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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편집자의 이중생활-86화 (86/201)

#86화 ― 이건 또 뭔 개소리야악!

“민사…… 소송? 이건 또 뭔 개소리야악!”

9시 정각에 맞춰 칼같이 출근한 판무 1팀 팀장 한우석. 그는 민사 소송 전 내용증명을 발송했다는 법무법인 김이박에서 보낸 메일을 확인하자마자 고함을 내질렀다.

출판 본부장과 운영 본부장은 오늘도 평소처럼 대표와 함께 미팅을 빙자한 라운딩 중이었기에 한우석 팀장의 고성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김동현 팀장은 소 닭 보듯 하는 눈치였고.

‘역시 법무법인 김이박. 일 처리 하난 빠르네. 비싼 돈 쓴 값어치가 있어.’

잔뜩 인상을 찌푸리는 한우석 팀장의 모습을 보니 흐뭇한 감정이 올라온다. 부하 직원들의 집단 퇴사만 해도 짜증 나는 일인데, 끝난 줄로만 알았던 소송이 다시 나타났으니 환장할 노릇이겠지.

“강 본부장님, 한우석입니다. 메일 보셨습니까?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소송 건은 다 처리되었다면서요? ……예? 그건 형사였고 이건 민사요? 하……. 지금 올라가겠습니다.”

잔뜩 성난 음성의 한우석 팀장이 강경진에게 통화를 하며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갔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식 웃음 지었다.

‘우석아, 아주 속이 바짝 타들어 가지? 네가 벌인 일도 아닌데 똥통 당첨이라 억울하겠어? 그러니까 평소에 잘 좀 하지.’

사람은 뿌린 대로 거두는 법.

벌집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우석의 꼴을 보자니 인과응보, 권선징악이란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우석은 알아둬야만 한다.

나는 벌집을 아직 배달만 했을 뿐이지 터트리지는 않았다는 걸.

“와아……. 미쳤네. 이거 보셨어요? 정글북에 엘가 작가들이 글 올렸어요.”

“내 담당작 아니어서 진짜 다행이라니까요? 솔직히 이 정도면 누가 봐도 표절 아닌가? 암만 좋게 봐서 표절이 아니라고 해도 아이디어 도용은 절대 못 피하겠는데요?”

“내 말이, 진짜 이 쓰레기 같은 회사 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하지만 한우석 팀장이 자리에서 벗어나자마자 쑥덕대는 판무 1팀 매니저들의 말을 귀 기울이니, 퀵딜리버리로 배달된 벌집을 우리 성실한 엘가의 로켓소년단, 황금거위, 히전죽 작가님들께서 쑤시기 시작한 모양이다.

‘천천히 올리셔도 된다니까. 다들 9시에 칼같이 맞춰서 올리셨나보네?”

마우스를 슬쩍 움직여 정글북에 들어가니 로켓소년단, 황금거위, 히전죽 작가님이 각자 올린 피해 호소문과 민사 진행 계획을 적은 글이 보인다. 실시간으로 조회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활활 타오르는 게시글들이.

작가님들은 정글북에 올리기 전에 우선 나에게 1차 검수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작가님들의 울분이 담긴 그 글들을 마치 소설 교정하듯 정성 들여 오탈자 수정과 윤문까지 마친 후 담당 변호사에게 보내 검토 요청을 받았고.

즉 지금 정글북에 올라가 있는 글은 변호사의 피드백과 나의 교정까지 더해진 무척 비싼 금액의 글이라는 뜻이다.

‘그런 비싼 글을 무료로 볼 수 있는데, 정글북이 활활 타오르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지.’

흡족함을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미소 짓는 그 순간.

“다들 뭔 소리 하는 거예요? 조용히 일 안 합니까?”

이번 소송 사건에 대해 한마디씩 내뱉는 판무 1팀 매니저들을 향해 1팀 파트장 김영진이 도끼눈을 뜨고 소리쳤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아니 저희가 뭐 틀린 말 했어요?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예요?”

“하…… 난리? 지금 며칠 있다 퇴사하니까 아주 막 나가겠다 이거야?”

“아이씨, 진짜. 아니 파트장이면 반말해도 됩니까? 입사 몇 달 빨리했다고 무슨 권력이라도 잡은 줄 아나?”

“……?”

이제 퇴사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1팀 매니저들에게 한우석 팀장도 아닌 김영진 파트장의 말은 개 짖는 소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냅둬요. 권력자이긴 하죠. 팀장님 바뀔 때마다 여기저기 줄 타는 게 묘기 수준이던데. 그 정도 노력이면 권력자라고 봐야죠.”

