에 걱정과 기대가 뒤섞인 다채로운 시선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이번엔 무슨 투자를 말하시는 겁니까? 지난번처럼 실무자들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을 안기는 건이라면, 저희 2팀은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강경진의 말이 시작됨과 동시에 가장 먼저 날 선 반응을 보인 건 예상외로 판무 2팀 김동현 팀장이었다.

하지만 그런 김동현 팀장의 태도 정도는 마치 예상 범위 내라는 듯이 강경진은 여유로운 미소로 화답했다.

“하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엔 올댓스토리 때처럼 투자금을 받는 대가로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눈가를 초승달처럼 휜 강경진이 잠시 말꼬리를 늘였다.

“올댓스토리에서 투자를 받는 대가로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시한 적이 언제 있었을까요? 김동현 팀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분명 강요가 아닌 선택이었죠. 그것도 추가로 성과급을 받기 희망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이요.”

“그게 말만 선택이었지 실상을 따지고 보자면—”

“심지어 대부분의 올댓스토리 계약은 제가 담당했었던 판무 1팀에서 체결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판무 2팀에서 담당자별로 몇 종을 계약했는지 기억나지 않으신다면 제가 말씀드리도록 하죠.”

푸근한 미소와 함께 이어진 강경진의 설명에 김동현 팀장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기 시작했다.

“제가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아직도 동현 팀장님 외에 성훈 파트장님 그리고 당시 1팀에 계시던 매니저님들이 각각 올댓스토리에 몇 종을 계약했는지 정확한 종수와 일자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하하.”

“…….”

아이비리그 졸업 후 골드만삭스의 커리어를 지닌 강경진의 주특기는 바로 숫자의 힘으로 사람을 홀리는 것. 김동현 팀장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강경진의 말에 더는 항변하지 못했다.

내가 주도한 정글북의 공모전.

그리고 이어진 소설피아의 공모전.

거기에 ‘정글북X드래곤’의 사두용미 아카데미 런칭을 통한 연이은 훼방으로 사실상 판무 2팀은 올댓스토리 계약작을 거의 배출해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니까.

김동현 팀장뿐만이 아니라 대회의실의 다른 모두가 입을 꽉 다물고 있자, 강경진은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요사스러운 입을 벌렸다.

“다들 비트코인이란 걸 한 번쯤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디지털 화폐를 말하시는 겁니까?”

기계같이 덤덤한 표정으로 내뱉는 오진아 팀장의 말에 강경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진아 팀장님은 알고 계시는군요. 맞습니다. 비트코인은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전혀 없는 온라인 디지털 화폐 중의 하나로 지난 2009년에 처음 출시되었죠. 그 후로 비트코인의 아이디어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가상화폐가 출시되었고요. 혹시라도 모르실 분들을 위해 가상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곧이어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에 관한 강경진의 설명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아직 이 시기만 해도 코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가상화폐가 뭔지, 코인이 뭔지 전혀 알지 못할 게 분명했다.

‘난 놈은 난 놈이네……. 조팟놈 같은 똥머리도 얼추 이해를 한 걸 보니.’

하지만 자신의 배경과 출신 그리고 숫자를 주무르는 분석과 사람을 홀리는 가스라이팅식 화법이 설명에 더해지자, 사칙연산이나 겨우 하는 조팟놈도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 처먹었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인정하긴 싫지만 실제로 강경진이 그 정도로 쉽고 단순하게 설명을 하기도 했고.

“자, 그럼 기본적인 설명은 이렇게 마치도록 하고. 제가 말씀드리려던 투자 관련 내용은 저희 BS북의 지적 재산권을 NFT로 제작해 판매하는 내용입니다.”

“NFT? 그건 무슨 뜻입니까?”

이번에 질문을 던진 건 출판본부의 이상철 본부장이었다.

‘다른 본부장급도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인데……. 오성민 대표랑 강경진만 아는 내용인 건가?’

강경진이 여태껏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설명할 때 나는 마이크로 익스프레션을 찬찬히 쏘아냈다. 그 결과 출판본부의 이상철 본부장과 운영본부의 정병헌 본부장 모두 처음 듣는 듯한 표정인 게 확실해졌다.