“왕이 바껴도 내시는 안 바꼈대잖아요? 진짜 뭣도 없는 것들이 더 난리라더니, 쯧.”

“서민인 우리가 참아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그리고 회사를 나가기로 확고히 마음먹은 판무 1팀 매니저들의 독기는 김영진 파트장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지, 지금 나한테 한 말입니까!”

“왜요? 팀장님한테 또 다 이르시려고요? 이르세요. 우리 어차피 다음 주면 나가는데 뭘 어쩌려고요?”

“하아…….”

결국 김영진 파트장은 한숨을 내쉬며 자기 모니터로 시선을 돌릴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차피 회사를 나가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팀장도 아닌 파트장이란 직책은 아무런 두려움을 주지 못하는 허울뿐인 이름이었으니까.

한바탕 짧은 소동이 판무 1팀을 휩쓸고 간 그때 이창윤 매니저가 황건일 매니저 쪽으로 슬쩍 몸을 기울였다.

“건일 매니저님, 지금이라도 생각 바꾸는 게 어때요? 지금 분위기에 1팀으로 가면 난리도 아닐 것 같은데…….”

“하하…… 괜찮습니다. 어차피 가기로 결정된 건데요.”

걱정이 가득 담긴 이창윤 매니저의 말에도 황건일 매니저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도 씁쓸하긴 매한가지였다.

‘불구덩이인 걸 알면서도 갈 수밖에 없다니…….’

고작 연봉 100만 원 인상.

그 작은 금액이 황건일 매니저에겐 누구보다 절실하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폭풍 같은 화요일이 지나고 BS북은 점점 지옥불에 휩싸였다.

“예, 그 부분은 LGA 작가님들이 일방적으로 쓴 글이어서 아직 진위 여부가 필요한…….”

“저희도 법적 조치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글 환불 관련은 저희 쪽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건 플랫폼 측으로 문의를 하셔야……….”

우리 엘가의 자랑스러운 용사.

로켓소년단, 황금거위, 히전죽 작가님이 정글북 게시판뿐만이 아니라 각자 개인 SNS에 올린 글이 공론화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당 표절 이슈는 이곳저곳 가릴 것 없이 퍼날라지며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요일,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이 돼가며 뜨겁게 달궈진 독자들의 분노가 판무 1팀의 전화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정확히는 판무 1팀, 그 안에서도 한우석 팀장과 김영진 파트장의 자리에만.

“하아……. 이 미친 새끼들. 뭐 돈이라도 버는 것도 아닌데 왜 이 지랄이야, 이거?”

표절작을 읽은 독자의 환불 항의 전화를 끊은 한우석 팀장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을 내쉬었다.

“어?”

그러다 잠시 이채를 띤 그의 눈이 뭔가를 발견했는지 가늘게 좁혀진 눈꼬리로 한 매니저의 자리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 매니저의 전화기 근처로 손을 쭉 뻗더니 기다란 무언가를 당겼다.

“야……. 지금 장난해? 이거 뭐 하자는 거야!”

한우석 팀장의 손에 쥐어진 건 본체에서 빠진 전화 케이블. 한우석 팀장은 그걸 흔들거리며 희번덕이는 눈빛으로 그 자리에 앉은 매니저를 쏘아봤다.

“저, 저희 전화가 아닌 게 계속 와서…….”

“저희이? 하하, 이 새끼들 봐라?”

그 매니저의 말에 한우석 팀장은 감을 잡았다는 듯 희번덕한 눈동자를 굴리며 다른 매니저들의 자리를 훑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한우석 팀장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니들 뭐 하냐? 어? 지금 퇴사한다고 직무 유기하는 거야 뭐야!”

한우석 팀장의 일갈이 예고 없이 쏘아졌다.

그리고 며칠 전 김영진 파트장에게 대들었던, 퇴사자들 중에 연차가 가장 많은 매니저가 힘겹게 한우석의 눈빛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지, 직무 유기가 아니라 저희가 해야 할 업무가 아니어서 그런 겁니다. 지금 인수인계서 쓰는 것도 바쁜데, 저희 담당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전화까지—”

“아하하, 야, 금치. 우리 금치가 퇴사한다고 하더니 개그 욕심이 붙었나 보네? 어?”

“……저 금치산자 아닙니다.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십쇼.”