그리고 강경진의 이번 투자 관련 내용은 지난 올댓스토리 투자 때처럼 임원진의 승인이 100% 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친다.

“NFT란 Non-fungible token이란 뜻으로 우리 말로 풀자면 대체 불가능 토큰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군요.”

“대체 불가 토큰?”

이상철 본부장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자 강경진의 설명이 포근한 미소와 함께 다시 이어졌다.

“대체 불가능 토큰이란 쉽게 말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림, 영상 등의 디지털 파일을 가리키는 주소를 토큰 안에 담아 그 고유한 원본성과 소유권을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되죠.”

“으음…….”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진품 증명서를 뜻하는 겁니다. NFT는 그 고유성을 지니기에 동일품이 존재할 수 없는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그렇기에 NFT는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영구적으로 남겨 그 고유성을 보장받는 개념이죠. 간단한 예시를 들어 설명해 드리자면…….”

강경진은 출판사에 있을 게 아니라, 차라리 공무원 시험 학원 강사를 하는 게 더 나아 보일 정도로 쉽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5분 정도의 설명이 이어지자 BS북의 대표적인 똥머리, 조팟놈까지 이해가 될 정도로 NFT의 개념이 완벽하게 대회의실 안의 모두에게 전달됐다.

“그리고 저는 BS북의 프리미엄 IP를 통해 NFT를 제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투자와 관련된 내용도 이와 연관 되어-”

“아니…… NFT인가 뭔가, 강본 얘기는 잘 알겠는데. 투자 얘기에 앞서서 그 프리미엄 IP가 뭔지부터 들었으면 하는데. 대체 그게 뭡니까?”

NFT의 개념을 이해했다고 한들 대회의실 내의 사람들, 특히 본부장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출판본부장 이상철은 불편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하, 투자 관련 내용을 말씀드리기 전에 저희 IP관련 내용을 더 자세히 설명해 드렸어야 했는데, 순서가 잘못 되었군요.”

비록 오성민 대표도 함께 있는 자리라 이상철 본부장도 대놓고 말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묻는 이유 중의 하나가 BS북에서 NFT를 만들 만한 프리미엄 IP가 있기냐 하냐라는 뜻이 내포되었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이번에 기획하는 저희 BS북의 첫 NFT는 최근 BS북에서 테일랜드에 런칭한 나 혼자 아수라발발타 IP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이상철 본부장을 비롯한 다른 이들의 날 선 시선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강경진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원작 자체가 BS북의 메가 히트작이자 BS북의 창립 이래로 가장 많은 팬덤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음……. 아수라발발타라면…….”

이어진 강경진의 말에 모두가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 혼자 아수라발발타’는 MIT 출신의 수학 천재가 전문 도박꾼이 되는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다소 올드한 내용의 글.

하지만 BS북 창립 이래로 가장 많은 매출을 만들어 낸 글인 건 사실이었다. 아수라발발타는 지금은 콩밥으로 단백질 보충 중인 이전 판무 1팀 팀장 한우석이 회사 초창기에 계약한 작품이다.

트레이싱을 일삼던 파브르가 나가고 난 뒤 강경진은 자신이 웹툰 본부장으로 있는 BS툰에 추가 인력을 고용했다. 그리고 아수라발발타는 그가 내세울 수 있는 자신의 최고 실적이기도 했다.

‘한우석이 온갖 패악을 저질렀음에도 잘리지 않은 게 아수라발발타 때문이란 말도 있지. 물론 BS북 창립 이래 최고의 매출을 낸 건 내가 썼던 글이지만.’

코즈일이란 필명으로 BS북과 계약했던 ‘남작가 성형 천재가 되었다’와 ‘인턴사원 회장님’ 그리고 ‘불 지르는 파이어맨’ 각각의 매출이 아수라발발타를 훌쩍 상회한다.

하지만 코즈일을 엘가, 즉, 내 회사에 빼앗긴 후로 BS북에서 코즈일의 이름을 말하는 건 해리포터에서 볼드모트의 이름을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 다들 슬쩍슬쩍 고개만 주억거릴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미 BS북의 작품도 아닌 상황에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고 구태여 눈치 없는 말을 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다들 아시는 것처럼 나 혼자 아수라발발타는 처음 출간되었을 때부터 상당한 인기와 함께 거대 팬덤을 보유하고 있죠. 그리고 원작으로부터 이어진 콘크리트 팬층이 웹툰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칵— 딸칵—

강경진은 대회의실 벽면에 쏘아진 빔프로젝터에 미리 준비한 아수라발발타의 최근 성적을 수치화한 각종 그래프와 차트를 선보였다.

“테일랜드에서 최근 연재 중인 조회수와 별점 그리고 댓글 등의 독자 반응 지표를 확인해보자면, 저희 BS북 원작 작품을 웹툰화 한 것 중엔 가장 높은 수치죠. 그뿐만이 아니라 테일랜드에서 연재 중인 다른 요일의 웹툰과 비교하더라도 상위권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상위권.

그 단어 하나에 본부장의 눈빛이 욕망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그간 BS툰에서 런칭한 웹툰 중에서는 아수라발발타의 성적이 가장 높은 게 사실이니까.

“우리 BS툰 그리고 BS북은 업계 1위의 웹소설 출판사이자 여전히 많은 잠재력을 지닌 회사죠. 비록 그 시작은 아수라발발타이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메가 히트작이 나오리란 게 당연한 수순 아니겠습니까?”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건넨 강경진의 말에 임원진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는 BS툰의 웹툰 본부장으로서 늘 우리 회사의 원작을 살펴보고 있죠. 지난 10월 12일부터 소설피아에서 연재 중인 판무 1팀 오진아 팀장님의 계약작, 회귀한 요리 천재만 하더라도 지금 같은 독자 반응이면 언제든 웹툰화를 진행할 수 있고 또한 NFT 제작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정 팬층도 이미 충분해 보이고요.”

남을 슬쩍 추켜세우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편을 만드는 강경진 특유의 화법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 상대는 그의 사촌 여동생인 오진아 팀장.

오진아 팀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강경진을 뚜렷이 응시할 뿐이었다. 마치 강경진의 속셈이 어디까지인지 그 실체를 파악하려는 듯이.

“하하, 여하튼 다시 아수라발발타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주인공인 도경환이 처음 회귀했을 때의 모습,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숨겨진 이능력을 자각하고 카지노에서 수억대의 돈을 쓸었을 때의 그 모습! 독자분들이 가장 희열을 느끼고 열광적으로 반응했던 그 모습을 500개의 NFT로 발행하려고 합니다.”

“그럼 NFT 하나당 가격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오진아 매니저의 물음에 강경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코인으로 계산할 예정이지만, 대략 회귀했을 때의 모습은 원화 기준으로 대략 50만 원 그리고 도경환이 자신의 이능력을 깨달았을 때는 100만 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게 다 팔리면…….”

“2억 5천만 원에…… 5억 원?”

눈자위를 희번덕이며 계산을 이어나가는 본부장들의 중얼거림에 강경진은 가볍게 그들을 향해 미소 지었다.

“맞습니다. NFT가 다 팔리면 그 수익으로만 7억 5천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죠. 발매한 NFT는 팬분들이 사고 팔면서 경매처럼 NFT의 금액과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또한 그렇게 매매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원작자인 작가님과 우리 BS북은 계속 얻을 수 있고요.”

강경진의 설명이 이어지자 다들 놀랍다는 표정을 갈무리하지 못했다. 회사 경영에 7억 5천이 큰돈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무시할만한 금액의 돈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이를 진행하기 위해선 기술 개발 등의 이유로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투자를 받을 곳은 BS북이 아닌 제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가상 자산 발행사 뉴테라랩스인 거죠. 이제 그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7억 5천에 넘어간 사람들의 눈이 빛나는 그때 오로지 나와 오진아 팀장의 눈에만 긴장의 빛이 가득 맴돌았다. 지금부터 나오는 얘기가 강경진의 본론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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