혼자선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한우석 팀장에게 늘 금치라는 멸칭으로 불리던 매니저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한우석 팀장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독사 같은 눈으로 퇴사자들을 하나하나 차례대로 흘길 뿐이었다.

“니들 뭔가 단단히 착각하나 본데, 나가서 뭐 해 먹고 살 생각이냐 니들? 어? 이 바닥 좁아? 너희가 출판사로 가든 플랫폼으로 가든 내가 모를 것 같아?”

““…….””

“문창에, 국문에, 도서관 사서나 하는 문헌정보학? 니들이 여기 나가면 세상이 어서옵쇼 하면서 니들 같은 찌끄래길 받아 줄 거라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한우석 팀장은 마치 손쉬운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같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말을 이어나갔다.

“좋게 말할 때 퇴사 전까지 쥐 죽은 듯이 살아라. 가뜩이나 문송한 과 졸업했으면 니들 밥은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어?”

““…….””

“어디 보자아, 누구는 허큘리스 넣었고, 누구는 피스원 넣은 냄새가 나는데 말이야?”

한우석 팀장이 다른 출판사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몇몇 매니저는 자신이 그곳에 지원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한우석 팀장은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전화 케이블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있는 매니저의 어깨를 꽉 잡아 눌렀다.

“마지막까지 잘 하자고, 어? 유종의 미를 거둬야 나도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 오면 좋게 좋게 말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 어? 좋게 좋게?”

““…….””

“니들이 다른 출판사 가서 아무리 정상인 코스프레 해도 내가 니들이 어떤 새끼인지 말하는 거? 5초도 안 걸려. 지금 해 볼까? 어?”

““…….””

지금은 한여름이 다가오는 6월 말.

사무실 안은 후끈했다. 하지만 저열함이 가득 담긴 한우석 팀장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판무 1팀 자리엔 냉기가 가득 퍼져 나갔다.

하지만 한우석은 모르고 있었다.

궁쥐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는 것을.

“하…… 진짜.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

“허허, 백치미? 너 지금 뭐 하냐? 진짜 백치라도 된 거야? 어?”

갑작스레 잠자코 있던 1팀 임서진 매니저가 목소리를 높였다. 한우석 팀장의 거듭된 폭언에 눈물을 쏟아 냈던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임서진 매니저는 한우석 팀장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것도 결연한 눈빛으로.

“출판계에 아는 사람 많다? 어쩌라고요? 저는 여기 퇴사하면 편집자로 안 돌아올 건데요?”

“이야아. 그러세요? 우리 백치미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라면서 뭐 먹고 사시려고? 어? 어디 뒷산 올라가서 산나물이라도 뜯어 먹고 사시게?”

‘가만히 두고 보자니 저건 너무 하잖아?’

BS북의 다른 팀 팀장들은 평소처럼 한우석 팀장의 조롱 섞인 멸시를 방관하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마침 김동현 팀장도 어디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나간 사이였다.

가만히 듣고 있기엔 점점 도를 지나치는 폭언이었기에 나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찰나.

“누가 보면 자기만 아는 사람 있는 줄 알겠어요? 그래요! 우리 문창에 국문에 문헌정보 나왔어요. 그런 우리는 다른 출판사나 플랫폼에 아는 사람 없는 줄 아세요? 팀장님 더노벨에서 폭언하다가 징계받았다면서요? 받아주는 곳도 없으니 여기로 다시 기어들어 와 놓고 왜 여기서 유세에요 유세는!”

“뭐, 뭐 인마! 여자라고 봐줬더니! 지금 미쳤어!”

“안 미쳤어! 미치기는 당신이 미쳤지!”

순한 양 같던 임서진 매니저는 갑자기 잔다르크가 됐고 나는 슬며시 책상 서랍을 열어 안에 넣어 두었던 과자 봉지를 꺼내 뜯었다. 갑분 팝콘각이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이게 어디서 건방지게 반말이야!”

“그러는 아저씨는 왜 자꾸 반말인데? 회사 내규에 직급 상관없이 상호 존대하라고 똑똑히 써 있는데 눈깔 삐셨어요? 그딴 눈으로 편집자 하니 담당작 맞춤법이나 매번 틀리죠!”

마치 천년의 한을 풀 듯 임서진 매니저는 서릿발을 뿜어내는 기세로 목소리를 높였다. 갑작스러운 임서진 매니저의 폭발에 한우석 팀장도 순간 당황한 듯 흠칫거렸다. 하지만 임서진 매니저의 브레이크는 이미 고장 나 보였다.

“오늘 대화도! 이전에 당신한테 매번 폭언 듣고 성차별적 발언 들을 때마다 녹음 다 해 뒀어요! 이 토 나오는 회사 더럽고 역겨워서 더 안 다닐 테니까 못 먹고 못 사세요!”

“아…… 아니 뭐 저런 미친년이?”

회사 전체가 울리도록 까랑까랑한 소리를 내지른 임서진 매니저는 컴퓨터 전원을 끄고선 자신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임서진! 너 지금 근무 시간에 뭐 하는 거야!”

한우석 팀장의 고성에도 임서진 매니저는 자신의 짐을 모조리 챙기고선 마지막으로 크로스백을 걸쳐 매고 뚜벅뚜벅 회사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회사가 장난이야! 지금 어딜 가는 거야 새끼야!”

“어길 가긴! 집 간다! 왜!”

임서진 매니저는 성대가 아플 것 같이 큰 소리를 내질렀다. 사무실 내의 모두가 당황한 사이, 임서진 매니저는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서곤 다시 몸을 돌려 매서운 눈빛으로 한우석 팀장을 쏘아 봤다.

“나 뭐 먹고 살 거냐고요? 나 이제 웹소설 작가예요. 글 써서 밥 잘 먹고 살 거니까 걱정 마시라고!”

임서진 매니저, 작가 동지셨네?

이건 나도 전혀 예상 못 한 전개라는 생각을 하는 그때 한우석 팀장이 코웃음을 치기 시작했다.

“하하하! 와 나, 난 또 로또라도 당첨된 줄 알았네. 아, 그러세요? 작가님이셨어요? 요즘 개나 소나 글 쓴다고 지랄 옆차기 하더만, 뭘 믿고 뻗대나 했더니 고작 그거였어?”

“고작 그거?”

조소 가득한 한우석 팀장의 말에 임서진 매니저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

“한우석 씨, 내 필명 뭔지 알아요? 나 싸이코루미에요.”

“진짜 어이가 없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필명을 들이밀…… 아니, 뭐? 싸, 싸이코루미?”

싸이코루미라는 필명을 내뱉는 임서진 매니저의 말에 여기저기서 헉 소리가 났다. 특히 평소 남 일에 관심 없기로 유명한 로맨스팀 매니저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고.

‘싸이코루미? 그게 임서진 매니저였어?’

싸이코루미 작가는 현재 로맨스 장르에서 가장 핫한 웹소설 작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 싸이코루미 작가가 런칭한 로판 작품이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웹월드 로판 장르 역사상 최다 매출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싸이코루미 작가는 첫작 런칭과 동시에 S급 작가가 된 사람이기도 하고.

‘와……. 팔에 닭살 돋는 것 봐. 싸이코루미 작가가 임서진 매니저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네.’

게다가 유명 여자 아이돌 멤버가 자신이 요즘 즐겨 읽는 글이라며 SNS에 홍보를 하는 바람에 싸이코루미 작가의 글은 웹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을 정도다. 나 또한 50화까진 재미있게 읽었었고.

“원래 필명까지 오픈할 생각은 없었는데, 월에 삼백도 못 받는 한우석 팀장님께서 월에 억 찍은 제 집안 주머니 사정까지 생각해주셔서 참 감사하네요. 아무튼 전 지금 미련 없이 퇴사할 거니까 출근 안 한 날은 월급에서 까세요. 그깟 푼돈 받을 필요도 없으니까.”

“…….”

임서진 매니저, 아니, 싸이코루미 작가는 짐을 다 챙긴 상태로 업무 시간에 회사 문을 벌컥 열더니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우리 팀원들 다른 회사에 연락해서 해코지할 생각 마세요. 그땐 정말 노동부에 신고하고 폭언 녹음 파일 SNS에 싹 다 올려서 병신북 더 터트려 버릴 테니까. 그럼 다들 수고하세요.”

싸이코루미 작가는 그 말을 남긴 채 유유히 회사 밖으로 사라졌다.

‘나중에 글 쓸 때 이 소재 넣어도 괜찮겠는데? 사람들이 믿지는 않겠지만.’

임서진 매니저가 나간 후 한우석 팀장은 얼이 빠진 표정이 됐고 로맨스팀 매니저들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서로 귓가에 쑥덕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통화를 마친 김동현 팀장이 자리로 돌아오며 말했다.

“다들 잠시 대회의실로. 전달 사항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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